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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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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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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4)

DUMMY


성검전기가 똥겜전기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작 요소가 있다면 원작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은태자 지온하르트.


그는 왜 최종보스가 되었는가?


마왕이라는 걸출한 최종보스가 있는데, 왜 마왕을 물리치고 난 뒤에 은태자가 최종보스가 되었는가?


-[플레이어]. 네가 이 세상을 지키고자 한다면, 나를 죽여라.


그가, 스스로 그 운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마왕의 혼]을 봉인한 이 [마신갑]을 착용한 자를 죽인다면, 이제 이 세상에 더 이상 마(魔)는 세력을 떨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다.


-동정하지 마라. 이건 나의 선택이다. 모든 영웅들이 모여있는 그대와 동료들이 나를 막지 못한다면, 앞으로 영원히 인류는 마의 세력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은태자는 선택을 내렸다.


-나는 마신갑을 입은 순간부터 벗어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 나의 제국을 위하여, 나는 마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가 되겠지.


마신갑의 저주에 잠식되지는 않았으나.


-마왕군. 이제는 내 제국의 병사들이 될 것이다.


은태자는 마왕이 죽고 난 뒤, 남아있는 마족들을 마신갑의 힘으로 자신이 부리고자 했다.


군대이자, 권력으로서.


-이는 인류의 존망을 건 싸움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성검의 용사와 악의 마왕 사이의 대결일 뿐.


은태자는 제국의 신검을, 마의 힘에 잠식된 검을 뽑아들었다.


-인류를 위한 세상을 꿈꾸는 그대, 그리고 마족들을 이용해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나.


주인공이 패배하면 세계는 은태자라는 새로운 마왕에 의하여 지배되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주인공이 승리한다면 은태자는 죽고 마왕은 봉인되어, 마신갑은 후대의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철저한 봉인과 함께 인류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

인류의 시대.


여신교단에서 믿는 마신과는 다른 존재로서, '마신'은 원작에서는 존재는 하되 등장은 하지 않는 존재였다.


-슬퍼하지 마라. 이 또한, 신의 시련이라고 생각하라.


왜냐.


-인류를 증오한 신이,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마신(魔神).


-증명하라. 증오스러운 여신의 피조물들이여.


혹은 악신(惡神).

마족들의 신.

마나를 가진 모든 생명체의 신.

여신과 대척점에 존재하며, 인간이 아닌 온갖 아인 생명체의 창조주.


-그대들의 대적자 앞에, 그대들이 이 땅에 살아갈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라.


하지만 여신에 의해 신격을 빼앗기고, 모든 기억을 마신갑에 봉인당한 채 인간으로서 태어난 존재.


-싸워라, 인류여.


성검전기.


-내가, 그대들과 함께 지내며 느낀 이 마지막 감정을, 인류에 대한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그 최종보스의 이름은 [마신 지온하르트].


그렇다.


지오니는 기억을 잃은 마신이다.



* * *



"교단조차 믿지 않는데 마신은 무슨."


지오니가 내 물음에 코웃음을 쳤다.


"마족들이 믿는 신일 뿐이다. 항간에는 마왕이 그 마족들의 신을 부르기 위해 인간들을 제물로 바치고 있다고들 하지 않나."


실제로 원작에서 그런 전투가 있기도 하다.


"아무리 내가 여신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마족들의 신을 믿을 리가 없지 않나."

"정론이군."


타당한 말이다.


"혹시 마신이 네게 힘을 준다고 한다면, 그래도 마신을 부정할 거야?"

"마신이 힘을 준다는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까드득.


지오니의 반응도 그렇고, 지오니가 동의를 구하듯 바라본 로드릭의 반응도 제법 신랄하다.


"너, 혹시 마신의 추종자인가?"


오죽하면 지오니가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리며 의심을 할 정도.


"아니, 아니. 내가 마신의 추종자겠어?"


굳이 추종한다면 은태자의 추종자다.


'마지막 이벤트 전투에서는 마신 지온하르트가 아닌, 은태자 지온하르트로 주인공과 1:1로 싸운다고.'


전장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를 상대로 싸운 최종보스는 마신이지만, 마지막 이벤트 전에서 그의 이름은 '은태자 지온하르트'로 표기되어 나타났다.


즉, 마신은 최후의 순간에 '인간'으로서 싸우기를 원했다.


그것이 자신을 상대로 승리를 일구어낸 인류에 대한 찬사이자, 오랜 여행 과정에서 플레이어와 쌓아온 유대에 대한 헌사였다.


"여신의 힘을 받는 거라면 모를까, 인간은 마신의 힘을 축복처럼 받을 수 없지."

"......."

"계속 말하라고? 알았어. 괜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는 없으니."


나는 사령왕의 마도서를 꺼냈다.


"사령왕 자하드가 말하기를, [마신이 깨어나는 날, 인류는 멸망하리라]라고 하기 때문이야."

"......."


그다지 믿는 눈치가 아니다.

역시 거짓말을 쉽게 통하지 않는다.


'사령왕이 한 말은 아니긴 하지.'


거짓말이다.

다른 이의 대사를 사령왕의 입으로 읊었다.


"나는 그 예언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지. 여신은 나에게 경비병의 재능이라도 줬지, 마신이 내게 주는 건 뭐겠어? 마족을 보내서 죽이려고 하는 것 뿐이겠지?"

"그래서?"

"그런데, 인간들 중에는 그런 존재들이 있거든."


나는 스스로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인간들 다 죽었으면 좋겠다. 세상 다 멸망했으면 좋겠다. 내가 인간이지만, 인류라는 족속들은 죄다 쓰레기 뿐이고 답이 없다."

"......."

"세상에 대한 원망과 증오를, 인류에 대한 회의를 마신을 향한 추종과 신앙으로 보내는 거지.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족들이 인류를 멸망하게끔 하는 것이 본인의 목적이기에."


한 마디로, '분탕'이라 정의할 수 있다.


"죽은 자들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어. 인류에 절망하고 좌절한 나머지, 그들을 전부 죽이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지."


나는 초대 백작, 마족이 숨어있던 관을 두드렸다.


"그들 중에는 악마나 마족과 손을 잡은 이들도 있을 거야. 자기가 죽더라도, 후대에 그런 자들이 뭔가 해주기를 바라면서."

"초대 백작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예상이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초대 백작의 관에 마족이 숨어 있었다.


"어쩌면 플라우로스 백작이 대대로 마신 추종자여서 마족을 이곳에 숨겨둔 걸지도 모르지."

"......."

"하고 싶은 말은, 인간들 중에 델겐이나 넵튠 같은 영웅들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지오니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한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


나를 빤히 바라보며, 굳은 목소리로.


"내가 사람에 대하여 확신하고 있는 건, 인간은 '영웅'이라고 할 이들을 제외하면 모두 자기 이익대로 움직이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거지."

"맞는 말이야."

"사령술사."


지오니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너는 마신을 믿나?"

"아니."


마신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마신의 힘은 믿고 있어. 마신이 깨어나게 된다면, 인류는 그대로 멸망하게 되겠지."

"......."

"그러니, 마신이 깨어나기 전에 먼저 움직여야 할 이유가 있어. 마신은 분명 여신에 대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을 테니."


나는 가볍게 손날을 세워 내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악마든 마족이든 마신이 실제로 깨어났든, 그들이 여신교단을 멸망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여신교단을 박살내고 싶을 뿐이다."

"......."

"내 말이 거짓말 같아?"

"아니."


지오니는 옅게 웃었다.


"나만큼, 아니 나보다도 더 교단과 여신을 향한 증오심이 가득한 사람인데, 내가 어떻게 그 진심을 부정할 수 있을까."

"다행이네."

"안심해."


지오니가 내게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가볍게 두드렸다.


"마신의 추종자든."


원작의 적.


"교단이든."


신작의 적.


"그들이 '우리'를 향해 칼을 겨눈다면, 우리의 적을 쓰러뜨릴 뿐이다."


...


다행이다.


'마족이 자신을 노리지 않았다는 의문이 들지 않게 하는 거, 성공.'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이 자신이 아닌 '나'를 노렸다는 것.


누구보다도 마신에 가까운 악마나 마족이 은태자가 아닌 그 주변인을 공격했다는 것.


그로 인해, '왜 마족은 나에게 공격하지 않았나'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게 한 것.


그것만으로, 나는 지오니의 내면에 있는 마신에 대한 '자각'을 멈추게 하는데 성공했다.


왜냐하면.


'폭탄 고블린, 죽창 엘프, 기생마수라는 마족들이 들끓는 세상은 조금.'


원작 속 마족이나 마인들이라면 모를까, 이 뒤틀린 똥겜의 악의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소가 많았기에.


설령.

마신갑을 얻어 마신으로 각성하게 되더라도.


'마족들 관리는 좀 된 상태에서 마신이 되시라고.'


최소한 죽창엘프들이 숲의 수호자 같은 모습이 되고 난 뒤에, 마신이 된다면 차라리 나을 것이다.



* * *



갑작스럽게 나타난 마족으로 인해 지오니가 '마신'이 되어버릴 요소를 잠시 억눌러둔 뒤, 우리는 켈라이나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나는 '뼈군단'의 강화 연구에 들어갔으니.


일주일, 경과.


"축하한다, 로드릭. 이제 너는 로드릭 플라우로스가 된 거다."

까드드득.


로드릭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스켈레톤이 되었다.


여전히 언어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금이 간 곳은 전부 수복되고 골밀도는 높아지고, 심지어 그 뼈의 안쪽에 '마나'가 스며들기 시작하였으니.


"좋아. 로드릭. 한 번 테스트 해보자고."


그 마나가 흐르는 공간이 '혈관'과도 같이 생겨나는 덕분에.


"서리갑주."


사아아.

이렇게, 로드릭이 흡사 서리로 빚어진 얼음갑옷을 걸친 것처럼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로드릭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기사 출신의 귀족이라도 된 것 마냥 꺼드럭거린다.


여전히 머리는 해골이지만, 경비병은 평생 입지 못할 플라우로스 백작가 기사단의 갑옷을 입고 자랑을 하는 게-


'꼭 MMO RPG에서 신규 장비 파밍에 성공한 플레이어를 보는 것 같군.'


온라인게임에서 레이드에 성공하여 전설급 장비를 얻고 난 뒤, 마우스 휠을 쭉 당겨 캐릭터 모델링을 감상하며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 연상되는 건 왜일까.


장비의 멋짐?

그냥 사이트 들어가서 검색만 하면 나온다.


하지만 그 장비를 '내 캐릭터가', 정확히는 '내가' 입고 있다는 것이 만족감이 들게 만드는 근간.


"출세했군. 시골 마을 경비병이 켈라이나이 같은 도시의 경비대장과 싸워도 1:1로 밀리지 않을 지경이니."

까드득.


로드릭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듯 손을 휘젓는다.


"로드릭. 양심은 있어야지. 너는 언데드고, 막스 시장은 인간이잖아."

까드드득.

"뭐? 재능 차이를 극복해낸 것이야말로 진정한 강자의 상징이라고? 하...."


골밀도가 늘어났다고 해도 두개골이 두꺼워지거나 그런 건 아닐텐데, 로드릭은 자신의 강함에 잔뜩 취해있다.


물론 실제로 강해진 것도 맞다.


몸에 흐르는 마나가 늘어난 만큼, 로드릭본인의 검술 실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서리갑주 뿐만 아니라 서리로 빚어진 검을 휘두르는 실력 자체는 분명 경비병 A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그래. 여신이 주어준 재능보다 더 강해지는 방법이, 죽은 다음에 그 몸에 마나를 쌓아 순수하게 실력을 기르는 방법이기는 하지."


그리고 그렇게 강해진 건 로드릭 이외, 다른 해골 병사들도 마찬가지.


"그 덕분에...."

"사령술사."


지오니가 켈라이나이의 내 연구실에 찾아왔다.


"두 가지 소식이 있다. 무엇부터 듣겠나?"

"둘 다."

"......안과 밖 중 하나를 선택해."


지오니가 선택을 강요한다.


"나는 밖보다는 안이 좋으니까, 안으로 하지. 뭔데?"

"해신의 무덤, 조사가 끝났다."


지오니는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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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악녀와 파랑새, 그리고 유령선 (2) NEW +4 8시간 전 285 22 13쪽
42 악녀와 파랑새, 그리고 유령선 (1) +6 24.09.18 536 29 12쪽
41 황야의 데스나이트 (3) +4 24.09.17 679 32 12쪽
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5 24.09.16 771 39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1,006 49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1,081 52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200 63 12쪽
» 연중무휴 (4) +7 24.09.10 1,329 75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421 80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582 85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719 94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747 97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813 115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2,021 108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255 119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458 126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606 119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640 137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667 126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750 137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820 130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3,001 145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283 144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463 148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674 169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945 172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935 179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4,023 183 15쪽
15 영웅 (2) +15 24.08.21 4,017 2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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