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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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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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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와 언데드 (4)

DUMMY


끼이익.

관이 열린다.


"봉인이...풀린다?"


봉인된 무언가가 해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크라켄의 활동에 반응한 봉인?"


석화되었던 건지, 아니면 얼어붙은 것이 기생마수에 의해 갉아먹히면서 봉인이 풀린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크라켄의 부활과 동시에 이렇게 관의 뚜껑이 열리고, 부활마법이 '이제는 가능하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상황은 분명 심상치 않다.


"지오니. 일단 뭔지 모르니까-"


덜커덩.

지오니가 바로 관의 뚜껑을 옆으로 밀었다.


지오니의 손길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기에, 나는 괜히 내가 다 걱정될 지경이었다.


물론 지오니가 자기 위험한 건 바로 알아차리는 편이기는 하지만-


"어?"


놀란 목소리.

나의 것이 아니다.


"이게, 대체...?"


지오니가 놀란 목소리로 관을 반쯤 열다가 당황하며 뒤로 물러난다.


"뭔데. 무슨 일...."


지오니의 뒤에서 앞으로 슬쩍 고개를 뻗은 순간, 나도 지오니가 왜 놀랐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린애?"


거인이 누워있을 것 같은 관의 안에는 소년의 백골이 누워있었다.


왜소증에 걸린 어른?


아니다.

현대인인 나였다면 긴가민가 했겠지만, 어느덧 뼈와 친숙해진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이거, 어린 아이의 뼈다.

12살 정도 되어보이는 어린 아이.


"이게 대체...?"

"......."


지오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잠든 백골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크라켄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건 분명하겠지."


지오니가 애도를 표하듯 성호를 그리며 고개를 숙인다.


교단을 싫어하기는 해도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걸까.


'생각해보면 지온하르트도 그랬지.'


원작 속 은태자도 주인공과 함께 여러 유적을 돌아다니며, 그곳에서 본 고대의 영혼이나 전사, 영웅들을 향해 깊은 애도를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는 '그게 다 자기 전력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영웅에 대한 존경심은 존경심이고, 그들이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지온하르트는 제국을 지배했으니까.


당장 지오니의 허리에 걸려있는 델겐의 검 또한 그러하다.


애도는 애도.

유물은 유물.


누군가는 유물을 챙겨가면서 애도를 하는 게 악어의 눈물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의 옆에서 함께 행동하는 나로서는 그런 행동이 그다지 가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가식이면 어떠랴.

애도조차 표하지 않고 '흐흐 개꿀'이라며 웃는 존재가 아닌 게 어디겠는가.


"사령술사."


지오니가 땅 위로 올라와 관을 가리켰다.


"부활, 가능하겠나?"

"가능은 한데, 이전과 마찬가지다."

"이전이라면 델겐?"

"그래."


델겐의 경우 때와는 다르다.

델겐은 내가 원작게임에서 다뤄본 캐릭터였으니 그 성격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작은 아이의 해골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책임은 내가 지겠어."

"좋아. 그러면 바로 시작하지."


손을 앞으로 뻗는다.


"......."


잠시 집중하려고 하는 사이, 옆에서 빤히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뭐야?"

"영창은 하지 않는 건가?"


위험한 상황인데 무슨-


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나를 바라보는 지오니의 눈빛에서 나는 무언가를 느꼈다.


기대감.


크라켄이 미쳐 날뛰고 있는 순간이기는 하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영창, 아까 했잖아?"


나는 공동묘지의 아래층을 가리켰다.


이미 100이 넘는 무덤에서 스켈레톤들을 일으키며 영창을 했다.


심지어 그들은 내가 지금 지오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렇지, 마을 광장에서 마구 날뛰며 거신상을 부수는 크라켄의 폭주를 막으려고 열심히 애를 쓰고 있다.


뼈가 부러져도 사람을 구하고, 관절이 망가져 다리가 으스러져도 한 발로 깽깽이발로 뛰며 기생마수가 함부로 퍼지지 못하게 열심히 막고 있다.


그렇게 멀티태스킹으로-물론 사령왕의 유산인 마도서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일을 하는데, 영창까지 바란다?


"...하."


그냥 무영창으로 죽은 자들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할 걸 그랬나.


"좋아. 그러면...시작하지."


나는 관을 향해 두 손을 합장하듯이 모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울려라, 바다의 노래여. 잔물의 위를 스쳐, 언덕에 이르라."


화음은 적당히 기억에 떠오르는 아무 음이나 외우지만.


"이것은 바다의 선가(船歌). 세이렌의 노래. 물에 빠진 이들의 넋을 기리며 부르는 남겨진 자들의 진혼가."


그 대사는, 내 기억에 그대로 남아있는 '원작의 그것'이다.


켈라이나이.

부활한 크라켄을 쓰러뜨리고 열린 축제에서 마을 주민들이 불렀던 노래.


정확하게 모든 대사가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문구를 끼워넣어 영창을 이어나간다.


사실.


[레이즈 데드.]


한 번이면 되지만.


스스스.

혹시나 이 영창을 듣고 이 거대한 관에 봉인되어있던 소년이 우리를 향해 진심으로 도우려고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와 적이 되지는 않으려고 하는-


[오랜만이네.]


귀에 울리는 고운 미성.


[그런데, 가사는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


세이렌이 있다면 이런 목소리가 아닐까 싶은 아름다운 목소리가 귀에 울려퍼진다.


"어...."

"......역시나."


나는 당황했고, 지오니는 뭔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관에서 몸을 일으킨 아이의 해골이 나를 빤히 노려본다.


[레이디의 알몸을 언제까지 계속 그렇게 쳐다볼거니?]

"......레이디?"


해골은 소년이 아닌 소녀였다.


"...이거라도 입을래?"


나는 내가 입고 있는 로브를 벗었다.


[농담이야. 알몸이라고 할 게 지금 없는데 무슨. 생각보다 신사적인 흑마법사네.]


소녀의 해골이 관에서 직접 밖으로 나왔다.


['빨판이'의 봉인을 푼 건 너희...는 아니구나.]

"빨판, 뭐?"

[빨판이. 쟤 이름.]


소녀가 마을 광장을 가리켰다.


[마수로서의 이름은 '크라켄'이라고 해. 아, 지금은 좀 다르려나?]

"지금...."

[지금 왕국력...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서로 못 알아듣겠네. 크라켄이 봉인된 날로부터 대략 얼마나 지났어?]

"약, 300년."


지오니의 말에 해골 소녀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길다면 길고...짧다면 짧네. 언젠가 봉인이 깨져도 500년 정도는 뒤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대는 누구지?"

[...뭐야. 너 내 후손 아니야?]


해골 소녀가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본다.


[......유언에 따라서 크라켄의 봉인이 풀리면 이곳으로 와서 나를 일으켜라. 그걸로 온 거 아니었어?]

"아닌데. 나 여기 처음 온 건데."

[......음.]


해골 소녀는 잠시 턱을 손으로 쓰다듬더니.


[그래도 내가 300년 전 사람이고 백작영애니까,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뻔뻔하게 고개를 뒤로 당기며 단언했다.


아무래도 생전에는 상당히 당찬 백작영애였던 게 분명하다.


[...호, 혹시 막 귀족의 신분이 사라지고 그런 시대인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나는 지오니에게로 눈을 돌렸다.

백작 영애라고는 하지만, 지오니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신분은 차이가 있는 법이니.


"그런 사소한 부분은 아무래도 좋다."


지오니가 딱 잘라 말하며 광장을 가리킨다.


"빨판이든 뭐든, 크라켄에 달라붙은 기생마수가 퍼지기 시작하면 그건 곧 재앙이다. 저걸 막을 방법은 없나?"

[막을 방법이라.... 있지. 그걸 위해서 내가 여기에 스스로를 봉인해뒀는걸.]


해골 소녀가 앞으로 손을 뻗는다.


[빨판이를 괴롭히고 우리 백작령을 파괴하게 만든 기생마수를 보낸 원흉, 신으로부터 우리의 후손들을 지키기 위해.]

"...뭣?"


지오니가 놀란다.


[우리는 빨판이의 폭주를 막기 위해-]

"신이 보냈다고? 내가 잘못 들었나? 기생마수를?"

[......방금 전에 빨판이를 억제하라고 재촉했으면서, 또 그 이야기는 듣고 싶은 거야?]


해골소녀가 고개를 푹 숙인다.

생명이었다면 아마도 한숨을 푹 내쉬었을 것 같은 자세였다.


[일단 빨판이에게 달라붙어있는 신의 첨병들부터 제거한 다음 이야기를 하자. 안 그래도 저 놈들, 인간을 죽이려고 혈안이 된 놈들인데 지금 더 날뛰려고 할 것 같으니까.]

"인간을 죽여...?"


지오니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 표정이 흡사, 성검전기 리메이크를 플레이하면서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과도 같았다.


사람이 너무나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아니다.


저건, 그런 '척'을 하는 표정이다.


'얘봐라.'


역시 은태자 맞다.


[충격이 조금 큰 모양이네. 혹시 교단의 세력이 좀 강한가봐? 우리 때는 그런 말들이 겉으로는 말할 수 없기는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런 거였는데.]


나쁜 의미로 충격을 받은 게 아니다.

애써 그런 척하고 있지만, 나는 저 표정을 본 적이 있다.


화면 너머.

은태자가 제국에 뿌리를 내린 악의 세력을 완전히 축출하기 위한 쐐기를 잡았을 때의 표정.


형사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발견했을 때와 같이.


이단심문관이 이단자가 어떤 반박도 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를 찾아냈을 때.


제국에서 교단의 세력을 억누르고 그들을 몰아낼 수 있는, 혹은 대규모 '숙청'을 할 수 있는 명분이 확보되었다는 기쁨을 숨기려는 연기다.


-신은 인류의 구원자가 아니다.


인류가 신성력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신은 인류에게 기생마수와 같은 시련을 내릴 뿐.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건 그릇된 신에 대한 신앙이 아닌, 인류 자신 뿐이니.


콰아아앙!!


공동묘지에 폭음이 울린다.

저멀리 마을 광장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공동묘지에 거꾸로 처박혔다.


[저런. 저건 내가 예전에 묻히기 전에도 있던 건데.]


공교롭게도 그것은 오랜 역사의 세월이 묻어나오는 교단의 상징과도 같은 그것.


어딘가 십(十)자의 가운데에 옆으로 기울어진 만(卍)자를 붙여놓은 것 같은 형태의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어딘가 구겨진 채 여기까지 날아왔다.


[아무래도 기생마수들이 이쪽을 눈치챈 모양이야. 여기에...자신을 봉인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너?"

[그래.]


해골 소녀가 앞으로 나선다.


[내 이름은...넵튠. 켈라이나이 백작가의 영애이자, 기생마수에게 오염되어 마수가 된 크라켄을 봉인한 자.]

"......."


마을로 고개를 돌린다.

크라켄이 날뛰고 있는 곳에 거신상은 흔적도 남지 않고 망가져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든, 우리는 기생마수를 죽일 수 없었어. 그래서 서리의 힘으로 봉인을 했지.]


사아아.

해골 소녀, 넵튠의 몸이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보여줄게. 후손들을 지키기 위해...스스로 네크로맨서가 된 자의 힘을.]


대기 중의 수분이 몸으로 스며들어와 얼어붙으며 하나의 육신을 만들기 시작했으니.


펄럭.

넵튠은 스스로 얼음으로 된 로브를 두르며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작하겠어. 후손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넵튠의 몸이 공중에 떠오른다.


[일어나. 모두.]

"......."


앞을 향해 명령하듯 말했으나.


[...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잠깐. 다들 어디 갔어?]

"...혹시."


나는 마을을 가리켰다.


"저들인가?"

[.......]


거리.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이며, 여전히 사람들을 지키며 기생마수들과 맞서싸우는 스켈레톤들이 그곳에 있다.


[.......]


착각일까.


[...우리 가문의 기사들, 누가 먼저 일으켜세운거야?]


얼음으로 빚어진 넵튠의 눈동자가 몹시 차갑다고 느껴진 건, 아마도 그녀의 몸이 얼음이기 때문이겠지.


아마도.


'난 잘못 없어.'


나쁜 건 기생마수의 봉인을 풀어버린 모험가들, 기생마수, 그리고 그 기생마수를 이 세상에 만든 제작진 놈들이다.


신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만악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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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0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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