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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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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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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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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사냥꾼 (3)

DUMMY

해양도시 켈라이나이의 경비, 막스는 오늘도 자신의 주어진 재능에 감사하며 경비를 서고 있었다.


재능은 신이 내려주신 것.

간혹 그 재능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새로운 재능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지만, 막스에게 그런 기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제가 사기를 쳤던 것이었으니."


뭐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 교단에서 순회사제들이 마을 광장의 연단 위에 올라 외치던 말이,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마을 경비들이 술자리에서 전해주던 내용이 떠올랐다.


-용사의 마을이라는 곳에 있던 사제가 실은 사탄의 하수인이었다고 하더군!

-용사 후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용기사'의 재능을 가진 이를 세상에 그냥 경비병이라고 속였다지 뭔가!


어느 한 마을.

세금을 거두러가는 기사조차 찾아가는 걸 귀찮아 할 정도의 오지 마을에서 영웅이 나타났다.


원래 영웅으로 칭송받았어야 할 존재였다.

어린 아이들이 10살이 되면 교단에서 그 재능을 확인받을 때, 진작 용기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소년이라고 확인되었다면 성인이 될 때까지 경비병으로 썩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제는 효수되었다.

교단은 그를 영웅의 재능을 숨기고 무언가 수상한 짓을 저지르려고 한 이단이라 외쳤고, 사제는 그렇게 산 채로 기둥에 묶여 불타 죽었다고 하더라.


-응? 내가 듣기로는 얻어맞아 죽었다고 하던데?

-몰라. 그렇게 죽여놨는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죽이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 그럴싸한 다른 놈을 화형시킨 걸지도 모르지.


마을 경비들이라고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때로는 누구보다도 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하여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도 잘 파악하고 있지만, 그걸 함부로 밖으로 소리로 내지르지 않을 뿐이다.


누구나 목숨은 소중한 법이고, 교단은 공교롭게도 인류를 위협하는 마왕군과의 전선에서 가장 선두에서 나서서 싸우고 있는 이들이다.


-교단 함부로 욕하지 말게. 놈들이 어느날 갑자기 빈정이 상해서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알아서 너희 스스로를 구하라고 여신께서 말씀하셨소'라고 지껄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겠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린 법이야. 설령 그게 썩은 이라고 하더라도.


마을의 노인 중 한 명, 애덤의 말처럼 교단은 썩은 이에 가깝다.


없으면 잇몸으로 음식을 씹게 되겠지만, 그대로 그냥 놔두고 있자니 치통을 계속 달고 살아야 하는 충치다.


망가지고 썩어서 확 없애버리고 싶지만, 막상 빼버리고 나면 어떻게 이를 다시 끼워넣을 방법도 없어서 평생 이가 없는 상태로 살아가야 할 상황.


그런 의미에서, 막스는 이곳 킬라이나이라는 도시가 썩 마음에 들었다.


항구도시.

뱃사람이 가득한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신에 대한 믿음보다 어머니 바다에 대한 믿음이 더 컸다.


교단에서는 그걸 미신이라고 부르고, 어머니 바다와 같은 미지의 존재가 아닌 신을 믿으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교단은 킬라이나이를 버렸다.


대괴수 크라켄이 도시을 덮친 날, 교단의 사제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킬라이나이를 빠져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수십 명이 크라켄의 다리에 휘감겨 그 입속으로 잡아먹히는 가운데, 오직 한 바다의 사나이만이 크라켄을 상대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어머니 바다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넵튠.

그의 활약으로 크라켄은 퇴치되었고, 그들의 전투를 기리는 석상이 지금도 이 킬라이나이에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교단의 건물이 있던 자리에.


그 덕분에, 현재 킬라이나이는 상대적으로 교단의 세력이 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보니 최소한으로 신성력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킬라이나이는 교단이 함부로 그 세를 뻗지 못하는 회색지대라고 할 수 있다.


만.


"아가씨, 아무래도 스켈레톤 때문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흐음.... 곤란하네요. 그냥 짐꾼일 뿐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 경비병님?"


아무리 교단의 세력이 약한 곳이라고 해도, 막스는 지금 눈앞에 있는 세 사람-


정정.

두 사람과 하나의 시체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가씨. 햇볕이 따갑습니다. 이렇게 계속 밖에 서 있으면 고운 피부가 다 무너집니다. 차라리 정체를 밝히심이...?"


집사의 말이 옳다고 막스는 생각했다.

어딘가 뭇 여러 귀부인들과 같이 드레스 앞에 눈길이 바로 가는 외형은 아니지만, 아가씨라고 불린 여인은 양산을 쓴 인형과도 같이 피부가 곱고 희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어찌 귀족이라고 할 수 있겠사와요?"


레이디의 말이 옳다고 막스는 생각했다.

아무리 귀족과 집사라고 해도, 여행을 왔다면 해당 도시의 규정과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


"하지만 스켈레톤을 짐꾼으로 쓴다고 하여, 그 스켈레톤이 출입거부를 당하는 건 규정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확실히 그건 이상하기는 하네요.


서로 이견을 보이던 두 사람의 시선이 막스를 향하고, 막스는 두 사람의 뒤에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 스켈레톤으로 눈을 돌렸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모습은 영락없는 짐꾼이지만, 로브의 후드 아래에 드러난 모습은 잘 닦인 스켈레톤 그 자체.


어디 시체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평소에 잘 관리를 한 것처럼 두개골은 윤기마저 반짝이고 있었으니, 어디 길가를 걸어가다가 아무렇게나 부활시킨 스켈레톤이라고는 할 수없었다.


"크흠."


막스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모았다.


"원래라면 책임자를 불러와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혹시 책임자가 자리를 비웠거나 그런 상황입니까?"

"킬라이나이 남작에게까지 올라갈 사안인가요?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요."


집사와 영애가 동시에 쏘아붙이는 말에 막스는 두 손을 들었다.


"제가 그 책임자이니, 제가 판단을 내리면 끝날 일입니다."


막스는 자신의 재능이 인구 1만 정도 되는 도시의 경비대 대장급이라는 것에 감사했다.


"제가 걱정되는 건 스켈레톤에 대한 통제가...."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경비병님."


레이디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집사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렇죠?"

"예에, 물론. 완벽하게 통제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배낭 풀고 차렷."


집사가 오른손에 낀 하얀 장갑을 벗으며 스켈레톤에게 명령을 내린다.


-요즘 사령술사들이 직업 구하기 힘들다고 하더니, 이제는 귀족 아가씨의 집사로 취칙하는 시대구나.


막스는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저 집사는 사령술사의 길을 걸어보려고 하다가 집사의 재능을 발견한 걸까, 아니면 사령술사로는 어떻게 취직을 할 방법이 없어서 집사로 취직을 한 걸까.


집사로서 뭔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집사들 특유의 공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는 잘 느껴지지 않으니까 후자가 아닐까.


보라.


"엎드리고, 대가리 박아."


손짓 한 번 만으로 스켈레톤이 고개를 앞으로 푹 숙이더니, 이마를 땅에 박으며 두 손은 뒷짐을 진 채 엎드려 뻗치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굉장한 사령술이로군요."


막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사령술로 스켈레톤을 짐꾼으로 쓰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설마 저렇게 완벽하게 대가리-


정정.

두개골을 땅에 처박으며 엎드려 뻗치는 자세를 취할 줄이야.


"이토록 완벽한 자세라니. 제 부하 경비병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요즘 부하들은 하나같이 빠져서는 경계도 제대로 서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아아. 별 거 아닙니다."


막스는 품에서 통행증을 꺼내 자신의 서명을 하며, 두 사람에게 건넸다.


"최근에 영웅 후보로 선정된 용기사의 고향도 그렇고, 저기 근처에 있는 델겐도 그렇고, 마족들의 공세가 심상찮거든요."

"그렇습니까. 아가씨, 어떻게 하죠? 델겐은 저희 다음 목적지가 아닙니까."

"나중에 생각하면 되어요. 고마워요, 경비병님."

"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막스는 화사하게 웃는 레이디의 미소에 잠시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곧 표정을 굳히며 옆으로 물러났다.


"켈라이나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별다른 검문은 필요 없었다.

경비병의 '재능'은 이들이 지금 그다지 도시에 위협이 되는, 마을에서 소란을 일으키겠다는 어떤 어두운 위험을 품고 온 이들이라고 경종을 보내지 않고 있으니.


"아. 이 스켈레톤 말입니다."


그나마 신경이 쓰이는 게 있다면.


"역시, 안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딱히 문제는 없지만, 계속 데리고 다닌다면 최소한의 조치는 해야 할 것 같으니."


막스는 새로운 통행증을 하나 더 끊었다.


"이걸 로브 앞에 붙이시지요."

"...다른 사람들 다 보이게 붙이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이왕이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라고 말을 하려고 한 순간에 이미 집사는 통행증을 손으로 넓게 펼쳐쥐었다.


찰싹.


"......."


막스는 스켈레톤의 넓은 이마에 떡하니 붙은 통행증에 잠시 웃음이 터져나올 뻔 했지만, 애써 웃음을 억누를 수 있었다.


"크흠.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켈라이나이는 여행자 여러분은 환영합니다."



* * *



무사히 켈라이나이에 들어왔다.


-세 명이오? 각자 개인실로 쓸 거면 방 세 개 잡으시고. ...아, 사령술사라고. 그래도 혹시 스켈레톤 방 따로 구할거면....


며칠 머물러야 했기에 우리는 여관을 찾았고, 방을 두 개 따로 잡아 짐을 풀었다.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것 같은데, 원래 이렇게 경비가 허술한가?"

"마을에 들어오는 사람이 마족만 아니면 누구나 상관없으니."


나는 전직 경비로서 경비대장의 허술한 통행증 발급이 어처구니없었지만, 지오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하다못해 어디에서 왔느냐, 이름은 뭐냐 하는 것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야?"

"인간이면 상관없기도 했을 테고, 인간이라도 마을을 습격하러 온 사람들이었으면 경비대장도 우리를 들여보내주지 않았을 걸."

"재능 때문에?"

"그런 셈이지."


나로서는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 세상은 역시 신이 내려준 재능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큰 모양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 주어진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는 이들도 있어. 여기 우리가 입구에서 마주쳤던 여관 주인만 하더라도 그래."

"뭔가 재능이 보였나?"


딱히 관심이 없어서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디 드워프를 연상케하는 여관주인의 옆에는 목발이 있었던 것 같다.


"원래는 뱃사공이었겠지. 고기잡이 재능이 뛰어나서 낚시꾼으로 유명했을 거야. 그게 신이 내려준 재능이었을 테고."


지오니가 낮게 이죽거린다.


"결국 다리를 다친 뒤에는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평범한 이들이 평범한 수준에서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게 된 거지."

"너."


지오니가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지, 어째서 나는 그다지 신경도 쓰이지 않았던 여관주인에게 지오니가 신경을 쓰는지 감이 잡혔다.


"네게 주어진 재능을 지금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짜증나는 거지?"

"......."


지오니의 재능.

은태자 지온하르트의 재능은 게임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황제. Lv.EX.>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오히려, 뭐?"

"......아니. 됐어."


지오니는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는 저기 게시판 쪽으로 갈 거야."

"게시판? 거신상을 보러 가는 거 아니고?"

"혹시나 해서."


지오니는 창 밖, 크라켄을 상대하고 있는 거신상 넵튠을 가리켰다.


"저기 게시판에 적혀있는 내용에 따르면, 나흘 전에 넵튠의 무덤이 발견되었다고 해."

"......?"


무슨?


"게시판에 적혀있는 걸 보면, 엄청난 보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넵튠의 무덤이라. 그게 만일 던전이라고 한다면."


어쩌면.


"그거."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마왕군, 또는 교단의 함정이다."


왜냐하면.


'갓겜 성검전기에는 넵튠의 무덤 같은 게 없었다고.'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원작에는 없는 요소라는 뜻.


'리메이크 제작진 놈들이 만든 게 정상일 리가 없잖아.'


갓겜 요소는 취해야 할 것이지만.

어딘가 구린내가 풍기는 걸 굳이 취할 이유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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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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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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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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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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