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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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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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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달 (1)

DUMMY


고전게임을 하다 보면, 간혹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오오, 용사여. 이 마을에 닥친 위기를 구해주소서.

-무슨 위기입니까?

-이 마을의 뒷산에 있는 거대한 푸른 드레이크가 마을 처녀를 제물로 바치라고 하여...!

-푸른 드레이크? 오는 길에 죽이고 왔는데요.

-.......


이벤트가 꼬이는 경우.


철저하게 선형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는 상관없지만, 게이머에게 퀘스트 선택의 자유도가 있는 경우에는 이벤트가 뒤틀릴 때가 있다.


서브 퀘스트가 망하는 건 괜찮다.


보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딱히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뭔가 주어진 이벤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었다 싶을 때는 아쉬움이 들기 마련이다.


지금이 그렇다.


"어, 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잘 쓰는 중입니다?

잠시 빌렸습니다?

네 기사단 쩔더라?


'아니지.'


지금도 조종은 내가 하고 있으니까, 쩔더라가 아니라 '쩐다'라고 해야 한다.


현재 진행형으로.

그들은 지금 양팔에 불을 붙인 채 크게 활약하고 있다.


"이봐, 백작영애. 지금 네 기사단을 내가 부활시킨 것 같거든?"

[.......]

"소유권 이전 못 하는 거 알지?"


소유권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실제로 (마)법적 효력이 그러하다.


"내가 레이즈 데드 해제하기 전까지는 쟤들 내가 다루는 거야. 백작영애, 네가 아니라."

[이, 이...!]


얼음으로 빚어진 백작영애, 넵튠이 손을 부들부들 떤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라. 저기 기사단들보다는 한 계급 높거든."


그저 뼈만 일으킨 채 그 육신의 힘을 이용하는 기사단과 달리, 넵튠은 영혼까지 부활했다.


"저기 공동묘지 아래에 있는 스켈레톤 보여? 인사해. 네 선배인 로드릭이야."

[하...!]


즉, 내 수하 언데드들의 계급적으로는 로드릭과 같은 항렬이다.


[이봐, 네크로맨서.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기나 해?!]

"알지."


왜 모를까.


"사령술사인 네가 부활시키려고 했던 이들을 내가 먼저 부활시켰잖아."


있는 그대로의 말이다.


"어때?"

[그 바람에 지금 나의 '권능'을 쓸 수 없게 되었잖아!]

"뭐?"

[저들에게 '가호'를 넣어줘야 크라켄을 상대할 수 있단 말이야!]


넵튠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손으로 두드렸다.

해봐야 얼음조각이 흘러내릴 뿐이었지만, 그만큼 넵튠은 몹시 답답해 보였다.


[그냥 스켈레톤을 부리는 거라면, 저기 널린 게 무덤인데!]

"저기는 멀잖아."


넵튠이 다른 공동묘지를 가리켰지만, 아쉽게도 이곳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가장 질 좋은 해골들이었다.


"아, 몰랐지."


설마 300년 전부터 묻혀있던 기사단일 줄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네 후손을 탓해. 후손 중에 누가 지금까지 이 마을에 있으면서 네 전승을 남겨줬으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는 일도 없었을 거 아니야?"

[이...!]


넵튠이 이를 악물며 또다시 부들부들 떨지만, 냉혹하게도 이게 현실이다.


"너는 네 가족이나 후손을 믿고 안배를 해뒀겠지만, 당장 거신상만 보더라도 네가 준비한 안배는 전부 끊겼다는 거거든."


나는 넵튠에게 다가간 뒤, 넵튠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다른 손에 마도서를 펼쳤다.


"잠시 기억을 공유해주마."


마도서를 든 손으로는 크라켄들의 대처를.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사령왕의 마법 중 하나를 이용하여, 나는 기사단 언데드 하나와 넵튠의 시야를 공유했다.


[!!]


넵튠이 크게 떨린다.

무언가 봐서는 안 될 걸 봐버렸다는 듯이.


[이게, 어떻게 된...?]

"뭘 보여준 건가, 사령술사?"

"망가진 거신상의 얼굴."

"......아아, 대충 알겠군."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오니는 나름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켈라이나이는 백작가가 아니지. 거신상도 넵튠, 그대의 얼굴이 아니고."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가문에서 축출당한 녀석이 거신상이랍시고...?]

"글쎄다. 네 기억이랑 우리가 아는 전설이랑 다른 건 확실한 것 같은데?"


기본적인 골자는 같다.

크라켄이 마을을 덮쳤고, 당시의 영웅들은 크라켄을 봉인했다.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면 아예 근본부터 다르다.


"거신상의 얼굴이 누가 모티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넵튠 네 공적을 가로채고 자기를 영웅으로 만든 건 분명하네."

[.......]


업적을 강탈당했다.


마을 델겐으로 치면 마을에 결계를 펼치고 석화된 건 델겐이지만, 그 델겐을 질투한 누군가가 델겐을 벽으로 가리고 그 위에 새로운 석상을 세운 셈.


심지어 그 석상의 얼굴은 델겐이 사랑하던 여인을 빼앗은 남자인 격.


[하....]


넵튠은 목숨을 걸고 마을을 지켰지만, 그녀의 존재는 역사에서 지워졌다.


남은 것은 그나마 거신상의 이름이 넵튠이라는 것 정도.


'정신줄 놓아도 이상할 건 없지.'


자신은 미래를 위하여 꽃다운 나이에 목숨과 영혼을 바치고 봉인까지 했는데, 300년 가까이 자신의 존재는 지워지고 다른 이가 그 업적을 차지하고 있다니.


[...그래도, 상관없어.]


하지만 이 소녀는 작지만 한 명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더 이상 피해가 생기기 전에 저걸 막는 게 급선무야.]


솔직히, 이해하기는 힘든 족속들이다.


하지만 당장 내가 이를 이용하여 이득을 얻는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빨판이...크라켄도 크라켄이지만, 그 안에 있는 기생마수도 문제지. 300년 전 우리는 저걸 '영구빙결'시키는 걸로 해결했어.]

"석상이 아니라 얼어붙은 크라켄이었다는 건가."

[위에 석회를 펴 바른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얼려서 봉인한 방법 말고는 따로 쓸 방법이 없었어. 신성력도 통하지 않았고.]


기생마수를 상대로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다.

나와 지오니는 서로 순간 눈이 마주쳤지만,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방법, 뭐 다른 거 좋은 거 있어?]

"아쉽게도 300년 동안 다른 방법을 연구한 사람은 이 땅에 없는 것 같은데."

[...그러면 같은 방법을 쓰는 수밖에.]


넵튠이 한숨을 푹 내쉬며.


푸-욱!


자신의 가슴을 향해 손을 그대로 찔러넣었다.


"무슨...!"

[내가 저들을 조종하지 못하는 이상, 이 가호는 의미가 없어.]


넵튠이 자신의 갈비뼈 안쪽을 향해 집어넣었던 손을 단숨에 빼냈다.


사아아아.

얼음으로 되어있던 넵튠의 몸이 서서히 안개가 되어 흩어지고, 넵튠은 아래에서부터 점차 다시 그 백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리달의 가호야.]

"서리달...?"

[프로스트문. 크라켄과 기생마수를 봉인하기 위해 얻은 가호야.]

"......!!"


넵튠이 그 조막막한 손에 올려진 푸른색의 구슬을 내게 건넨다.


[먹어.]

"먹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먹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나도 따로 누군가로부터 배우거나 한 적은 없으니까.]

"......."


넵튠이 담담히 말하지만, 나는 약간의 기시감이 들었다.


델겐과 한 번 마주하고 난 뒤로, 정확히는 델겐의 생애를 잠시나마 직접 체험한 뒤로.


"너."


나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을 머리로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서리달이라는 그 힘을 내게 넘긴다면, 그 뒤에 너는 어떻게 되는 거지?"

[.......]


직감적으로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그거, 네 영혼이 깃든 '라이프 배슬'이 아닌가?"


그냥 '깨달았다'라고 표현하는 게 옳겠지.


"보통의 인골은 영혼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육신을 떠나기 마련이다. 지금 저 기사단 중 누구도 '영혼'이 남아있는 경우가 없는 게 그 증거지."


마을.

크라켄이 휘두르는 공격을 피하며, 어떻게든 크라켄의 빨판에 달라붙어 기생마수를 움켜쥐어 터뜨리려는 스켈레톤이 하나둘 부서지고 파괴당한다.


"나는 저들을 조종하고 있으며, 따로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저렇게 잘 싸우고 있지만, 그건 저 백골에 남은 생전의 기억이야. 저들의 영혼이 남아서 싸우는 게 아니지."

[그러니까....]

"네가 영혼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지오니라고 했지? 얘, 좀 잡아볼래? 움직이지 못하게.]


?


"무슨-"

"실례하지."

"잠깐, 너 지금 뭘-"


지오니가 내 뒤에 다가와 오금을 툭 건드리더니, 그대로 나를 무릎 꿇리고 내 팔과 머리를 동시에 붙잡았다.


"뭐하는 거야?!"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너 지금 알고 있...!"


지오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지오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네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겠지."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무리 설득해도, 우리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야."


지오니가 이제는 상반신만 얼음으로 남은 넵튠을 가리켰다.


"그게 아니라면, 사교계에서 한창 아름다움을 뽐낼 미녀가 저렇게 스스로를 무덤에 봉인하지 않았겠지."

[말이 잘 통해서 좋네. 사령술사 쪽이 더 냉철한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쪽이 더 철혈이었던 걸까? 후후.]

"......."

[농담이야. 그쪽이 냉정한 게 아니라, 이쪽이 은근히 정이 많은 거겠지.]


넵튠이 내 턱을 집어 든다.


[말 많이 한 것도 나를 설득하고 다른 방법 찾아보려고 그랬던 거겠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거든?]

"너...!"

[스노우 엘프.]

"...뭐?"

[300년 동안 멸종되었을 수도 있지만, 한 번 찾아봐. 내게 이 서리달의 힘을 준 존재이면서, 동시에 너희가 가진 의문이나 의혹을 해결할 수도 있을 테니.]


넵튠이 서리달을 살포시 손가락으로 움켜쥐며 내 앞에 멈춘다.


[뒤를 부탁할게, 사령술사.]

"......그렇게 해서, 너는 뭘 얻을 수 있는 거지?"


직감했다.

이게 마지막 질문이라고.


[뭘 얻냐니.]


왜냐하면.


[이 땅을 다스리던 백작가의 일원으로서, 귀족의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것뿐이야.]


내 입에 차가운 감촉이 닿는 순간부터, 넵튠의 얼굴은 희미해지고 있었기에.


[귀족으로서, 영지민을 지키는 거야.]


파스스.

눈이 녹아내리듯 넵튠의 육신을 구성하고 있던 얼음이 사그라든다.


그 아래에 있는 백골마저도, 마치 멈춰있던 300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처럼 풍화되어 고개를 떨군다.


"......."

"사령술사."

"...떠났어."


눈앞에는 백작영애였던 존재의 백골만이, 그저 고개를 떨구고 있다.


혼백이 느껴지지 않는.


"......왜 내가 기사단을 부활시킨 거에 화를 냈는지 알 것 같네."


입에 스며든 서리달이 박하사탕과도 같이 그 기운이 퍼지기 시작한 순간, 나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어떤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힘이 깃들어야지 비로소 완벽해지는 건데.'


앞으로 손을 뻗는다.


사령왕의 기술은 아니지만, 사령왕의 네크로맨시는 금방 서리달이 가진 권능과 가호를 받아들여 하나의 기술로서 금방 마도서의 한 페이지를 채우기 시작했다.


"킬라이나이의 유지를 잇는 자로서, 기사들에게 명한다."


원래라면 넵튠이 해야 했을 말이지만, 넵튠을 대신하여 선언한다.


"걸쳐라, 서리로 빚어진 힘을."


서리달의 권능.


이는 죽은 자에게 얼어붙은 무구를 하사하는 능력.


크라켄과 기생마수를 300년의 세월 동안 얼어붙게 만든 빙결의 힘.


원작에서는 전혀 다른 곳에 있어야 할 힘이 어째서 넵튠에게로 흘러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는 없지만.


쩌적, 쩌적.


저 멀리.


크라켄을 상대로 다시 일어나는 스켈레톤들의 뼈 위로, 하나둘 얼음결정이 돋아나며 하나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마을 광장까지 올라온 크라켄.

그리고 그 크라켄의 다리 빨판마다 몸을 웅크리고 있는 기생마수들.


그를 광장으로 몰아넣은 언데드들은 더 이상 뼈만 앙상하게 드러낸 괴물이 아니었다.


얼음으로 빚어진 갑옷과 서리가 흐르는 대검을 움켜쥔 기사단이었다.


"기사들이여."


마도서를 펼치며, 지시를 내린다.


"진격하라."




작가의말

빙결인챈트 걸어야 하는데

기름붓고 불질러서 화속성을 부여해버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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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4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1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6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6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79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8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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