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53,903
추천수 :
6,427
글자수 :
231,723

작성
24.08.27 15:00
조회
3,195
추천
140
글자
13쪽

기생수와 언데드 (1)

DUMMY

이 세계에 빙의한 게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용사의 마을과 델겐에서의 일로 하나 확신을 얻었다.


원작 이외의 요소가 있다면 일단 의심하고 들어가야 한다.


'리메이크 제작진 놈들은 원작에 대한 리스펙트가 없으니, 소위 '마개조'를 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마개조.

원본에다가 온갖 악의를 집어넣어서 개조하고 비트는 행위.


리메이크 성검전기는 말이 리메이크지, 원작에 대한 재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능욕당한 게임이었다.


고전게임들이 가진 특징은 어떠하였는가?


함정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미믹 정도가 대부분.

물론 그 미믹도 현실보정을 받으면 사람을 잡아먹는 마물인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미믹 정도면 판타지 세상을 모험하는 자로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검전기 리메이크 제작진은 이 원작 세상에 온갖 악의를 집어넣었을 것이다.


-미믹은 너무 심심하지 않아?

-던전의 지하에 독늪을 깔아두는 건 어떨까요?

-캐릭터 하나를 보스전에서 쓰지 못하도록 기믹을 만드는 건 어떠신지?


게이머를 향한 악의.

혹은 자신들의 에고가 너무 강하여, 대외적으로는 성검전기라는 식으로 판매하면서 개발진들은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스토리 오브 트롤리아'라는 별개의 게임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지오니의 발견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마왕군이나 교단의 함정이라는, 정확히는 원작제작사의 악의 섞인 함정이라는 생각에.


의외인 점이 있다면.


"아가씨."

"왜 그러죠?"

"제가 말씀드린 거기는 하지만, 정말 안 가봐도 되겠습니까?"

"새삼 무슨 말을 하나 싶었더니. 안 가도 됩니다."


지오니는 나의 의문에 대하여 시원하게 답했다.


"당신이 말한 것도 있기는 하지만, 레이디와 집사가 유람하듯이 들어갈 곳은 아닌 것 같잖아요. 저기."


지오니가 양산 너머로 쓱 앞을 가리켰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지오니가 가리킨 곳은 거신상의 아래.

크라켄을 상대하는 해신 넵튠의 단상 아래, 마치 지하에 설치된 비밀통로와도 같이 아래로 쭉 이어지는 계단이 보인다.


마치 '이곳이 던전의 입구입니다!!!'라고 강렬히 어필하는 듯한 모양새였고, 이미 그 앞에는 여러 모험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수백 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넵툰의 무덤. 그 입구가 사실은 석상의 바로 아래,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지오니는 레이디로서 연기를 하면서도, 거신상 앞에 모여있는 이들을 향해 본래 성격을 살짝 드러내며 낮게 이죽거렸다.


"그런 게 있었으면 제국이 진작 발견해서 조사단을 파견했겠죠. 안 그래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직 제국에서 뭔가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더 당신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거예요."


지오니가 석상 근방에 있는 제국의 병사들, 모험가로부터 떨어진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들을 눈으로 가리켰다.


"안에 보물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면, 당장 제국에서 던전을 통제하고 자신들이 해신의 무덤을 수색하려고 했을 테니까."

"음...."

"당신이 함정이라고 말했으면서, 뭔가 걸리는 게 있나봐요?"

"조금은."


확신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또 모르는 일 아닌가.


'제작진 안에도 일말의 양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해신의 무덤이라는 평범한 던전을 만들고, 그 던전 지하에 넵튠의 아티팩트를 보상으로 놔뒀다고 한다면?


크라켄 정도는 금방 제압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한다면?


......?


"...에이, 아니겠지."

"뭔가 생각나는 거라도 있어요?"

"그냥, 걱정일 뿐입니다만."


만일.


"저 해신의 무덤 지하까지 내려가서 보물을 차지했는데, 그 보물이 알고보니 막...."

"오오, 아름다운 레이디!"


한창 지오니와 무덤의 위험도에 대하여 분석하는 와중.


"오늘 같은 날 레이디와 같은 아름다운 분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전신갑옷의 기사가 나타나 지오니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저는 방랑기사 카를로스! 부디 실례가 안 된다면-"

"실례예요."


지오니는 기사를 거들떠도보지 않고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너무 햇볕을 오래 쬐어서 그런지 피곤하네요. 슬슬 돌아가죠."

"잠깐! 레이디께서는 저 해신의 무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꼭 알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시네요?"


지오니가 짜증을 참아내며 묻는다.

나도 그렇지만,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후후후. 물론입니다. 저는 방랑기사이지만 모험가! 동료들과 함께 이미 해신의 무덤 깊은 곳까지 가서 확인하였지요. 얼어붙은 빙정을!"

"......?"

"거대한 빙하의 안에 봉인된 무언가를! 레이디. 부디 저와 함께 그 빙정을 보러가지 않겠습니까? 당신에게 바치는 얼음꽃을...."

"미친놈."


지오니는 방랑기사를 향해 폭언을 내뱉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아, 아가씨!"


나는 당황한 집사를 연기하면서도, 기사를 향해 여느 집사들이 그렇듯 '아가씨의 무례를 용서하여주십시오'라고 말해야 하나 생각을 했으나-


"......."


지오니를 반쯤 가라앉은 눈으로 노려보는 방랑기사 카를로스의 눈빛을 본 순간, 바로 그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늑대네.'


남자가 늑대 아닌 경우가 어디에 있겠냐만.


'기사로 위장한 늑대.'


이 자는 위험한 존재가 맞다.

해신의 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 나와 지오니가 내려간다면, 동료가 나를 찔러 죽이고 지오니는 차마 말로 하기 힘든 상황을 겪게 되겠지.


-등짝, 등짝을 보자...!


"욱."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어질 상황.

원작 성검전기에서는 그런 요소가 일절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 세계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생각하니 절로 구역질이 치솟는다.


"아가씨."


나는 단숨에 지오니에게 따라붙었다.


"저들은...."

"역시, 눈치챘군."


지오니가 목소리를 굳히며, 내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였다.


"초보자 사냥꾼. 모험가를 현혹시켜 위험한 던전에 데려간 뒤, 그들을 벗겨 먹는 쓰레기들이지. 우리가 모험가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던전에 호기심을 가진 귀족 영애도 건드려보려는 과격한 불순분자고."

"......."

"해신의 무덤이 그 자체로 함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함정을 두고 다른 인간 쓰레기들이 함정을 펼친 모양인데."


지오니는 사납게 웃고 있었다.


"제국의 치안이 정말, 땅에 떨어졌군."


우리를 낚으려고 한 모험가가 아닌, 그런 모험가들을 멀찍이 지켜보고 있는 제국의 병사들을 향해.


"아까 이야기가 나온 말 중에, 제국이 왜 통제를 하지 않을까 그런 말을 했었죠?"

"예, 아가씨."

"저렇게 모험가들이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 설치게 놔두고, 심지어 초보 모험가를 꼬드겨서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는데도 왜 이 도시의 영주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걸까요?"

"......희생양이라."


알았다.


"저들도 결국 희생양이군요."

"맞아요."


날벌레가 허공에 멈춘 나비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사실 그곳은 거미줄이었던 셈.


"해신의 무덤 지하에 빙정이라는 보물이 있든 아니면 뭔가 다른 보물이 있든, 결국 던전 밖으로 나오면 기다리고 있는 건 병사들이겠죠."

"......."

"자신들이 이용당하는 것도 모른 채."


어느새 여관 앞에 도착했다.


"그러고보니 아까 뭐 말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계단을 올라,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전.


"...던전 지하에 있는 보물을 건드리는 순간, 크라켄이 깨어난다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나는 농담삼아 물었다.


"......"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지오니가 자기 방문을 닫은 뒤.


"논의 좀 하지."


내 등을 밀며 나를 방 안으로 밀었다.


까드드득?!


방안.

침대 옆에 놓여있던 미인들의 화보 잡지를 보고 있던 로드릭이 화들짝 놀라며 잡지를 덮었다.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지오니는 로드릭을 애써 무시하며 침대에 앉았다.


"일단은...."



* * *



[잠시 뒤, 해신의 무덤 가장 깊은 곳.]


촤르르륵!


석순처럼 돋아난 얼음의 빙정이 파괴되었다.


"후우!"


거대한 망치를 마구 휘두르던 남자들은 소매로 땀을 닦아내며 물러났다.


"뭐 나왔냐?"

"이제 반 정도. 뭐야. 표정이 왜 그래? 퇴짜맞았어?"

"흥."


기사의 갑옷을 입은 남자, 카를로스는 동료의 말에 입꼬리를 비틀었다.


"대신 다른 거 잡아왔으니까 안심하라고."

"으음...."


망치를 든 남자는 구석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여러 남자들에게 집단으로 구타를 당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었고, 그들은 살려달라는 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심각해보였다.


"적당히 해. 괜히 사람 손에 죽었다는 티를 내지 말고."

"당연하지. 우리가 이런 거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잖냐. 흐흐."


카를로스는 기지개를 켜며 씩 웃었다.


"던전 공략하다가 몇 명 정도는 죽어줘야 저기 영주님도 적당히 우리한테 챙겨주고 그럴 거 아니겠어. 응?"

"초면인 모험가들을 아주 그냥 평생 함께한 전우를 잃은 것마냥 울면서?"

"내가 눈물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아내잖냐. 눈물 한 방울에 금화 하나 떨어진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할래?"

"평생 눈물만 흘리도록, 뒈지게 패야지. 흐흐."


망치의 남자가 다시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이렇게!!"


까-앙!


망치로 빙정을 내리친 순간, 빙정이 산산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오오, 다 됐다! 얘들아, 안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일단 조심을-"

"위험해!!"


부서진 빙정 속.


촤르르륵!


무언가 하얀 실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남자의 얼굴을 향해 튀어 휘감기기 시작했다.


"파, 파라사이트...?!"


기생형 마물.

하나하나가 하얀 뱀과도 같은 마물들이 일제히 모험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득, 콰득.


"으아아!"


카를로스가 검을 휘둘러 기생마물을 베어냈으나, 그는 곧 자신을 향해 드리워진 그림자에 전신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이, 미친...?"


망치의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로 자신을 향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망치를 내려찍으려 하고 있었-


콰직.



* * *



"으아아아악!!"


거신상, 해신의 무덤 방향에서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절로 한숨이 푹 나오는 순간이었다.


"사령술사. 혹시 미래예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지오니가 키득거리며 내게 물었다.


"그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곳을 피해다녔겠지."

"그러게. 소란 속에서 스릴을 즐기는 자가 아니라면 말이야."


오전의 레이디는 어디로 사라지고, 검은 로브를 두른 채 안에는 언제든지 싸울 수 있는 가벼운 복장으로 무기를 챙기며 창 밖을 바라봤다.


"네 예상에 따르면...'마족화 안개'같은 게 뿜어나올 수 있다는 거지?"

"아니어도, 아마 비슷한."


원작에서는 상자를 열면 독가스가 뿜어져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나는 이를 바탕으로 하여, 리메이크 제작진의 똥겜감수성을 적용하여 해신의 무덤에 있을 함정을 추정해봤다.


만일 내가 놈들이라고 한다면, 인간을 그냥 독살시키는 게 아니라 이상한 형태로 변화하게 만드는 저주를 내린다거나, 혹은 흉측한 형태로 만들어버리는....


"살려줘!!"


모험가가 뛰쳐나오려던 순간.


"키에에엑!"


그의 뒤에서 다른 모험가가 달려와 그를 덮쳤다.


하얗게 물든 피부.

전부다 빠져버린 머리카락.


그리고-


"...저건 뭐야?"

"......기생마수에 당한 것 같은데."


목 뒤로 뻗어나온 말미잘같은 하얀 촉수.


"하."


리메이크 제작진의 감수성은, 나의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비열하고 저열했다.


"기생마수에 당한 모험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군."


지오니는 밖을 가리켰다.


"가자. 사령술사. 그곳으로."

"...그래."


뎅뎅뎅.

도시에 비상을 알리는 경종이 울려퍼진다.


"공동묘지로."


나는 지오니와 함께, 이 도시의 공동묘지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똥겜의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46 32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5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4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0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1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6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1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6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4 141 13쪽
»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79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8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3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6 1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