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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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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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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데스나이트 (2)

DUMMY

언젠가, 고전 게임을 하다가 그런 걸 본 적이 있다.


찰흙으로 된 인형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구체가 되는 경우.


인간의 형태가 하나의 세포 조직처럼 다닥다닥 붙어, 그것이 거대한 하나의 형태로 구축되는 경우.


이것의 소재적 근원은 아마도 '리바이어던'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어떤 이들은 '레비아탄'을 떠올릴 것이다.


성검전기를 플레이하는 이들도 [레비아탄]이라는 이명을 가진 캐릭터를 떠올릴 것이다.


그 레비아탄의 원어인 리바이어던에는 조금 철학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부분이 있지만, 인간 여럿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무언가를 만든다는데 그 핵심이 있다.


즉.


인간 여럿이 뭉쳐서 하나의 거대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


내가 성문을 틀어막은 얼음의 벽이 바로 그것이다.


'키스 해링을 보는 것 같네.'


어떻게 보면 그 팝아트의 어느 한 장면, 캔버스 안에 사람 여럿이 서로 다른 형태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러하다.


해골들은 아래에 있는 자들은 서로 다리를 벌리거나 엎드린 채 최하층을 지탱하고 있으나, 그 해골 위에 있는 이들은 물구나무를 서거나 해골의 머리를 밟고 있거나, 떨어지는 자세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성문을 연 이유.


최대한 많은 사제들을 확보하기 위해 내가 '서리달'의 힘으로 빚어낸 제 2의 성문.


"통곡의 벽, 헤이스팅스."


성문의 정중앙, 스켈레톤으로부터 뿜어져나온 서리벽의 중심에는 나의 언데드 중 하나-13황자 헤이스팅스가 있다.


[읍, 으으읍!!]


스켈레톤에 뒤덮여 사지를 대자로 뻗은 채, 스켈레톤들이 전신을 움켜쥐고 있는 서리벽의 핵심이 있다.


헤이스팅스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서리가 해골을 뒤덮고, 그 해골들이 벽처럼 생겨나니.


"이, 이런...!"


바로 아래, 낭패한 목소리로 적 성기사의 대장-테오도르라는 자가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대장님!"

"크, 크윽...?!"


대장과 분리되어버린 사제들은 당황하며 주변을 훑는다.


"어이! 철퇴 안 내려놔?! 설마 살려줬는데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겠지?!"


끼리릭.

하이레딘의 대포는 이제 바깥이 아닌 성문 안쪽-사제들을 향하고 있으며.


"시장 막스로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경비대장의 갑옷을 그대로 입고 나온 막스가 창과 방패를 든 채 성문과 광장이 이어지는 도로 사이에 병사들과 나와 창을 겨누고 있다.


사면초가.

진퇴양난.


도망칠 곳은 없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혀, 형제님! 우리는 같은 인간이지 않습니까!"


사제 중 하나가 격하게 소리친다.

사람 얼굴을 두고 함부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기는 하지만, 생긴 게 꼭 전형적인 쥐상-간사한 인간의 얼굴이다.


"저희는 대화와 전도를 위해 찾아왔으나, 갑작스럽게 저기 뒤에서 나타난 데스나이트로 인하여...!"

"이, 이럴 때가 아닙니다!"


또다른 사제가 소리친다.

이번에는 눈을 떴는지 아닌지도 확인할 수 없는 실눈이다.


"테오도르 대장님! 테오도르 대장님을 구해주십시오! 지금 저기 얼음벽의 너머에는...!"


타─앙!!


총소리가 울린다.

얼음벽으로 테오도르가 성문 아래에 갇혔든 말든, 흑색 기수의 대물저격총은 멈추지 않는다.


"끄아악!!"


아래에서 들려온 고통스러운 비명.

이것이 연기라고 한다면, 그 자는 연기를 위해 진짜로 자기 몸에 총을 쏜 사람이겠지.


그만큼 연기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른다.


쾅, 쾅.

동시에 헤이스팅스 서리벽이 흔들린다.


성문 안쪽에서 다급히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무, 문 열어!! 당장 열라고!"

"무리한 재촉을 하는군."


지오니가 성벽 안쪽의 난간 위에 올라 사제들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저것을 여는 즉시 저 데스나이트는 켈라이나이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 그렇지만...!"

"성기사단의 한 부대를 통솔하는 대장이라면, 부하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자일텐데?"


지오니의 비꼬는 듯한 말에 사제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당황스럽겠지.

판단하기 쉽지 않겠지.


자기들 딴에는 가장 유리한 건-


"그, 그대들은 사람으로서 도리도 없단 말인가!"


인정에 호소하는 것 정도.


"어서 이 얼음벽을 열어주시오, 마법사! 어떻게 벽을 형성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테오도르 경이...!"

"테오도르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이곳에 있는 모든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라고?"

"그건 모르는 일이잖소!"

"잘도 모르는 일이겠어. 블랙 라이더가 지나가는 곳에는 미간이 뚫린 자들이 수두룩하다고 하던데."


지오니는 인정을 호소하는 사제들에게 신랄하게 반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래도 사령술사가 한 마디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지금 마나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느라 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군."


내가 슬쩍 지오니의 옆으로 나오자, 지오니가 나를 향해 손을 뻗으며 사제들을 비웃는다.


"조금 전까지는 우리를 향해 철퇴를 휘둘러 머리를 깨뜨리려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들이 불리해지니까 도와달라 살려달라 외치는가?"

"이, 이...!"

"제국의 황제가 될 사람이라면 응당 그래야지. 암."


지오니가 당연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 아아...!"

"하지만 구해주기도 전에 이미 뒤통수를 치려고 생각하는 자들은 예외다."


사제들이 탄성을 내지르지만, 지오니의 이어진 말에 곧 인상을 와락 찡그린다.


"속지마라, 켈라이나이의 시민들이여! 저들은 저러한 방식으로 수많은 마을을 학살해왔다!"


300명에 이르는 사제들을 압도할 정도로 지오니가 호통을 내지른다.


"정보를 차단하고, 마을을 몰살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마저 추격하여 고문하고 죽이면서 자신들의 신앙을 퍼뜨려왔다!"

"아, 아니다!!"

"마왕군의 소행이라면서 자신들이 철퇴를 휘두르고, 마왕군을 일부러 마을로 유도해 도시를 파괴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통하지 않는 곳에는...!"


탕.


"이번과 같이, 마왕군과 내통한 이단이라고 몰아세우며 죽이려 든다!"


지오니가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소리친다.


"이들이 저기 밖에 있는 언데드와 견주어 무엇이 나은가! 자신들을 죽일 위협이 사라지면 즉시 고생했다고 손을 내밀 우리를 향해 철퇴를 휘두를 자들이 아닌가!"

"아니다!! 거짓된 말로 멀쩡한 시민들을 속이지 말라!"

"그렇다면 선언하라!"


지오니가 나를 향해 슬쩍 시선을 보냈다.


"여신을 걸고, 그대들의 신앙을 걸고 맹세하라!!"

"!!"


일종의 가불기.


"가슴에 손을 얹고, 그대들의 신을 걸고 맹세하란 말이다!"


신을 따르는 자라고 한다면, 당연히 신을 걸고 하는 맹세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대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 신이 내려주신 축복을 걸고 맹세하라!"


심지어 거기에 더불어 자신의 [재능]까지 걸고 맹세를 한다?


'스틱스 강의 맹세랑 비슷한 거지.'


어기면 신의 저주를 받아도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맹세.


'명분 쌓기도 되고.'


질문.

신을 따르는 자가 자신의 신을 부정했을 때 무언가 패널티가 생기는가?


"매, 맹세하겠소! 나는 켈라이나이에 있는 이단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온 것이지, 그대들을 향해 철퇴를 휘두르기 위해 온 것이 아니오!"


없다.


"그러니 어서 문을 열어주시오! 이 얼음벽을 열어, 우리 대장을 구해야 하오!"


없기에.


"어서!!"

"지랄하네."


저렇게, 얼굴에 철판 깔고 떠들 수 있는 셈이다.


"너희는 돌아가도 한 사나흘 뒤에 다른 이단심문관들이 와서 다시 조사한다고 하겠지."


내가 나서서 말하자마자 사제들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한다.


"안 그래?"


타-앙!


총탄 소리가 내 말을 호응하듯 울린다.


"여신을 향한 맹세조차 너희들은 '이단자를 심판하기 위해서라면'이라면서 어기기를 예사로 여기는 자들이잖아."

"저, 저 사이한 자가...!"

"온갖 구실을 들어 적당히 빠져나가려고 수작을 부리는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어림도 없지."


나는 모두를 향해 손을 들었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 없다! 저들은 우리를 죽이기 위해 온 자들이고,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순간 그 손을 붙잡고 철퇴를 휘둘러 얼굴을 후려칠 자들이니!"

"아니다! 우리는...!"

"켈라이나이의 시민들이여! 그대들이 저들을 죽이기 어렵다면, 내가 그대들을 대신하여 저들을 죽이겠다!"


손가락을 튕긴다.

곧 좌우 도로에서 하나둘 서리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하나둘 나타나 다가오기 시작한다.


"프, 플라우로스 기사단의...?"


이전의 전투에서 확보한 일부 기사들.


갑옷 안에 있는 건 여전히 스켈레톤이지만, 골격에 남은 마나는 갑옷이 조금 헐겁기는 해도 단단하고 똑바로 서 있다.


갑옷이 흔들릴지언정, 갑옷의 무게로 인하여 뼈가 부러지고 망가지지 않으니.


"제압하라, 죽은 기사들이여."


비록 저기 진짜 죽음의 기사에 비하면 그저 기사의 시신을 부활시킨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기사다.


"가라, 로드릭."


그리고 그 중심에 하나의 기사가 앞으로 나서니.


"히, 히이익!!"


로드릭을 본 사제가 비명을 지른다.


"저, 저 혼종은 뭐야!?"

"......."


사제의 외침에 나는 차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플라우로스 기사단의 이들과 같이 투구를 눌러쓰고 등 뒤로 서리로 빚어진 망토를 펄럭이고 있으나.


촤르륵.

턱 관절을 벌리며 아래로 뻗어나온 촉수다발, 아니 새끼 크라켄의 다리 여덟 개가 수염처럼 꿈틀거리고 있었으니.


"이단이다!!! 마왕군의 상징이다!!"

"그래, 본색을 드러냈구나!"


사제들이 그 새끼 크라켄을 보고 눈에 열을 올리며 철퇴를 움켜쥔다.


"마왕군에 굴복한 쓰레기놈들! 네놈들을 반드시 죽여, 여신의 법도를 바로 세울 것이다!"

"시민들이여! 겁먹지 마라! 우리가 그대들을 구원할 것이다! 저 간악한 마수에게 그대들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다면, 당근을 꺼내 흔들어라!"


사제들이 열심히 외치지만, 그 목소리는 닿지 않는다.


"개소리하지마, 이 미친 살육자들아!"


오히려 민가의 창문이 열리며, 무언가 주황색을 가진 작은 것이 날아와 사제의 머리를 때렸다.


퍽.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그것은 당근이었다.


"생긴 것만 보고 판단하는 쓰레기같은 놈들!"

"크라켄의 실체도 모르면서...읍읍!"

"조, 조용!"


거친 욕지기를 내뱉으려고 하다가 창문이 닫히며 시민들이 침묵한다.


하지만 그 짧은 의사표현만으로도, 나는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


"이봐, 여신의 사냥개들."


나는 마도서를 펼쳤다.


"사냥당할 준비는 되었나?"


타-앙!


총소리가 울린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듯, 더 이상의 총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펄럭.


"저, 저기!!"


성문의 정중앙, 검은색 헤진 망토를 펄럭거리는 스켈레톤이 대물저격총을 어깨에 짊어진 채 켈라이나이의 성문 위에 서 있다.


그 움직임은 우리가 순간 예상하지 못한 속도였으나-


타-앙!


무엇을 걱정하냐는듯, 녀석은 그저 아래를 향해 총탄을 쏘기만 할 뿐이었다.


아마도 이미, 테오도르는-


"전원, 어서 움직여!!"


나는 즉시 헤이스팅스 서리벽을 해제하고 명령했다.


"사제들 두개골 박살나기 전에!!"


SRPG.

제 3세력 우군에 의해 적이 제거당해서 아군이 얻을 경험치와 재화를 소실당하기 전에 먼저 적을 제압하는 것은, 고전게임 플레이어로서의 기본 소양이다.


"어서!!"


작가의말

쉬는 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손가락 컨디션 회복이 좀 더디네요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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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야의 데스나이트 (2) +5 24.09.16 730 39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977 46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1,052 50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173 60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305 72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96 77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562 84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98 91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727 94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96 114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2,005 107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242 117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446 124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89 118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626 137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653 126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733 137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806 130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87 144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263 143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445 147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652 169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920 172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916 179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4,007 183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98 212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117 204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369 17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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