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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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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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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사냥꾼 (2)

DUMMY

질문.

20년 전에 플레이했던 게임을 튜토리얼부터 엔딩까지 전부 다 나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라고 답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성검전기가 리메이크되지 않았다면, 그냥 추억 속에 묻혀있던 갓겜으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나 리메이크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나는 성검전기 원작에 대한 기억을 하나둘 더듬기 시작했다.


'요즘 세상은 참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보가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더라.


물론 20년 전이 무슨 나우○리나 천○안 시절 정도는 아니었지만, 공략을 살펴보려고 하면 개인 블로그나 전문 커뮤니티 등을 살펴봐야 하는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유O브에 검색만 하면 '성검전기 게임실황'이라는 식으로, 인게임의 플레이 과정이 전부 다 올라와 있는 시기는 아니었다.


나는 그런 영상들을 훑었다.

마침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고전게임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성검전기를 플레이하는 이들의 방송을 가끔 보기도 했다.


그걸 통하여 나는 기억을 되살렸다.


큰 뼈대는 기억해도 잔가지는 잘 기억나지 않던 스토리라인이 하나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내가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았던 캐릭터의 과거사도 하나둘 다시금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켈라이나이도 기억하지 못했겠지.'


항구도시 켈라이나이.


이곳은 에피소드 중반부에 방문하는 곳이다.


성검전기의 원작은 기본적으로 인류와 마왕군의 대결이며, 마왕군은 온갖 마족을 보내 인류를 위협한다.


그곳이 설령 항구도시라고 할지라도.

그 위협이 설령 과거에 인간 영웅이 봉인한 고대의 괴물이라고 할지라도.


"지오니."


숲길을 따라 걸어가는 길.


"켈라이나이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정보가 있나?"

"새삼 뭘 묻는 거야?"


나는 원작 속 켈라이나이에 대한 정보를 떠올린 뒤, 지오니에게 물었다.


"켈라이나이에 가자고 한 건 너잖아. 그곳에 석화된 크라켄이 있다면서."

"내가 그런 말을 하기는 했지."


그리고 지오니의 반응을 살폈다.

다행히 '거대 크라켄이 아니라 해룡 아닌가?'라는 반응은 나오지 않았었다.


"혹시나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게 있나 싶어서."

"...정보의 교차검증이라. 논리적이군. 합리적이야."


그리고 도적 소굴을 빠져나와 숲을 걷는 지금도, 지오니가 뭔가 '얘는 어디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왔나'라는 식으로 반응하지도 않았다.


"켈라이나이. 약 300년 전, 거인 넵튠이 삼지창을 들고 도시를 습격한 크라켄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거신상을 세웠지."

"맞아."


여기까지는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게 전부야. 따로 알려진 바는 없어."

"그래?"

"응. 혹시 뭐 따로 알고 있는 거라도 있어?"

"얘기했잖아. 크라켄은 석화되어 있는 거라고."

"그러니까."


지오니가 나를 게슴츠레 바라본다.


"무슨 방법으로 켈라이나이의 정보를 알고 있는 건지, 그 정보의 소스가 무척이나 궁금한데."


마치 '네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라는 듯, 정보의 출처에 대한 의문을 던지려는 것처럼 바라본다.


"그것도 사령왕이 남긴 기록 같은 것에 남아있었어?"

"그럴 리가. 사령왕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자신을 봉인한 사람이었어. 그 정보가 남아있을 리가 없지."

"그러면? 마을 경비병에 불과했다면서. 그거, 위장이었던 거야?"

"...후후."


낮게 웃음을 흘리자, 뒤에 있던 로드릭이 움찔거린다.


"그런 거라고 생각해도 좋아."

"...혹시 정보 조직 같은 게 있다면, 그들 또한 내가 고용을."

"조직이 있는 건 아니야. 그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세상의 여러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내 관자놀이를 검지로 가볍게 두드렸다.


"정보의 출처가 중요해? 앞으로 다른 정보를 꺼낼 때마다 '어디에서 얻은 정보냐'라고 추궁당할 걸 걱정해서, 내가 그걸 입에서 꺼내는 걸 주저하게 될 만큼?"


맞불을 놓는다.

원작지식이라거나 플레이어로서 빙의했다거나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이니.


"...아니. 굳이 물을 필요는 없지."


예상대로, 지오니는 더 이상 출처를 묻지 않았다.


"정보가 확실하다면, 그걸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중요하니."

"좋은 태도야."


나중에 제위에 가까워졌을 때는 조금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내놓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런 태도를 지향하는 게 지오니도 속이 편할 것이다.


"켈라이나이의 크라켄에 대해서 말하자면, 거신상은 인간이 만든 순수한 조각상이야. 하지만 그 거신상이 상대하고 있는 크라켄은 시체지."

"그 녀석도 석화마법을 맞았다는 거야?"

"비슷해. 음, 정확히는 봉인되었다는 표현이 맞겠지."


켈라이나이를 습격한 크라켄은 석화마법으로 봉인되었다.


"그러면 그 봉인을 깬 다음, 크라켄을 사령술로 부릴 생각인가? 델겐을 부활시켰던 것처럼?"

"아니. 그건 안 돼."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크라켄을 되살려 봐야 켈라이나이가 다시 거대괴수의 습격을 받게 될 뿐이지. 놈이 무슨 영물도 아니고, 인간의 도시를 공격하라는 마왕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일 뿐이니."

"그렇다면?"

"부리지는 않아. 하지만 부활시킬 생각은 있어."


나는 앞으로 손을 뻗어 허공에 성호를 그었다.


"교단을 테러하라고 하는 거지."

"......."

"왜? 극단적인가?"

"......."


지오니가 침묵한다.

걸음조차 멈춘 채, 잠시 생각에 잠겨 고뇌한다.


다른 이에게 상담은 불가능.

로드릭은 말을 못하고, 길베르트는 영혼조차 없는 몸으로 짐가방을 짊어지고 있을 뿐이다.


"선택은 고용주님의 몫이야. 나는 제안을 하는 거지."

"...테러가 아니라, 온순하게 조종하거나 그런 건 안 되나?"

"온순?"

"그 정도 크기의 마수라고 한다면 얼어붙은 땅까지 굳이 배를 타고 가지 않아도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크라켄을 다루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아마도 마수를 이용한 테러는 꺼리는 듯하다.


"크라켄 테러는 안 하고?"

"켈라이나이는 제국의 땅이야. 그리고 정확하게 교단만 때려 부술 수 있을 정도로 통제가 잘 되는 마수라고 한다면, 네가 그런 식으로 쓰자고 말하지 않았겠지."


예리하다.


"부활시켜도 통제가 안 되니까, 그 불합리한 폭력을 교단에 떠넘기자는 거 아니었나?"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처럼 정확한 답을 내어놓는다.


"맞아. 그런데, 그게 뭐? 혹시 사람들 신경을 쓰는 거야? 무고한 이들이 휘말릴까봐?"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런 선량한 자가 아니야."


지오니가 한숨을 푹 내쉰다.


"크라켄이 신성교단의 본거지...'성도'에 갈 수 있어?"

"......."


성도.

원작에는 없던, 리메이크와 함께 생겨난 교단의 본거지.


"성도라.... 분명 제도 캘커드의 근처에 있는...."

"레미네센스. 교황청이 있는 바로 그곳."


지오니가 손을 들고는 검지와 중지로 땅을 기어가는 시늉을 했다.


"크라켄이 성도 레미네센스까지 기어갈 수는 없잖아."

"육지니까."

"크라켄은 바다 생물이고."

"그러면 뭐 날개 달린 드래곤 같은 거였으면 어떻게 했으려나?"

"......."


지오니가 눈을 반짝인다.


"...혹시 드래곤, 메테오 마법을 사용하는 그런 드래곤의 시체가 있나?"

"아니."


메테오는 못 쓴다.

본드래곤은 있어도.


"그래? 그건 아쉽네. 성도에 있는 성녀의 머리 위에다가 메테오 꽂아버리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해양 생물인 크라켄이 습격할만한 곳이 마땅찮아서 그런 거다?"

"그런 셈이지."


역시 지오니.

은태자로서의 성향은 어디 가는 사람이 아니다.


"바다에서 교단의 배를 습격하는 정도는 괜찮겠군. 조종할 수 있다면 말이야."

"그건...가능할지도."

"?"

"그 거대한 크라켄은 불가능하지만, 어쩌면 그 크라켄의 안에 있는 건 또 다를지도 모르지."

"...?"


* * *



-이상한 자다.


사령술사 켈트에 대하여, 지오니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좀처럼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악인인가?

그건 아니다.

저기 제국 중앙의 부패한 귀족이나 자본가들과 같이 썩어빠진 악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착하고 선한 자라고 할 수는 없다.


애초에 흑마법사, 그중에서도 사령술사는 선함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다.


실제로 켈트, 그는 시체를 조종하고 이용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자신의 고향에서 데려온 경비병을 인벤토리-소지품 배낭이라고 부르며 짐을 들게 만들었고, 지오니의 기사였던 길베르트에게도 배낭을 짊어지게 했다.


...솔직히 말해서 편하기는 편했다.


지나가는 길에 습격한 고블린이나 오크 등, 마물을 죽이고 그 심장에서 꺼낸 마석을 언데드의 입 안으로 흘려보내면 그만이었으니.


말처럼 적의 습격에 놀라 도망가는 일도 없고, 고용된 짐꾼처럼 1인분만큼의 식량이 더 소비되는 일도 없었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 켈트라는 남자가 극단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


어디 빠르게 살지 않으면 정신병에 걸리는 곳에서 살다가 오기라도 했는지, 켈트는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했다.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다.


시에스타랍시고 낮잠을 무조건 즐기는 마법사라거나, 식후 티타임은 항상 가지려고 했던 길베르트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자신조차도 얻을 수 없는 정보에 대하여, 그는 어디에서 그 정보를 얻은 걸까.


.......


생각하지 말자.

무언가 신의 계시를 받았든, 아니면 저기 과거의 모든 일들이 기록된 역사서를 주웠든.


그도 아니면 죽은 영혼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냈든, 켈트는 그 이상 파고들지 않기를 바랐다.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명백한 '선'이 있으니, 그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서로 필요한 부분을 이용하면 된다.


유용한 인재다.

잃어서는 안 된다.


지오니를 이곳까지 이끌어 온 생존에 대한 직감은 오직 저 사령술사를 향하고 있으니.


제국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내어주더라도 반드시 챙겨야 할 인재.

지오니가 부족한 걸 채워줄 수 있는 우수한 존재.


자신에게 굴러들어 온, 지나가다가 발견한 보물의 원석이다.

이 원석을 갈고 닦는다면, 그 사령왕 전설의 재림-


아니.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가겠지.

분명.


"지오니. 슬슬 밥때가 된 것 같은데."

"오늘 점심은 뭐지?"


결코.


"파스타."

"...이런 곳에서 파스타를?"

"로드릭 배낭 안에 팬 있어."


음식 때문만은 아니다.


"아."

"...왜 그러지?"

"크림으로 할까, 아니면 알리오 올리오...기름 파스타로 할까? 둘 다는 안 돼. 따로 만들기 귀찮아."

"......."


지오니는 생각했다.


"빠네."


이 자를 놓친다면, 그건 일생일대의 실수가 될 것이라고.



* * *



잠시 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짐 정리를 하던 와중에 나는 지오니가 길베르트의 배낭을 뒤지는 걸 볼 수 있었다.


"뭐 해?"

"켈라이나이 들어갈 때 필요한 변장."

"...뭐야, 그건?"


지오니는 길베르트의 배낭에서 무슨 나들이를 가는 영애들이 쓸 것 같은 양산을 꺼냈다.


"레이디의 필수 교양품."

"......."

"너."


지오니가 나를 위아래로 쓱 훑었다.


"...정장이 제법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정장? 뭐, 집사라도 시키려고?"

"......연기 좀 하는 편이야?"

"하."


나는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그 정도는 기본이지."


누구는 여장도 하는데, 설마 집사 연기를 못 할까.


"보여줄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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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7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7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8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8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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