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53,921
추천수 :
6,427
글자수 :
231,723

작성
24.09.09 18:00
조회
1,324
추천
74
글자
13쪽

연중무휴 (3)

DUMMY

성검전기 세계관의 특징 같은 건데, 귀족가문은 대부분 조상의 묘를 자신들의 성 지하에 두기 마련이다.


현실로 치면 문중의 묘지를 자신들의 성 아래에 설치하는 셈.


죽은 자들의 위에서 지내는 것을 꺼리는 이들은 납골당 건물을 따로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는 현실과 게임의 간극이 있기 때문.


현실적인 부분으로 생각해 보자.

아무리 조상이라고 한들, 시신 위층에 누가 살고 싶을까?


하물며 사령술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몸을 강제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함부로 시신을 바깥에 두지 않고 자신들이 잘 지킬 수 있는 곳에 두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찝찝한 건 참을 수 없다.


그게 현실.

그렇다면 게임적 요소인 부분은?


'귀족가 지하의 납골당이 파밍하기에 좋은 곳이긴 해.'


그들의 시신, 혹은 그 시신과 함께 묻은 보물, 그리고 그 존재만 쓸 수 있는 고유의 유물들이 귀족의 납골당에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한 남작가의 경우, 소드 마스터였던 검사의 시신이 남작성 지하에 묻혀있다.

비록 그 영혼도 성불하고 뼈도 사그라들어 가루가 되었으나, 그의 관 속에 그가 죽으면서 함께 움켜쥐고 죽은 명검은 녹슨 흔적조차 없이 멀쩡히 날을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델겐의 검과 비슷한 정도.

만일 델겐의 검을 얻지 못했다면, 여유가 있을 때 한 번 그 검을 얻으러 가보자는 제안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귀족 가문의 납골당에는 파밍 할 보물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지오니도 그렇고, 내 뒤에 따라붙은 로드릭도 전부 그것만을 생각하며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


딸칵.

지하 납골당의 입구를 열고 마석에 손을 올리자, 곧 창백한 청회색 빛이 어둠을 밝힌다.


"라이트 스톤? 역시 백작가군."


지오니는 영롱하게 빛나는 마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안 보고 가면 큰일 날 뻔했어."

"그런 거 보는 게 취향인 건가?"

"아니. 비싼 거다."


지오니는 뒤에 있는 스켈레톤들을 가리켰다.


"죽은 자들에게는 이게 '비싼 물건'이라고 생각이 안 들었겠지. 어차피 쓰는 곳이라고 해봐야 영안실에서나 쓰이는 거니까."


지오니는 벽에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된 수정구를 향해 가죽장갑을 낀 손을 뻗었다.


사락, 사락.

어딘가 전구 소켓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지오니가 라이트 스톤을 뽑아냈다.


"한 번 만져보겠어?"

"차가운 것 같은데?"

"나한테는 차갑지만, 그대에게는 크게 문제가 안 될 거다."


나는 지오니에게 라이트 스톤을 건네받았다.


확실히, 아무런 감각이 없다.

그냥 대기 중에 놓여있는 유리구슬을 만지는 것처럼.


"아무래도 그 [서리달]이 네 감각을 무뎌지게 만든 것 같은데."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린 건가."


나는 잠시 라이트 스톤을 반대쪽 손으로 잡은 다음, 그걸 쥐고 있던 손을 살폈다.


"동상 걸린 건 아닌 것 같네. 빙결 저항이 늘어난 것 같기도."


게임적인 스탯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제법 통용되기도 한다.


"얼어붙은 땅에 갈 때는 남성용 혹한기 망토 하나 준비를 덜 해도 되겠어."

"저항이 늘어난 거지, 면역은 아니거든?"


나는 라이트 스톤을 야구공처럼 움켜쥔 다음, 앞으로 손을 뻗었다.


"얼어라."


내면의 서리달을 끌어낸다.

마나가 빠져나가는 감각과 함께, 라이트 스톤 너머로 홀로그램처럼 형상이 여럿 겹치기 시작한다.


녹색의 입체.

마치 '이 위치에서는 만들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듯, 라이트 스톤을 벽에 가까이하자 금방 형상이 붉게 물든다.


'건물 짓는 기믹도 아니고.'


느낌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서리달을 쓰는 감각을 어느정도 잘 이해했다.

그리고 이 라이트 스톤의 성능에 대해서도.


"거둔다."


싸아아아.

바닥에 깔린 하얀 연기가 라이트 스톤으로 스며든다.

서리달의 권능으로 주변의 한기를 조종하여, 이미 흩뿌려진 한기를 라이트 스톤 안으로 회수한다.


그 결과.


"바로 나오는군."


지오니가 가리킨 앞과 같이, 벽마다 옆으로 길게 누워있는 시신들이 하얀 안개 너머에서 나타났다.


라이트 스톤마다 뿜어내던 서리 안개 자체가 시신을 가리는 장막이라도 된 것처럼, 서리 장막을 거두자마자 플라우로스의 조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음...."


백골.

관을 벽에 밀어 넣고 그 옆을 볼 수 있게 하는 문화는 잘 이해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이 밀폐된 공간에서 살점이 썩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장하고 안에 집어넣은 것 같지?"

"그런 것 같다. 보통은 봉인을 하는데, 백작가는 특이하군."

"봉인?"

"대마법사에게 부패 방지 및 보존 마법을 걸어 관에 안치하는 경우도 있다. 마석만 끊임없이 넣어준다면, 죽은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 가령...."


지오니가 가장 안쪽에 있는 벽을 가리킨다.


"저기, 시조처럼."

"시조라...."


조심스럽게 다가간 뒤, 손잡이를 잡고 열어젖힌다.


슬라이드 도어를 위로 올리듯이 손잡이를 당기자, 곧 안에 반듯한 자세로 누워있는 한 명의 노인이 주름 가득한 얼굴로 누워있다.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일 거다. 혹시 부활 가능한가?"

"부활?"

"백작가를 일군 자라면 능력은 출중하겠지. 무력은 몰라도, 백작성을 경영하는 정도는."

"행정공무도 언데드들에게 시키려고?"

"24시간 백성들의 민원을 처리할 수 있지 않겠나."

"이야, 멋지네."


동사무소, 아니 행정복지센터의 공무원이 24시간 동안 퇴근을 하지 않는다니.

그러다 죽는 거 아니냐 싶겠지만, 이미 죽어서 죽고 싶어도 그럴 수도 없으리라.


야근이란 개념도 없다.

주야 내내 일하기 때문에.


휴일이란 개념도 없다.

애초에 쉬지 않기 때문에.


"좋아. 그러면 이건 닫고, 나머지 뼈를 챙기도록 하지."


지오니가 관뚜껑을 닫았다.


"플라우로스 가문은 대대로 마나에 소질이 있는 자가 많았다고 하니, 분명 로드릭의 뼈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거다."

"뼛가루를 만들어서 흡착시키는 방식을 말하는 거지?"

"그래."


일종의 골밀도 강화.

지난번에 도적의 갈비뼈를 부착했던 것과 달리, 뼈를 갈아서 뼛가루를 마나액과 잘 섞어 펴 바르면 로드릭의 뼈가 담을 수 있는 마나도 늘어날 것이다.


대신 효율은 극악으로 나쁘지만, 뼈에 남은 기억이나 플라우로스 가문의 영향력은 딱히 없을 터.


"그러면...."

"잠깐. 지오니. 이건?"

"...시조까지 건드리려고?"


나는 지오니가 막 닫으려고 한 관뚜껑의 손잡이를 아래에서 받쳐 들었다.


"혹시 부활시키고자 하는 건가? 뭔가 보였어?"

"아니. 부활은 안 되고, 부활이 아니라 파괴를 말하는 거야."

"파괴?"

"부수고 가자."

"........"

"뒤탈 없게."


나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하고, 손잡이를 천천히 위로 올렸다.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불안하지 않아? 혹시 우리가 플라우로스 가문의 대를 끊어버린 것에 분개하여 복수귀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잖아."

"네가 부활시키지 못하는데-"

"부활 마법이라는 게 꼭 나만 쓰라는 법은 없지. 우리의 적이 쓸 수도 있는 거고."


성녀는 쓰지 못하지만, '진짜 성녀'를 교단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혹시 알아? 1황자 같은 사람이 부활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한 다음,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을 되살려서 우리에게 복수하라고 할지도."

"...일리가 있군."


지오니가 그대로 문을 크게 열어젖힌다.


"안에 화염 마법을 걸고 불을 지르면 되겠어. 용광로처럼은 안 되겠지만."

"그래. 그러니까-"


지오니와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을 어떻게 처리할까 잠시 고민을 하는 사이.


사사삭.

어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만 들은 건 아니고, 지오니도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번쩍.


든 순간,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시신이 눈을 번쩍 떴다.


'살아있었어?'


시체가 아니었다?

아니면 지금까지 듣고 있-


번쩍 뜬 눈이 흰자는 없고 온통 검은색만 가득하다고 인지한 순간.


"위험해!"


나는 지오니를 당기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키샤아악!!

몸을 옆으로 크게 굴리며,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시신이 입을 쩍 벌리며 우리를 향해 덤벼든다.


그 속도는 지오니가 허리에 찬 검에 손을 뻗기도 전에 우리를 향해 저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 넣을 정도였으나-


카가강!!


놈의 얼굴을 향해 뻗은 내 손과 부딪친 순간, 놈은 안면이 붙잡혔다.


"크윽...!"


서리달.

얼음의 가호를 신체의 위에 덧씌워, 서리로 맺어진 장갑처럼 방어막을 펼쳤다.


그리고 그 얼어붙은 방어막으로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얼굴을 붙잡은 사이, 나는 뒤로 마나를 흘려 지시를 내렸다.


서걱, 서걱!


좌우에서 내 지시를 듣고 달려온 로드릭이 검을 빠르게 휘두른다.


로드릭의 검에도 순식간에 깃들어 날카로운 얼음의 검을 만들어 내고, 얼음검은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양팔을 단숨에 베어내 땅에 떨어뜨린다.


서걱!


지오니가 옆으로 검을 뽑아 수평으로 크게 벤다.

마나가 깃든 검기에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몸이 그대로 뎅겅 잘리고, 지오니가 발을 들어 하반신을 걷어찬다.


"!!"


잘린 단면 안쪽.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뼈나 근육, 장기와 같은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저 검고 끈적한, 암흑물질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가 공허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키샤아악!!

양팔과 몸통이 잘렸음에도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자신의 얼굴을 붙잡은 내 손을 씹어먹으려고 했다.


"크으윽...!"


서리달의 가호에 온 마나를 집중하며 버틴다.

아래에서 지오니와 로드릭이 번갈아가며 몸통을 썰고, 기어이 목을 자를 때까지 나는 손에 힘을 주고 버티고 또 버텼다.


푸욱.

지오니의 검이 기어이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하관을 푹 찌른 순간.


푸쉬이익.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움직임이 멈췄다.


"헉, 허억...."

"괜찮나, 사령술사?!"

"괜찮기는 한데, 후우."


나는 당황하면서도 나를 부축하는 지오니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들었다.


"내 말 맞지?"

"......누군가가 부활시킨 건 아니었지만, 위험한 건 사실이었군."


지오니가 복잡한 얼굴로 입술을 오므린다.


"왜 그래?"

"......."

"직감이 발동하지 않아서?"

"...그래."


지오니가 당황한다.

자신의 생존에 관한 부분에 대한 감각이 일깨워지는 게 지오니의 감각인데, 이번에는 발동하지 않았다는 것에.


"...살다 보면 그런 것도 있을 수 있지. 아니면 저 마족이 네 감각마저 속이는 무언가가 있다거나."

"마족, 인가."

"그래."


눈앞.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의 시신으로 위장했든 아니면 당사자가 그랬든, 우리가 지금 죽인 건 마족이다."


신체 내부가 검은 물질, '오염된 마나'의 형태로 빚어진 존재들을 우리는 마족이라 칭한다.


"영안실의 시신이...어째서?"

"글쎄. 둘 중 하나 아닐까. 마족이 변태라서 이 납골당 안에 숨어있다가, 자기를 불태워 죽이겠다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켰거나."


혹은.


"그런 존재가, 처음부터 초대 플라우로스 백작으로서 이곳에 몸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고 있었거나."

"...플라우로스 백작이 마족이었다?"

"어쩌면."


지오니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그리고 원작 성검전기에는 없던 부분.

하지만 그런 리메이크 제작진의 시각을 가지고 보면 알 수 있는 관점.


"아무래도 부패한 귀족들 중에...악마와 손을 잡았거나, 혹은 이미 수 세대 전부터 마족이 침투한 귀족 가문이 있을지도 모르지."


내부의 오염.


"그리고 이건 진짜 음해에 가깝지만."


위장.


"교단이 자신들의 세력을 불리기 위해, 일부러 마왕군이 인간 사회로 숨어드는 걸 방치했거나."

"...교단은, 대체...!"

"뭐겠어. 없애야 할 것들이지."


지오니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타오르는 것 같다.


"켈라이나이로 돌아가면 논의를 좀 하지. 내가 아는 아주 중요한 정보 하나를 알려줄 테니까."

"......뭐지? 알려다오. 당장."

"별 건 아니고."


나는 지오니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였다.


"혹시, 마신을 믿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똥겜의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47 32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0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