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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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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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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서리불꽃 (2)

DUMMY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정확히는 정치학이나 행정체계 등에 대해서 잘 모른다.


빙의 전에도 평범한 회사원에 겜돌이였고, 정치학은 내 업무에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특히 중세 시대의 계급 사회라거나 제정일치 시스템이라거나 하는 부분은 진정으로 잘 모르는 편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단언할 수 있다.


켈라이나이가 과거 백작령이었다가 지금은 귀족이 아닌 자가 관리하는 곳이든 뭐든.


"책임을 지지 않고 가장 먼저 도망간 자가 켈라이나이의 관리자가 될 수는 없지."


가장 이 세계의 정치공학에 대하여 빠삭하게 알고 있는 지오니의 말과 같이.


"켈라이나이 시장은 가장 먼저 도망쳤다. 도시 경비대에게는 크라켄을 퇴치하라는 명령을 내린 뒤, 자신은 바로 스크롤을 찢어 다른 도시로 도망을 쳤지."


도시의 책임자였던 자가 소위 '런'을 친 이상, 이 뒤에 일어날 일은 두 가지 상황 뿐이다.


"그래서 그 자가 다시 켈라이나이를 지배하게 된 건가?"


헬피엔딩인 경우.


"열심히 싸운 이들은 죽어나가고, 적당히 상황이 무마된 뒤에 다시 켈라이나이에 기어들어와서 '엣헴'거리는 건가?"

"그랬었지. 이틀 전에는."


헬피엔딩의 도입부가 시작되었다.


"내가 켈라이나이 주민들의 여론을 모았다."


가, 지오니에 의해 그대로 박살이 난 것 같다.


"일부러 낮 동안 주민들이 불만을 쌓게 한 다음, 다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불만을 폭발시키게 만들었지."

"어...."

"도시 경비대가 가장 먼저 시장을 배신했다. 시장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용병도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쳤지."


지오니가 자신을 밧줄로 목을 감는 시늉을 하며 피식 웃었다.


"해신상의 앞에서 그대로 광장에 끌려가,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그대로 교수되었다."

"......."

"그대에게는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기생마수에게 살해당한 병사들의 유족들이 교수된 시장을 끌어내린다음 마구 때려부수고 짓밟았다는 것. 두개골과 척추가 끊어졌다."

"보통 교수형으로 죽이는 건 사령술로 부활시키는 것도 못하게 막는 거니까 그러려니 하긴 해."


뭔가, 기절한 사이에 엄청 굉장한 일들이 있었던 모양.


"아쉽네."

"시장을 언데드로 만들지 못한 것이?"

"네가 사람들을 선동해서 켈라이나이를 '정상화'한 것?"

"...흥."


지오니가 피식 웃으며 과도를 들었다.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건데, 한 번 놓쳤다고 그렇게 아쉬워할 건 없지."

"자주...?"

"그래. 켈라이나이를 거점으로 삼아, 혁명군을 한 번 이끌어보려고 한다."

"......물을 마실 뻔 했으면 뿜을 뻔 했어."

"사과는 뿜으면 진심으로 화낼 거다."


지오니가 내 앞에 잘 깎은 사과를 그릇에 담아 내밀었다.


"켈라이나이는 캘커드 제국 소속이다. 하지만 누군가 특정인의 영지가 아니야. 왜 그런지 알고 있나?"

"모르지."

"약 80년 전, 선대 황제가 제국의 일부 지역에 대하여 '시민정(市民政)'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건 뭐야?"

"귀족이 영지를 다스리는 게 아닌, 평민들 중에 유능한 인재를 뽑아 그 도시를 관리하게 한 거지. 귀족들에 대한 견제책으로."

"그게 가능해?"

"가능했다. 귀족이 반역을 저지른 경우라면."


지오니는 과도로 바닥을 가리켰다.


"조사해본 결과, 80년 전 켈라이나이 백작은 이단으로 사형당했더군. 넵튠의 일족도 싸그리 죽었어."

"이단이라.... 교단이 저지른 건가?"

"아니. 그건 좀 달라."

"응?"


이단이라고 하면 보통 교단이 배후 아닌가?


"교단말고 또 다른 적이 있나?"

"있지. 마왕군."

"아."

"당시 백작은 마족의 꼬임에 넘어가 악마를 소환하려고 했고, 봉인된 크라켄을 해방하려고 했다는군."

"허."


이 세상.

교단만 적인 게 아니다.


리메이크 게임적으로 교단이 적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마왕군도 적이다.


원작은 마왕군.

신작은 교단.


그게 함께 공존하기에, 지금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셈.


"인류에 대한 이단, 반역이지. 넵튠의 후손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넵튠의 직계 후손도 아니고 220년이나 흐른 뒤니까, 누구하나 타락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기는 해."


당장 황제의 다음 자식도 타락할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게임사는 타락을 자기네 아이덴디티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하여튼 그렇게 도시의 유력 원로가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스리게 되었지. 제국 내적으로는 귀족 세력의 약화를 노린 것도 있고."

"문제는 지금 시장이 도망쳤으니, 새로운 관리자가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그 관리자."


지오니는 자신을 손으로 두드렸다.


"내가 이곳에 보증을 서기로 했다."

"...보증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조금 두려운데."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제국의 황위계승 서열 7위로서."

"그래도 되는 건가? 제국과 교단에게 쫓기고 있는 입장 아니었어?"

"위아래로 뜯어먹히는 게 여러모로 걱정이었지만, 네 활약 덕분에 지금 너와 나는 켈라이나이의 '수호자'와도 같은 지지를 받고 있거든."

"아."


이해했다.


"정치적으로 지지기반이 생겼다는 거지?"

"그렇다. 켈라이나이의 모두가 이제는 내 정체를 알고 있다."


지오니가 잠시 눈을 감더니.


"지온하르트 폰 캘커드. 캘커드 제국의 황위계승자 중 한 명이자, 그 순위가 지금 일곱 번째 라는 걸."

"...다들 곤란해할텐데."

"곤란해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적어도 이 바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기꺼이 나서준 영웅을 당장 내팽개치는 그런 자들은 아니더군."


지오니가 어딘가 씁쓸함이 가미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들은 나의 배경에 대해서 잘 모른다. 중앙에서 배척을 받고 다른 이복형제자매들에게 암살 위협을 받으며, 지지기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황실혈통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지."

"그래."


지오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있지."


어깨에 힘이 강하게 들어온다.


"마력이 회복되었다면 말해다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하여, 따로 논의할 사람이 두 명 있거든."

"두 명이나?"

"그래. 한 명은 네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지오니가 방 전체를 쭉 손으로 훑었다.


"이 배의 주인."



* * *



[잠시 뒤, 선내의 선장실.]



"반갑습니다, 사령술사님. 막스입니다."


지오니가 말한 대로 익숙한 얼굴, 경비대장 막스와 만나게 되었다.


"옷이...왜?"

"하하. 그렇게 되었습니다."


경비대장의 행색이 아닌, 마치 전직 군인이 강제로 시장으로 전직한 것처럼 정장을 입은 채.


"정말이지, 두 분이 레이디와 집사로 마을에 들어오셨던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제가 시장이 될 거라고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시장님. 당신 이제 경비대장 아닙니다."


막스의 옆, 막스의 허리까지 오는 작은 키의 금발 여인이 정장을 갖춰입은 채 막스를 쏘아붙였다.


"이, 이봐. 제인. 은인 분의 앞에서 너무 그렇게...."

"시장님, 아니, 네가 그렇게 뻣뻣하게 있지 말라는 거잖아...!"

"응?"


막스의 허리를 뒤에서 펴주려고 하는 손짓이 뭔가뭔가다.


"두 사람, 무슨...?"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였습니다."

"오."

"이 친구의 재능이 '행정관'이라고 해서, 전 시장이 보좌관으로 채용했죠."

"오호."

"그리고 지금은 지오니님의 명령에 따라, 제가 시장이 되면서 저를 돕겠다고 이렇게 왔습니다."

"음."


소꿉친구. 비서. 표정과 위치.


'결혼하겠네.'


먼훗날 해피엔딩이 나온다면, 분명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해양도시 켈라이나이를 번창시켰다는 식으로 짤막하게 나오게 되리라.


"지오니님께 대략적인 상황은들으셨겠지만, 켈라이나이는 지오니님을 지지하기로 했습니다."


지오니에 대한 지지선언.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시장이나 보좌관 등은 정치적으로 휘말릴 수도 있을텐데?"

"각오했습니다. 마을을 지켜주신 영웅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이후로도 이 마을을 계속 살펴주실 분들을 위한 일이니까요."

"괜히 이상한 사람이 시장으로 새로 선정된다거나, 어디 옆 도시의 귀족이 켈라이나이까지 다스리면서 대리인을 보내거나 하면 더 상황이 악화될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렇군."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쓴 것이다.


"시장은 제가 되겠지만, 사실상 지오니님의 '영지'와 같은 상황인 셈이지요."


지오니의 영지.


일종의 '거점'이 생겼다.


"곤란한데."

"예?"

"나는 지오니가 계속 여행을 하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게 될 줄 알았거든."


당장 북쪽 땅에 있는 얼어붙은 땅만 하더라도 그렇다.


"지오니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하여."

"배를 빌리기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 뒤는 내가 말하도록 하지!"


갑자기, 문이 쾅 열렸다.


"으하하!! 해골주인 양반! 이 친구, 재미있는 친구구만!!"


해적처럼 꾸민 스켈레톤-로드릭과 어깨동무를 하며 들어온 거구의 중년인.


"반갑네! 나는 켈라이나이의 해군을 책임지고 있는 자! '가이달'이라고 하네."


가이달.

평범한 이름은 아니다.


'한정뽑기로 나올 캐릭터 이름을 잭이나 맥스, 탐 같이 정할 리가 없지.'


팔아먹기 적당한 특이한 이름.

나는 그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사령술사 켈트. 지오니를 보좌하는 흑마법사."

"흐흐. 만나서 반갑군. 어떻게, 술은 좀 하시나?"


누가봐도 '바다 사나이'라고 어필을 하는 것 같은 모습에 살짝 기가 질릴 것 같았다.


"기쁜 날 아니면 안 마셔."

"그렇다면 오늘 당장 마셔야겠군! 마을을 구한 영웅, 전설을 다시 불러일으킨 사령술사를 위하여!"

"축배는 일단 상황 정리가 다 끝나고 난 뒤에."


나는 가이달에게 맥주컵을 꺾는 시늉을 했다.


"막스가 뭔가 배로 이동하기 곤란하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아, 그게 급한 거로군. 알았어. 말하도록 하지."


일부러 진지하게 무게를 잡자, 가이달도 벽에 걸린 지도를 가리키며 앞에 섰다.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폭풍우가 심해서 배가 북쪽으로 올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야."

"폭풍...."

"자연적인 현상은 아닐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이달이 자기 눈을 가리켰다.


"북쪽까지 내가 갔던 적이 있는데, 마치 '오지 못하게' 막으려는 듯한 마법적 결계 같은 게 휘몰아치고 있더라고. 폭풍으로."

"......."


고전게임이 항상 이렇더라.


플레이타임을 늘리려고 하는 건지, 꼭 이런 식으로 진로를 막고 다른 일을 하다가 후반에 진입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이야기를 하자면.


'가기만 하면 후반에 얻는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다는 거지.'


바닷길이 아닌 방법으로 들어간다거나, 폭풍을 뚫고 들어가는 방법을 연구하면 얼어붙은 땅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이달. 하나, 물어보도록 하지."

"뭔데?"

"이제 시장님이 된 막스랑은 그다지 친하지 않나봐? 오히려 엄청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나는 가이달이 들어오고 난 뒤로 가이달을 향해 불편함을 내비치고 있던 막스를 가리켰다.


"크하하! 그럴 수밖에. 내가 이 친구, 고생을 좀 많이 시켰거든."

"고생을...?"

"하...!"


비서관 제인이 코웃음을 친다.


"해군은 무슨...!"

"어허. 지오니님이 나를 켈라이나이 해군으로 임명하셨다고? 그리고 솔직히, 내가 켈라이나이 잘 건드리지도 않았잖아?"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면서!!"

"아."


이해했다.


"당신, 해적이지?"

"......흐."


지오니.

은태자는 실력만 있으면 수상쩍은 흑마법사도 포용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해군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내가 바로 그 [붉은수염 해적단]의 선장이지."

"......뭣?"

"왜?"

"아니, 자, 잠깐."


나는 가이달의 턱을 가리켰다.


"붉은수염은 커녕 수염 자체가 없잖아. 머리카락도 금발이고."

"어렸을 때는 붉은 수염을 붙이고 다녔지."

"...뭣?"

"이제는 해군이니까, 이름도 모습도 세탁 한 거고! 으하하!"

"당신, 이전 이름이 뭐였는데?"

"나?"


가이달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바르바롯사 하이레딘."


이름이.

개명당했다.



작가의말

당분간 연재시간을 2~3 간격으로 천천히 앞당기면서,

최종적으로는 오후 6시로 맞춰볼까 합니다.

심야에는 업로드 되지 않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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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50 33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7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7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8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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