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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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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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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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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사냥꾼 (1)

DUMMY

은태자의 계획을 듣고 잠시 그가 동굴 내의 다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이.


'어떻게 한다.'


나는 마도서를 펼치고 마법 연구를 하는 척을 하며,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끄집어내며 현재와 비교분석을 시작했다.


마신갑.

저주받은 갑옷.

은태자 지크프리트의 전용 장비.


'은태자가 말한 힘이 아마 이거 맞는 것 같은데.'


은태자는 자신이 꿈에서 보는 무언가, 자신을 부르는 힘의 근원이 북쪽 얼어붙은 땅에 있다고 했다.


만일 그것이 마신갑이라고 한다면, 분명 은태자는 황제가 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을 것이다.


'방어구 계열 아티팩트 중 3대장이라고.'


원작 성검전기에서는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고, 그 성능은 원작 게임에서도 최종 보스의 아이템답게 흉악한 편이었다.


'아군으로 쓸 때는 좋았지.'


몇 번 쓰기는 했다.

은태자가 최종 보스가 되기 전, 마왕군을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써보면서 그 압도적인 성능에 반했다.


-신검 캘커드와 마신갑만 있으면 은태자는 무적.


일인군단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캐릭터였다.

적에게 받는 데미지가 사실상 '1'로 만들어주는 방어구는 SRPG게임에서 소위 '무쌍'을 찍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대신 저주가 있었다.

마신의 갑옷이라는 이름과 같이, 마신갑은 착용자에게 어떤 저주를 걸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게 아버지까지 도모하는 패륜아의 갑옷은 아니었고, 북쪽에 있는 얼어붙은 땅에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은태자가 마신갑을 얻는 곳은 얼어붙은 땅이 아니다.


다른 곳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그게 얼어붙은 땅으로 옮겨졌다고 하면?


-아들아. 이게 무슨 짓이냐...!

-제위를 계승 중입니다, 아버지.


와 같은 장면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게 되는 걸까?


사령왕의 길을 걷는 나로서는 죽은 자들이 늘어나니 전력이 강화되는 게 분명 좋기는 하지만....


'제작사 놈들, 은태자에게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 속성을 붙이려고 한 건가?'


황제인 아버지를 죽이고 제위를 강제로 빼앗는다?

원작에서는 없던 이벤트다.


'원작무새가 될 생각은 없지만, 이건 리메이크가 아니라 개악이야.'


원작에서는 황제가 마왕군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나왔고, 그 뒤를 은태자가 잇게 된다.


-아들아. 제국은...인류는 네게 맡긴다.

-아버지!!

-어째서...제위를 저런 녀석에게...? 마왕군 사천왕 중 셋을 물리친 정도로, 저런 녀석에게!!


그 과정에서 은태자의 즉위를 인정하지 않는 여러 형제자매가 반란을 일으키고, 그들을 모두 죽이고 난 뒤에 진정한 제위에 오르기는 하지만-


'적어도 걔들은 이복형제자매잖아.'


더군다나 아군일 때는 무능해서 도움도 안 되는 쓰레기들인데.


'어차피 존속살해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본 건가?'


정당한 황위 계승자가 형제자매를 숙청하는 건 윤리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어도 정치공학적으로는 응당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형제자매를 죽인 것도 사실.


어차피 그렇게 패륜의 피를 묻히는 거, 아버지까지 담그는 것도 큰 문제 없다고 판단을 내린 걸까.


'망할 제작사 놈들.'


사람을 상시로 처박아두고는 아예 인간쓰레기로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캐릭터 서사를 아주 그냥 개똥으로 만들어버리는군.'


그러면서 이제 은태자가 쓰던 무기와 방어구, 장신구 등은 다른 캐릭터를 위한 '전용장비'라는 느낌으로 팔았겠지.


'상술 하나는 오지게 독한 놈들.'


리메이크 성검전기도 RPG였다.


캐릭터의 레벨이나 재능만큼이나 중요한 게 '장비'였다.


그리고 놈들은 장비도 뽑기로 팔았다.


노말등급, 녹슨 검.

레어등급, 보급형 장검.

상시 SSR등급, 제국의 신검 [캘커드].

한정 SSR등급, 용살검 [발뭉].


와 같은 식으로.


한정의 경우, 이름만 들어봐도 전설 속 보물이 떠오르는 무구다.

이는 20년 전의 고전 게임이었던 성검전기의 제작진이 유명한 전설의 무기는 죄다 집어넣어 캐릭터/직업군 최강 무기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발뭉 또한 그러하다.

원작에서는 용살자 직업의 최강 무기였다.


그런 무기가 기간 한정 뽑기로 나오고,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용살자 지크와 함께 겹친다?

심지어 무기가 가진 성능이나 특수스킬이 지크에게 설정된 캐릭터 성능과 세트로 맞춰진다?


-님들 지크 뽑을 거면 전무까지 뽑아야 가성비 나와요. 전무 안 뽑을 거면 들어가지 마셈.


...순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았던 대화가 머리에 스쳤다.


-2돌전무는 해야 가성비 아님?

-72만원이 가성비냐?

-ㄹㅇ풀돌풀재가 가성비죠. 캐릭터 7번 뽑고 전용무기 5번 뽑으면 혜자죠ㄹㅇㅇㅇㅋ

-미친유료겜.


제작진 놈들이 돈을 빨아먹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작정한 것까지는 뭐 자본주의 사회니까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원작에서는 그냥 무지개광석 조각 모아서 장인에게 가져다주면 얻을 수 있는 무기를 20만원 주고ㅋㅋㅋㅋㅋ

-원작무새 OUT. 20년 전 게임이랑 지금 게임이랑 시대가 같냐?

-저거 원작에서는 메인 스토리에서 자동으로 얻는 아이템인데(먼산).


...원작과 리메이크게임 사이를 비교하는 온갖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그 댓글 투기장이 떠오르는 건 어째서일까.


아마도, 그만큼 이 게임에서 '아티팩트'라고 부를 수 있는 전설의 무구가 중요해서 그런 거겠지.


'현실을 생각하자.'


나에게 현실이란, 이 도적 소굴에 숨죽이고 지내는 지금 이 순간과 앞으로의 미래다.


'북쪽 땅에 있는 유물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의 은태자가 그게 자신이 살아갈 힘이라고 판단했으면 그쪽이 맞아.'


은태자에게는 힘이 필요하고, 아티팩트는 그 힘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는 보물이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사령왕의 아티팩트라 할 수 있는 유물을 셋이나 가지고 있지 않은가.


경비병 A를 사령왕의 길을 걷는 흑마법사로 만들어 준 것처럼, 아티팩트는 무재능의 존재도 어느정도 강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일단 가서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아.'


은태자가 그 무기를 보고 용암이 흐르는 산속으로 들어가서 '내 보물이야'라고 말하는 정도가 되지 않는 한-


'아니지. 그쪽으로 빠져도 내가 그 아래에 따르면 그만이지.'


...은태자는 저주에 빠져도 교단을 없애려고 할 것이다.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든, 나는 제작사의 첨병인 교단을 없애기만 하면 된다.


교단을 없애고 뭔가 현실로 돌아갈 이벤트 같은 게 생기면 이 세계를 탈출하면 되고, 교단을 없앴는데 탈출할 수 없다면 은태자의 제국에서 실세로 살면 그만이다.


'좋아.'


결론이 나왔다.


'일단 가서 먹을지 말지 생각해 보자.'


교단을 부수는 데 도움이 되는 힘이라고 한다면, 설령 저주에 걸린 무기라고 하더라도 얻어야 한다.


어차피.

그 저주는 은태자의 몫이지, 내가 연대로 짊어지지는 않으니까.



* * *



다음 날 아침.


"뭐지?"

"...아침 식사?"


빵과 스프, 고기와 샐러드로 2인분의 아침을 차렸더니 지오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왜?"

"...음식 냄새가 난다 싶었더니."


지오니의 눈이 살짝 감겨있다.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혼란스러워한다.


"아침이 뭐?"

"......."


은근슬쩍 식탁에 앉는다.

그러면서 조용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음식을 똑같은 구성으로 맞춘 2개의 그릇을.


"......."


하나는 내 앞에.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앞에.


두 개의 그릇을 내 앞에 놓자, 지오니가 잠시 입을 벌리며 뭔가를 망설인다.


"그...."

"왜. 고귀한 분이 먹기에는 너무 수수한가?"

"아니. 그렇지 않아."


지오니가 바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격렬히 부정했고, 나는 그의 앞에 그릇을 쭉 밀었다.


"......."

"재료만 충분하다면 이런 곳에서도 얼마든지 이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지."

"요리에 재능이 있는 건가?"

"재능과 별개다."


전투요리사 직업을 가진 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노력과 경험으로 쌓을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이다.


"샐러드 채소 다듬고 씻고 오일만 뿌리면 그게 끝인 것을."

"......."


지오니, 은태자는 음식을 거의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어느 한 전장에서 적에게 외치는 대사 중에 '곰팡이가 핀 빵을 먹는 적도 없는 주제에'라고 화를 내는 것도 있었을 정도.


"왜."


슬쩍 떠본다.


"길베르트랑 다닐 때는 이런 것도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냐?"

"......."


끄덕.

혹시나 해서 던진 말인데, 지오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음. 저놈은 대체 자기 주군이라는 사람에게 뭘 먹이고 다닌 거지?"


나는 도적 스켈레톤의 옆에 세워둔 길베르트를 향해 빈정거린 뒤, 포크를 집어 들었다.


"요리를 해본 적 있나? 이 정도로."

"...야생동물을 잡아다가 구운 적은."

"힘들게 지냈다는 거군."


나는 빵을 쭉 뜯었다.


"......!!"


지오니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다.

빵은 푸석푸석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정도로 보드라웠다.


"먹지. 떠나기 전에 배는 든든하게 채워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을 테니."

"...아아."


지오니가 천천히 빵을 움켜쥐었다.


"...빵, 잘 굽는군."


깨작깨작 먹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건 어렸을 때부터 생존을 위해 아껴먹는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리라.


'이런 건 왜 또 원작대로냐고.'


비참한 과거를 좀 바꿔주면 어디 덧나냐 싶지만, 제작진 중에는 혹시 캐릭터의 불운한 과거사나 고난에 희열을 느끼는 변태가 있는 게 아닐까.


"사령술사들은 뭔가, 음식은 잘 해먹지 않고 대충 먹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비쩍 마른 모습이 대부분이잖아."

"그렇긴 하지."


나도 사령술 공부를 하다보면 가끔 식사를 거를 뻔한 적이 있었다.


"그냥 시키면 알아서 다 음식 나오는데, 왜 안 챙겨 먹는지 모르겠다니까."

".....?"

"오늘 쉐프, 로드릭이야."


나는 저기 벽에 서 있는 스켈레톤, 로드릭을 가리켰다.


"......뭐?"


막 샐러드를 포크로 찍어 삼키려던 지오니의 표정이 굳는다.


"지금, 뭐라고...?"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지 않겠...농담이다. 농담."


나는 두 손을 들었다.


"내가 요리한 거 맞으니까 오해하지 말라고."

"아, 으음. 그렇겠지. 나도 참."


지오니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다.


"설마 죽은 자가 빵 반죽을 하고 샐러드를 씻었을 리는 없으니까. 스켈레톤이."


따그닥.


"......그렇지."


화구 앞에서 고기를 굽게 했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다.


적어도.


'위생점검 나와도 문제없을 정도로만 썼다고.'


음식에 뼛가루가 나오게는 하지 않았다.


양심적으로.



* * *



식사를 마친 뒤.


"얼어붙은 땅에 다녀오고 난 뒤에는 시기적으로 델겐 근처에 있는 성기사들도 빠지게 될 거야."


나는 식탁에 천을 펼쳐, 대륙의 약도를 대충 그려 점과 선을 이었다.


"얼어붙은 땅에 가서 그 힘을 확보한 뒤, 다시 델겐으로 돌아와서 땅에 묻혀있을 시신들의 뱃속 자금을 확보한다. 골자는 이렇지?"

"그래."


지오니는 아직도 절반이나 남은 빵을 오물거리며 답했다.


"가는 동안 자금은 충분하다.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자금도 그렇고...."

"델겐 카페에서 얻은 군자금도 있으니까."


자금은 생각보다 여유롭다.


"그러면 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건 어때?"


나는 우리가 있는 위치, 델겐으로부터 쭉 선을 그었다.


"항구도시 켈라이나이."

"...거기, 뭔가 있어?"

"얼어붙은 땅으로 가기 위한 배가 있기도 하고, 아주 유명한 관광명소도 있지."

"관광명소...."


지오니가 잠시 눈썹을 찌푸리더니.


"해신상?"


정답을 찾아냈다.


"거대괴수 크라켄과 싸우는 해신 넵튠의 석상이 있는곳...? 잠깐, 설마...!"

"그 설마가 맞아."


단.


"네 생각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삼지창을 든 해신의 조각상은 진짜 대리석이지만, 그 해신이 상대하는 크라켄은 경우가 다르다.


"석화마법으로 봉인된 영웅도 있는데, 석화마법으로 봉인된 마물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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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0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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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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