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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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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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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무휴 (2)

DUMMY


[어두운 밤, 플라우로스 백작가.]



헤이스팅스 폰 캘커드 제13 황위 계승자의 명령에 따라 플라우로스 백작이 인근 영지에서 병사들을 규합하여 켈라이나이로 진격한 이후.


"괜찮으시겠지?"


플라우로스 백작가의 집사, 에드윈은 늦은 밤에도 좀처럼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정을 훨씬 넘어, 어느덧 시계는 새벽 3시를 향하고 있는 때.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않나 스스로를 되짚어 보면, 왠지 모르게 무언가 오늘 밤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라고 답하리라.


"으으, 날씨가...."


오늘따라 유독 날씨가 서늘하다.

창문을 열어둔 것도 아닌데, 어디 심야에 묘지라도 드나드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하다.


보통 이러면 죽은 자들의 원혼이 유령과도 같이 돌아다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만일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플라우로스 백작성에는 저승으로 가지 못한 유령들이 들끓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뭐 전쟁에서 패배해서 죄다 죽어버린 나머지, 저승의 사신이 끌고 가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 것도 아닐 테고...."


집사 에드윈은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내며 주변을 살폈다.


"......."


진실로, 오한이 든다.

주변에 스치는 한기가 마치 '그거 맞다고!!'라고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듯 경고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유령들이 이렇게 갑자기 백작성에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

간혹 유령들이 실체를 가지고 물리력을 행사한다거나 어디 물건이나 땅에 깃들어 지박령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이 그럴 리가 없다.


만일 실제로 주변에 유령이 있다고 한다면.


"...에이, 기우겠지."


자신은 유령의 존재를 느낄 마력도 힘도 없는 집사, 심지어 재능도 집사가 아니며 마나의 축복을 여신께 받지도 못한 자라고 답하리라.


유령들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그는 그들의 아우성을 들을 수도 답할 수도 없다.


답할 수 있다면, 적어도 저렇게 광장에 걸어 다니는 해골 병사처럼-


"?!!!?!"


집사 에드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광장에 보이는 저것이 정말로 자신이 제대로 본 게 맞는지, 허깨비를 본 게 아닌지 진심으로 당황했다.


손에 검을 든 해골병사가 고개를 들었다.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해골은 한 손에는 검을, 다른 한 손에는 모험가들이 주로 쓰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그리고 그건 한둘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숫자만 족히 수십.


"겨, 경종은 왜...?"


만일 저 해골들이 진짜라고 한다면, 왜 경종은 울리지 않는 것인가?

저 해골들이 아주 은밀하게 움직여, 플라우로스 백작성의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을 몰래 암살한 것도 아닐 텐데?


"으, 으아아...?!"


그리고 왜, 지금 백작성 내성 안에 있는 이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단 말인가?


"화, 환각인가...?"


그럴 수 있다.

자신이 지금 저 해골 병사들을 봤다면, 누구 하나쯤은 해골 병사들을 보고 '꺄아아악'이라거나 '으아아악'이라며 비명을 질렀어야 했다.


그런 게 없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걱정이 심해서 환각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모험가 가방은 일단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쳐도, 저들이 들고 있는 검의 손잡이 양식은 다른 곳도 아닌 이곳 플라우로스 백작가에서 만들어진-


끼이익.

문이 열린다.


이 시간에 집사가 관리하고 있는 영주 집무실을 찾아올 이가 누가 있는가 싶어 바로 고개를 돌렸더니-


"화, 황자님?!"

"......."


켈라이나이에 있는 제7 황위 계승자를 죽이러 간 헤이스팅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어딘가 얼굴에 진흙이나 상처가 가득한 채, 황자는 창백한 얼굴로 검 하나를 쥐고 조용히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 어떻게 된...?"

"너...."


황자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


으득, 으드득.

그 육신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저주로 인해 걸려있는 금제에 고통을 받는 것처럼, 황자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그리고 황자의 뒤, 경비병 하나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투구의 페이스 마스크를 아래로 깊게 눌러쓴 채, 경비병은 손에 밧줄 하나와 검을 움켜쥐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인가?! 도대체 황자께서 왜-히이익?!"


경비병이 자신의 페이스 마스크를 벗은 순간, 에드윈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스켈레-"


퍽.


"......."


카펫을 밟고 뒤로 넘어진 집사 에드윈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죽음이 심장이 멈춰서 그런 건지, 아니면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부딪쳐서 그런 건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아, 이런."


다만.


"집사가 죽었어? 곤란한데. 이러면 백작성을 샅샅이 뒤져야 하잖아?"


적어도 집사 에드윈은 죽으면서까지, 플라우로스 백작을 위해 한 가지 충성을 했다고는 할 수 있으리라.


"백작성에 있는 유물이나 보물 같은 거, 어떻게 좀 조용히 털려고 했더니. 쯧."

"영혼이 있는 상태로 불러일으키면 안 되나?"

"마나 아까운데.... 아, 안 된다. 목뼈가 부러진 것 같아."

"......."


자신의 죽음으로, 주인을 죽인 자들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 되겠다. 어쩔 수 없네."

"직접 터는 수밖에."


물론.


"뭔가 마법적인 장치 같은 거 느껴지는 거 없어? 여기 건드리면 막 죽을 것 같다거나 하는 그런 거."

"그대는 나의 직감을 무슨 탐지마법 같은 걸로 생각하는 건가?"

"응용이잖아, 응용."

"...아예 불가능한 건 또 아니라서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군."


시간의 문제였지만.



* * *



현재, 플라우로스 백작성.


헤이스팅스 황자를 앞세워 성문을 열고, 경비들을 지오니가 빠르게 제압한 뒤.


나와 지오니는 해골병 100구를 데리고 플라우로스 백작성에 조용히 들어온 다음, 백작성 내부를 점거하는 데 성공했다.


"황자님. 집사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노, 놀라지 말고 묻는 말에 대답하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원산폭격으로 땅에 대가리를 박고 있는 헤이스팅스 황자가 울먹거리며 답한다.


"아, 그래. 네 덕분에 집사가 죽었고, 그 바람에 지금 100명이나 넘는 해골들이 '비싸 보이는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마구 주워 담고 있게 되었는데?"

"어, 억울합니다...!"

"뭐가?"

"저 때문에 죽은 게 아니라...!"


헤이스팅스 황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로드릭을 가리켰다.


"얼굴을...!"

"뭐야. 우리 로드릭이 지금 안면 가리개를 벗어서 해골 모습을 보여주는 바람에 집사가 놀라서 자빠져 죽었다는 건가?"

"그, 그게...!"

"그렇다는데, 로드릭?"

까드드득.


로드릭이 몸을 일으킨다.

플라우로스 백작성 경비병의 갑옷을 입은 로드릭은 갑옷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일어나 헤이스팅스의 무릎을 발로 툭툭 건드린다.


'경비병의 갑옷을 입어서 그런가? 이전보다 더 움직임이 날래진 것 같은데.'


장비빨이 실제로 있는 걸까?

오는 길에 백작성 경비의 갑옷을 바라는 눈치라서 입혔더니, 진짜 그 수준이 시골 마을 경비에서 백작성 경비급으로 상승한 것 같다.


'내 성장 지표로 삼을 수도 있겠어.'


실제로는 내가 그만큼 마나가 많아지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언젠가 로드릭에게 황금색 갑옷을 입히고 '황실근위대 대장'과 같이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로드릭의 수준이 곧 나의 수준, 레벨이라고 할 수 있겠지.'


사실상 그때는 나도 A급-70레벨에서 90레벨 사이 정도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


"이봐, 사령술사."

"어, 왔어?"


한참 헤이스팅스를 갈굴-역심에 대한 한계치를 확인하는 와중, 지오니가 스켈레톤 여럿을 데리고 돌아왔다.


"금화와 보석, 그리고 마석은 전부 확보했다."

"좋아. 이대로 얌전히 사라지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래. 이건 승자의 당연한 권리이니까."


스켈레톤들이 들고 있는 모험가 가방에는 백작성에서 값비싸 보이는 물건들, 그중에서도 특히 현금화가 가능한 것들이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무기고까지 털어버리고 싶지만...."

"그건 안 되지. 백작성은 몰라도, 백작'령'에 있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잖아. 적이 인간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만 적이라면 냅다 다 털어갔을 것이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무기만 남겨둔 채, 다시는 우리에게 무기를 들이밀 수 없게끔 병영까지 털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흔히들 '금은보화'라고 할 수 있는 것들만 건드렸다.


'우리가 당장 마왕군 상대로 플라우로스를 지켜줄 것도 아니니.'


아직 플라우로스 백작성에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플라우로스 백작이 죽었고, 13황자도 죽었으며, 주변 영지에서 차출된 병사들도 전부 죽어버렸다는 것을.


말 그대로 '전부' 죽었기에, 패전 소식이 전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터.


우리는 그사이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많은 전리품을 확보할 수 있는 플라우로스 백작성을 털었다.


몰래.


"이걸로 군자금 확보는 끝났다. 신속히 움직이지 않았다면, 분명 영지민들에 의해 전부 다 털렸겠지."


지오니는 모험가 가방 속 재물을 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백작이 죽고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즉시, 영지민들은 '시민'이 되어 폭도가 될 테니까."

"음."


백작이 죽었다.

지배자는 없고, 기사들도 대부분 죽어 돌아오지 않는다.


"플라우로스 백작은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다. 자기 자식이 이곳 백작성에 없다는 것을."

"왜?"

"성난 영지민들이 바로 백작성으로 쳐들어와서 광장으로 끌고 간 다음, 형장의 이슬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지오니는 바닥에 처박힌 헤이스팅스를 향해, 손을 들어 손날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아무리 상대가 귀족이라고 해도, 내 형제 가족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기란 쉽지 않지. 하물며 그 귀족이 내세울 수 있는 방패가 신분뿐이라고 한다면."

"그래도 되는 거야?"

"이곳을 떠나서 다른 도시로 신분을 숨기고 잠적할 각오가 되어 있는 이라면. 뭐, 자기 과거 숨기기에는 용이한 상황 아닌가. 적당히 마왕군에게 멸망한 마을의 이름을 대고 난민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허."


아무래도 지오니는 그렇게 정체를 숨기고 자주 돌아다니면서, 그런 이들을 자주 접했던 모양이다.


"뭐, 됐어. 다 털어낸 것 같으니 어서 돌아가지, 켈라이나이로."


지오니가 어딘가 들뜬 얼굴로 품에서 뭔가를 꺼낸다.


"그건 뭐야?"

"마석."


테니스공 크기의 동그란 푸른색 마석 하나.

제법 색이 영롱해보이는 걸 보아하니, 상당히 마나가 많아 보인다.


"그 마석으로 뭐 어떻게 하려고? 켈라이나이에서 그거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나?"

"팔면 안 되지. 괜히 팔았다가 이게 교단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지오니는 마석을 잠시 움켜쥐더니.


빠-악!


"커헉!"


그대로 헤이스팅스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프겠다.'


물리적인 공격은 언데드라서 통증이 없겠지만, 저렇게 마나를 담은 공격에는 통증을 느끼게 되어 있다.


주로, 영혼이.


헤이스팅스의 영혼을 몸에 계속 깃들게 해주는 건 마력이기에.


"사령술사. 떠나기 전에, 잠깐 나랑 같이 갈 곳이 있다."

"여기 뭐 또 좋은 거 있어?"

"어차피 온 김에 확인해 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지오니가 바닥을 가리켰다.


"혹시 또 모르지 않나. 플라우로스 백작가의 묘지에 제법 괜찮은 해골이 있을지도."

"......."

"사령술의 기초에 따르면-"

"생전에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던 자의 뼈일수록, 그 뼈가 튼튼한 법이지."


귀족 가문은 간혹, 자신들의 성 지하에 조상의 시신을 안치하고는 한다.


"로드릭."


까드득?


"너, 오늘부터 로드릭 플라우로스 한 번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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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 연중무휴 (2) +7 24.09.08 1,492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7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7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70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8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5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8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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