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똥겜의 네크로맨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53,916
추천수 :
6,427
글자수 :
231,723

작성
24.08.29 15:00
조회
2,746
추천
128
글자
13쪽

기생수와 언데드 (3)

DUMMY


지오니가 가리킨 곳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전에는 확인하지 못한 무언가.


하지만 지금, 지오니가 '관측'한 순간부터 내게도 보인다.


공동묘지의 가장 위.

봉분이나 묘비조차 없는 곳, 그냥 언덕 위에 올라서 사진을 찍으면 될 것 같은 곳에 무언가가 분명히 반짝이고 있다.


적색과 청색, 그리고 금색이 섞인 육각형.

그것은 흡사 드라큘라나 뱀파이어들이 잠을 자는 석관과도 같았다.


모양은.


'이런 게 있었나?'


원작에서는 없었다.

공동묘지 자체가 수백 년 전 크라켄과 싸워서 죽은 이들을 묻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 말고는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지오니. 혹시 이게...."

"여기에 뭔가 느껴지나?"

"느껴진다. 땅 아래에 뭔가 있...."


지오니는 단숨에 다른 묘비 근처로 달려가더니, 그곳에서 버려진 삽을 챙겼다.


"땅을 파자고?"

"일단 뭔지 모르지만 확인해봐서 나쁠 건 없지."


지오니는 아무런 망설임없이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우야.'


그 삽질이 지금 이 난관 속에서 어떤 의미의 삽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얘 진짜 삽질 잘 하네.'


지오니가 삽을 푹 찌르고 퍼내는 동작은 여느 S급 병장 못지 않은 실력이었다.


한 번 퍼내는 흙의 양도 양이지만, 찌르고 퍼내는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다.


"나도 도울-"

"아니, 너는 스켈레톤의 조종에 신경을 쓰도록 해."


지오니가 삽을 퍼내면서도, 자신의 옷에 흙이 묻는데도 마다하지 않고 마을 방향을 가리킨다.


"지금 원격으로 일부, 조종하고 있지 않아?"

"그렇긴 하지."


마을 광장과 이곳 공동묘지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은 만큼, 나는 부활시킨 스켈레톤들을 임의로 조종하고 있는 중이다.


마을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배치하고.

눈 앞에 있는 기생마수를 사로잡아 터뜨리도록 행동을 지시하고.

기생마수에 오염된 모험가의 육신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철저히 틀어막는다.


'비록 기생마수에 대한 건 잘 모르지만, 다른 기믹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스켈레톤들을 움직여 불꽃을 확보한다.

마을 주민들이 도망치면서 열린 집 안으로 스켈레톤을 들여보낸 다음, 부엌에서 부싯돌을 꺼내거나 장작을 꺼내 불을 옮겨 붙인다.


'대처법은 이미 마을 경비병들이 보여줬잖아.'


기생마수가 날뛴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 마을 경비병들은 일제히 횃불을 마구 피웠다.


비록 경비병들이 당하면서 횃불이 땅에 떨어지거나 하기도 했지만, 그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사람이 다가가서 횃불을 들지 못한다면, 스켈레톤이 가서 붙잡은 다음 불을 지르는 수밖에.


'연동.'


마도서를 통해 스켈레톤들을 움직이며, 그중 가장 최전선에 있는 스켈레톤에 집중한다.


순식간에 의식이 스켈레톤-막시무스라는 중년의 남자에게 깃들고, 나는 막시무스의 스켈레톤을 움직였다.


보이는 곳은 마침 부엌.

불씨를 확보하라고 민가의 부엌으로 들어갔던 스켈레톤이었다.


촤르륵!

손으로 유리병을 여럿 깬다.

냄새는 나지 않지만, 뼈와 뼈 사이에 유리병이 깨지며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 끈적하게 묻어나기 시작했다.


기름.

아마도 올리브 오일로 추정되는 것.


'이건 참 좋군.'


기생마수 등 생명체인 적을 상대함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역시 불이다.


이곳에 화염마법사는 없지만, 화염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불을 지를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화륵.

막시무스를 횃불 근처로 달려가게 만들어, 그 손에 불을 붙인다.


'이게 인챈트지.'


스켈레톤에 강화를 하는 게 별 거 있겠는가.

기름을 손에 두르고 거기에 불을 지르면, 그게 파이어 스켈레톤이지.


'원작 기믹을 활용하는 것 뿐이라고.'


원작에서도 이런 요소가 있다.


-전장에 있는 기름통을 향해 화염 공격을 사용하세요!


친절한 가이드와 함께, 오크통을 향해 화염 속성 공격을 하면 주변에 화염 마법이 폭발하는 것처럼 불꽃폭풍이 일어나는 방식.


비록 전장에 기름이 잔뜩 들어있는 오크통은 없지만, 양손에 불을 지른 버닝 스켈레톤은 여기 있다.


'가라.'


눈앞에 기어오는 경비병을 향해 달려든다.

한 손은 경비병의 얼굴을 붙잡고, 다른 한 손은 경비병의 배에 꿰뚫린 상처를 향해 찔러넣는다.


화륵, 화르륵!

경비병의 몸 안에 불꽃이 튀어오른다.

안면과 복부가 순식간에 불꽃에 휩싸이지만, 그 불꽃은 금방 사그라들려고 한다.


불꽃이 타오르는 것보다, 불꽃에 의해 타들어가면서 폭발하는 '액체성 물체'가 더 빠르게 타오르기 때문.


'기생마수가 그 사이에 안을 파먹었구나.'


모험가의 신체를 전부 파먹고 난 뒤에는 다른 인간의 몸을 파먹는 놈들이라고 한다.


몸 전체가 아니라 그 뇌나 장기를 위주로 파먹는다고 하는 역겨운 놈들이 스켈레톤 막시무스와 공유된 시야를 통해 계속 폭발하고 있다.


'진짜 싫다.'


이 또한 리메이크 게임을 제작한 이들의 악의겠지.

싸우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조성하려는 저열한 악의.


키이익!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얼굴을 부여잡은 손가락 사이로 불타는 기생마수가 몸을 마구 꿈틀거리며 튀어나왔고, 녀석은 숙주를 버리고 자신을 공격한 대상을 숙주로 삼으려고 했다.


그러나 당황한다.

불타는 팔을 넘어 몸통을 향해 몸을 날리지만, 그 몸통에는 삭아버린 갈비뼈만 남아있다.


푸-욱!


그리고 그 갈비뼈 사이로 다른 스켈레톤이 손을 찔러넣어 기생마수를 터뜨린다.


스켈레톤은 한둘이 아니며, 차고 넘치는 상황.


이대로라면-


"응?"


뭔가 이상하다.

불타는 스켈레톤으로 포위망을 구축하여 해신상으로부터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기는 했는데,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


'이 정도였나?'


처음 뛰쳐나올 때만 하더라도 모험가 수십 명의 몸에 기생했던 것 같은데, 그 숫자가 현저하게 줄었다.


마을 경비들이 제법 많이 제거를 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경비병들도 내가 스켈레톤을 보내기 전에 일부 당하지 않았던가?


'절반은 죽였다면, 나머지 절반은?'


싸하다.

폭풍전의 고요함과도 같다.


빠르게 마도서를 넘기며 다른 스켈레톤들에 의식을 깃들게 하며, 전장 곳곳을 살핀다.


착, 착착.

화면이 넘어가듯, 마도서에 보이는 장면들에는 점차 기생마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으니.


'혹시.'


그 말이 튀어나올 뻔 했던 걸 간신히 참아내며, 익숙한 얼굴의 경비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스켈레톤에 의식을 깃든 채 호흡을 가다듬은 순간.


[대, 대장! 이건 대체...!]

[뭐,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우리를 돕는 것 같다!]


경비병과 경비대장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소리는 들리지 않기에, 입 모양으로 추정할 뿐-


[해치웠나?!]

"아."


집중이 끊겼다.


"......."

"왜 그러지?"

"아니, 그."


나는 마도서를 잠시 접은 뒤, 뒤로 고개를 돌렸다.


"지오니. ...그 사이에?"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 네가 한 것에 비해서는."


지오니에게 다른 걸 물어보려고 한 순간, 나는 지오니가 족히 1m에 이르는 깊이 속에 파묻힌 관이 전부 보이게 흙을 퍼낸 것을 보고말았다.


"너 혹시 삽질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니냐? 아니면 도굴이라거나. 이렇게 무덤 파내기 쉽지 않은데."

"삽도 무기라고 생각하고 휘둘렀을 뿐이다."

"아."


[웨폰 마스터.]


은태자께서는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존재다.


"관은 열리지 않는다. 봉인이 걸린 것 같다."

"...그래 보이네."


레이즈 데드로 부활시킬 수 없는 붉은 빛이 은은하게 흐른다.


관에.

그리고 관의 안쪽, 청색과 금색의 사람 그림자가 반짝이고 있다.


"봉인을 풀면 부활시킬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하나 다른 거 물어보자."

"뭐지? 급한 건가?"

"기생마수들이 광장에서 보이지 않고 있는데, 경비대장이라는 자가 '해치웠나'라고 말을 했거든?"

"......."


지오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역시 너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금기 중의 금기를 말해버렸군."


역시나.


"잠깐만 기다려다오."


지오니가 삽을 옆에 꽂으며 한 손으로 얼굴을 짚는다.


"......."


생각에 잠기듯, 뭔가를 탐색하는 듯한 고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바로 깨달았다.


'역탐지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생존에 대한 직감'을 역으로 활용하는 것.


방법은 간단하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죽을까?'라고 생각을 했을 때, 생존본능이 경고를 보내면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 방식.


"성 밖...여관...바다...."


지오니는 지금 자신이 '이곳으로 간다면 내가 위험에 빠질까'라고 생각하며, 우리가 이곳 켈라이나이에 왔던 곳들을 훑기 시작했다.


"...거신상?"


그리고 지오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령술사. 거신상 근처는 어떻게 되었지?"

"1분만 기다려."


마도서를 펼쳐 가장 가까이 있는 스켈레톤으로 의식을 옮긴다.


스켈레톤이 달리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몸에 불을 붙이고 모험가와 경비병들을 계속 쓰러뜨린 덕분에 방해꾼은 없다.


'젠장.'


등골이 서늘하다.

방해꾼이 없다는 것은, 곧 그만한 기생마수들이 어디론가로 사라졌다는 것.


'혹시 지하로 들어갔나?'


모험가들이 죽은 해신의 무덤 속으로 숨어들었다고 한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유일한 입구가 지하라면, 남은 건 기름 속에 풍덩 담근 스켈레톤 부대를 해신의 무덤 아래로 보내는 것-


"아."


보였다.


"젠장, 저놈들이...!"


거신상의 앞.

굳어있는 크라켄의 앞에, 시신들이 쌓여있다.


"무슨 일이지?"

"기생마수들이 모험가들의 시신으로 크라켄을 덮었어!"

"크라켄을...?"

"쳇...!"


모든 스켈레톤을 해신상으로 달리게 만든다.


'시체폭발은...안 돼!'


여차하면 스켈레톤들을 전부 폭사시킬 생각도 들었지만, 크라켄의 석상에 붙인 스켈레톤을 통해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시신이다.

껍데기다.


기생마수들은 모험가들의 시신을 조종하여 이동한 뒤, 목적을 다했다는 것처럼 크라켄 석상 위에 시신을 내팽개쳤다.


마치, '보호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콰득!


죽은 모험가를 잡아당기고 크라켄 석상을 본 순간.


"아."


하얀색의 기생마수들이 꿈틀거리며 뭔가를 파먹고 있었다.


카작, 카작.

크라켄의 다리 빨판, 그 겉을.


그 소리가 흡사 얼어붙은 것을 갉아먹는 듯하여 잠시 소름이 돋았으나-


"망했네."


스켈레톤의 손을 앞으로 뻗어 기생마수를 터뜨렸으나, 이미 다른 빨판의 겉은 그 내부가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쯔어억.

빨판이 움직이자, 기생마수가 즉시 빨판의 속으로 대가리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구구구구구구구!!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오니."

"......."

"크라켄이 날뛰었던 거, 어쩌면 기생마수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

"지오니?"

"......이봐."


지오니가 자신이 서 있는 관 아래를 가리켰다.


"크라켄이 날뛰기 시작한다면 마을에서 도망치는 것이 우선이긴 한데, 이상하리만큼 나는 지금 안정된 느낌이 들어."


지오니가 관을, 그리고 나를 가리켰다.


"혹시, 뭔가 새로운 게 보이기 시작했나?"

"......."


보이냐고?

보인다.


지오니의 아래.


진동이 더욱더 크게 느껴지고, 무언가가 '깨어나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관."


붉은색으로 봉인되어있던 관도 서서히 그 붉은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크라켄과 자신을 함께 봉인한 영웅의 무덤인 것 같은데."

"...해신 넵튠?"


콰----앙!!


마을 광장에서 들린 폭음.


눈을 돌리자, 거신상의 상반신이 산산조각이 나며 박살났다.


꿈틀, 꿈틀.

하얀 각질을 털어내듯이 움직이는 거대한 다리.


그 두께가 무슨 마을의 고목과도 같이 두꺼운, 사람 둘이 팔을 뻗어도 휘감지 못할 만큼 두꺼운 크라켄의 다리가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크라켄의 봉인이 풀렸다.

온전한 크라켄이 그대로 되살아난 셈이 되겠지만-


"지오니. 나와봐."


나는 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수백 년 지나."


레이즈 데드.


"다시, 일어나라."


딸칵.

관 안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똥겜의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46 32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4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1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79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8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