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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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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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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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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DUMMY


본래, 켈라이나이에 주둔하던 경비대원의 수는 약 700명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300명 정도가 줄었고, 붉은 수염 해적단이 해군으로 합류하면서 최종적으로 그 수가 500명 정도 남았다.


머릿수로는 불리한 게 확실하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의 전쟁에서, 단순 머릿수는 의미가 없다.


"쏴라─!!"


가이달-바르바로사 하이레딘, 통칭 [붉은 수염]의 외침과 함께.


콰아아앙!!


성벽 위까지 올라온 대포가 불을 뿜는다.


거대한 쇠구슬이 화약의 폭음과 함께 적진을 향해 그대로 날아가 처박힌다.


"음."


포탄 공격은 분명 효과적이다.


'화염마법사와 대지마법사의 최종기인 [메테오]도 결국 질량으로 때려 박는 거니까.'


지상의 존재가 견딜 수 없는 질량으로 위에서 때려 박는 것만큼 효과적인 공격이 또 없다.


포탄도 마찬가지.

아쉽게도 폭발하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폭음이 울릴 때마다 적이 전열이 흔들리거나 포격에 맞아 몸이 박살이 난다.


'나한테는 안 좋은데.'


자원이 사라진다.

전투 이후, 파밍을 통해 일으켜 세워 고기-혹은 뼈 방패로 쓸 병사들이 목뼈가 부러져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린다.


"으하하하! 공격!!"

"대장!! 포탄이 벌써 떨어졌습니다!"

"거기 옆에 상자 하나 더 있잖아, 이 멍청아!!"

"아, 으아앗!!"


붉은 수염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이레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하들을 지휘하며 적에게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먹어라, 빌어먹을 놈들!!"


더불어 자기 팔에 달린 마법공학캐논까지 앞으로 뻗으며, 마나로 빚어낸 포탄을 성벽 아래로 날려 적을 요격한다.


끄아아악!!


마구 울려 퍼지는 비명.

적의 것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아군의 것도 섞여 있다.


"으아악! 옵니다!!"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이 방패를 든다.

넓은 카이트 실드 뒤에 몸을 숨으면서도, 그 카이트 실드 뒤에 붙어있는 보석을 다이얼처럼 옆으로 돌린다.


"매직미사일 포격에 대비하라─!!"


시장이자 전직 경비대장 막스가 직접 나서서 소리를 지른다.


곧 적진에서 폭죽처럼 푸른 구체들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파바밧!!

그대로 10층 건물 정도 높이에 이른 순간 즉시 우리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카가가강!

카이트 실드 앞에 펼쳐진 마나보호막이 매직 미사일 폭격을 막아낸다.


그러나 미처 그 보호막을 켜지 못한 방패를 향해서는 무자비한 폭격이 쏟아지고, 그 아래에 있던 병사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공성전.

인게임에서는 성벽이라는 지형을 바탕으로 단순히 공격을 주고받던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진다.


"후...."


코를 통해 스며드는 전투의 냄새.


이미 델겐에서부터 사람이 대량으로 죽어 나가는 건 경험했지만, 앞으로 몇 번을 싸워도 익숙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익숙해져야 한다.

죽음은 나의 무기니까.


"대기!! 적들이 뒤로 물러난다!"

"크윽, 대포 수습해! 다친 놈들은 성벽 아래로 내려가!!"


막스가 적진을 살피고, 하이레딘이 적이 물러난 사이 병사들을 재정비한다.


저벅, 저벅.

말 한 마리가 앞으로 다가온다.


가장 눈에 띄는 황금색 투구를 쓴 자로, 딱 봐도 고작 20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놈이다.


"은태자!! 나, 헤이스팅스 폰 캘커드가 네 목을 받으러 왔다!!"


은태자가 말하기를 황위계승서열 13위라는 이도 저도 아닌 자.


"어디 있나! 어머니도 없이, 가신도 없이 홀로 전장을 돌아다니는 자여!"


전장에서 도발을 하는 건 기본이기는 하지만, 설마 저런 패드립을 쓸 줄이야.


'확실히 현실이라는 느낌이기는 해.'


인게임 이벤트였으면 무슨 셰익스피어 희곡에 나올 법한 대사를 외쳤겠지.


"부하들만 보내고 본인은 나오지 않다니! 쫄았구나! 이 헤이스팅스가 두려운 거지! 역병 같은 것!!"


하지만 보라.


"폐하께서 네 어미를 한 번 품으신 걸 가지고 어디에서 몸 굴린 줄도 모를 여자의 자식을 제7 황위 계승자로 두시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아주 그냥 뚫린 입이라고 못 하는 말이 없군."


저 싸가지 없는 어린놈이 하는 말을.


"넌 뭐야?"


나도 모르게 나서버렸다.

사실 큰 상관은 없지만, 좀 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들어보려고 하다가 그만 성벽 앞으로 나서버렸다.


"내가 누구냐고? 네 새아빠다!"

"......뭐?"


헤이스팅스가 입을 떡 벌리며 벙찌고, 내 옆에 있던 다른 이들도 나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뜬다.


'지오니한테 부탁했지.'


혹시나 아가리파이ㅌ-적을 향해 도발하거나 하는 때가 온다면, 내가 입을 좀 털어보겠다고.


"네 어머니, 플라우로스 백작 영애였다지?! 그러니 내가 네 새아빠다! 왜냐하면...!"


나는 주먹을 앞으로 뻗은 다음.


"네 어머니, 굉장하시더라!!"

"이 시건방진 새끼가!!"


팔꿈치를 가볍게 손으로 탁탁 쳤더니, 헤이스팅스의 목소리가 바로 뒤집어졌다.


"가, 감히 황족을 모독해?!"

"네 어머니가 황족의 씨를 받았을지는 몰라도, 네 어머니가 황족의 피를 받은 건 아닐 텐데?"

"너!! 이름 뭐야!! 이 예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말종놈이...!"

"누구는 예법이 있어서 마왕군이랑 전쟁 중에 이렇게 영지전을 걸어 오셨나?!"


어차피 승자가 모든 것을 정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싸우는 와중에는 명분을 챙겨야 한다.


"인간을 상대로 이렇게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건 마왕군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군의 전의를 위해서.


"네놈들, 마왕군이랑 한패를 먹었구나! 서열을 높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왕군에게 제국을 팔아버린 거지!"


적군의 사기 하락을 위해서.


"인류의 배신자놈! 양심이 있으면 저기 어디 강물에 대가리 처박고 죽어라!"

"하, 하하...!"


원색적인 비난.

헤이스팅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중에 리메이크 제작사의 첨병을 만났을 때를 위한 예행연습이다.


"그, 사령술사님?"

"왜?"

"너무 그렇게...막 해도 되는 겁니까?"

"상관없어."


나는 하늘을 가리켰다.


"우리 대-단하신 황제께서는 이렇게 자식들이 서로 서열경쟁을 하면서 치고받고 싸우고 죽여도 상관 안 하시잖아?"

"......."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이 드는 패드립을 섞은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제국이 이렇게 하더라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곳이라는 점.


"중간에 무슨 협잡질이 있든, 가장 강한 자가 승리하는 세상이라고. 이렇게 하더라도 우리의 은태자께서 제위에 오르기만 한다면 다 용서되는 일이야."


나는 나 스스로를 향해 죄를 사하는 듯한 시늉을 하며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혹시 알아? 저 헤이스팅스가 황족이 아닐 수도 있는데."

"예? 진짜입니까?"

"모르지. 하지만 저들이 먼저 은태자를 두고 '황제의 소생이 아니다'라고 지껄여 대고 있잖아."


고전게임.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이런저런 일들이 온갖 요소로 들어가던 시대.


은태자는 현재 황제의 핏줄이 분명하지만, 저 헤이스팅스가 떠든 것처럼 '황제의 핏줄인가?'라는 음해를 받기도 한다.


왜냐면, 자기 중에 그런 자들이 있으니까.


"안 그래, 붉은 수염?"

"크하하하!"


붉은 수염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거, 사령술사님! 생긴 건 전형적인 마법사 샌님들인데, 성깔은 바다 사나이 못지않구먼! 황족의 엄마를 건드리다니!"

"그래서 실망했나?"

"아니! 오히려 반기는 바지!"


내가 일부러 저기 해적들이나 할 법한 대사를 친 이유.


"나는 샌님보다 화끈한 사람이 좋더라! 흐하하!"


호감작이다.

선 성향의 경비대장 막스와 악 성향의 해군대장 하이레딘이라는 두 명 중에서 누구와 더 친해질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성검전기에서 한 번이라도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써먹은 하이레딘 쪽과 친해지는 게 낫다.


"내가 하려던 말보다 더 확실하게 사령술사님 양아들내미 빡 돌게 만들었으니까!"


붉은 수염이 싱글벙글 웃으며 헤이스팅스를 가리킨다.


옆으로 다가온 중년의 남자-아마도 플라우로스 백작으로 추정되는 이가 헤이스팅스를 다독이고 있지만, 헤이스팅스는 머리끝까지 붉어진 채 이쪽을 향해 악을 쓰고 있다.


"...저 애미애비도 없는 게!!"


나한테 한 소리겠지.

실제로 켈트는 양부가 없다.


'하지만 저런 소리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내가 하는 건 괜찮다.

나에게 하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도 그렇지만, 패드립이든 뭐든 신경 거슬리게 하면 죽는 거다.


하물며 저자는 지오니에게 그런 소리를 지껄였으니.


'가만히 있으면 내 입장이 난처해진다고.'


지오니와 내 관계는 계약에 따른 협력자라고는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내가 일종의 '가신'과도 같은 위치에 있다.


이전, 델겐에서 죽은 호위기사 길베르트의 자리.


내가 성검전기라는 이 세계에서 원작을 알고 있고 이 세계에서 지내면서 느낀 게 있다면.


'군주를 향한 욕은 패드립보다 더 심한 거라고.'


마왕군 4천왕이라고 하는 이들도 제 부모욕은 웃어넘길 수 있어도 마왕에 대한 모욕은 결코 참지 않을 것이다.


즉.


'패드립 한 번으로 아군 전체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고.'


헤이스팅스를 긁은 걸로 나는 하이레딘에게서는 해적의 성향과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막스에게서는 '거칠지만 이게 맞지'라는 상식적인 공감을, 그리고 저기 뒤에서 대기 중인 지오니에게는-


'계약 관계라고 해도 이렇게 열심히 해주는데, 나중에 토사구팽하지 않겠지.'


은태자로서 내게 보내는 신뢰와 믿음을 얻은 셈이다.


'개이득.'


켈라이나이 성벽 안에 있는 이들에게서는 완벽하게 '우리 사령술사'가 되었다.


대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둥, 둥, 둥.


"마법사부대는 마나를 회복하는 대로 저 건방진 놈을 마법사처럼 입은 놈을 죽여!!"


헤이스팅스는 나를 씹어먹어도 시원찮다는 듯 이를 갈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사령술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못 들었나 보군. 좋아, 그러면 시작할까?"


나는 하이레딘의 앞에 놓인 대포를 향해 다가갔다.

수많은 대포 중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포탄을 뿜어내지 않은 대포.

포신의 입구로부터 무언가가 밧줄 같은 것이 밖으로 뻗어 나와 있고, 그 밧줄은 상자 안의 무언가와 묶여있다.


"붉은 수염. 탄환 제대로 준비된 거 맞지?"

"...이봐, 사령술사 양반."


하이레딘이 잠시 떫은 얼굴로 대포 안을 가리켰다.


"진짜, 해버릴 거야?"

"전직 해적이 왜 이렇게 뭉그적거려?"

"뭉그적거리는 게 아니라.... 하아. 진짜, 나는 모르겠다."


하이레딘이 구시렁거리더니, 대포에 불을 붙였다.


"세상에 살다 살다 이렇게 대포를 쏘아보기는...!"


파-앙!


폭음과 함께, 포탄이 앞으로 힘차게 날아간다.

구 형태의 포탄에는 밧줄이 묶여있고, 그 밧줄은 연결된 무언가를 포격의 화력으로 함께 날아갔으니.


"괜찮아."


휘리리릭.


"로드릭은 아니니까."


포탄의 뒤로 나풀거리는 하얀 무언가는 백골이었다.


마치 지하감옥에 오랫동안 방치된, 발목에 커다란 쇠구슬을 찬 죄수가 감옥에서 말라비틀어져 죽어버린 것과도 같이.


"켈라이나이의 공동묘지에는 묻혀서는 안 될 이들이 묻힌 경우가 참 많더라고."


나는 족쇄와도 같은 포탄에 날아가는 백골, 이곳을 버리고 도망간 전직 시장 조부의 해골을 향해 손을 뻗었다.


"터져라."


시체폭발-본 익스플로젼.

유효 사거리는 약 30m지만.


"공중에서 폭발하는 뼈가시, 과연 전부 피할 수 있을까."


폭발이 적에게 닿지 않아도, 터진 뼈가시는 아래로 쏟아지며.


"끄아아악!!"

"사령술사!"

"오, 왔다."


적 병사들이 뼈가시 폭격에 괴로워하는 사이, 우리의 뒤.


"설득, 성공했다!"


지오니와 전직 해적 병사들의 뒤로, 하나둘 관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해골의 모양을 한 포탄이.

그들은 과거, 범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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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4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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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0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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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영웅 (1) +17 24.08.20 4,048 20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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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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