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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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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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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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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잠시 뒤, 델겐 마을의 인근 도적의 소굴.]



마을 델겐에서 죽은 주민들의 뱃속에 금은보화를 숨겼다.


혹시나 들킬까봐 일부러 주머니나 품 속에 적당히 숨겨놓았더니, 성기사들은 제대로 낚였다.


"주머니만 털 줄 아는 스캐빈저 놈들 같으니라고."


은태자, 지오니는 마을에서 일어난 상황을 들으며 몹시 짜증을 냈다.


"저런 놈들의 실체가 밝혀져야 하는데."

"그런 거 안 밝혀지게 하려고 이미지메이킹 하는 거니까."


나는 지오니에게 나무컵을 내밀었다.


"이건...커피인가?"

"카페를 털었지."


나는 내 옆에 선 인벤토리, 로드릭을 가볍게 두드렸다.


"보급은 기본이니까."


카페에는 이런저런 먹을 것이 참 많았다.

식료품점을 갈 시간까지는 부족하여, 나는 언데드를 이용해 식료품을 챙기는데 집중했다.


"...사령술사."

"왜? 커피가 너무 쓸 것 같나? 우유 태워줘?"

"우유는 다오."


지오니가 컵을 내밀었다.


'우유 좋아하는 건 원작이랑 똑같네.'


개인적인 기호식품으로서, 지오니는 우유를 가장 좋아한다.


커피에 우유를 부어 마실정도.

다행히 나는 마시기 좋은 적당한 황금비율을 알고 있기에, 적절히 우유를 섞었다.


지오니는 키가 작은 편이다.


약 165cm 정도.

어려서부터 제대로 뭔가를 먹지 못한 영향으로, 원작에서 주인공과 함께 움직이며 지오니는 무럭무럭 자라 180을 훌쩍 넘기게 된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지.'


처음 들어올 때는 미소녀스러운 외모를 가진 녀석이 점차 성장하는 기특한 모습을 보이더니, 마지막에는 최종보스가 되어 카리스마 넘치는 황제의 위엄을 보일 때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제대로 크려나?'


얇은 목도 그렇고 가느다란 팔도 그렇고, 도망자 신세가 오래되다보니 상당히 못 먹고 자란 티가 역력하다.


"뭘 그렇게 보는 거지."

"네 몸."

"......."


지오니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본다.


"변태인가?"

"변태라기보다는, 그런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쏟아져나오는지 인간적으로 궁금해서?"

"마나의 힘이다."


지오니가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마나의 힘으로 체력을 강화하는 거다."

"근력운동은 따로 안 하나?"

"사령술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


내가 소매를 걷어 팔뚝을 드러내자, 지오니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전직 마을 경비병이었다고.'


경비병으로서 최소한의 체격은 갖추고 있다.


'근육과 재능은 다르니까.'


근접전 재능은 마을 경비 A 수준인 건 사실.

하지만 그렇다고 체력 단련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령술사라도 위험할 때는 결국 내 몸 움직여야지. 스켈레톤 뼈를 검처럼 들고 싸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기본적으로 나의 전투는 원거리에서 언데드를 조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델겐의 싸움을 그와의 연동을 통해 익히며, 나는 어딘가 몸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건...?"

"델겐이 이렇게 검을 휘두르더라."

"...직접 해보겠어?"


내가 델겐의 검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지오니가 자신의 허리에 찬 델겐의 검을 가리켰다.


"안 돼. 그거 들고 할 정도는 아니야."


검법이라고 할 것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니까 태가 잘 드러나는 거지, 내가 저 무거운 검을 직접 들고 휘두르면 어린이 재롱잔치가 될 것이다.


"델겐과 같은 기사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런 기사를 원한다면 방법은 많아. 전장은 곳곳에 널려있으니까."

"...그렇지. 저기, 길베르트처럼."


지오니가 로드릭의 옆에 선 언데드를 가리켰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두 언데드가 좀 많이 다르지 않나?"

"로드릭이랑 길베르트?"

"그래."


카페에서 자원을 보급하면서 나는 길베르트를 되살렸다.


지오니는 델겐의 부활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길베르트는 '적에게 존재를 들켜서는 안 된다'라는 이유로 부활시키기를 바랐다.


그래서 부활시켰다.


단.


"로드릭은 뭔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길베르트는 전혀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서 말이지."


레이즈 데드를 사용하며, 영혼을 정착시키는 방식이 아닌 그냥 일반적인 사령술로.


"맞아."


나는 심장이 뻥 뚫려있는 길베르트에게 다가가, 그의 뒤통수를 손으로 툭툭 쳤다.


"길베르트는 죽었어. 이건 그냥 육신일 뿐이다."

"...어떻게 영혼을 불러내지는 못하나?"

"아. 혹시 오해를 할까싶어서 미리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길베르트의 머리 안쪽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강제로 영혼을 일깨우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이미 영혼이 죽어버린 건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영혼이 죽었다고?"

"그래. 마음이 꺾였다고 할 수도 있지."

"...델겐과 같이?"

"비슷해."


현재. 길베르트의 정신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서 기절한 사람이 의식불명인 거나 마찬가지지. 육신은 되살렸지만, 머리가 되살아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어째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함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어렴풋이 짐작가는 추측이 하나 있기는 하다.


"고용주. 이 기사 말이다, 고용주의 능력을 알고 있나?"

"내 능력?"

"살아남는 길은 기가막히게 파악하는 거."

"...아아, 물론."


지오니가 커피우유를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단신으로 나를 옆에서 지켰던 거지."

"그렇다면 그거 때문이네."

"뭐?"

"처음 엘프들이 죽창을 날렸을 때, 고용주께서는 어디로 몸을 피했지?"

"...음."


지오니가 무겁게 눈을 감았다.


"자신보다 더 능력있는 자에게 몸을 의탁한 것에 충격이라도 받았다는 것인가."


기사 길베르트.

나중에 배신하는 건 미래의 일이고, 적어도 죽기 직전까지는 지오니의 충직한 기사.


그런 기사가 그만 보고 말았다.

자신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대상이 자신이 아닌 내 뒤로 몸을 날리는 것을.


그리고 자신은 죽어버렸으니.


"기사라고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남자는 자존심 죽으면 시체나 마찬가지지."


길베르트는 죽었다.

두개골과 척추는 그대로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능동적으로 움직일 영혼이 죽어버리고 말았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일부러 영혼을 안 끌어올린 거 아니다?"

"강제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있기는 한데, 그러면 이거 한 10분 정도 쓰고 버릴 폐인이 될 텐데?"


자괴감으로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자존감이 떨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을 전국민이 보는 라이브 방송 앞에 세워두고 마이크 쥐어주는 격과 다를 바가 없다.


"길베르트는 죽었다. 지금 우리의 앞에 있는 건 길베르트의 능력보다 약간 낮은 언데드 기사일 뿐이다."

"......."


지오니가 커피우유가 든 컵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는다.


"그렇다면...길베르트 가문의 도움을 받는 건 어렵겠군."

"음?"

"길베르트가 살아있는 척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위르겐 남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아쉬워."


지오니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며 커피우유를 홀짝였다.


따그닥.

길베르트의 옆에 선 로드릭이 턱뼈를 부딪친다.

아마도 '저 인간은 대체'라는 생각이겠지.


나도 마찬가지다.


'한 60% 정도?'


지오니의 질문은 하나의 의도만 있는 게 아니다.


10%. 길베르트와 로드릭의 차이.

30% 길베르트가 심장이 꿰뚫리기 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나머지 60%. 그를 통하여 길베르트의 가문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가.


대략 이 정도가 아닐까.


"좋아. 그러면 자칭 제국의 후예 고용주님? 우리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명확하게 서로가 가진 패를 좀 까보자고."


나는 지오니의 앞에 마주앉았다.


"교단에 의해 고향이 멸망당한 '용사의 마을' 출신 전직 경비병, 켈트. 마을 근처에 있던 사령왕 자하드의 유산을 발견하여 사령술사가 되었다."

"......지오니 폰 켈커드."


지오니가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


'지온하르트 아니고?'


"켈커드 제국의 제7 황위계승자."

"음."


지온하르트가 아닌 지오니라는 이름을 고수하는 것이 더 놀라웠지만.


"왜. 제국 황위계승자가 이런 꼴이라 믿기지 않나?"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은?"

"그렇겠지. 황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이렇게 제도로부터 떨어진 곳을 돌아다니는 게."


그 놀라움 덕분에, 적당히 '황태자께서 이런 곳에?!'라고 속여넘길 수 있었다.


"뭐, 사령왕의 후계자와 허울뿐인 황위계승자를 따지면 그대 쪽이 더 우위라고 할 수 있나."


지오니가 쓴웃음을 지었으나, 곧 표정을 바꾸며 나를 바라봤다.


"계약의 내용은 여전하다. 나를 도와준다면 제국의 절반을 내어주지."

"물리적으로, 아니면 권력적으로?"

"말 그대로. 공동통치라고 해도 좋고, 제국을 둘로 쪼개어도 좋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건가?"

"절박하지."


지오니는 진심이다.


"나는 황제가 되고 싶다. 그리고 황제가 되어, 교단을 무너뜨리고 싶다."

"......."

"내가 황제가 되는 건 나만의 일이라고 해도, 교단을 무너뜨리는 건 우리 공동의 목표라고 생각하는데."

"맞아. 나는 교단의 파멸을 원해."


교단을 무너뜨려야, 나를 이 세계에 보낸 자들에게 엿을 먹일 수 있다.


"이 세계를 비틀어버린 교단이 파멸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 세계의, 원작의 요소를 뒤틀어버린 교단이 무너지기를 바란다.


"내 고향의 복수를 위해서."

"...명목상의 말인 것 같은데, 진심은?"

"그리고 나를 건드린 것에 대해서."


빙의자로서, 마을에서 살아가던 한 사람으로서도.


"...자신을 건드린 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응한다는 건가. 과연. 적으로 두기에는 무서운 존재로군."


지오니가 잔을 들었다.


"건배할까?"

"있는 건 커피랑 우유 뿐인데?"

"잔에 들어있는 게 뭐가 중요하겠어. 잔을 부딪친다는 게 중요하지."

"좋아."


짠.


"교단의 파멸을 위하여."

"신성제국이 오롯이 제국으로 우뚝 솟을 수 있기를."


어감은 다르지만, 결국 원하는 바는 같으니.


"좋아. 그래서 이제 계획은 뭐지?"


나는 에스프레소를 가볍게 홀짝이며 물었다.


"뭔가 생각한 바가 있어서 델겐 마을을 찾아온 걸 텐데."

"고대 용사의 유산."

"......?"

"이것과 같이, 각 지역에 퍼져있는 유물들을 확보하는 것."


지오니가 델겐의 검을 탁자 위에 올렸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생각해봤지만, 결국 '힘'이 없으면 모두 공허한 외침이야."

"동의해."

"그러니 힘을 얻어야 해. 힘 있는 사람이든, 아니면 힘 그 자체든."

"델겐과 같은?"

"맞아. 그리고 그 힘을 찾는 방법은...여기에 있지."


지오니가 손으로 자신의 한쪽 눈을 가렸다.


"내가 '살아남는 길'에 따라, 직감에 따라 움직이는 거야."

"......."

"나는 이 마을에서 내 힘이 될 무언가가 있다는 직감을 믿고 찾아왔지. 그것이 델겐이든 아니면 그대든, 결국 이렇게 되었어."

"......재미있네."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나였다면, 그저 '직감에 의존하는 미친 존재'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그 눈에 뭐 보이기라도 해? 델겐과 같은 무언가가?"

"...아아."


하지만 지오니, 은태자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무언가가 보였어."

"......응?"

"대륙의 북쪽. [얼어붙은 땅]."

"잠깐."

"그곳에, 나를 부르는 무언가가 있어."

"......."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왔다.


"지금의 황제가 네 아버지, 맞지?"

"......."


지오니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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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7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7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70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8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5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8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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