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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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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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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서리불꽃 (1)

DUMMY


크라켄, 동결.


크라켄은 얼어붙었다.

크라켄을 중심으로 펼쳐진 '해신의 기사단'은 스스로가 결계가 되었다.


푸쉬이이이.


몸체로부터 떨어진 크라켄의 다리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마치 햇빛에 닿은 뱀파이어와 같이 재가 되어 흩날린다.


남은 것은 기사로 이루어진 결계와 작은 봉분처럼 솟아난 크라켄, 그리고 그 위에 서 있는 기사와 레이디 각 한 명.


켈라이나이를 덮친 크라켄 소동은 당장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크라켄 소동은.


"...지오니."


마도서를 접으며 고개를 돌린다.


"또 도망쳐야 하는 건가?"

"......."


지오니가 애매하게 인상을 찌푸리며 답하지 않는다.


대신 지오니는 시선으로 답했다.


키에에엑!!


바다에서 올라온 어인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


크라켄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에 분노하듯, 놈들은 괴성을 지르며 언덕을 올라오려고 한다.


푹찍!


로드릭이 그런 어인들을 막아내고 있다.


경비병의 재능이 용사의 마을에 국한된 게 아닌지, 이곳 '공동묘지의 경비'와 같이 뼈만 이루어진 몸을 잽싸게 움직이며 어인들을 때려잡고 있다.


"로드릭이 버틸 수 있나...?"

"로드릭이 문제가 아니라 그대가 문제인 것 같은데."


지오니가 내게로 다가와 내 가슴에 손을 올린다.


"마나가 거의 다 닳았다. 이제 한계군."

"마나포션이...."

"먹지 마라. 지금 억지로 마나포션을 먹으면 머리가 녹아버릴 것이다."


지오니는 내가 여기에서 더 힘을 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이긴 건가?"

"아아, 이겼다. 네 승리다."


지오니가 나를 향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웃는다.


너무나도 시원하게 웃는 바람에 나는 정말로 '끝났다'라는 생각에 진한 탈력감이 들었지만-


"정말로...?"


마도서는 펼치지 않았지만, 로드릭을 통해 앞을 내려다본다.


"아직, 저기 마수들이 남아있는데?"


크라켄의 폭주로 올라온 심해어인들.

그리고 그들의 눈에 깃든 기생마수들.


저들까지 얼리려고 하려면 서리달의 힘을 끌어내야 한다.


"사령술사. 그대는 1인분을 넘어, 가장 확실하게 활약한 사람이다."


지오니가 내 어깨를 꽉 붙잡는다.


"아무래도 무아지경에 빠져서 자기 상태가 어떤지 이제야 가늠했겠지만, 네 마나는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저 공동묘지의 아래에 싸우는 로드릭을 향해 어인들이 여럿 달려들지만, 지오니는 내가 쥔 마도서를 고이 접어 내 품에 밀어 넣는다.


"여기에서 더 싸우면 저 스켈레톤, 로드릭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겠지."

"......."

"모든 걸 그대 혼자서 짊어질 필요는 없다. 나도 이곳에 있으니."

"그러니까...."


내가 지금 쓰러지거나 기절한다면, 지오니 혼자서 모든 걸 다 처리해야 한다.


"나를 믿지 못하는 건가?"


지오니가 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눈빛으로 내게 답을 원하고 있으나, 내가 해줄 말은 하나다.


"믿지. 믿으니까, 짐짝이 되기 싫은 거고."


은태자의 직감을 믿고 따라왔다.

은태자가 나를 챙기는 이상, 그 길이 내가 살 길이라는 건 명백하다.


하지만 좀 더 내가 나서는 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켈라이나이는 사령술에 그다지 비호의적인 곳이 아니라고 했지."


지오니가 검을 바닥에 꽂으며 내 어깨를 부축한다.


"그건 아마도 넵튠이 사령술로 이 땅을 지키고자 했던 의지가 이곳에 그런 풍조로 남았던 걸지도 모른다. 다른 곳은 아무래도 사령술이라는 걸 꺼려하잖나."


그게 보통이다.

델겐에서도 내가 사령술사라는 걸 숨겨야 했으니까.


"그건 분명 언젠가 크라켄이 부활했을 때, 고대의 해신도 함께 부활하여 기사단을 데리고 마을을 지켜줄 거라는 '전설'의 영향이겠지. 죽은 자들의 부활이라고 한다면 사령술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


넵튠이 아래를 가리켰다.


"봐라. 그대가 넵튠, 그리고 기사들과 함께 일으킨 기적의 현장을."


로드릭이 싸우는 공동묘지의 입구 방향.


"와아아아아!!"


상처 입은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다.


"수호자님을 보호하라!!"

"해신의 계승자를 지켜라!!"

"저 물고기 괴인들을 죽여!!"


기생마수들에게 당할까봐 두려워했던, 혹은 그들과 싸우다가 다친 이들이 다시 전장에 나타났다.


목에 붕대를 휘감고,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는데도 어인들을 상대로 망가진 검을 휘두른다.


"저들은...."

"짜식들아!!"


상처 입은 병사들의 사이.


"도움을 받았으면 은혜를 갚는 것이 사나이의 도리!!"


한쪽 팔이 없는 가벼운 복장의 중년 남자가 팔에 기계장치 같은 걸 단 채, 병사들과 함께 나타났다.


"마을을 구해준 용사님들이시다! 용사님들께 마지막까지 민폐를 끼칠 생각이더냐!"

"아닙니다!!"


중년 남자의 일갈에 병사들이 악을 쓰며 창을 뻗는다.


"용사님들! 안심하십시오!!"


중년인이 우리를 향해 손을 번쩍 흔든다.


"잡것들은 우리, [켈라이나이의 사나이]들이 정리하겠습니다!!"

"라고, 하는군."


지오니가 중년인과 병사들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나쁘게 생각하지는 말도록. 다 이긴 상황에서 포크 하나 얹으려고 나타난 건 아니잖나. 그렇지?"

"...그래."


레이드 게임에서 99% 딜을 하고 난 뒤에 막타를 치려고 숟가락 하나 얹는 게 아니다.


"켈라이나이 기사단의 후예들이 저기 있군."


저들의 모습에서, 내가 조종하던 스켈레톤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비록 켈라이나이 백작가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그들의 후손은 분명 이 땅에 남아 그 의기를 전한 것.


"으아악! 여기, 스켈레톤이...?!"

"용사님께서 부리시는 스켈레톤이다! 함께 싸워!"

"예, 선장님!!!"


어인들을 상대로 로드릭과 함께 싸우며,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기생마수에 대항한다.


"푸우웃!!"


중년인이 입에 무언가를 머금고 기생마수를 향해 뿌린다.


그냥 공기 중에 물을 뿜어내는 게 전투 중에 무슨 짓이냐 싶지만-


"터져라!"


기계장치가 달린 오른팔을 앞으로 뻗으며, 그 끝에서 무언가가 반짝인다 싶더니-


"통구이로 만들어 주지!!!"


화르르륵!!!


손목이었어야 할 부분의 구멍에서 불꽃이 앞으로 뿌려지더니, 그대로 공기 중에 불이 붙어 심해마수들을 덮쳤다.


키이이이익!!


기름인지 술인지 모를 것을 뒤집어쓴 기생마수들이 숙주인 어인들과 함께 그대로 불에 휩싸인다.


"......."


저런 사람이 있었나.

아니, 애초에 중세 판타지 배경 게임에서 팔에 화염방사기를 단 사람이 나타나는 게 정상일까.


아.


'신캐구나.'


깨달았다.


"...지오니."


저 남자가 노말인지 레어인지, 아니면 한정 뽑기인지는 몰라도.


"......믿고, 맡길게."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



[그 시각, 여신교단의 본부. 교황청의 한 예배실.]



"흐응?"


여신상을 향해 예배를 올리고 있던 여인, 성녀는 기이한 감각에 눈썹을 찌푸리며 손을 풀었다.


"이 기운은...?"

"성녀님."


노크와 함께 예배실로 한 명의 기사가 들어왔다.


"뭐죠, 기사단장? 지금은 정기 예배 중이라, 특별히 보고할 일이 있으면 조금 곤란한데요."

"특별히 보고할 일이 생겼습니다."


기사단장이 품에서 동그란 수정구를 꺼내자, 곧 수정구에서 신성력이 반짝였다.


파-앗.

수정구 위로 신성력이 커튼처럼 펼쳐지고, 빛의 장막 속에는 전혀 다른 공간이 반짝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는 어디죠?"

"해안도시 켈라이나이입니다."


어느 한 도시의 전경을 찍은 화상.

적어도 수년 전에 기록을 남겨둔 것처럼, 그 화상은 지금의 계절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겨울이었다.


"......'계획의 핵심'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곁가지'인가요?"

"예. 하지만 상황이 조금 심각합니다."


기사단장은 빛의 장막 속, 크라켄을 상대하는 거신상을 가리켰다.


"크라켄이 부활했다고 합니다."

"어머, 부활?"

"예. 아무래도 무언가 봉인이 풀린 것 같습니다."

"봉인이라...."


성녀가 잠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뇌에 잠겼다.


"위기라는 거군요."

"예. 어떻게, '영웅'을 투입하실 겁니까?"

"어머. 추기경이나 교황님께 묻지 않고 제게 허락을 구해도 되는 건가요?"

"......."


성녀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기사단장은 진지한 얼굴로 성녀를 바라보며 답을 요구했다.


"영웅들의 상태는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파티'를 꾸리기에는 충분합니다. 기사단의 보좌가 있다면, 드래곤은 무리라도 20m 정도의 드레이크는 함께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크라켄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성녀가 화상 속 켈라이나이를 빤히 바라보더니.


"놔둬요."

"예?"

"무시하라고요."


그대로 손을 흔들며 고개를 여신에게로 돌렸다.


"성녀님. 그곳에도...."

"신도들이 있기야 하겠죠. 하지만 굳이 곁가지에 신경을 쓸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성녀는 여신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였다.


"켈라이나이가 망하거나 제국에서 토벌대를 보내면, 우리는 여론을 모으도록 하죠. 크라켄 토벌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을 물어 황제의 수족들을 잘라낼 수 있게."

"성녀님...."

"대의를 생각하세요, 대의를. 중요한 건 교단. 그리고 더욱더 중요한 건...여신의 뜻."


성녀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 또한, 여신의 시련이겠지요."

"...만일 켈라이나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곳에 교단의 세력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되겠어요?"


성녀의 한쪽 입꼬리가 귀에 올라갔다.


"그곳에, 누가 있다고."



* * *



"......."


낯선 천장이다.

보통 이런 상황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진짜로 탈진하여 의식을 잃은 적이 처음이라 그 말이 절로 나왔다.


"여기는...."

"켈라이나이 항구의 배야."


내 옆.


"일어났어?"


지오니가 내 옆에 앉아,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책의 표지에는 '사령술의 이해 [기초편]'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령술사 전직하려고?"

"사령술에 대해서 좀 더 이해하는 게 앞으로의 여행에서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지오니가 책을 덮었다.


"그런 말을 하는 걸 보아하니, 사흘 동안 제대로 푹 쉰 모양이네."

"...사흘?"

"그래. 아. 안심해. 쟤는 멀쩡하니까."


지오니가 문 쪽을 가리키자, 그곳에는 수상한 존재가 하나 서 있었다.


"뭐야?"


해적이 서 있었다.

머리에는 두건을 두르고 있고, 옷은 '나 해적이요'하는 전형적인 복장이었다.


단지, 그걸 해골이 입고 있을 뿐.


"로드릭을 왜 해적으로 만들어 놓았어?"

"그야 당연히 이곳이 해적선이니까?"

"......?"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공간이 제법 넓어서 여관인 줄 알았는데, 해적선이라니?


"여기 바다야?"

"켈라이나이 항구야. 배는 정박 중이고."

"...흔들림이 없는데?"

"마법의 힘이지."


세상에.

판타지 세상의 배는 정박 중에는 마법으로 잔물결조차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하는 건가.


"농담이야.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지금 파도가 잔잔하다는 거지. 지금의 켈라이나이처럼."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음."


지오니가 말을 아끼며 웃는다.


"적어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다는 것 정도?"

"내가 뭘 생각했는데?"

"델겐에서의 경우처럼, 성전기사단이 들이닥칠까봐 바로 도망칠 상황?"

"......맞기는 한데,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되었지?"

"별 건 아니고."


지오니가 옆에 놓여있던 물컵을 내게 건넸다.


"네가 크라켄을 봉인하고 마을 경비병들이 심해에서 올라온 마수들을 처치했지. 여기까지는 기억나?"

"그래. 그리고 손에 화염방사기...를 단 중년 남자가 나타났고...."


그 뒤로 기억이 없다.


"제법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네. 맞아. 그 뒤로, 그냥 사소한 일이 있었어."

"그렇게 말하니까 전혀 사소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음. 어찌 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나로서는 잘못된 걸 바로잡은 셈이지만."

"그러니까, 그게 뭔데?"


답답함에 나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물컵을 들어 물을 머금었다-


"쿠데타."


가.


"아니다. 성공했으니 혁명-"

"푸웁?!"


사레가 들려, 뿜어버렸다.


"...야."


툭, 투둑.


"나한테 이렇게 물을 뿜은 건 네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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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46 32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4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1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6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79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8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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