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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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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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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2)

DUMMY

[레이즈 데드]마법은 두 가지 형태로 각각 사용할 수 있다.


하나.

그저 순수하게 언데드로서 시체를 사용하는 경우.


시체폭발로 터뜨린 고블린이나 도적 소굴의 스켈레톤과 같이, 단순한 명령을 입력하면 나의 의지대로 조종하는 방식이다.


영혼이 없는 경우.

혹은 영혼이 죽음에 의해 잠식되어, 자아를 잃고 명령에 따르는 꼭두각시가 될 경우.


A라는 명령을 하면 A라는 결과만 도출해내는 방식이 아니다.


'눈 앞에 있는 적을 죽여라'라는 명령을 내릴 경우, 해당 언데드는 자신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기술을 바탕으로 눈 앞의 적을 죽이려고 하기 마련이다.


언데드에게 '파이어볼'을 사용하라, 라는 식으로 명령을 내려봐야 손에서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겠지.


이런 식으로 부활시킨 언데드는 자아가 없다.


이게 보통의 네크로맨시, 강령술이다.


[레이즈 데드(사령왕)]은 조금 다르다.


기술적으로는 똑같은 부활마법이지만, 사령왕은 자신의 마나와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의 사령술을 좀 더 직관적이고 확실하게 개조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부활.

사령왕의 기술은 해당 존재를 생전의 상태로 만들어낸다.


내가 로드릭을 부활시켰을 때 강제로 명령을 할 수 있으면서 정작 로드릭이 주변의 의심을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게 했던 것과 같이, 죽기 전의 존재를 불러올 수 있다.


영혼을 육신에 불러오는 방식.


사령왕은 인간의 영혼이 [명계]라는 곳으로 흘러가기 전에 영혼을 다시 부활시킨 언데드의 몸에 집어넣는 것으로 진정한 부활 마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대신 이렇게 할 경우 기존의 사령술과 달리 영혼이라는 정신력이 변수가 발생하기에, 사령술사가 부활시킨 대상과의 정신력 비교에서 밀릴 경우 조종이 어렵다고 했다.


즉, 부활시킨 대상에게 오히려 먹혔을 경우.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와 같은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경우.

이럴 때는 기존의 언데드들과 달리, '부활시킨 대상을 향해 죽이려 드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왜 나를 부활시켰느냐.

왜 죽은 자를 함부로 다시 일으키려고 하느냐.

네가 나를 죽여놓고 지금 나를 부활시켜서 조종하려고 드느냐.


이런 위험 때문에 필요에 따라 부활시킨 로드릭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강령술의 방식을 답습해왔다.


고대 용사 델겐의 시신이 여기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시신을 이용하더라도 사령왕의 방식으로 부활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습격이 있었고, 은태자가 살 길을 찾아냈다.


그 결과.


서걱, 서걱!


소드 마스터, 델겐이 검 한 자루를 들고 엘프들을 도륙내기 시작했다.


'보인다.'


시야가 공유되었다.

언데드와의 감각 동기화를 통해, 델겐이 움직이는 감각이 내게로 전해지고 있다.


[술자여.]


델겐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마나로 이어진 사령술사와 언데드 사이의 연결 속에서, 델겐은 붉은 조끼를 입은 엘프를 일격에 베어나가며 말을 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 고향 마을을 잃었다.]


알고 있다.

델겐의 과거 설정에 대해서는 이미 원작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나의 고향은 마물들에게 점령당했고, 나는 그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군대에 들어가 힘을 길렀지.]


마을을 습격한 군대에 복수하기 위해 소년은 병사가 되었고, 자신의 재능을 알게된 청년은 기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복수를 위해 검을 휘둘렀다.]


서걱.

하나의 엘프가 몸이 두동강 난다.

소드 마스터의 검에 검푸른 오러가 빛나기 시작하며, '검강'이라고 흔히들 부르는 그것이 반짝이며 엘프들을 베어낸다.


[인간을 죽이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마물들을. 내 고향을 멸망시킨 것처럼, 나 또한 그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델겐의 시야 앞으로 무언가가 스친다.


'델겐의 기억?'


주마등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오버랩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들이 죽어나가는 엘프들의 모습에 겹쳐보였다.


아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은 아니다.


이전에 봤지만, 그 광경을 한 인간의 시야로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광경이다.


[꺄아악!!]

[살려, 커억!]


불타는 마을.

마을을 습격한 수 m의 짐승형 마수들.


[델겐, 살-]


늑대와도 같은 마수의 앞발에 깔려 피를 흘리면서도, 소년을 향해 손을 뻗으며 애써 웃는 갈색머리의 마을 처녀.


-누나아아아!!


또다른 장면이 머릿속에 스친다.

현실이 아닌,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트 그래픽과 함께 대사가 출력된다.


델겐의 과거.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며 겪었던 그의 잔혹하고 슬픈 과거사.


이것은 그래.


[내가 평생동안 짊어진 저주이자, 내가 검을 휘두르고 마족들을 죽이기 위해 항상 곱씹었던 기억.]


트라우마다.

게임에서는 컷씬과 등장인물들의 이벤트로 1분 남짓한 시간 안에 짧은 대화로 오가던 장면들이 지금 부활한 델겐을 통해 내게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나는 그렇게 마족들을 쓰러뜨려왔고, 어느덧 사람들로부터 '영웅'으로 칭송받기 시작했지. 동료도 생겼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다.]


어두운 과거를 품은 복수귀는 점차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슷한 과거를 품은 이와 서로 술잔을 기울이고, 남자로서 한 명의 여인을 품고 그녀의 품에서 끔찍한 과거를 잠시나마 잊기도 했다.


어쩌면 행복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은 전부 잃었지만, 다시 폐허를 재건하고 새로운 이들을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살해당했다.]


델겐의 나이 27세.

그는 죽었다.


[석화의 저주에 당했다.]


하지만 그 죽음은 원작을 플레이한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


'바실리스크와의 전투에서 석화된 게 아니고?'


마을이 습격당했다.

폐허가 된 고향마을을 재건하여 다시 마을로 만들었지만, 몸 길이가 30m에 이르는 바실리스크를 상대하게 되었다.


바실리스크는 쓰러뜨렸으나 그는 석화의 저주를 맞았고, 그는 몸이 돌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석화되어 죽더라도, 마을 사람들을 위한 결계가 되겠다.

울타리는 성벽이 되었고, 성벽은 용사의 육신을 매게로 한 결계가 되었다.


그것이 마을 델겐의 시작.

광장은 그 누이가 살해당했던 그 장소.


그랬을 터였는데.


[나는 내가 사랑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고 저주에 걸렸던 거야.]


그런 원작 속 컷씬들이, 나의 추억 속에서 고통과 죽음 속에서도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려고 했던 용사 델겐의 에피소드가.


[내가 사랑했던 이는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되었고, 나는 돌이 되어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지.]


치정극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시신까지 능욕당한 채, 죽고 나서도 그 뒤를 계속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비참한 존재의 이야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대는 나를 살렸다.]


델겐이 내게 말한다.


[나를 살려 조종하려고 했든, 내 시체를 이용하여 언데드로 부리려고 했든, 지금처럼 마을을 습격한 엘프를 죽이기 위한 도구로 쓰려고 했든. 그대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나를 '온전한' 형태로 되살렸다.]


델겐이 내게 말하며, 엘프들을 마구 베어낸다.


[너는 나를 제어할 수 없어. 마나의 힘으로 어떻게 하기에는, 너는 대마법사가 아니다.]


델겐은 냉정한 목소리로 검을 휘두른다.


서걱.

엘프가 반으로 갈라진 채 쓰러지고, 마지막 한 명의 엘프가 남았다.


[데, 델겐...! 너, 설마 진짜 델겐인가...!]

[하이엘프 디트리히.]


석화된 시간을 지나, 과거의 동료와 델겐은 재회했다.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은 자였다.

신작에서는 아예 델겐이라는 캐릭터가 뽑기로서 등장하지도 않았다.


[델겐...! 나는...!]

[죽어라.]


미지의 변수.

가, 델겐에 의해 그대로 목이 뎅겅 날아가 죽었다.


[어, 째서....]

[한 때의 동료였으나, 지금은 적이 되었으니.]


델겐이 마지막 엘프를 죽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네게도 그 때 말했던 것 같은데. 복수를 위해 검을 들었지만, 복수만을 위해 검을 들지 않았다고.]


순간.

눈 앞에 어떤 여인의 모습이 스친다.


-델겐. 그러면 델겐이 누나 지켜줄 거야?

-응! 내가 강해져서, 꼭 누나 지켜줄게!


짐승의 발에 깔려 죽어가던 여인이, 손을 아래로 뻗으며 화사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던 모습이.


[나는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었다.]


저벅. 저벅.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으나.]


델겐이 마을, 델겐으로 들어온다.


[조금은, 이기적으로 굴고 싶구나.]


델겐이 나를 바라본다.

델겐의 눈에 비친 나는 석상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며, 석상의 단상에 손을 올린 채 전신을 떨고 있었다.


델겐이 눈을 감는다.


검게 물든 세상 속에서, 온갖 장면들이 배속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눈을 뜬다.

보이는 것은 델겐이 걸어온 문.

그가 수백 년 동안 석화된 채로 바라봤던 단 하나의 시야.


그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웃고 떠들고 축제가 열렸지만, 그만큼 수많은 피가 흐르고 사람들이 죽어갔다.


"......."


델겐이 검을 아래로 꽂는다.

석화되었던 당시의 모습과 같이,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겠다는듯 고요히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용사 델겐."


말을 건넨다.


"그래도, 좀 더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까?"


이것은 소드마스터 언데드를 확보한 흑마법사의 질문이 아니다.


"억울하게 죽었던 삶을 다시 새롭게 이끌어나가고 싶지 않습니까?"


원작에서 델겐은 석화의 저주가 풀린 뒤에도 동료로서 함께 싸웠다.


비록 그 델겐은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잠들어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보게."


청년의 모습으로, 델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그동안...너무 많은 것을 봐왔어."


델겐의 목소리가 잠겨있다.


"그대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네. 그대의 마음에 일말의 자비가 있다면."


델겐이 나를 바라보며 옅게 웃는다.


"나를 부디 이만 보내주지 않겠나, 이방인이여."

"......."

"부탁하네."


델겐이 고개를 숙인다.


"......."


은태자에게로 눈을 돌린다.

그는 복잡한 얼굴로 델겐을 바라보고 있다가, 나의 시선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소드마스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엘프들을 불과 1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만에 전부 죽여버린 존재.


기사 길베르트가 죽었으니 사실상 옆을 지키는 인재는 나 하나라고 해야할, 심지어 그마저도 구두계약도 제대로 체결하지 않은 흑마법사인 나.


그런 와중에 확보된 고대 용사 본인.


은태자는-


"제국의 후예로서, 그대의 노고에 감사드리오."


경건한 자세로, 황실의 예법을 갖추며 델겐에게 고개를 숙였다.


"고생하셨소. 영웅이여."

"......."


은태자는 마음을 정했다.


"하."


-살아있다는 게 참 좋기는 하네. 비록 수백 년 뒤기는 하지만, 이렇게 살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얼마나 좋아. 하하.


여전히 나는 원작 속 그 델겐의 선택이 머릿속에 스쳐지났으나.


"델겐."


그 원작 속 델겐을 알고 있기에.


"편히 쉬시길."


지금의 마모된 델겐을 지켜볼 수 없었다.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레이즈 데드]. 해제.


"아아, 고맙네."


델겐의 몸이 회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다.


"이제, 눈을 감을 수 있겠어."


사아아.

바람이 불어와, 회색 재를 한껏 안고 하늘로 흩날린다.


꽃잎과도 같이.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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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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