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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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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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데뷔전을 끝낸 강혁은 휴식 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조금 이상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클이 진화하고 있다!’


채기로 흡수한 기운을 전륜으로 돌려 정제해 축적한다. 하지만 그 양이 적어 서클업은 기약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 데뷔 경기 직전, 서클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시작된 진화였다.


실오라기 같던 서클이 실 팔찌 정도로 성장하더니 지금은 목걸이만큼 커진 상태였다.


서클이 여기서 더 커지지 않고 살을 찌우는 것을 보면 서클업도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았다.


서클 하나가 거의 최종 형태에 가까워지자 그것을 담고 있는 신체도 그에 맞게 변해야 했다.

일반적인 서클이라면 말도 되지 않았지만, 불괴공으로 만들어지는 서클이었다.


서클의 모양부터 시작해 전혀 일반적일 수가 없었다.


서클의 형태가 진화하자 더 강한 그릇을 만들라고 몸이 먼저 바뀌길 원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자동이 아니라 수동이었다.


강혁이 직접 마나로 신체를 재구성해야 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자극이었다.

그리고 자극은 웨이트 트레이닝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재구성이라고는 하지만 무협지에 나오는 환골탈태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과거 운동선수들이 약물과 운동으로 체형 자체를 바꿔버리는 ‘신체 개조’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서클 하나가 최종 형태로 진화하는 만큼, 강한 힘을 담을만한 강한 신체를 만들어야 했다.


재구성 없이 자칫 힘을 잘못 사용하기라도 하면 신체 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물론 불괴공으로 회복이 되겠지만, 신체 붕괴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단계였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힘의 공백 상태가 꽤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신체의 재구성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과부하 운동과 정제된 마나로 골밀도를 높이고, 근육 성장을 신체에 맞게 최적화시켰다.

동시에 피부는 더 질기고 매끄러워졌으며, 눈빛은 심해처럼 깊어지고 있었다.


재구성 과정에서 팔다리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키가 좀 더 커졌고, 상체와 하체의 비율도 조정되었다.

그야말로 몸매 하나만큼은 ‘만찢남’이 되어 버렸다.


이미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는 넘어서 있었는데도, 서클이 최종 형태로 진화하자 재구성으로 만들어지는 신체는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또 강해졌다.


백수범 코치가 헬스장까지 찾아왔지만, 강혁은 재구성이 끝날 때까지는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오퍼가 들어왔다는 말을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재구성이 언제 끝날지 몰라 한동안 쉰다는 말과 함께 돌려보냈다.


그렇게 삼 개월이 지났다.

정확히 백일이 넘어서야 신체의 재구성은 끝이 났다.

그동안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천만근과 백수범은 쉰다는 녀석이 죽자 사자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고 있으니 의아하기만 했다.


하지만 재구성이 끝난 강혁을 보자 그들도 느끼기 시작했다.

몸에서 발산되는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영글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지금과 비교하면 이전에는 풋내가 날 정도였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는데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다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솔직히 사람 아니지? 외계인 아니야?”


달라진 분위기에 백수범이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 강혁이 무서운 눈빛으로 백수범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뭐?”

“제가 외계인인 거 어떻게 아셨냐고요!”


정색하고 물어보자 깜짝 놀란 백수범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 장난치지 마···.”

“코치님 말고 누구 또 아는 사람이 있나요?”

“그런 거 없어. 없다고! 아, 아니 장난치지 말라니까!”

“없다고요? 다행이네요. 그럼 코치님만 처리하면 되겠군요.”

“히익!”


농담으로 시작된 분위기는 갑자기 스릴러가 되어 있었다.

살인을 목격한 목격자 앞에 살인마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선을 넘은 재능과 강해지는 속도가 인간 같지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더군다나 둘만 있는 자리였다.


강혁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지, 진짜냐? 정말 외계인이야? 정체가 뭐냐고!”

“정체라고요? 네. 저는 혹성 베지터에서 온 사이어인입니다. 동료가 죽으면 초사이어인으로 변신도 합니다.”

“뭐?”


그러면서 강혁은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포즈를 잡으며 서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백수범이 화도 내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코치님?”

“이런 미친 새끼! 진짜 무서웠다고!”

“그렇습니까, 닝겐?”

“아··· 저 오타쿠 놈. 집에서 만화만 본다는 걸 진작에 기억했었어야 했는데···.”

“하하하! 그러게 오랜만에 보면서 농담부터 하시니까 그렇죠. 저는 농담을 받은 죄밖에 없습니다.”


분위기만큼이나 성격도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농담은커녕 말도 잘 하지 않고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지금은 조금 가벼워 졌다고 할까?

그렇다고 부정적인 쪽이 아니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벽이 사라진 것 같았다.

좀 더 사람 같아졌고, 대하기가 편해 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에 없던 여유가 느껴졌다.


‘전신에서 힘이 넘치고 고양감이 차오른다. 지금이라면 총알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칼도 장담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느낌은 안다.

직접 당해 봤으니까.


다만 총은 한 번도 맞아본 경험이 없어서 가늠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서클업을 하면 검기나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이 말은 즉, 아직은 쓸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렇게나 열심히 강해지고 있는데도, 마법이나 검기는 요원한 상황이었다.


불괴공과 서클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혁도 언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백수범은 강혁을 보며 본론을 꺼냈다.


“이제 쉬는 건 끝났냐?”

“아니요. 오늘부터 진짜 쉬어보려고요.”

“오퍼가 다시 들어왔다.”


강혁의 말을 무시하며 본론을 꺼내자, 쉰다는 말과는 달리 흥미를 보였다.


“어딘데요?”


백수범은 강혁이 그럴 줄 알았다면서 씨익 웃으며 말했다.


“JH. 너한테 명치를 씨게 맞았는지 계속해서 오퍼가 들어오는데?”

“그렇다면 상대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값이 맞는지는 따져봐야겠죠. 아쉬운 건 그쪽일 테니까요.”

“하하! 맞는 말이다. JH가 처맞는 말!”


아론을 사와 떡밥매치를 진행시킨 게 JH였다.

확실히 이길 줄 알았던 경기에서 패배하자, 큰돈을 잃고 다른 게스트들에게도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그러니 JH에서는 이강혁만 생각하면 이가 갈릴 지경이었다.

그 때문인지 아론이 패배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JH에서 리벤지성 오퍼를 계속해서 보내오고 있었다.


“상대는 누군데요?”

“독수(毒手).”


상대는 꽤 유명한 듯 백수범은 비장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뭐 하는 놈인데요?”


역시나 강혁의 대답은 남달랐다.


* * *


“여러분··· 오늘도 저의 그분은 여기 계시지 않네요.”


운동 후 개운하게 샤워까지 하고 헬스장을 나서는 김민주는 어찌 된 영문인지 우울한 표정이었다.

역시나 너튜버 관종 기질이 어디 간 것은 아닌지 이조차도 셀카봉을 들고 열심히 찍고 있었다.


“벌써 보름이 지나도록 보지 못했는데 운동 시간대가 달라진 걸까요?”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 김민주는 답답한 마음에 헬스장 입구에서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강혁과의 일이 라이브 방송으로 그대로 나가고 난 후 김민주도 녹화분을 보았다.

그러다 운동하는 강혁의 몸을 보고 눈이 돌아가 버렸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후줄근한 고시생처럼 보였는데 옷을 벗자 에잇팩의 반전남이 되어 김민주의 마음을 흔들고 말았다.


금사빠 김민주는 그날 이후로 강혁을 다시 만나려고 헬스장에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결국 만나게 되었다.


이전 일을 빌미로 말도 걸고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주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 이런 일들을 영상으로 남기기는 했지만 정작 너튜브에 올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구독자들이 대부분 남자였기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실험 삼아 영상 하나를 올렸는데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음··· 이룰 수 없는 사랑인가? 아예 보이지가 않네ㅋㅋㅋ]

[민주야 안타깝지만 포기해라. 그 사람은 니 엉덩자국이 별로였나 보닼ㅋㅋㅋ]

[그러게 내가 김치국 마시지 말라 했지?]

[아! 내님은 어디에 계실까?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겠넼ㅋㅋㅋㅋㅋ]

[너튜브에 사랑까지 팔다니. 말로만 듣던 자낳괴가 여기 있었구나!]


귀여운 조카를 보는 것처럼 장난치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진짜 자신을 연애 상대로 여겼는지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반응이 보니 괜찮겠다 싶어 지금까지 찍은 영상들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왕 올리는 거 아예 컨셉을 홀로 하는 짝사랑으로 잡았다.


영상 제목부터 ‘님 찾아 삼만리.’였으니 컨셉 하나는 확실해 보였다.


반응을 보려고 실험 삼아 올린 첫 영상부터 조회수가 괜찮게 나왔다.

헬스장에서 죽치고 앉아 오랜 시간 강혁을 기다렸지만 정작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님 찾아 삼만리.’ 3회에서 그리도 기다리던 강혁을 만나게 되었다.

대화도 하고 운동 자세도 배우며 핑크빛 분위기의 영상이 올라가자 조회수가 뻥 터지고 말았다.


[축! 민주 소원성취 했네!]

[망부석 봉인 해제ㅋㅋㅋ]

[ㅎㄷㄷ 남자 몸매 뭐임? 민주가 눈 돌아갈만하네.]

[민주야 입 찢어지겠다!]

[니가 이 정도까지 행복하길 바라진 않았어!]


‘님 찾아 삼만리’ 3회에서 강혁을 만나고 또 쭉 만나지 못하다가 7회와 8회에서 연달아 만났다.


강혁을 만나는 영상에서 조회수가 떡상 하자 23세 김민주 채널의 다른 영상들도 덩달아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마음 아픈 짝사랑이었지만 금융치료가 확실히 되고 있었다.


일주일에 최소 한 번에서 많게는 세 번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김민주는 라이브 방송에다가 대놓고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무조건 전화번호를 물어볼 거예요!”


결의에 찬 모습으로 라이브 방송 중에 말했지만, 그 후로 보름이 지나도록 강혁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도 여섯 시간이나 헬스장에서 죽치고 있다가 나가는 중이었다.


[ㅋㅋㅋ 그때 니말 들은 거 아냐? 왜 이렇게 안 나타나냐?]

[민주야 너 그러다 운동선수로 전향하겠다. 도대체 몇 시간을 운동하는 거여?]

[어휴! 저 허벅지 봐봐! 역도선수 해도 되겠네.]

[이참에 보디빌딩 대회 한 번 나가보자. 지금도 충분할 거 같은데?]

[몸이 왜이래? 싸우면 질 자신 있다!]


사실이었다.

이전에는 그냥 망부석처럼 가만히 있었다면 요즘은 기다림에 지쳐 분노의 쇠질을 하기 시작했다.

강혁을 기다리며 느는 것은 중량과 근육량뿐이었다.


그렇게 헬스장 입구에서서 라이브 방송으로 하소연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상한 채팅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라?]

[축하축하!]

[엥?]

[ㅇㄱㄹㅇ?]

[민주야 뒤! 뒤!]


마지막 채팅을 보고 뒤를 돌자 강혁이 서 있었다.

너무 무방비로 만나서인지 김민주가 화들짝 놀라자 강혁이 씩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뭘 그렇게 놀라? 나한테 잘못한 거 있어?”

“너무 오랜만이라···.”

“못 본 사이에 몸이 많이 좋아졌는데? 다리가 아주 그냥 말벅지야! 운동 끝내고 가는 거?”

“아, 아뇨! 저도 방금 막 왔어요.”

“그래? 그럼 같이 하체나 조질까?”

“좋아요!”


남자와 여자라서 운동하는 무게 차이가 많이 나지만 따로 세팅이 될 만큼 더블H 헬스장에는 원판과 기구들이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늘 민주 쌍코피 터지겠네.]

[민주야 너 어쩌려고 그래? 오늘 하체 했잖아!]

[사랑··· 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

[6시간 동안 하체만 조져 놓고 또 하체를 한다고?]

[그러다 피똥 싼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때리며 기합을 넣은 김민주는 하체를 다시 조지려 했지만 역시나 최소 무게로 깔짝거리기만 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강혁은 짧고 무겁게 하는 스타일이라 운동은 한 시간 만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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