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병으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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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량이
작품등록일 :
2024.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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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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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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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DUMMY

정석은 포탈에서 나왔다.


"헉헉..X발!"


땀을 엄청 흘리며 주저앉았다.

죽진 않았지만 엄청 죽었다.


"미X놈. 안 죽는다고 사람을 그렇게 굴려?"


정석은 이를 악 물었다.


포탈은 천천히 줄어들더니 사라졌다.

클리어했다.


용의 능력을 알아야 기술을 잘 사용할 수 있다며.

검은 용에게 죽은 횟수가 약 1000번.

마법을 알아야 잘 사용할 수 있다며 리치에게 죽은 횟수가 약 2000번.


검과 몸을 잘 사용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며 소년에게 죽은 횟수는 못 샜다.

너무 빨라서 죽은 지도 몰랐으니까.


눈을 깜빡하기도 전에 목이 베이거나 신체 일부가 사라졌으니까.

아니면 발이나 주먹에 맞고 기절하거나.


그나마 다행인 건 덕분에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감이 왔다는 거다.


마치 튜토리얼이 끝난 느낌이었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데.

하하하.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 건지 감도 안 온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자신이 들어갔다 나온지 5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유명한 시간과 정신의 방이었구만.


정체를 들키면 안 되니 두건을 두른 채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두건 덕분에 정체가 쉽게 들통나지는 않겠지만 보여봤자 좋을 건 없었다.

각성자 등록이야 나중에 하면 되는 것이고.


정석은 근처에 있던 건물 뒤 흡연장에 도착했다.

담배를 피며 쉬고 있었다.

던전에서 배운 것처럼 빠르게 달려봤는 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가진 능력에 비해 신체의 스펙이 너무 낮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단련하면 성과가 금방 나온다는 거니까.


'그걸 믿고 오후 강의는 짼다!'


대학이 중요한가.

강해지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으니까.


정석은 학교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서 6개월권을 끊었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몸이기에.

처음부터 무리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은 러닝부터다.


#


"네. 지금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포탈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대학교에 재학 중인 각성자가 클리어한 거 같습니다. 네네. 확인하고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각성자 협회 던전 2팀에 소속한 과장 정철수는 팀장에게 연락한 후 던전 신고가 들어온 대학 운동장에 서 있었다.

던전 포탈이 생겼다고 신고가 들어온 것이 약 30분 전.

최대한 빨리 밟고 왔는 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클리어 된 것은 25분 정도 지났다는 것.


클리어한 사람은 분명 봤는 데 인상착의나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는 것.


아무리 등급이 낮아도 5분 만에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었다.

철수는 꼭 찾고 싶었다.

어떤 등급의 각성자인지, 얼마나 더 강해질 지는 모르겠지만.


철수같은 각성자들은 떡잎만 봐도, 아니 씨앗만 봐도 알 수 있다.

초기 각성자들이 얼마나 강해질지.


물론 대기만성형 각성자들도 종종 있지만 그건 그의 재능이 그런 유형인 것 뿐이다.


애초에 대기만성형 각성자들도 초기 던전에 들어가면 두각을 드러낸다.

단지 생각했던 최대치를 넘을 뿐.

70까지는 성장할 줄 알았지만 100을 넘기던가 그런 느낌.


그런데 이번 각성자는 능력이 남달랐다.


일단 학교와 연계해 대학교에 재학중인 각성자 리스트를 확인했다.


능력 좋거나 용기 있는 각성자들은 대학에 다니지 않지만.

능력이 낮거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각성자들 중엔 일반인과 같은 삶을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협회도 열심히 단속하고 있지만 걸리지 않는 불법 길드들도 많으니까.


그래서 사람들도 그들을 손가락질 하진 않는다.

협회도 어느 정도 장려한다.


죽거나 노예 혹은 불법에 종사하는 것보다는 훨 나으니까.


철수는 리스트를 확인했지만 마땅히 이렇다할 자들은 없었다.

리스트에 있는 이들 중 절반은 휴학 중.

절반은 학교에 있었지만 포탈이 나타나자 일반인들을 대피소로 유도하거나 브레이크를 대비했을 뿐.

들어간 이들은 없었다고 했다.


CCTV 영상도 확보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선명한 영상 중 각성자만 모자이크...아니 뿌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사람인지 아닌 지 구별도 되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나더니 포탈에 들어갔고.

나타나더니 포탈이 사라지고, 각성자는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빠르게 달린 것 뿐.

아직 능력치가 낮아서 철수의 눈에는 다 보였다.


정철수는 절대 약한 각성자가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각성자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어떤 성향인지었다.


영상에 찍힌 걸 봐선 암살자 계열인 거 같긴 한데.

성향은 모르겠다.


남들보다 빠르게 클리어한 건 칭찬할 일이었지만.

던전을 이용해 빠르게 성장하며 악성 길드에 가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방심하면 안 됐다.


철수는 이 각성자가 제발 나쁜 사람이 아니길 기도했다.


"일단 철수한다. 만약 미등록자라면 언젠가 등록할테니까 그 때를 기다리자."


철수는 같이 온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


"허억...허억..."


정석은 죽을 맛이었다.


생각보다 성장하는 속도가 빨랐다.

그 속도가 성취감이 되었고, 성취감을 맞보며 무리했더니 너무 달렸다.


그래도 지금 상태는 알았다.

런닝 머신 속도 10으로 1시간 정도는 달릴 수 있었다.


각성 전엔 지각 할 때나 보행 신호가 깜빡일 때만 뛰었는 데.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운동 기구도 예전 각성 전에 했을 땐 30Kg도 힘들었는 데

지금은 70KG도 5세트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한 달간 공부하고 남은 시간은 죽어라 운동한 보람이 있었다.

아예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수업은 열심히 들었다.

안 그러면 몬스터보다 무서운 등짝 스매싱이 날아올 테니.


정석은 자신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계속 나아진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이젠 당당히 등록할 수 있다.

자신의 성장 속도가 빠른 지 느린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공강이었기에 오전에 운동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협회로 향했다.

가까운 지부가 강동구에 있기에 지하철을 탔다.


예전에 봤던 본부에 비하면 작긴 했지만.

강동 지부도 생각보다 컸다.


'협회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더니 진짜인가 보네.'


협회가 국가 시설이기에 공무원 취급이긴 하지만.

중견 길드 급의 대우를 하며 헌터들을 데려와서 그런지 어지간한 길드들에 밀리지 않는다고 들었다.


장비도 싼 가격에 대여를 해주고 마정석 환전 수수료도 대우해주니 협회에 들어가는 각성자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 정도 대우면 굳이 길드를 들어갈 이유가 없지 않나 싶긴 한데.

협회도 자리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으니.


못 들어간 이들은 자연스레 길드로 향할 수 밖에 없다는 자연스런 결론에 도출한 정석은.


일단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들어갔다.


1층 로비는 엄청 넓었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쓱하고 보니 대부분은 마정석을 환전하러 오거나, 길드 관련 일을 처리하기 위해 온 거 같았다.


표지판을 보며 각성자 등록실로 향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협회가 많아지고 각성하는 수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어 등록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다고 들었다.


"등록하러 오셨죠? 신분증 보여주시겠어요?"


정석은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이 종이를 들고 저 안으로 들어가시면 번호를 불러 줄 거에요."


정석은 종이를 받고 측정실로 향했다.


"20번 각성자님. 안으로 들어오세요."


정석은 자신의 번호를 확인하고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처음은 마력 측정.


숨 쉴 때마다 마력이 모인다는 자신의 재능.

구슬이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 손을 대면 남들이 놀랄 정도로 측정되지 않을까?


문제는 자신의 재능의 설명 중 숨겨야 한다는 것도 있기에.

마력을 다루는 게 아직 어렵지만 최대한 마력을 억눌렀다.


그리고 구슬에 손을 툭하고 대니.


구슬의 가운데에 약한 빛이 생겼다.

측정관은 손에 들린 종이에 쓱쓱하고 무언가를 적었다.


어설픈 마력 컨트롤이었지만 통했나 보다.

아니면 충분히 마력이 쌓이지 않았거나.


두 번째는 신체 능력

펀치 머신 기계를 있는 힘껏 치는 것이었다.


아마 순수한 근력을 측정하는 것이겠지.

딱 봐도 오락실에 있는 재미로 치는 기계가 아닌.

마도 공학자들이 열심히 만든 기계라는 게 보였다.


정석은 너무 힘을 빼면 재측정을 할 수도 있으니.

약간의 힘을 주고 주먹을 날렸다.


쾅.


띠리리리링


2749


너무 뺐나 싶긴 한데.

측정관의 포커 페이스가 약간 풀린 게 보였다.


어? 실수했나?


아냐. 전사나 근접직 같은 계열이라 생각하겠지.


다음에 잘 하면 된다.

눈에 띄지 않게 하자.


세 번째는 몬스터 측정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홀로그램.

벽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센서들이 측정자의 동작들을 확인하며.

대략적인 신체 수치와 능력 등급을 알려준다.


듣기론 중간 레벨 각성자까진 거의 정확하다고 했다.


그 이상 강력한 각성자들은 센서에 닿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니 측정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측정을 시작하겠습니다. 홀로그램이라 위험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측정에 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피커에서 밝고 명량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석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고 자세를 취했다.

어떻게 싸워야 힘을 숨길 수 있을까.


스스슥


앞에 정석보다 두 배는 큰 오크가 나타났다.


응?


보통은 고블린이나 작은 지네가 나타난다고 들었는 데.

아.

생각났다.


아까 펀치 머신에서 측정관의 표정이 잠깐 풀렸는 데.

나한테서 무언가를 본 듯 했다.

눈치를 못 챘다면 진지하게 임했겠지만.


알고 있다면 굳이 어울려줄 필요는 없다.


정석은 검에 힘을 주고 자세를 취했지만.

자세를 천천히 풀었다.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도끼를 든 오크가 재빠르게 정석을 향해 찍어내렸다.




실제는 아니기에 바닥에 찍히진 않았지만.

굳이 맞아줄 필요는 없었기에 정석은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오크보단 조금 빠르게 공격을 피하며 검을 휘둘렀다.


능력을 최대한 제한하며.

천천히.

더욱 천천히.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검과 대화하는 것도 아닌데.


세상이 느리게 느껴졌다.

아, 큰일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고 싶어졌다.

굳이 힘숨찐 컨셉을 풀고 모든 힘을 개방하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 자신이 약해지지 않나.


천천히. 천천히.


오크의 공격은 5센티미터 정도 남기고 피하고.

자신은조금 빠르게 검을 휘두르고


그렇게 검을 수십 번 휘둘렀나?

깨달았다.


이거 본능과 이성의 싸움이다.


본능대로 살면 편하긴 하다.

튜토리얼에서 엄청 얻어터진 걸 봐선 자신의 재능이 절대 약한 건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구인 정체를 숨길수록 강해진다는 말.


그건 이성이다.


힘에 취하느냐 취하지 않느냐.


정석은 이제 슬슬 질 생각이었다.

지금 자신을 공격하는 오크는 적어도 D에서 C등급은 될 거다.

굳이 좋은 모습을 보여서 높은 등급을 취득할 필요는 없었다.


등급이야 천천히 올리면 되니까.


정석은 공격을 3센티. 1센티. 점점 간격을 줄이다.




하고 오크의 도끼가 정석의 머리를 지나갔다.


진짜였다면 자신의 머리가 몸이랑 분리되었을 정도.

오크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사라졌다.


"모든 측정이 끝났습니다. 등록실에서 기다리시면 각성자 카드를 발급하실 수 있습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들렸다.

정석은 인벤토리에 검을 넣고 등록실로 돌아갔다.


후...


잘 숨겼겠지?


작가의말

다음 화부터는 진도 훅훅 빼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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