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병으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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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량이
작품등록일 :
2024.08.13 11:32
최근연재일 :
202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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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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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말 안 했나? 나 길드 나올 거거든.”


“니가 길드를 왜 나와. 너만큼 잘 하는 애가 어디있다고.”


“아, 신경 꺼. 다 이유가 있으니까 나오는 거거든.”


둘의 이야기를 들으니 부부 만담 같이 느껴졌다.

팝콘만 있으면 딱인데.


“내가 이 앞에 훈련장 대여해놨으니까. 거기!”


“저요?”


“그래요. 이 앞에 괜찮은 훈련장 있으니까 와요. 선배로써 한 수 가르쳐주면 좋잖아요? 실력도 볼 겸. 랭커 되고 싶지 않아요?”


와, 이 여자 되게 웃기다.

이게 바로 이쁜 싸가지인가?


그래도 훈련장이 있다는 걸 안 건 좋은 소식이다.

틈날 때마다 와서 이용해야겠다.

마력은 모이지만 아직도 활용하는 게 아쉽다.


“자, 받아요.”


제인이 정석에게 검을 휙 던졌다.


“여기 이 버튼을 누르면 이 공간 안에 있는 데미지를 받아주는 수정구가 나와요.

그래서 대련하기에 용이해요.”


저것이 최첨단 마도공학인가.

신기하다.


던전에서 나오는 마정석으로 생활용품도 대중화 되었다지만.

이런 각성자들 용품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는 없으니까.


마력이 없는 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흠···. 자세는 나쁘지 않네요. 저등급이라지만 혼자서 클리어한다는 이야기 들어서요. 그래도 내가 선배인데 좀 봐주면서 할게요. 먼저 들어와봐요.”


솔직히 나름의 강자들을 봤어서 그런지 앞의 제인이라는 여자가 강한지는 모르겠다.

이럴 때는 진심으로 나가도 되겠지.


정석은 다리에 마력을 빠르게 모으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빨라!’


제인은 정석의 어깨를 보고 공격 방향을 특정해 미리 검을 가져다댔다.

허나 정석은 빠르게 검의 경로를 틀어 제인의 다리를 노렸다.


큭.


제인은 강인한 신체 능력을 사용해 뒤로 피했다.


‘저게 E등급이라고?’


놀라는 동안 정석의 다음 공격이 이루어졌다.

암살자의 기습.


마력을 담은 만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다.


지금까지 정석이 모은 마력은 C등급에 육박할 정도로 많다.

중이병의 재능 중 한 가지.


숨 쉴 때마다 조금씩 마력이 모이는 것.

티끌 모아 태산이 되어버렸다.


제인의 뒤를 돌아 목을 향해 정확히 검을 찔러넣는다.


제인은 상체를 크게 움직여 찔린 검을 피했지만,

정석의 검이 그 자리에서 피한 제인의 상체를 향해 그어졌다.


‘미친, 저게 어떻게 저렇게 휘어.’


둘의 대련을 보고 있던 준모는 놀랐다.

아무리 각성자의 신체가 일반인과는 다르다지만.


저 동작은 아무리봐도 말이 안 된다.

자동차가 빠르게 달리다 갑자기 멈추고 회전을 어떻게 하나.


“꺅’


제인도 그걸 보고 빠르게 막으려 했지만 방어 동작이 늦었고.

크게 뒤로 밀려났다.


‘와···. 이게 저등급이라고? 아무리 봐도 능력을 속인 거 같은데?’


제인은 다시 검을 잡았다.

이번엔 방심하지 않으리라.

그녀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국내 랭커라는 자존심.


사실 순위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그래도 랭커는 랭커다.


A등급 중에서도 이름만 대면 다른 사람들은 아는 그런.

강자.


그녀는 자신을 랭커에 들게 만든 스킬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다리에 힘을 주니 그녀의 속도가 빨라졌다.


정석도 그녀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마력을 사용하며 검을 맞댄다.

그렇게 몇 합을 나누고 난 뒤.


정석은 자리에 주저 앉았다.


마력이 고갈된 것이다.


“하아···. 졌습니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맘 같아서는 이기고 싶었지만.

역시 기본적인 신체의 스펙 차이가 난다.


랭커가 괜히 랭커가 아니라는 걸 정석은 다시금 생각했다.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까지 진심이 될 줄은 몰랐어요. 첨엔 죄송했어요. 조금···. 조금···.”


그녀의 볼이 조금 붉어졌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이렇게 보니 귀엽게 느껴지긴 했다.

정석이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소개도 제대로 못 했네요. E등급 각성자 이정석이라고 해요.”


“아, 제가 먼저 했어야 했는 데, A등급이고 제인이에요. 길드는 곧 나갈 생각이라 곧 프리가 될 예정이네요.”


그러고보니 계속 길드 나간다고 했는 데 왜 그런지 진짜 궁금하긴 하다.

물어보며 실례겠지?


“두 분 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야. 지금까지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대단하셨네요. 이정석 각성자님. 계약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뇨. 그 정도까진 아니죠···. 하하.”


“아닙니다. 이 강준모.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잘 됐네. 이렇게 열정적인 에이전시가 있다니. 그러니 나도 잘 부탁해?”


제인이 애교를 부리며 준모에게 다가갔다.


‘와···. 준모씨 엄청 부럽네. 저런 이쁜 사람이 대시도 해주고.’


일단 제인이 준모를 좋아한다는 건 연애를 못 해본 정석도 알 수 있었다.


“아, 대표님. 내일 예약한 던전 말인데요. 그거 때문에 샵 먼저 들리고 싶은 데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제 차 타고 가시죠. 그게 편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저도 한 대 뽑아야겠어요. 너무 불편하네요.”


“원하시는 금액이나 차종 알려주시면 제가 구해다드리겠습니다.”


“그건 너무 VIP 대우 아닌가요?”


“그럴 수 밖에요. 대박이 터졌는 데 제가 어찌 가만 있겠습니까. 전 물 들어올 때 노 잘 젓는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너무 열정적이다.

덕분에 편하긴 하지만.


정석은 준모의 편의에 기대어 편하게 쇼핑했다.

샵에서도 준모와 제인의 투닥은 들어야했지만.



#


오늘 들어갈 던전은 바위소라개 던전이다.

등껍질이 큰 바위로 이루어진 게 특징.


별 소득은 없지만 마법의 수련이 필요하다 느껴서 예약했다.


“오늘은 제인씨 안 왔네요.”


“아, 아직은 길드에 소속되어 있어서요. 처리해야 할 절차가 조금 복잡할 겁니다.”


“그렇군요.”


다행히 방해꾼은 없다는 거고.

편하게 사냥할 수 있겠다.


던전에 들어간 순간.

무언가 다름을 느꼈다.

이질적인 무언가.


왜 카다란 바위소라개들이 안 보이고 바위 위에 한 남자가 앉아있는 걸까.


“이제야 온 건가. 느려.”


“네?”


“이번 대의 각성자는 실력이 느리군. 에효. 이걸 어떻게 가르치라는 건지 원···.”


아니, 사람을 향해서 그렇게 한숨 쉬면 좀 기분이 나쁜 데 말이죠.

허나 그걸 입 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는 선배의 말.


이 사람 또한 중이병 선배 같은 초월자 중 한 명이겠지.


“자네는 자네의 재능 특유의 오라가 안 느껴지는 군.”


“네?”


남자가 순식간에 정석의 눈 앞에 나타났다.

어찌나 빠른 지 앞에 온 것도 뒤늦게야 인식했다.


거기에 모습은 젊어 보이지만 노인같은 말투다.

겉과 속이 다른 건가?


“자신의 재능을 부끄럽다 여겨 받아들이지 않으니 재능이 제대로 개화를 못하지.

그렇게 계속 거부한다면 더 강해지지 못할 걸세.”


으···.


어떻게 안 거지?

도사인가?


“일단 정좌를 해보거라. 내 친히 알려줄테니.”


남자가 일러준대로 정좌를 했다.

남자는 정석의 뒤로 돌아 등에 손을 댔다.


“눈을 감고 편안히 기운이 움직이는 대로 놔두거라. 그리고 그 흐름을 기억하고 있어라.”


심장에서부터 천천히 움직이는 기운.

마치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향하듯 움직인다.


머리, 손, 발 끝으로 갔다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고.

그게 다시 쭉쭉 뻗어가고.


“이 마력의 흐름이 자네 재능의 특징이지.

그래서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것이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분명 내 몸인데.


여기서 움직였다간 커다란 기운이 몸을 뚫고 나갈 거 같았기에.


“이제 자네 몸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게 느껴질 걸세. 거기에 집중하게.”


꿈틀꿈틀


정석의 심상 세계.


커다란 흑룡과 백룡, 온 몸이 검어서 인식이 제대로 안 되는 사람까지.


“크큭. 드디어 우리와 접촉할 수 있게 되었군. 허나 아직 멀었어. 내 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백룡이 옆의 흑룡을 툭 치며 말했다.


“너무 겁주지 말아요. 아직 갓 태어난 아기 같이 잘 보살펴줘야 해요.”


검은 사람이 말했다.


“맞습니다. 제 기술은 이제 곧잘 사용하기는 하지만. 아직 마력의 소비량이 많습니다. 전에도 보셨잖아요. 몇 번 쓰고 끝난 거.”


저 검은 사람이 다리에 감긴 암살자인가 보다.


“작은 인간이여. 우리를 거부하려 하지 말게. 이 또한 또 다른 자네니까 말이야.”


“그래요. 우린 당신을 도와주기 위해 당신에게 힘을 빌려주는 거니까요. 그리고 마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연료. 그 활용만 잘 해도 당신은 강해질 수 있어요.”


“걷는 법을 모르니 뛰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자네라면 금방 나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하네. 거기에 내 기술은 그런 간단한 게 아니니까 말이야. 난 자네가 할 수 있다고 믿네.”


다들 나한테 왜 이렇게 잘 해주는 지 모르겠다.

허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석의 가슴은 무언가 기쁜 감정이 북받쳐 오르고 있었다.


툭 끊기는 느낌이 들고 천천히 눈이 떠졌다.


“흠. 그래. 이제야 걸음마를 뗀 거 같군 그래.”


정석은 몸을 천천히 확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체의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있었으면 그건 그거대로 무섭지만 말이다.


“자네에게 내가 알려줄 기술은 딱 한 가지네.

이것저것 가르쳐 주고 싶지만 그건 안 된다는 규칙이라 말이지.”


남자는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아까 앉아있던 바위 앞에 섰다.

손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불꽃이 일렁이더니.

휙 하고 종으로 그으니.


콰과곽.


바위가 깔끔하게 쪼개졌다.


“마력을 잘 사용한다면 이런 일도 가능하네. 그리고 앞으로 자네가 배워야 할 기술이기도 하지.”


그렇게 남자의 특강이 시작되었지만.


“아니아니, 아까 알려줬잖은가. 마력의 흐름을.”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손에 마력을 열심히 담아보려 했지만.

다리에 담는 것과는 난이도가 다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력을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 말이다.


가만히 팔에 힘을 주고 계속 줘서 땀 방울이 뚝뚝 떨어지게 만드는 그런?


“그렇군. 그 녀석이 말한 게 이런 것이었구만.”


“네···?”


그녀석이라면.

아마 선배 같은 데.


잠시만.


왜 자꾸 가까이 오시는 거죠?


그리고 손에 왜 마력을 모으시는 건지?


남자가 정석의 배에 손을 대더니.


쾅.


정석의 몸이 날아갔다.


크억.


“그 녀석이 말했지. 자네는 몸으로 배우는 타입이라고. 맞는 말 같아. 사내라면 자고로 몸으로 터득하는 게 더 좋지 않겠나.”


정석은 입에서 흐르는 피를 스윽 닦았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무언가를 빠르게 터득하는 재능은 없나 보다.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지.


허나 그냥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쳐맞았지만.

이젠 반항도 해 볼 수 있다.


그리 생각하고 신체 곳곳에 마력을 두르며 반격했지만.


정석의 공격이 하나도 닿지 않았다.


“그래. 이러니까 좀 낫네. 계속 공격해보거라.”


아오. 저 여유로움이 짜증난다.


강자들은 왜 죄다 저런 느낌인지.


“그래! 잘하고 있다.”


“조금만 더 해보거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정석의 다리가 후들거린다.

팔도 후들거린다.


몸 이곳저곳 맞아서 그런지 아프다.

마력도 슬슬 부족해져 가고 있었다.


힘드니 점점 생각도 사라지고.


그렇게 남자가 있던 곳에 주먹을 내지르자.

남자는 쉽게 피하고.


팡!


허공에 마력이 퍼지며 날아갔다.


짝짝짝.


“드디어 성공했구나. 답답하긴 했지만. 가르쳐 준 보람이 있어.”


어? 성공했다고?


“허나 한 번 가지고 만족하면 쓰나.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마.”


남자가 사악하게 씨익하고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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