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병으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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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량이
작품등록일 :
2024.08.1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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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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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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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정석은 넥타이를 고쳐 맸다.

그저 대학생이었던 그가.


이런 대단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참여해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초대 받았으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좋은 모습까진 아니라도.

이상한 모습까진 보이지 말자.


그렇게 다짐한 정석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다들 분주한 게 보였다.


[제 10회 한국 길드 회의]


사무실 앞 봉에 걸린 현수막이다.


한국에 있는 대형 길드 10개에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까지 모여 큰 일을 다룬다.

위가 아파온다.


화장실은 이미 몇 번 갔기에 바람을 쐬러 갈 생각이었다.

어짜피 내가 누군지도 몰라서 다들 관심이 없다.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강 뷰가 곧장 보이는 옥상.


크기도 넓어서 정원으로 쓰이는 옥상과 흡연장으로 쓰이는 옥상이 두 개다.


거기서 담배를 피며 멀리 한강을 구경하고 있었다.

‘물을 보는 것만큼 사람에게 안정을 주는 건 없지’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30분.

준모가 일러준 대로 시작 10분 전에 들어갈 생각이다.


혼자 한강을 보는 사이

옆에 사나운 인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가 앉았다.


“못 보던 얼굴인 거 보니 자네는 길드의 일원인가 보군.”


정석은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인가?


“크하하하, 자네에게 하는 얘기일세. 맹한 구석이 있는 걸 보니 자네 길드 마스터도 힘들겠어.”


아, 나한테 얘기하는 거 맞다.

이곳엔 길드 마스터와 중진들이 모이는 곳이니.


양복을 보니 협회 관련 직원일테고.

내 얼굴을 모르니 길드 직원이라 생각했나 보다.


“하하하. 저도 제가 왜 왔는 지 모르겠네요. 조금 긴장해서 환기하고 있었습니다.”


정석은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문제는 어디서 본 얼굴인데.


주변에서 담배피던 협회 직원들도 담배를 빨리 끄고 도망가는 거 보니 꽤 높은 사람 같다.


협회 관련 고위직인가?


“그런가. 후. 늦지 말고 참석하게나. 젊은이.”


아저씨는 정석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짜 뭘까, 저 아저씨.

아니, 근데 진짜 얼굴이 익숙하단 말이지···.


더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니 포기했다.

햇빛을 즐기고 있으니 벌써 들어갈 시간이 됐다.


정석은 회의가 있는 문을 열었다.


긴장감이 장난아니다.

거기에 대부분 랭커라 불리는 강한 각성자들뿐.


품기는 위압이 장난아니었다.


정석은 제일 끝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직원이 몇 장의 종이와 차를 가져다주었다.


주변을 보니 자리엔 길드 마스터.

그 뒤로 한 두명의 각성자들이 서있었다.


다들 한 번 정도는 본 적 있는 사람들이었다.

거기에 제일 안 쪽 상석엔 아까 봤던 아저씨가 있었다.


아. 기억났다.


각성자 협회를 만든 협회장! ‘마상철’

저런 높은 사람이 말 걸었던 거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준비가 끝났는 지 마상철의 옆에 서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회의의 진행을 맡은 부협회장 ‘최진수’라고 합니다.”


박수를 치려다가 말았다.

그런 자리는 아닌가보다.


“이번 회의는 다들 아시다시피 던전의 문제 때문입니다.

원래도 높은 등급의 던전엔 몬스터들이 각기 다른 진영을 갖고 있기도 했죠.

그렇기에 처음 변화가 일어났을 땐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겁니다.

그런데 3달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죠.

먼저 첫 장에 나와있는 것은 A급 던전 파수꾼의 던전입니다.”


정석은 첫 장을 확인했다.

파수꾼의 던전.

A급 던전이며, 백색 늑대인간, 와이번, 케르베로스 3 종족이 가장 안 쪽에 있는 신전을 지키며 살아간다.


정석도 안내에 따라 확인하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늑대인간 한 마리는 검은 색, 와이번 중엔 더 크고 뿔도 나 있는 놈, 케르베로스는 몸 주변에 불꽃이 일렁인다.


“첨부된 사진처럼 갑자기 등장한 세 몬스터는 우두머리 개체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우두머리가 나타나 무리를 지휘하는 것을 파악했고,

그들의 강함은 S급들과 맞먹는 다는 보고를 받았죠.”


정석은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 미동도 없었다.

역시 대형 길드답게 이미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다음 장에서는 B급 던전 포이즌입니다.

이곳엔 아시다시피 포이즌 웜, 포이즌 오거, 포이즌 프로그, 포이즌 타이거 4 종족이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을 먹이로 삼는 포이즌 와이번이 발견되었다는 것이고요.

토벌엔 성공했지만 참여한 길드에선 큰 손실이 발생했었죠.”


크흠.


세 길드의 마스터들이 기침을 냈다.

아마 참여한 길드들이겠지.


그렇게 계속 설명을 하다가.


“문제는 낮은 등급의 던전에서도 발견된 것입니다.

우선 이번에 경매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탐욕의 대검.

그것이 나온 F급 던전 그리드 고블린의 던전.


거기에 이번 회의를 열 수 밖에 없게 만든 던전.

땅두더지 던전입니다.”


거의 종이의 마지막 순번이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판 대검이 떠들썩했다고? 난 처음 듣는데?’


“보시면 다행히 잡히긴 했지만 땅두더지 던전에서 그들을 잡아먹는 핏빛 늑대가 발견되었습니다.

문제는 F급 던전에서 거의 C급의 강함을 가진 몬스터가 발견된 것이죠.

이런 던전이 계속 늘어난다면 신규로 각성하는 자들의 희생은 뻔하다고 여겨,

협회와 길드가 모여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를 위해 회의를 연 것입니다.”


회의의 취지가 이해가 됐다.

정석도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이지

아마 다른 각성자였으면 순식간에 죽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득도 줄어드는 이 사태를 해결할 길드가 있을까 싶다.


이 때 이세용이 손을 들었다.


“저도 이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낮은 등급의 각성자들이 이번 사태를 알고 던전에 가지 않는다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할 테고, 그에 따른 책임은 저희가 지게 되겠죠. 그렇기에 저는 제안을 한 가지 하려고 합니다.”


다들 이세용을 쳐다봤다.


“일종의 아카데미 형식으로 길드에 들지 않은 각성자들을 모아 정보를 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대처 요령과 함께 말이죠.”


“아카데미? 어떻게 운영할 생각이지?”


나긋한 인상의 남자가 물었다.


“학원을 차리자는 의미···라기보다는. 신청한 자들에게 기본적인 교육과 사냥법 혹은 약점을 알려주는 거죠. 그리고 각자 교대로 길드에서 길드원을 파견한 뒤 실전 형식으로 알려주며 던전 상황을 보고하는 겁니다. 그렇게 D급 정도까지만 올려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 중간에 괜찮다 싶은 각성자들을 스카우트하는 것은 개인 몫으로 남겨두죠.”


다들 나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쁘진 않은 것 같군. 협회에서도 되도록 도움을 주도록 하지. 반론이 없다면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다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 나는 왜 부른거야?’


정석은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며 앉아있었다.


“다들 갔군. 자네는 그냥 앉아있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니까.”


나가려고 일어서니 협회장이 말했다.

분위기를 잡고 있다.

괜시리 무서워졌다.


“저기···. 하실 말씀이란 건?”


“자네 혹시 협회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


“예?”


소개도 안 했는 데 이런 말 하는 거 보니.

아까 옥상에서도 알고 접근했던 거구나.


그런데 협회라니.

분명 좋다고 생각은 했지만.


“저의 뭘 보고 협회에 들어오라고 하신 건지 모르겠네요. 전 아직 E급 이라고요? 하하하.”


아직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은 없다.

똑똑


문이 열리고 한 남성이 들어왔다.


“들어오게. 정철수 과장.”


“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정철수는 협회장 앞으로 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가. 그래도 생각이 달라지면 언제든 환영하지.”


협회장의 정석은 꾸벅 인사한 후 밖으로 나갔다.


“저는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저 자가 자네가 찾는 자일 수도 있어서 불렀다.”


“예?”


정철수는 놀랐다.

몇 달전 대학교에서 포탈을 해결한 의문의 강자.


보통 던전은 재보라고도 불리기에 닫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거기에 클리어하고 협회에 보고하면 첫 발견 상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간혹 클리어하면 사라지는 던전들이 있다.


‘임무형 던전’이라고 표현하긴 하지만.

그리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니다.


거기에 일부러 미발견 던전을 클리어한 뒤.

던전 코어를 해외에 반출하는 경우도 있기에.


협회는 생각보다 날이 선 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방금 본 얼빵해보이는 자가 그 자라고?


철수의 얼굴엔 당혹이 설 수 밖에 없었다.


“너무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마라. 그 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람인 건 맞다. 며칠 전 핏빛 늑대를 혼자서 잡은 전적이 있는 자다. 자신의 정체를 왜 숨기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너를 불렀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포섭하면 될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적당히 강해지게끔 도와줘.”


“네??”


철수는 또 놀랐다.

그 누구보다 불같은 성격의 협회장 마상철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 각성 시절부터 혼자서 던전의 몬스터들을 쓸어담았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불도저다.


근육과 불을 사용하는 그의 마법과 신체 능력은 그 누구보다 강했고.

어느 정도 세상이 잠잠해졌을 때 협회를 설립해 한국을 안전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알기에 대형 길드들도 쉽게 협회에게 순응하는 것이고.

주변 국가도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그가 있는 한 한국은 안전할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적당히 도와주라고?


철수는 머리가 멍했다.

자신이 알던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혹시 도플갱어인가?


“사람은 나이가 먹으면 유해지는 법이다. 아닌 경우도 있다만. 그치, 진수야?”


상철은 옆에 있던 부협회장 최진수에게 동의를 요구하며 물었다.

문제는 그의 초기 각성시절부터 따라다녔던 그였기에.


그 말이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반박은 할 수 없었다.

이미 몸이 기억하고 있다.


그를 따라다니며 강해지기 위해서라며 얼마나 뚜들겨 맞았던가···.


“봐봐. 진수도 그리 얘기하잖아. 애초에 느낌이 그래. 괜히 돌진하면 그대로 들이박혀 찌부러질 거 같은 사람이야.”


그래도 사람보는 눈은 꽤 있다고 정평이 난 사람이다.

그래서 정철수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 눈으로 협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에.

그 중 거기에 해당하는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좌해보겠습니다.”


“그래. 좋다.”


철수는 자신이 속해 있는 던전 2팀으로 돌아왔다.


“아, 과장님. 돌아오셨네요. 여기 아까 부탁하셨던 서류에요.”


던전 2팀의 대리로 있는 막내가 철수에게 서류 몇 장을 건넸다.

근처에 있는 F, E급 던전에 대한 정보다.


여기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확인하고 먼저 들어가 볼 생각이었다.


“아, 건수야. 잠깐 이리 와봐.”


“네. 과장님.”


던전 2팀 팀장 김건수가 왔다.


“여기 이 사람. 알 수 있는 만큼 알아봐.”


정철수는 이정석에 대한 자료를 김건수에게 건넸다.


“어? 이 사람 그 핏빛 늑대 잡은 각성자네요.”


“알고 있어?”


“네. 마침 제 명함도 줬었습니다.”


“그래? 잘 됐네. 이야기가 빠르겠다. 연락해서 미팅할 수 있는 지 물어봐. 협회로 오라는 건 아니고···. 아니다. 던전 언제 돌 지 물어봐. 그 때 수거팀과 겸사겸사 보는 게 더 낫겠다.”


“과장님께서 굳이요? 바쁘시지 않아요?”


“협회장님께서 부탁하신 게 있어서.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김건수는 자기만 믿으라고 가슴을 주먹으로 톡톡 쳤다.


철수는 씨익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부하 직원들이 믿음직해서 다행이다.


이제 남은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보고서에 의하면 생각보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다른 던전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빨랐다.


보통은 일주일 이상 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부지런한 사람을 만나려면 자신도 부지런해야한다.


그리 생각한 정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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