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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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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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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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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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2)

DUMMY

그 이름을 들은 나보영은 숨을 헙 들이켰다.

눈으로는 차예경을 힐끗 훑었다.


“난 디팡도 좋은데~ 최근에 결제 시작했거든요. 노출만 없으면 나 너무 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차예경이 탐을 낸다.


도민준의 존재와 가능성을 안다는 것.

복이 깃든 명당을 아는 것과 같은 건데.

작가에 대한 이해도 없는 차예경이 상다리 놓을 생각부터 하니까 나보영은 대뜸 언짢아졌다.


그러다 거물 친분을 과시하고 싶었는지, 차예경도 아는 정보 하나를 풀었다.


“설마 연세호 감독님 붙으시나? 연 감독님이 디팡 쪽이랑 일할 예정이라고 저한테 말했었거든요. 아다리가 딱 맞는데?! 연락드려봐야겠다~”

“연세호 감독? 그 연세호?”


허 대표가 되묻고 차예경이 끄덕였다.


“응응. 정확한 건 아니구요.”

“연세호 감독이 드라마에 붙는 건가. 아니면 영화를 하는 건가. 극장의 군림자 양반이.”


그게 사실이라면.

도민준과 연세호 콜라보라니.

나보영의 목으로 침방울이 크게 넘어갔다.

벌써 시나리오, 컨셉, 방향성, 주제 다 읽어내고 싶다고.


“무슨 내용일까? 너무 궁금하다~ 허 대표님은 아세요?”

“SF라던...”


입방정 그만! 나보영은 말하는 허 대표를 찌릿 째려봤다.

이제부터 아는 내용은 발설 금지다.

특히 차예경한테는...

무슨 예쁜 짓을 한다고 정보를 퍼주나.


그들의 눈 싸인을 알아본 차예경이 곧장 방정을 부렸다.


“어머머! 방금 SF라고 했죠? 맞죠? 미쳤다. 되게 좋다아 – 듣기만 해도 끌리네?”


이미 장르는 까버린 허 대표가 낮게 덧붙였다.


“큼, 흠. SF는 특히 배우 이미지 보는 게 유독 더 까다롭다고. 연세호 감독이면 얼굴에서 흐르는 분위기도 중요시 볼 거야.”

“하긴 어울려야 하죠. 보영이 너가 할 장르는 아니네. 옛날 사람들이 좋아할 얼굴상이잖아.”

“뭐가요?”

“미안, 미안. 보영이 기죽이려는 게 아니라, 얘는 다른 것도 많이 하잖아요. 굳이 SF까지 얼굴 들이밀 필요 있나 해서.”


어쭈?

또 한소리 지를까 하다가 나보영이 참았다.

한번 분출하기 시작하면 차예경이 붙인 속눈썹이 눈물로 분리될 때까지 짖어버릴 것 같아서.


“혹시 생각 있는 건 아니지? 보영아, 넌 넥스트 플렉스도 할 수 있잖아~ 허 대표님. 제가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요. 욕심도 과하면 탈 난다?”


두 여배우의 기 싸움에 허 대표가 끼어들 수는 없고 난처하기만 하다.

땀만 삐질거리며 나지막이 읊조릴 뿐.


“어느 장르든 울 보영이는 잘할 거야... 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난 어디든 밀어줄 거고...”

“에이. 보영이 급엔 더 큰 곳 가야죠. 들어온 넥플 쪽!만! 잘 노려봐.”


피식- 나보영의 입가에 차예경에 대한 가소로움이 묻었다.


들어오는 작품만 고른다?

무조건 더 크고, 더 돈 많은 곳이 좋다?

아니다. 작품은 마음으로, 가슴으로, 직감과 직관으로, 감정이 닿는 것을 찾아 골라야 한다.

그녀의 작품 초이스 철학 중 하나였다.


그 감흥을 창조하는 게 시나리오 작가의 역량이란 건데, 도민준의 작품이라는 것에 가능성이 확 커지는 거고.


아무튼 눈치 따위 씹어먹은 차예경은 통 나갈 생각이 없고,

정보를 얻은 건 나보영도 마찬가지니.

허 대표에게 입 단속하라는 검지 사인을 남긴 나보영은 밖으로 나갔다.


그건 그렇고, 도민준 작가 벌써 OTT로 가나.

장르도 SF라고 정해진 듯 한데.

축하라도 해주고 싶다.




다음 날엔 새벽부터 매니저와 차 안에서 골머리를 싸봤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누나. 일단 껌이나 사탕 있으세요? 제가 졸음껌을 다 먹어서...”

“여기.”


나보영이 민트 사탕을 하나 건넸다.


“감사해요. 하아암.”

“뭘. 언제든 말해. 아니다, 지금 한 박스 주문시킬게. 졸음껌으로. 번개 맛? 천둥 맛?”

“확실히 천둥 맛이 더 세서 좋아요.”


새벽부터 화장품 광고 추가 촬영을 위해 샵에 가는데, 지치지도 않는지 그녀는 참 에너제틱하다.


“3시간밖에 못 주무셨다면서요... 안 졸리세요?”

“3시간이나 잤어. 암튼! 뭐라고 연락할까? 다짜고짜 축하한다고 하면 너무 스토커 같지.”

“스토커까진... 너무 간 것 같은데요. 저라면 그렇게 생각 안 할 듯요.”

“그래? 그럼 담 작품 확정된 거 축하한다고 보내? 괜찮을까?”


조급함이 물씬 느껴졌다.

전날 탐내던 차예경과 대면해서 그런지, 은연중에 그녀를 의식해서 그런지, 더 마음이 급박해 보인다.


“편하게 보내세요... 편하게...”

“야. 아직 많이 졸린가보다? 내가 운전할까?”

“아뇨! 아닙니다!”


매니저 눈에 나보영은 인간으로 태어났다기보단, 배우를 하기 위해 탄생한 천생 스타 같다.

모시는 것이 영광이지만, 때로는 본인 건강 걱정도 하며 좀 쉬었으면 하는데.


“그냥 뭐, 파이팅하라고 간식 보내보세요. 저번에도 커피 기프티콘 보내셨다면서요.”

“사실... 커피도 잘 안 먹고 젤리도 그닥 안 좋아한대.”

“예?”

“내가 보니까 촬영장에서 잘 안 먹더라고.”

“아... 이런.”

“보니까 내향형에, 내가 먼저 막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할 타입 같아.”

“그래요? 누나 연락을 꺼려하는 사람도 있다니.”


평소 나보영은 저돌적이나, 도민준의 연락에는 신중함을 보였다.

너무 나만 좋다고 다가갔다가 상대방이 데인 적이 있었으니.


“이번 디팡 꺼 미팅 있으면 내가 1번으로 무조건 잡는다. 알겠지?”

“네. 저도 눈 뜨고 귀 열고 있을게요.”

“차예경 선배가 탐내고 있으니까 그쪽 소식도 들리면 꼭 알려줘.”

“넵!”



* * *



흰 눈으로 둘러싸인 주택에서 폴폴 풍기는 술 냄새.

어지러이 뒹구는 브라운 병들.

찢기다 만 건어물 안주.

바닥에 떨어진 땅콩 껍질들.

치우는 가정부도 며칠 겨울 휴가를 내, 쓸쓸함과 적막감이 유독 더 시리다.


“나도... 말야... 눈치란 게 있다고.”


박종찬의 작품 계약이 무산되었다.

디팡, 그리고 이무기 스튜디오. 2곳의 연락이 잠시 끊겼다.

큰 회사 2곳 정도 까인 거야, 다른 작가들에게 비일비재한 일이나, 문제는 박종찬의 벨류가 지금 거물 수준이란 거다.


이 수준이라면 똥으로 만든 케이크라도 사람이 붙어야 하는데.

그럼 내가 쓴 건 똥 모양의 똥이라는 걸까.


거물 급 작가의 작품이 까인다는 건, 작품이 기준 이하의 이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라.

이례, 이변, 변고.

아니. 이건 사고에 가깝다.


심지어...

이 이상의 글이 잘 써지지도 않는다.

지난 세월 도민준에게 맡기고 글을 놓은 대가로 손과 머리가 굳어버렸다.


최근에 집까지 초대한 연세호와 문수경의 기색을 보고, 박종찬은 스스로에게도 할 말을 잃었다.


‘아. 이게 내 진짜 실력이지. 맞아.’


눈치 빠른 박종찬이 모를 리가 있나.

그들은 내 글을 쓰레기라고 생각했을 거다.

박종찬이 이것밖에 안 되었냐고 속에서 의문들을 피워냈겠지.


안다.

분명 그들은 실망했다.


.

.

.


박종찬이 도민준을 만나기 전.


숱한 이류 작들을 만들어 낸 그였지만. 딱 한 마리 토끼 겨우 잡는 수준이었다.

상업성이 좋으면 예술성은 바닥인 작품, 예술성만 뛰어나고 대중에겐 외면받은 작품.

그는 자신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었다.


어릴 적부터 조용히 글을 쓰며 칭송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인물의 감정선을 읽는 게 어려웠다.

계산적으로 표를 만들어가면서 쓰기도 했다.


‘주인공 – 처음에는 긍정적 20%, 분노 10%, 부모를 잃은 아픔 70%...’


이렇게 감정을 퍼센테이지로 정리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매번 어떤 상황에서 얼만큼 바뀌는지 체크해 가면서.

이 작업이 매우 피로하고 어려웠다.


그런데 중학생 도민준의 글을 봤을 때.

벽을 느꼈다.

자신이 그토록 노력해도 안 되는 그 감정선과 캐릭터의 디테일 조화가 자연스럽게 탑재되어있는, 도민준은 큰 그릇의 실루엣이 보이는 아이였다.


아니, 미사여구가 무색해지는 괴물이었다.

높아만 보였던 산봉우리를 날개 단 듯 쉽게 쉽게 넘어갔다.


자존심이 상했다.

난 가르쳐야 하는 선배 작가인데, 되려 배우고 있으니.


.

.

.


‘전 작품은 초입만 봐도 너무 좋았는데...’

‘애매하네요. 전 작품까지는 너무 좋게 봤거든요.’

‘박 작가님 다른 방향성으로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데... 전 작과 비슷한 톤으로 가능할까요?’


술기운과 함께 이무기 스튜디오 피디들의 평이 귓가에 맴돈다.


전, 전, 전...

전 작품들에 대한 호평은 또 박종찬의 열등함을 부추겼다.

나의 이름이 걸려있지만, 나의 영혼은 없는 것들.


혼자 술을 마시는 날이 잦아졌다.


취해서 아들 박지훈에게 심한 말을 쏟을 때도 있었다.


“붙잡았어야지. 네가 뭔데 걔를 내보내!” 냐고.


박종찬과 박지훈은 도민준에 대해 전혀 다른 방향의 태도를 가졌다.


아빠 쪽은 은혜도 모르고 나갔다며 원망.

아들 쪽은 독립했으니 더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럴수록 박지훈은 속으로 격렬히 외치고 있었다.


아빠. 정신 차리시라고.

그간 도민준 덕 봤으면 됐지 않냐고.

도민준이 마감까지 찍었던 걸 내가 모를 줄 아냐고.


그래서인지 서로를 그리 달갑지 않게 보는 부자였다.


박종찬은 끄응 앓는 소리를 내더니.


“넌 글 안 쓰냐?”


부엌에 선 박지훈을 공격하듯 또 목소리를 냈다.


“유학 보내놨더니... 작가하겠다고 여기 오지 않았어? 글은 쓰고 있는 거야?”

“습작하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시나리오 작법부터요.”

“내가 알려준 걸로는 부족해서 또 공부를 해?”

“익히는 시간이 필요...”


쨍그랑 - !


묵혀놓은 열등감이 폭발하듯 견과류가 담긴 유리 접시가 바닥에 떨어졌다.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에 튀겼다.


“재능 있는 놈은 절대 못 이겨. 공부해서 때 기다린단 소리 할 거면 다시 미국 가서 학위나 따라.”

“...누굴 이기려고 글 쓰는 거 아니잖아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술 그만 드시고...”

“그럼 봉사하려고 글 쓰는 거냐? 자기 위로용이야? 아니잖아!”

“전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만 말씀 드리는...”


결국, 또.

그 이름이 튀어나왔다.


“시간? 도민준이랑 너랑 동갑이야!”


부모가 자식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은 비교였다.

의사를 철저히 무시당한 박지훈의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

이를 인지했는지 아닌지, 박종찬은 손을 까딱였다.


“썼던 글 다 가져와봐.”

“지금요...?”

“두고두고 묵혀두고 무덤까지 가져갈 거냐? 죽을 때까지 수정만 할 거야?”


누가 죽을 때까지 수정한다 했나.

적어도 1-2년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박종찬은 자기 인맥 이용해 박지훈의 시나리오를 돌려볼 생각이다.


곤란해진 박지훈은 흔들리는 동공처럼 갈피를 잃었다.


“내 메일로 내일 아침까지 보내놔. 알겠어?”


조금 더 공부하고, 조금 더 감을 잡아보고 싶었는데.



* * *



오늘따라 유독 어수선한 디팡.

<감시의 비밀> 공동제작 시 이득은 뭐고 단점은 뭔지 가리고 있던 때였다.

급작스러운 협력 건이라서 체크할 거리가 많았다.

디팡의 회의는 고무적으로 길어졌다.


“공동제작 건 안 꺼냈으면 도민준 작가를 누가 데려갈까 끝도 없었겠어요. 차라리 좋은 방향이죠.”

“맞아. 좋은 손 평판도 괜찮으니까 잘 서포트 해줄 거야.”

“그래도 다행히 얻었네요. <감시의 비밀>요.”


<감시의 비밀>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되새김질하듯 김선호의 가슴이 다시 전율했다.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의 숨 막히는 긴장감.

황홀해지는 SF 세계관과 그 어두운 이면의 스릴.

극적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의 복수.

심리를 서늘하게 만드는 주인공의 차갑고 뜨거운 감정선.


그래서 연세호도 바로 하겠다고 했고.

연세호가 지금껏 해왔던 작품들과 결도 유사하게 맞았다.

천상의 아다리가 들어 맞아버린 것.


“연 감독님... 안 가세요?”

“왜 가? 이제 시작인데.”


특히 한 자리 차지하고 집에 안 가는 연세호 때문에 직원들 땀이 삐질삐질 난다.

거물이 함께하는 것만으로 눈치가 보이니까.

더 긴장하고 정신 바짝 차려진달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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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강한 혜성 같은 작가 (1) +9 24.09.08 7,914 19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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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8,654 2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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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9,377 227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9,542 228 12쪽
25 좋은 선택지 (2) +12 24.08.30 9,462 237 13쪽
24 좋은 선택지 (1) +5 24.08.29 9,737 2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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