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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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최근연재일 :
2024.09.01 12: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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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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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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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아으으. 온몸이 쑤시는구나."


돈키호테는 욱신거리는 몸을 두드리며 말했다. 산에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몸이 쑤셨다. 확실히 아침에 산을 타는 것은 좋지만. 심취하면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산초, 보았느냐? 그분의 모습을 말이다!"


돈키호테는 그리 말하며 옆에서 걷고 있던 산초를 바라봤다. 그러자 산초가 표정을 굳히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돈키호테에게 말했다.


"···. 저희가 본 건, 전부 꿈이겠죠?"


산초의 말에 돈키호테가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무슨 말이느냐? 우리가 본 건 전부 사실이다. 정말 재밌지 않았느냐?"


"아뇨. 재미없었습니다."


들고 있던 짐을 만지작거리던 산초는 이윽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의문을 품은 채 말했다.


"도대체 왜, 꿈의 모습이 데미안과 닮은 겁니까?"


돈키호테는 침묵했다. 그녀는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이전까지 풍기던 아이 같은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저 조용히 산초를 바라봤다.


아무 말 없이 산초를 내려다보는 돈키호테의 행동에, 산초는 이상한 오싹함을 느꼈다. 이윽고 고개를 들어 돈키호테를 보자.


산초는 눈을 마주한 체 조용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소름 끼치는 모습에 산초가 겁먹은 듯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자, 돈키호테는 산초에게 조용히 말을 흘렸다.


"산초.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살면 되는 거다. 알겠지?"



***



집에서 나오니 벌써 해가 뉘엿거렸다. 조금만 더 있으면 해가 떨어질 것 같았다. 밤에 움직이는 건 좋지 않으니, 돈키호테와 산초는 슬슬 집에서 나오기로 했다.


"산초! 내 옷 어디 있는지 봤느냐?"


"몰라요."


방문의 앞. 문 하나를 가운데에 둔 돈키호테와 산초는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산초는 본래 입고 있는 옷 그대로 나가면 됐기에 상관없었으나. 돈키호테는 갑옷을 전부 벗고 평상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했기에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산초. 그냥 도와주면 안돼느냐? 혼자서 갑옷 벗는 게 하기 불편해서 말이다."


방 안에서 낑낑대며 말하는 돈키호테의 말에도 산초는 묵묵히 '안 돼요.' 라 말을 흘릴 뿐이었다.


그 후로 얼마 안 있어 방 안에서 낑낑대던 돈키호테의 소리가 멎었다. 아무래도 옷을 다 갈아입은 모양이었다.


"산초. 그래서 내 옷이 어딨는지 아느냐?"


그 말에 함께 문고리가 돌아갔고. 둘 사이의 문이 열렸다.


"이제야 갈아입으신 겁니까."


라 말을 흘리며 앞을 바라본 산초는 그만 굳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돈키호테가 전라였기 때문이다.


"ㅁ···. 뭡니까!"


산초는 얼굴이 빨갛게 물듦과 동시에 급하게 고개를 내리깔았다.


그런 산초의 반응을 본 돈키호테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산초의 옆을 지나치며 말했다.


"흐음... 분명 이쯤에 옷을 뒀던 것 같은데."


뒤에 쌓인 짐작을 뒤적거리는 돈키호테를 뒤로한 체 산초는 곧바로 방 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절그럭 하며 문이 잠기는 소리에 깜짝 놀란 돈키호테가 급히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돌리며 소리쳤다.


"산초? 산초! 이게 무슨 짓이냐!"


"거기서 옷 갈아입으세요!"


"어서 문 열거라! 춥다!"


쿵쿵거리며 문을 두드리던 돈키호테는 이윽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옷을 발견하곤 급히 그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역시 아직 봄이라곤 해도 옷 하나 걸치지 않으면 추운 법이다.


돈키호테가 이상한 감상을 남기는 사이. 갑작스레 조용해진 바깥에 산초는 조심스레 문을 열어 조그만 틈으로 상황을 살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돈키호테는 빠르게 문틈을 잡곤, 그대로 열어젖혔다.


산초와 돈키호테가 눈을 마주쳤다.


그 후, 집에서는 큰 비명소리가 연달아 들렸다는 것 이외에는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



길거리로 나온 돈키호테와 산초는 곧바로 빵집으로 향했다.


거리를 걷던 돈키호테와 산초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물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닫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사람이 많은 제국답게 길거리에서부터 먹고 팔고 사는 것까지 모두 반짝거렸다.


이래서야 다시금 시골 동네로 돌아간다면 역체감이 심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은 무장강도가 많이 없어 보여 안전해 보였다.


"이곳에서는 굳이 무기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보이는구나."


"그러게요."


산초는 매고 있던 보따리를 다시금 어깨에 걸쳐 매며 걸음을 옮겼다.


돈키호테와 산초는 제국의 수도에서 거대한 건물들을 봤다.


그 건물들은 자신들의 동네에 있던 제일 큰 건물이었던 고아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건물들이었다.


특히 가장 거대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 탑이었다.


아무리 멀어져도 한눈에 보이는 그 탑은 하늘과 이어져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 탑을 유심 깊게 바라보던 돈키호테는 옆에서 힘없이 걷고 있던 산초에게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초 저기 보이느냐? 저 거대한 탑이."


돈키호테의 물음에 산초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이 미심쩍었다.


"네? 뭐가요?"


산초의 물음에 돈키호테가 다시금 말했다.


"저기. 저쪽에 있는 거대한 탑이 안 보이냔 말이다!"


"저기 뭐가 있는데요?"


그와 동시에 탑을 향해 손짓하는 돈키호테의 행동에도 산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한 소리만 해댈 뿐이었다.


이야기에 답답함을 느낀 돈키호테는 결국 대화를 포기한 체 빵집에서 크림빵을 무더기로 주문했다.


그 주문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가게 주인 마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 팔겠다고 할 정도였다.


결국 산초와 가게 주인의 만류에 적당한 양의 빵을 구매한 돈키호테는 입안 가득 빵을 베어 물며 행복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산초는 손에 들린 빵을 만지작거리며, 정작 입에 가져다 대진 않았다. 그러자 돈키호테가 산초의 빵을 가져다 한입에 집어삼키며 말했다.


"왜 그러냐, 산초. 입 맛이 없느냐?"


"···. 아뇨, 괜찮아요."


산초는 그리 말하며 손을 만지작거렸다. 오랫동안 산초를 봐왔던 그녀는 그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표정이 어둡게 깔린 산초를 보며 돈키호테는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고는 이내에 생각했다.


'뭔가를 고민하고 있구나.'


그런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돈키호테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을 가리키며 산초를 이끌었다.


손을 꽉 붙잡혀 그대로 끌려가듯 이끌린 곳에는 무희가 있었다.


그러자 돈키호테와 산초의 표정이 심히 굳었다. 그 둘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그저 앞을 응시할 뿐이었다.


길게 찰랑거리는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허옇게 화장한 뽀얀 피부에 붉은 아이라인과 매혹적인 입술. 귀와 손가락에 치장한 금빛의 장신구. 조금은 말랐다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몸 선.


그 몸 선에 걸치고 있는 옷은 펄럭일 정도로 팔과 다리의 원단이 길게 늘어져 바닥에 끌릴 정도였다. 허나 다른 부분은 천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짧아 살갗이 훤히 드러나 보기 민망한 부분도 있었다.


그 무희는 마을의 광장. 오벨리스크들로 세워진 다리의 가운데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휴우루리라파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신들린 듯 춤을 추는 그녀는 아무도 말릴 수 없어 보였다. 악단은 그녀의 춤 선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목을 매단 시체 여러 구가 음악에 맞춰 덜렁거렸다.


"···. 산초여."


"네···."


돈키호테와 산초는 기묘한 시선으로 무희와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에는 아무리 봐도 이 상황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희는 턴을 돈다. 지치지도 않는지 춤을 이어가며 숨을 헐떡이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춤 선에는 이상할 정도의 에로 하면서도 매혹적인 춤 선이 그려졌다.


"이게 제국인 것이냐···."


목을 매단 이들은 아무리 봐도 평민 같아 보였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에는 아무런 치장 없이 일반 농민이나 입을 법한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욱..."


산초가 헛구역질하며 그곳에서 눈길을 뗐다. 그러자 근처의 사람들이 보였다.


근처 사람들을 본 산초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미···. 미쳤어. 다들."


평민들이 목을 매단 시체와 무희를 향해 기도하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바람이 불어 무희는 춤춘다. 시체 또한 바람과 함께 춤춘다.


돈키호테는 힘없이 앉아 있는 산초를 붙잡고 곧바로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평소 괴짜라 불리던 돈키호테 또한 이 광경은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건 미친 짓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허...허억..."


산초가 물을 들이키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전에 봤던 광경이 잊어지지 않는 듯 물을 들이붓듯 마셨다.


돈키호테는 그런 산초를 보며 아무 말 없이 서 있다. 그때 누군가 이들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본 모양이구만."


그는 돈키호테와 산초에게 빵을 판 사람이었다.


"자네들. 외지인이지?"


덥수룩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하던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곳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교도 놈들이오."


"이교도···?"


산초의 되물음에 주인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국왕님이 몸저누으시고 얼마 안 있어. 저놈들이 등장했지."


주인은 혐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혐오의 끝에 있는 무희에게 향했다.


"신께 제물을 바쳐야한덴다나 뭐라나. 지금 저기 목매단 사람들이 그 제물이고. 젠장. 역겨워 죽겠어."


주인의 말을 얌전히 듣고 있던 돈키호테가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그래서. 그걸 왜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냐?"


"···."


돈키호테의 말에 주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애써 진정된 산초가 주인에게 말했다.


"저희는 아무것도 못 해 드려요. 제아무리 용병이라지만. 저 정도의 스케일은 저희도 감당이 안 되거든요."


"도와달라고 말 건 게 아니라. 그냥 일반화하지 말아 달라고 말 건 거요. 모든 국민이 저 이교도랑 거기에 선동된 놈들이랑은 다르다는 거요."


주인은 추가로 '근데 당신들 용병이었소?' 라 말을 덧붙였지만, 산초가 그 부분에 헛기침하며 못 들은 체했다. 그러자 주인이 늘어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튼. 이 제국은 망했소. 빨리 뜨시오."


"겨우 저런 거 가지고 망하기에는 제국이 너무 크지 않나?"


돈키호테가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로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주인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주위를 둘러보고는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들려오는 소문이긴 하지만. 글쎄, 후계자가 없다는 말이 들렸소."


"으흠···. 그건 좀 재밌는데."


그 말은 돈키호테와 산초. 그리고 다른 이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주인이 빠르게 뒤를 돌아보자 수상한 자는 어느새 주인의 코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외투에 검은 머리를 한 그 존재는 웃기다는 듯 실실거리며, 돈키호테와 산초를 내려다봤다.


작가의말

원피스가 너무 재밌어서 글 쓸 때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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