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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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최근연재일 :
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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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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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UMMY

그들의 생김새는 전체적으로 하피와 대개 닮아있었다.


다른 점이라 한다면 얼굴과 비슷한 크기의 거대한 귀는 마치 여우처럼 넓적하고 거대했다.


또한 인간의 몸뚱이에 팔이 있어야 하는 곳에는 거대한 날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날개 뼈 끝쪽에 손과 같이 3개의 발톱이 보였다. 그 부분을 팔로 쓰는 듯 보였다.


발을 새와 같이 날카로운 3개의 발톱이 보였다. 그리고 끝 쪽에 털이 복슬한 꼬리를 지닌 그 존재는 베로니카를 든 채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들은 하피의 먼 친척인 '레트'였다.


멍했던 정신이 확 들자, 베로니카는 급히 소리쳤다.


"다른 이들은?!"


말과 함께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다른 이들이 태산과 오딕스를 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베로니카는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본 그 존재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듯 복슬복슬한 꼬리로 베로니카의 얼굴을 간지럽히며 말했다.


"하하. 오랜만입니다."


"그대는 누구느냐!"


베로니카의 외침에 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피거스입니다. 아주 옛날에 한 번 뵙지 않았습니까. 아 너무 오래전인가요."


"피거스? 피거스라···. 아 그 꼬맹이 피거스인 것이냐?!"


베로니카의 기억에 피거스란 이가 존재했다. 그리 긴 만남은 아니었으나, 베로니카와 피거스는 어린 시절에 만난 그리운 인연이 분명했다.


베로니카의 말에 피거스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꼬맹이라뇨. 이젠 어엿한 성인입니다. 제 가족도 꾸렸고요."


"이야. 시간 참 빠르구나."


베로니카와 피거스가 잡담을 나누는 사이. 뒤편에서 날고 있던 두 명의 레트가 그들에게 말했다.


"잡담은 산맥에 가서 마저 얘기하라고. 아르크가 죽으려 하고 있어."


태산을 부들거리는 다리로 겨우 붙잡고 있는 존재의 이름 같았다. 아르크 라는 이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놈은 인간 아니야? 왜 이렇게 무거워!"


안간힘을 쓰며 태산을 들어 올리는 아르크의 모습에 그들은 일단 날개를 펄럭여 산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았던 척박한 대지에는 거대한 구멍이 존재한다.


이전 운석의 충돌로 인해 생겨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는 물이 가득 차 하나의 호수가 되었고. 호수의 주변에 돌 같은 것이 오랜 시간 쌓여 기다란 산맥을 만드니.


퀘펜 사막의 거대한 산맥임과 동시에, 유일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장소. 데미우르크 산맥이었다.


본래라면 산맥의 주인인 레트들만이 살아가는 이곳에. 침입자가 발을 들였다.


“이곳은 변한 게 없구나.”


"하하, 그런 편이죠. 꽤나 옛날 일인데도 생생히 기억하시네요?"


베로니카와 피거스가 태연히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걸었다.


그 옆을 걷던 오딕스는 놀라움에 입을 닫지 못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곤 사방을 둘러봤다.


산맥 전체를 장악한 듯 돌로 지은 수많은 건축물이 산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잔뜩 들어선 산맥은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특이점이라 한다면 바로 건물의 높낮이였다. 위쪽의 높게 선 건물은 겉이 화려히 빛났고. 아래쪽의 건물은 낮은 데다 비교적 무난했다. 그 광경은 왠지 모르는 특별함이 느껴졌다.


오딕스가 건물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자, 베로니카가 말했다.


“저 건물들은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니 높은 건물에서 나오는 이들은 함부로 대하지 말거라."


베로니카는 그들에 대해 잘 아는 듯했다. 오딕스는 뭐라 할 말은 많았으나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태산은 여전히 시체처럼 들려 아직도 긴 잠에 빠져있었다.


옆에서 걷던 피거스가 궁금하다는 듯한 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퀘펜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여긴 뭐 없잖아요."


"없긴 뭐가 없느냐. 그대가 있지 않느냐."


"하하, 그건 맞죠. 하지만 저 보겠다고 이런 곳에 오진 않을 거 아닙니까."


피거스의 말에 베로니카는 차마 아니라 할 순 없었다.


"이해합니다. 퀘펜은 워낙 사나운 곳이니까요. 저도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맞다, 아버님은 잘 지내시나요?"


"···. 아...아버..."


베로니카의 걸음 소리가 사라졌다. 무심히 걷던 피거스와 오딕스의 시야에 이전까지는 활짝 웃으며 장난스러운 장난을 치던 베로니카가 보이지 않았다.


털썩


싸늘한 침묵이 깔렸다. 배에서부터 올라오는 불안감에 피거스가 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 모습은 피거스에게 있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언제나 활기차고 늘 당당할 줄 알았던 그녀가.


바닥에 고개를 박고 숙여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양손으로 머리를 잔뜩 헝클어뜨리며 몸을 안쪽으로 말고 있는 베로니카의 모습에 피거스가 급히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방금의 분위기가 거짓말이라는 듯 얼굴이 창백한 베로니카는 눈을 꼭 감고는 식은땀을 미친 듯 흘리고 있었다.


"공주님!"



***



높지도, 낮지도 않은 집 안에 들어오자 느낀 것은 방 안이 굉장히 어둡다는 것이었다.


베로니카를 고이 업고 온 피거스는 소파로 보이는 곳에 눕혔다. 허나 소파 같은 모양새긴 했으나 돌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불편해 보였다.


한시름 놓았다는 듯 짧게 숨을 뱉은 피거스는 자신의 뒤에 오딕스를 보며 깜짝 놀라더니, 다급히 말했다.


"···. 아, 불 켜드릴게요."


그와 함께 피거스가 특정한 음으로 끼룩대자, 방 안부터 시작해서 이윽고 건물 전체가 발광하듯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방 구석구석에 붙어있던 반딧불이가 환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오딕스가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자, 피그스는 무겁게 깔린 침묵을 풀고자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친구들은 먹으면 안 돼요. 그러면 저는 한동안 맹님으로 살아야 하거든요."


그 말에 오딕스가 당황한 듯 손사래를 치자 피거스가 '장난입니다.'라 말을 덧붙였다.


허나 피거스의 말 이후에도 다시금 침묵이 쌓였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베로니카의 앓는 소리뿐이었다.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던 베로니카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보고 있었다. 그 앞에는 피거스가 있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고통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피거스가 오딕스에게 무겁게 물었다.


"···. 공주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피거스의 말에 오딕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이유는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 미세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ㅇ···. 아···."


베로니카가 말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 소리에 곧바로 베로니카에게 얼굴을 들이댄 피거스가 그 소리가 뭘 말하는지 깨달았다.


"···. 아버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게 확실하다.'


그리 단정 지은 피거스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 잠시 공주님을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피거스의 말에 오딕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확인한 피거스는 표정을 굳힌 체 방의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에 놀란 오딕스가 급히 달려가 창문 아래를 내려다봤다.


수많이 솟아오른 검은 건물들 사이로 거대한 날개 가진 피거스가 활공하며 빠르게 사라졌다.


무겁게 입을 땐 오딕스는 들고 있던 태산은 이젠 대충 바닥에 내던졌다. 우당탕거리며 바닥을 나뒹군 태산이었으나, 그는 깨지 않았다.


이에 당황한 오딕스가 고개를 숙여 손가락으로 태산을 몇 번 찔렀다. 그럼에도 잘만 자는 태산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때, 집 안에서 큰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오딕스가 급히 일어났다. 그러자 보인 것은 자신의 배까지밖에 안 오는 암컷 레트였다.


"누구냐!"


암컷 레트는 곧바로 칼을 꺼내 오딕스에게 겨눴다. 이에 오딕스가 당황한 듯 뒤로 넘어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에도 암컷 레트는 얼굴을 구기며 날카롭게 갈린 칼을 코 앞까지 들이대며 말했다.


"침입자인가?! 둥지엔 왜 쳐들어온 거지?!"


퍼렇게 서린 칼날이 앞을 스치자, 온몸이 서늘해진 오딕스는 몸을 떨었다. 이윽고 말하려 입을 열었으나, 심히 겁에 질린 나머지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행동을 적대로 간주한 암컷 레트는 검으로 오딕스의 목을 쳤다. 허나 비늘에 맞은 칼날이 반으로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이에 당황한 레트가 어정쩡한 자세로 얼타자 오딕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의 오딕스가 레트의 날갯짓과 다리를 꾹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큭···!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레트의 악소리에 당황한 오딕스는 이도 저도 못한 채 제압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 해결해 보려 한 짓이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자 눈물이 흐르던 오딕스의 앞에 또 다른 작은 그림자가 졌다.


그건 어린 레트가 조그만 단검을 겨누는 광경이었다.


"엄마를 놔줘!"


그 모습에 반사적으로 힘을 뺀 오딕스는 곧바로 반격당해 턱을 가격당했다.


'이젠···. 모르겠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한 오딕스가 힘없이 바닥에 누워 될 데로 되라는 듯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봤다.


이때를 놓치지 않은 레트는 어린 레트가 들고 있던 단검을 쥐곤 오딕스의 맨살 부분을 향해 검을 들이댔다.


살갗에서 푸른 피가 새어 나왔다. 다행히 깁게 들어가지 않았기에 큰 상처는 나지 않았다. 허나 여기서 좀만 더 힘을 준다면, 다음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레트가 손에 힘을 줬다. 칼날이 더욱 깊이 파고들려 했다.


"거기까지 하거라."


레트의 뒤에 누군가 서 있었다. 빠르게 뒤를 돌자 어느세 목덜미를 잡힌 레트가 캑캑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자는 짐의 동료이니라. 그 이상 힘을 준다면, 짐도 더 힘을 줄 수밖에 없도다."


싸늘한 표정의 베로니카가 차가운 눈빛으로 레트를 바라봤다. 그 모습은 평소의 베로니카 같지 않았다.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겨왔다.


진한 살기의 향에 숨을 쉴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감정 따윈 느껴지지 않는 베로니카는 이윽고 손에 힘을 줬다.


"아악!"


레트가 비명을 질렀다. 이에 뒤에 있던 어린 레트가 달려들었으나 이내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베로니카가 다른 손으로 바닥에 나뒹굴던 날의 파편을 쥐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 날을 어린 레트에게 겨눴다.


"그대는 다가오지 말거라. 다칠 것이다."


날을 맨손으로 잡았기에 붉은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윽고 베로니카는 다시 한번 차분히 말했다.


"차분히 생각하거라. 짐의 동료를 놔주는 것이다."


레트가 증오어린 눈으로 베로니카를 노려봤다. 그럼에도 베로니카는 차분한 표정으로 레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잠시만요!"


그와 동시에 누군가 빠르게 달려들어 베로니카가 들고 있던 날을 발로 걷어찼다.


저릿한 팔을 허공에 털며 베로니카가 나지막이 말했다.


"피거스여."


작가의말

요즘 진짜 녹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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