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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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최근연재일 :
2024.09.01 12: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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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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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DUMMY

제국에서 조금 떨어진 산속에는 일명 숨어지내는 마을이 존재한다. 그건 제국의 압도적인 세금과 차별에 견디지 못한 채 뛰쳐나간 사람들이 모여 생겨난 곳이다.


숲에 둘러싸인 데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그 마을. 테메레르가 그랬다.


한적한 마을. 여느 때와 같이 아낙네들이 호숫가에 나와 빨래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럴 때쯤이면 해가 뜰 시간이다. 아낙네와 맞춰 뜨기 시작한 태양은 여전히 뜨거움의 상징이다. 그 열기에 마을은 오늘도 활기를 얻는다.


사람들이 나온다. 마을에는 게으른 이는 얼마 없었기에 대부분 태양이 뜨기 시작함과 동시에 움직이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아침만 되어도 마을은 북적이며 바빴고. 그건 그녀와 그에게 있어 천만다행인 소식이었다.


마을에서 큰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시끌벅적한 마을 속, 한 아낙네가 퍼렇게 질린 얼굴로 마을 광장을 배회했다. 이윽고 만난 목수꾼. 아톰에게 그 아낙네가 급히 말했다.


"톰! 어서 호숫가로 나가봐!"


아낙네는 숨조차 고르지 못한 채 아톰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뭔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아톰은 곧바로 아낙네와 함께 호숫가로 뛰어갔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호숫가는 산에서부터 물줄기가 이어져 흘렀다. 그리고 그 물줄기를 따라가던 아톰은 얼마 안 있어 짧은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게."


아톰의 눈에 비친 호수는 말 그대로 파랗게 물들어 있었다. 인위적인 색으로 물들어 있는 호숫물에, 근처에 있던 아낙네들이 모두 빨래를 들고만 있을 뿐. 호수로 다가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호수가 퍼렇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톰의 눈이 호숫길을 따라 올랐다. 퍼런 물을 따라 올라가자 보인 것은.


피투성이의 여성과, 그 여성에게 업혀있는 남성. 그리고 거대한 양서류들의 사체가 가득했다.


코에 물씬 풍기는 비린내에 그만 아톰이 헛구역질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아톰이 경악했다. 왜냐하면 그 여성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혼절한 것 같은 멍한 몰골은 왠지 모르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와 함께 의문이 들었다. 너덜거리는 팔은 가진 체, 아이처럼 작은 소녀가 건장한 소년을 업은 체 저리 많은 양서류를 잡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멍하니 생각에 빠진 아톰을 지나친 아낙네는 곧바로 그녀에게 달려가 이곳저곳을 만져보고는 아톰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톰! 그만 멍때리고 빨리 와! 이 아이 상태가 이상해!"


아낙네의 말에 정신을 차린 아톰이 급히 달려가 그녀와 그녀가 엎고 있던 남성을 양어깨에 들쳐맸다. 그러곤 아낙네와 함께 마을의 병원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



잠에서 깼을 때는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온몸이 으스러질 듯 아팠고. 머리는 깨질 것처럼 어지러웠다.


온몸이 땀에 푹 젖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던 차나가 눈을 뜨자,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


쨍해지는 머리에 차나가 광대뼈를 주무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그녀는 근처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닫자,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키려 상체를 새웠으나, 다시 누워버리고 말았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허리에 찌릿한 고통이 밀려와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반응에 근처의 사람이 술렁거렸다. 그중 화려한 옷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남성이 차나에게 말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상처 벌어집니다."


그리 말하는 그의 이름은 찬사. 마을에 하나뿐인 의사였다.


찬사는 그녀의 몸에 묶여 있던 붕대를 다시 감아주며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가씨는 어떻게 이런 작은 마을까지 오셨나요?"


청년이라 할 순 없지만 중년은 아닌 찬사의 말에는 품위가 묻어있었다. 그런 말투에 차나가 표정을 싹 구겼다. 그러곤 아무 말 없이 그를 찾으려 주위를 둘러봤다.


그 후엔 찬사가 차나의 상처를 봐주며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차나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굳게 닫은 입으로 찬사가 뭐라 하든 아무 말 없이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허나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싶은 생각에, 차나가 굳게 닫았던 입을 열어 찬사에게 말했다.


"나랑 같이 있던, 그 애새끼는 어딨지?"


"생각보다 말이 거치시군요."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찬사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곤 다시 덤덤히 말을 이었다.


"그 아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쇼. 머리를 조금 다치긴 했어도 꽤나 멀쩡해 보였습니다."


찬사의 태평한 말에 차나가 부들거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어디 있냐니까."


"화내지는 마시고요. 저희가 뭔갈 할만한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그러곤 미약한 웃음기를 지닌 체 찬사는 뒤편의 문을 가리켰다.


"아직 자고 있습니다. 몸을 보니 별로 운동한 것 같지도 않아 보였는데. 아무래도 무리를 한 모양이라···."


찬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 차나는 다시 몸을 일으키려 들썩였다. 이번엔 몸이 움직여졌다.


몸을 가까스로 일으킨 그녀는 곧바로 사람들을 지나쳐 뒤편의 문고리를 돌렸다.


뻑뻑한 문이 열리자 화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너무나 밝은 나머지 차나가 눈을 껌뻑였다.


그런 차나의 앞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따스하면서도, 친절한 목소리였다.


"이제야 일어나셨어요?"


그 말에 차나가 미소 지으며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차나의 얼굴에 감정이 새겨진 표정이 드러났다.


절망스런 표정으로 앞을 본 차나의 앞에는, 그녀가 생각했던 가장 최악의 존재가 서 있었다.


소름 돋는 미소를 띠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녹스가 아닌 나일러스였다.



***



사람들을 내보내 적막만이 감도는 방의 안에서. 차나와 나일러스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나일러스는 차를 훌쩍이며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차나에게 말했다.


"제가 무슨 저승사자인 줄 아세요? 나중엔 저만 보면 바로 죽어버리겠네요."


그 말에 차나가 움찔거리며 나일러스를 노려봤다. 그러곤 이전과 똑같은 질문으로 물었다.


"···. 녹스는 어딨지?"


"아이고. 그놈의 녹스 녹스. 아주 귀에 딱지가 날 것 같네요. 그 애를 그렇게 좋아하십니까?"


장난스러운 나일러스의 말에도 차나는 표정을 굳히곤 나일러스를 노려봤다.


그에 결국 질렸다는 듯 나일러스는 손을 허공에 휘적이며 힘 빠진 말투로 말했다.


"녹스인지 뭔지 하는 놈은 제가 있던 옆방 침대에서 아주 잘 자고 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차나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순간 나일러스의 표정이 심히 굳었다.


나일러스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앉아."


이전의 분위기가 거짓말이라는 듯. 숨조차 쉬기 버거워진 분위기 속. 나일러스가 다리를 꼬곤 눈을 부라리며 차나를 응시했다.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 뭐 잘했다고 그렇게 나댑니까?"


그러곤 특유의 오만한 눈빛으로 차나의 위아래를 숙 훑은 뒤, 나지막히 읊었다.


"에스테반 차나... 이시리스 에스테반 차나."


나일러스의 말에 차나가 분노하여 큰 언성으로 소리쳤다.


"내 이름을 그 더러운 입에 담지 마!"


"조용히 하세요."


순간 차나는 다음 말을 잇기 전, 스스로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읍!"


나일러스가 단검으로 차나의 손등을 내리찍었다.


장미의 줄기를 본떠 만든 그 단검은, 살점에 박히는 것만으로 엄청난 양의 출혈을 야기했다. 그렇기에 엄청난 고통이 손등에서부터 밀려 들어왔다.


그럼에도 차나는 미약한 신음만 낼 뿐, 큰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만족했다는 듯, 나일러스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제 말 잘 지키네요. 하지만."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일러스가 곧바로 차나의 머리채를 잡고 거세게 들어 올렸다. 그 후 섬뜩할 정도로 차분한 어투로 차나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왜 제 작전데로 하지 않으신겁니까?"


그 후 나일러스는 차나에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아이에게 설명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차나씨. 제가 생존자는 만들지 말라 했죠. 근데 어라? 그 녹스라는 애새끼는 왜 살아있는 겁니까?"


차나의 팔에서 흐르던 피가 뚝뚝 거리며 떨어져 바닥을 적셨다.


그 소리만이 작게 방 안에 울릴 때, 포기했다는 듯 나일러스는 한숨을 내쉬며 차나의 머리채를 놓았다.


그러곤 다시금 자리에 앉아 차를 훌쩍이며 다시 차나에게 물었다.


"뭐 됐습니다. 차나씨도 즐길 거리가 있어야 일하는 데에 있어 열정적이지 않겠습니까? 존중은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실수한 데에는 벌이 있어야겠죠?"




나일러스가 책상 위에 뭔갈 올려놨다. 투명한 물 같은 것 안에 둥둥 떠 있는 둥근 그것. 그것은 보는 것만으로 오장육부가 뒤틀릴 만한 것이었다.


차나의 얼굴에 여러 핏대가 올라왔다. 이윽고 뜨거워진 머리를 주체하지 못해 악 소리를 내며, 차나가 나일러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코 앞까지 다가간 주먹이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 곧바로 휘어 허공을 때렸다.


허공으로 갈라진 차나의 주먹이 폭발하듯 공기가 터져 나일러스의 머리를 펄럭였다. 이를 본 나일러스가 재밌다는 듯 실실거리며 말했다.


"힘이 팔팔하시네. 제대로 맞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일러스가 그것이 든 통을 몇 번 흔들었다. 그러자 차나가 분개하여 참던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넌 내가 무조건 죽여버릴 거야! 알아들어?!"


그 말에 나일러스가 초록빛의 안광을 빛내며 웃음과 함께 소리쳤다.


"하하핫!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


나일러스의 웃음에 차나가 소리쳤다.


"슈타르크 데이벌른 디 나일러스으!"


그 소리에 나일러스가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소곤소곤한 어투로 말했다.


"그렇게 크게 말하면 안 되죠. 이게 남의 귀에라도 들어가면, 다 죽여버릴 수밖에 없는데요?"


그 말을 끝으로 나일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문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2m가 넘는 체구의 달바라기가 나일러스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일러스가 적당히 손짓하자 달바라기는 빠르게 옆으로 비켰다. 그러며 나가기 전. 나일러스는 나지막이 말을 흘렸다.


"테메레르라···. 다음에 올 때는 마을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나일러스가 떠나가자, 방 안에 남은 차나는 몇 번이고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지르며 나일러스가 올려둔 통을 꽉 붙잡았다.


통의 안에는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검은 안광을 가진 눈동자가 떠다니고 있었다. 나일러스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 동안 녹스를 봐왔던 차나는 깨달았다.


이건 필시 녹스의 눈동자임이 분명하리라.


작가의말

최근 너무 바쁜 나머지 글 쓸 시간이 얼마 없네요. 글은 이제 슬슬 재밌어지려 하는 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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