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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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최근연재일 :
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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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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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UMMY

마지노에서 시작해 사막을 향해 끊임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홀린 듯 길을 찾아가는 지경에 이른다. 그 기분을 느낄 때 쯤이면 어느세 자욱했던 땅이 자글거리는 모래알로 변하며. 사방은 다른 방해물이 없이 곧이곧대로 햇볕을 내리쬐는 단죄와도 같은 환경으로 변한다.


그 사막은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먼 곳에서 인간들과 섞이지 못한 채 홀로 살아간다. 그 이유는 꽤나 단순했다.


잠시 서 있는 것만으로 온몸의 수분이 전부 메마른 듯한 끝 없는 더위에. 생명체라곤 도저히 보이지 않는 황경. 하늘을 나는 새마저도 거의 보이지 않는 이곳을 보며 인간들은.


시체마저 녹는 터. 퀘펜이라 불렀다.


"헤엑···. 죽을 것 같아요."


"산초여···. 왜 이리 인내심이 없느냐···. 좀만 더 참아보거라."


생명체라곤 보이지도 않는 곳에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꺼운 외복에 두건을 높이 올려 써 얼굴이 보이지 않게 둘러쓴 돈키호테와 산초는 더위에 허덕이고 있었다.


산초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으나, 분명 좋지 않으리라 판단되었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강한 자외선 때문에 안 그래도 두꺼운 옷을 입어야 했는데. 문제는 그 옷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에 당장이라도 탈진해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산초는 괜찮았다. 더운 것은 어떻게든 인내심으로 참아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그 문제에 대해 산초가 돈키호테에게 소리치듯 말했다.


"딴 건 다 괜찮은데···. 꼭 이렇게 가야 해요?!"


"하악... 당···. 당연하지."


돈키호테와 산초는 대충 보아도 2m는 넘는 막대기를 신발에 고정한 체. 손으로도 막대기를 짚어 총 4개의 막대기를 이용해 바닥으로부터 높게 떠 있는 상태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양새는 얼핏 보면 서커스의 광대와 같아 보였다.


"그냥 걸어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


산초의 외침에 돈키호테가 힘이 잔뜩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안된다 산초. 절대 바닥에 발을 딛으면 안돼."


진이 빠진 듯한 돈키호테의 말에는 알 수 없는 굳은 믿음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산초는 어리광을 부리듯 말했다.


"마부한테 뒷돈 주고 짐칸에 숨어 3일 동안 빛도 못 본 상태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뭐 하는 거예요."


그 소리에도 돈키호테는 열심히 막대기를 움직여 걸음을 움직였다.


"근데 퀘펜에는 왜 온 거예요? 데미안들이라도 만날려고요?"


산초의 말에 돈키호테가 말했다.


"그것도 좋겠구나···. 데미안들 한번 만나보는 것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데미안들을 만나려먼 그 '오아시스'를 찾아야 한다고요."


"안다 알아 산초. 나라고 그 사실을 모를 것 같으냐."


퀘펜 사막의 어딘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그곳에 유토피아와 같은 오아시스가 존재한다.


어느 사람은 하늘을 나는 물고기를 따라가니 오아시스를 발견했다고 하고.


어느 사람은 밤하늘에 뜬 13번째의 별자리를 따라가니 오아시스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데미안들이 살아간다.


"일단 하늘에 떠다니는 물고기나 찾아보자꾸나."


"그런 건 없다니까요!"


"그러면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보는 건 어떠냐."


"죽을 일 있어요?"


산초의 반응을 들은 돈키호테는 껄껄거리며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와중 이전의 건축물로 보이는 폐허를 발견했다.


그 건물은 시간에 갉아 먹혀 이곳저곳이 무너져 성한 부분이 없었다. 천장마저 무너져 그늘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돈키호테는 막대기에서 내려와 폐허의 바닥을 밟았다. 다행히 바닥은 벽돌로 되어 있었다.


"산초 내려오거라. 이 위라면 바닥의 사악한 것들이 우리를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산초 또한 돈키호테와 함께 바닥으로 내려왔다.


"···. 우와, 여긴 예전에 뭘 하던 곳이었을까요."


"글쎄다 산초."


돈키호테와 산초는 이미 무너져 내린 폐허를 돌아다니며 말을 흘렸다. 폐허는 마치 이전 이곳에 문명이 존재했다는 듯 고고이 존재하고 있었다.


꽤 넓은 폐허의 크기에 돈키호테와 산초가 갈라져 따로 둘러보기로 했다.


돈키호테는 길을 걷던 와중 발에 치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바스락거리며 밟히는 질감은 모래가 아니었다.


돈키호테는 허리를 숙여 그 물체를 주웠다. 꽤 묵직한 그것은 이곳에 있는 게 의아할 만한 것이었다.


"이건···. 나무?"


그때 멀찍이 떨어져 폐허를 뒤지던 산초가 소리쳤다.


"어? 주인님! 여기 와서 이것 좀 보세요!"


그 소리에 돈키호테가 달려가 산초가 발견한 것을 같이 바라봤다.


"이건···. 평범한 상자가 아니냐?"


그건 사람 하나는 들어가도 남을 정도의 거대한 상자였다.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는 궁금하나, 상자는 단단한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어 여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아뇨 그게 아니라요. 이거 자세히 들어보면 소리가 나요."


산초는 말과 함께 상자에 귀를 가져다 대며 자신의 말을 여차 확인했다.


"···?"


돈키호테는 물음을 표하며 산초와 같이 상자에 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눈이 동그래진 돈키호테는 곧바로 상자에서 귀를 땐 뒤, 이리 말했다.


"산초. 그 상자는 두고 가자꾸나."


"네? 그래도 무게가 좀 나가는 걸로 봐서 안에 비싼게 들어있을 것 같은데요···."


산초의 말에도 돈키호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금 말했다.


"안된다 산초. 그 상자는 이곳에 두고 가는 것이다."


돈키호테의 말에도 산초는 아직 미련이 남은 듯 상자를 만지작거렸다. 이에 돈키호테는 그 상자를 질질 끌고 가 모랫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러자 마치 모래는 물처럼 일렁거리며 상자를 빨아들였다.


상자의 모습이 사라지자, 산초는 아쉬운 듯 소리를 흘렸다. 그럼에도 돈키호테는 묵묵히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산초여. 이곳에 있는 것들은 가져가지 말자꾸나. 보물 같은 것도 제 주인이 있는 법이야."


돈키호테의 말에 산초는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금 산초가 저 멀리 갔을 때, 돈키호테는 이전 자신이 발견한 나뭇조각을 다시금 살폈다.


그 나뭇조각에는 '이리야' 라 적혀있었다. 그건 인간의 언어로 적힌 표지판의 조각이었다.



***



한적하던 퀘펜에 무수한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울림에 땅이 파였고. 다른 생물체 없이 고요하던 사막의 흐름이 끊기는 순간이었다.


땀이 흐르다 못해 쏟아지듯 흘렀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 속이 다 타버리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리를 멈출 수 없었다.


"으아악! 살려주거라!"


"···!"


베로니카와 오딕스는 끊임없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쫓아오는 샌드웜들이 연이어 그들에게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란빛의 기다란 원통형의 몸통에 한 마리의 크기만 하더라도 평범한 건물 하나를 뛰어넘는 그 사이즈는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샌드웜들은 톱니처럼 맞물리며 돌아가는 아가리의 이빨을 회전시키며 베로니카와 오딕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악! 오딕스여! 뭐 좀 해보거라!"


베로니카의 간절한 외침에도 오딕스는 고개를 크게 가로저으며 열심히 뜀박질할 뿐이었다.


"저자는 아직도 안 일어나는 것이냐?!"


오딕스에게 짐짝처럼 들려있는 태산은 축 처진 채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곤히 잠들어있었다.


그러다 베로니카가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와 동시에 베로니카의 위로 거대한 샌드웜이 스쳐 가듯 지나쳤다.


베로니카는 순식간에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 굳은 듯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오딕스는 남은 반대쪽 손으로 베로니카마저 든 체 다시금 뜀박질을 시작했다.


"오오, 오딕스여! 좀 만 더 힘내는 것이다!"


오딕스에게 들린 베로니카가 말했다. 허나 오딕스에게도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다. 벌써 기다란 주둥아리 사이로 삐져나온 혓바닥은 축 처져 침마저 마른 상태였다.


자세히 보니 오딕스의 눈이 풀려있었다. 그러고 보니 속도도 점점 느려지는 것 같기도 했다.


"정신 차리거라! 가까워지고 있단 말이다! 오딕스으!"


바닥의 울림이 더욱 거세졌다. 뒤를 돌아본 베로니카는 순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샌드웜의 거리가 고작 해봐야 5m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죽긴 싫도다!"


그와 동시에 베로니카는 오딕스를 몇 번 때리듯 두드리며 속도를 올려보려 했으나, 이미 힘이 풀려버린 오딕스는 당장 발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결국 달리던 오딕스의 다리가 뚝 하고 끊기듯 행동을 멈췄다.


철퍼덕


앞으로 넘어진 오딕스 때문에 들려있던 베로니카와 태산을 바닥에 내동댕이 처졌다.


뜨겁게 달궈진 모래가 살갗에 닿자,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뒤에 샌드웜이 다가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


결단을 내린 듯 냉정한 표정을 지은 베로니카는 두 발로 서 샌드웜의 앞에 섰다. 그러곤 나지막이 말했다.


"···. 짐은 맛없도다."


당연하게도 베로니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샌드웜들은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에는 거대한 울림이 울렸다. 베로니카와 오딕스는 얌전히 눈을 감았다. 태산은 이미 감고 있었으니 됐다.


거대한 폭발이 일궜다. 모래들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베로니카를 덮쳤지만, 더 이상 베로니카에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온몸을 불사르는 듯한 뜨거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짝 시원한 것 같기도 하다.


'드디어 짐은 죽은 것인가?'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 잠깐? 바람?


이상함을 느낀 베로니카가 조심스레 눈을 떴다.


두 눈으로 봐도 가득 차지 않는 거대한 금빛 지대가 아래에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거대한 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베로니카는 자신이 어떻게 하늘을 날고 있는지 깨달았다.


"오랜만입니다."


거대한 날개를 가진 그 존재는 베로니카를 든 채 하늘을 활공하며 그리 말했다.


작가의말

죽음에 관하여를 읽다보니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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