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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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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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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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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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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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우와아. 이게 다 무엇이느냐?"


"이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이 정도는 돼야지."


그리 말하는 태산과 베로니카의 앞에는 아득할 정도로 높이 쌓인 종이 뭉치가 있었다.


다양한 색상으로 쌓여있던 종이의 탑은 당장이라도 무너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위태로웠다.


베로니카는 그런 종이 탑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런 걸 인간 놈들이 쉽게 넘겨줬느냔 말이냐?"


"그냥 패 보여주니까 바로 주던데?"


"오오. 인간 놈들 생각보다 대단하구나···!"


종이 한 장이 나풀거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베로니카가 그걸 빠르게 낚아채 내용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러니 그대의 말은, 여기 나온 정보를 토대로 마물들을 찾아 가면 된다는 것이냐?"


"그치. 굳이 발로 뛸 필요 없이 우리 입맛대로 골라서 찾아가면 된다는 거지."


"그치만... 던전 마물들을 우리 마음대로 빼 오는 게 가능한 것이냐?"


"뭐. 싫으면 걔네가 어떻게 할 건데.""···. 말로 협상해야 하느니라."


"나도 처음에는 말로 할 거야."


"다음은···. 아니다. 됐도다."


생각을 포기한 베로니카는 쌓여있는 종이들을 살펴봤다.


하피. 파티에 한 두 마리쯤 있어도 괜찮은 얘들이지만 공동생활을 하는 친구들이기에 탈락.


바실리스크. 불 뿜는 도마뱀이구나. 으으... 좋지 않은 생각이 드는구나. 탈락.


오크. 냄새날 것 같도다. 탈락.


"아아악! 마음에 드는 애들이 없구나!"


열심히 종이를 살피던 베로니카가 펑 하고 터지듯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러자 종이들 또한 함께 터져 올라 베로니카의 위에 겹겹이 쌓여 떨어졌다.


"아직 종이는 많아."


라고 말하며 태산은 베로니카의 위에 떨어진 종이 중 하나를 주워 살피며 말했다.


"음···. 고대 양서류 전사?"


"양서류···? 왠지 비린내가 날 것 같은 애들이구나···."


"너도 냄새나잖아."


"정말이냐!?"


베로니카는 급히 일어나 자신의 옷 냄새를 확인했다.


"윽 ...옷 좀 사야겠구나."


"반박 못 하겠지?"


시무룩 해진 베로니카를 뒤로 하고 태산은 마저 말을 이었다.


"고대 양서류 전사들이라. 고대라는 이름이 붙은 놈 보는 게 오랜만이네. 친구 보러 가는 기분이야."


"음? 그러고 보니 그대는 몇 살이느냐? 전에 흐지무지 넘어가서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나 나이가 있어 보이는구나."


"음···. 이 세계가 만들어진 지 얼마나 됐지?"


"그걸 어떻게 아느냐."


"나도 그래."


알 수 없는 말을 끝으로 태산은 정했다는 듯 고대 양서류 전사가 적힌 종이를 펄럭이며 말했다.


"이놈으로 하자. 재밌겠어."


"우윽. 비린내 날 것 같도다! 애초에 그 친구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 알긴 하느냐?"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되지."


태산은 비릿한 미소를 띄우며 베로니카에게 종이를 건넸다.


누워있는 상태로 종이를 건네받은 베로니카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곤 몇 번 종이를 훑어보더니 점차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불안하도다."



***



바로 고대 양서류 전사들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없기에 잠시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딱히 할 것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짐의 옷이 큰 문제였기 때문이다.


"예쁜 옷이 없구나."


베로니카의 말에 태산이 귀찮다는 듯 시큰둥 말했다.


"그래도 인간 놈들이 가장 옷을 잘 만들걸? 스크랩들은 그냥 동물 가죽 뒤집어쓰잖아. 그거에 비하면 이것들은 예쁜 편이지. 냄새도 안 나고."


냄새라는 키워드에서 베로니카가 움찔거렸다. 그러곤 태산이 보지 않을 때 빠르게 자신의 옷의 냄새를 확인했다.


차마 거짓말로도 덮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냄새가 났다.


"거지 같구나···."


작게 흘리듯 말했다.


그 후로도 베로니카는 옷을 고르지 못했다. 돈이야 태산이 내준다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옷이 없었다.


'짐의 위압감을 나타낼 수 있는 옷이 없구나.'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보다 못한 옷 가게 사장이 베로니카에게 물었다.


"뭐···. 찾으시는 옷 있으십니까?"


그는 빠르게 베로니카의 위아래를 살폈다. 다듬지 않은 머리에 누더기 같은 옷으로 보아 아무리 봐도 거지 같았다.


'옷은 저 사내가 사주는 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하품을 내뱉으며 멍하니 서 있는 남성을 보자 옷 가게 사장은 머리가 굳어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때 베로니카가 멍하니 서 있는 사장에게 말했다.


"뭔가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고, 위압감 넘치는 옷은 없느냐?"


"느냐?"


순간 말이 헛나와버렸다. 저런 말투를 쓰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어디 가문의 자제라도 되는 것 마냥...헛기침을 몇 번 내뱉곤 사장이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에는···. 아 잠시만요."


말끝을 흐리던 주인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빠르게 가게 뒤편으로 달려 나갔다. 얼마 안 있어 돌아온 사장의 손에는 옷 한 벌이 들려있었다.


"가격대가 좀 나가긴 하지만, 이게 가장 화려한 옷입니다."


라며 사내가 꺼내온 옷은 아무리 봐도 검은 드레스였다. 화려하게 치장된 장식도 보이지 않았고. 화사한 프릴도 안 달려있었으며. 무엇보다 특색있게 생기지 않았다.


'이는 아무리 봐도 짐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그리 생각한 베로니카가 말했다.


"인간. 장난치면 죽어."


그러자 주인이 빠르게 실내에 있던 발광 돌을 껐다. 가게에 어둠이 짙게 깔리고 보이는 것은.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빛나는 검은 드레스였다. 노란색의 빛이 마치 보석처럼 박혀있었고. 붉은색의 빛이 프릴 처럼 하늘하늘 거리는 옷은 어떠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베로니카는 홀린 듯 그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ㅇ···. 이걸로 하겠다."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가격은 실로 비쌌다. 말로 들어봤을 때는 마나가 어쩌고 디자인 전공이 어쩌고 했지만, 그런 건 베로니카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베로니카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어둠 속에 있을 때 화사히 빛나던 그 모습. 그 모습은 절대 잊지 못하는 광경이리라.


그 후에도 치장 가게에 가서 머리도 깍고, 왜에도 자잘한 데에 돈을 쏟듯이 하자 시간이 빠르게 흘러 벌써 해가 질 무렵이었다.


"오늘 하루에 3일 치 식비가 나갔어. 물론 그중에서도 그 옷이 가장 비쌌지만."


기겁하며 말하는 태산의 말에 만족했다는 듯 인자한 표정으로 길을 걷던 베로니카가 말했다.


"이게 짐이 찾던 옷이었느니라. 돈이 아깝지 않구나···!"


"당연하지. 내 돈이니까."


태산의 말을 못 들은 척하던 베로니카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태산의 앞에서 우아하게 한 바퀴 돌았다. 아름다운 곡선을 돌며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을 때 베로니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어떠느냐? 짐의 용모가 아름답지 않느냐?"


주황빛의 하늘이 떨어지고. 검은 베로니카의 장발이 빛을 전부 빨아들일 듯 독보적인 공간을 자아냈다. 그와 함께 어두운 머리카락 사이로 빛나는 노란빛의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에 뜬 별과 같았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주변에 따라 은은히 빛나는 옷은 베로니카의 모습은 말 그대로 풋풋한 소녀였다.


그걸 본 태산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어려. 아직."


사실이다.


허난 이번엔 노발대발 대지 않은 체 화사한 웃음을 지닌 베로니카가 말했다.


"그러면 좀만 더 기다리면 되겠구나."



***



단단한 철로 외벽을 지었다 하여 '철수벽'이라는 말 외에는 더 적합한 이름이 없는 그 성은 오늘따라 조용했다.


햇볕에 유리를 통과해 방 안을 뜨겁게 달굴 때까지 그곳에 앉아 있던 수명의 사람들은 아무 말 없이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결국 그 중 나이를 먹은 사내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꺼내고 나서야, 한두 명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 포트거스 제국이 점점 힘을 잃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근처 마을들이 알 수 없는 습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을 습격한 건 누구지? 인간인가?"


그 말에 늙은이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변에서 미세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큼 상황이 별로 좋지 못했다.


"안 그래도 우리 포트거스 제국은 바로 옆이 사막으로 이뤄져 있어 지형적으로도 안 좋습니다. 전쟁을 일으킨다 해도 그다지 이점을 얻진 못할 겁니다."


포트거스 제국이 이토록 힘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제국의 옆에 있는 끝 없는 사막. 그곳에 사는 데미안들이 호시탐탐 포트거스 제국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이 당장이라도 쳐들어올지 모른다.


그리 생각한 사내. 나일러스는 마저 생각을 이었다.


설마,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인 건가?


아무리 윗대가리들이 썩었다곤 해도 그렇게 멍청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 전쟁을 일으켰다간 모두 죽을 것이다. 함락당하는 건 여차요, 잘 한다면 데미안과 인간의 전쟁으로 까지 번질 수도 있다.


실제로 전쟁까진 일으킬 생각은 없었는지 소리가 점차 조용해졌다.


다시금 무거운 침묵이 짙게 깔리자 결국 나일러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저희의 카드가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인가."


노인의 말에 나일러스가 미세히 웃으며 말했다.


"용사들 말입니다. 엘리슈제국 보다 많은 용사들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을 사용하는 겁니다."


나일러스의 말에 주변 분위기가 웅성거렸다. 그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용사를 사용한다는 건 여간 미친 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사들은 중립적인 존재라는 건 알고 말하는 건가, 나일러스? 용사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신이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일세!"


노인의 꾸짖음에도 나일러스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태연히 말을 이었다.


"용사들을 이용해 정치극을 벌이겠다는 게 아닙니다. 제 말은 그저, 저희의 힘을 과시하자는 거죠."


그와 함께 나일러스는 주머니에서 접어뒀던 종이를 꺼내 펼치며 그들에게 건넸다.


"이건, 마물 수배지 아닌가?"


"네 맞습니다."


마력으로 코팅된 종이는 접힌 흔적 없이 멀끔히 원형을 유지했다. 그렇기에 그곳에 적힌 글자가 확연히 보였다.


종이의 내용을 노인이 말했다.


"하지만, 이 마물은 수차례나 공략에 실패해 포기해 공략 불가 판정을 내리지 않았더냐?"


노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하듯 종이는 붉은색으로 물들어 불길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나일러스는 당당하다는 듯 종이를 높게 치켜들며 말했다.


"조사를 해본 결과. 모종의 이유로 지금, 이 종족들이 멸하기 직전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최하의 병력으로도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 얌전히 이야기를 듣던 중년의 남성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그 말을 우리가 어떻게 믿지?"


마치 남성의 말을 예상했다는 듯, 나일러스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책상 위에 있던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은색의 꺼림직하게 생긴 종이었다.


마치 인간의 손가락을 엮은 듯 생긴 그것은 정녕 종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나일러스는 큰 웃음을 지으며 종을 흔들었다.


짤랑


청아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문이 열렸다.


"회의 중에는 출입 금지일 텐데!"


노인이 큰 소리를 내지르며 문을 바라봤다.


그러나 노인은 그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문을 통해 들어온 이들이 모두 검은 두건을 두르고 있는 '달바라기'였기 때문이다.


나일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달바라기 들의 앞에 섰다. 그러곤 여전히 기묘한 웃음으로 말했다.


"쉽게 가자고요. 적당히 희생해 주고. 적당히 물리쳐주면. 옆 제국은 물론이요, 사막에서 끈질기게 우리를 노리는 데미안들에게도 우리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어요?"


그리 말하는 나일러스의 신경질적인 말투에도, 방 안에 있던 모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종이는 펄럭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붉은 배경에 검은 글씨로 적힌 그것은. '고대 양서류 전사' 라 적혀있었다.



작가의말

모두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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