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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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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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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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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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UMMY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울창한 숲속. 어느새 화창히 자란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이 밝게 비춘 숲은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듯싶었다.


숲의 시간은 완전히 멈춘 듯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흔하디흔한 풀벌레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얼핏하면 지루할 수도 있는 숲에, 브렌이 누군가에게 다급히 말했다.


"정말 그 키보렌을 넘어갈 거야? 아무리 봐도 미친 짓이 분명 하잖아. 지금이라도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자···. 어?"


브렌의 사정어린 말에도 그는 묵묵히 말했다.


"제국으로 돌아가서 어쩌게. 그 비싼 돈 내고 승강기 타면서 자랑질하게? 아니면 배불뚝이 마부한테 뒷돈까지 맥여가면서 넘어갈 거야?"


"아니이. 내 말은 지금 이게 불법이니까 그렇지. 승강기 이외에는 다른 제국으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불법이잖아."


답답하다는 브렌의 어투에도 그는 당당히 말했다.


"우리가 언제는 합법적으로 움직였어? 그리고 아네슨 (포트거스제국이 있는 영토) 놈들은 그래도 싸. 애초에 걔네가 먼저 우리랑 선 그으려고 키보렌을 지었다며?"


"그건 어디까지나 들려오는 얘기잖아. 애초에 너는 그 키보렌을 사람이 지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거야?"


브렌의 말에 그는 잠시 침묵했다. 확실히 브렌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보았던 키보렌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그건 도저히 인간이 지을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은 채 브렌에게 말했다.


"됐고, 거의 다 왔으니까, 주변이나 잘 살펴봐."


"내가 어쩌다 이렇게···."


브렌은 늘어지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놀랍게도 키보렌의 근처까지 왔으나, 주위에는 그 흔한 경비조차 없다. 이전에 숲이라면 당연히 있을법한 동물이나, 벌레마저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숲을 내버려둔 체 어디론가 도망가 버린 것처럼. 숲은 말 그대로 홀로 시간이 멈춘 듯 높게 자란 나무들만이 존재했을 뿐이었다.


이를 확인한 브렌이 그에게 나지막이 읊었다.


"순례자는 없어."


"그건 다행이군."


그 후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와 브렌이 표정을 찡그렸다. 이윽고 그는 어디선가 풍겨오는 악취에 코를 막으며 방향을 돌렸다.


냄새가 흘러오는 방향으로 걸어가자, 냄새는 더욱 짙어졌고. 브렌의 딱딱거림이 더욱 커졌을 때. 그가 말했다.


"제길, 더러워 죽겠네."


"···. 반박은 못 하겠네."


그의 신경질적인 말에 브렌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브렌은 시선을 올려 위를 올려다봤다.


그들의 앞에는 눈으로는 그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했다. 이전 하나의 땅덩어리였음을 부정하듯 땅을 가로선 높은 '키보렌'은 여전히 굳건하게 서 있다.


회색을 넘어선 흰색에 가까운 벽의 외간에는 중간중간 피칠갑 된 부분이 존재했다.


또한 나무에서 올라온 이끼나 뿌리 같은 것이 벽을 타고 올랐으나 어디 하나 상한 구석 없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과거에는 물론 미래에도 이곳에 서 있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내포하는 듯했다.


브렌의 감상을 뒤로한 체, 그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역겹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그 이유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 무더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벽을 넘으려 시도했다 당해버린 이들이다.


벽을 보며 딱딱거리던 브렌이 그를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지금이라도 제국으로 돌아가서 승강기 타면 안 돼? 이거 무섭단 말이야···."


브렌의 약한 말에 그는 단호히 말했다.


"안돼. 너는 내가 제국에서 소문나기를 원하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제국으론 못 돌아가. 전에 말했잖아."


그는 매고 있던 가방에서 뭔갈 꺼내 준비하곤, 옆에서 딱딱거리던 브렌에게 말했다.


"슬슬 넘어가자."


"후우... 이젠 나도 모르겠다. 준비됐어? 어지러울지도 몰라."


말과 함께 브렌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겉에 입었던 검은 까마귀의 망토가 심히 펄럭였다.


이윽고 그의 얇았던 다리가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더니, 3배까지 불어나자 더 이상은 한계라는 듯 브렌이 부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 붙어···!"


브렌의 말에 그가 빠르게 달려 등에 업혔다. 그와 동시에 브렌은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다리가 폭발하듯 터져나가며 순식간에 높은 하늘을 활공했다.


높은 하늘을 날아오른 브렌과 그는 키보렌의 위로 날아오르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구름보다도 높이 올라오자 드디어 높았던 키보렌의 끝이 나왔다.


두터운 벽으로 갈라진 하나였던 대륙이 보였다. 그 모습은 이질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이를 본 브렌이 다급히 외쳤다.


"꽉 잡아! 이제 떨어질 거야!"


벽을 넘어서자 펄럭이던 망토가 다시금 얌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빠른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하자 그는 태연히 가방에서 꺼냈던 흰 원단을 꺼내 허공에서 펼쳤다.


흰 원단이 브렌의 망토와 만나 점차 검은색으로 물들자, 허공에 둥둥 뜨기 시작했다.


그와 브렌은 원단의 위에 서 점차 속도를 늦춰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벽 너머의 아네슨영토는 가이각스(엘리슈 제국이 있는 영토)와 상황이 비슷했다.


바닥에 착지하자 질퍽이며 밟히는 시체 파편의 불쾌한 느낌에 그가 여전히 표정을 구겼다.


이전의 폭발이 무색하게 멀정히 달려있는 다리로 바닥에 내려온 브렌이 순간 소리를 내지르며 앞을 손가락을 가르쳤다.


"ㅈ···. 저기!"


"···."


그가 빠르게 앞을 바라보자, 어느세 그들의 앞에는 순례자가 서 있었다.


인간의 파편을 조합한 듯, 팔과 다리가 쓸데없이 많이 달려있는데다. 심지어는 머리는 3개가 넘어가 말 그대로 생길 대로 생긴 그 괴물은 괴상한 소리를 흘리며 그와 브렌을 노려봤다.


이윽고 큰 소리를 내며 그들에게 육중한 몸을 이끌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쿵 쿵


100kg은 가볍게 넘어갈 것 같은 순례자의 육중한 몸이 바닥을 뛸 때마다 땅바닥이 울려 마치 지진이 나는 듯싶었다.


"끼에에엑!"


그 소리는 듣는 것만으로 귀가 터질 듯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순간 그는 움직이지 못한 채 지끈거리는 귀를 막았다.


그러자 순례자는 3개의 팔을 꼬아 만든 기괴한 몽둥이로 그를 내리쳤다.




몽둥이가 튕겨 나갔다. 브렌이 어디선가 꺼낸 얇상한 렌스로 순례자의 공격을 튕겨낸 것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그 렌스는 평범한 렌스보다도 훨씬 얇았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무거웠다.


순례자는 곧바로 5개의 발로 브렌을 걷어찼다. 묵직한 소음이 바닥에 울리자, 브렌은 순식간에 옆으로 돌아 공격을 피한 뒤 곧바로 렌스로 그것의 머리 중 하나를 찔렀다.


검은 피가 렌스의 끝부분을 적셨다. 그럼에도 아직 그것은 여전히 몸을 움직였다.


"아주 징글징글 하구만!"


브렌이 기겁하며 뒤로 빠지자,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그가 들고 있던 것은 그동안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거대한 물건이었다.


그는 어느새 물건의 붕대를 풀었다.


그러곤 곧바로 한 손으로 그것을 쥔 체 순례자의 남은 머리 2개를 내리찍었다.


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닌 뭉개져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순례자의 뒤틀린 두 개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순례자는 육중한 몸을 버티지 못한 채 큰 소음을 내며 바닥에 나자빠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족히 2m는 가볍게 넘기는 그것의 형태가 햇볕에 맞아 드러났다.


일렁이는 물결 형태의 칼날을 가진 거대한 길이의 츠바이헨더는 아름다우면서도 폭력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


날의 중간중간에는 피로 인해 녹슨 부분이 존재했고. 무엇보다 칼날 자체가 그다지 날카롭지 않았다. 이는 일부러 뭉뚱그리게 만든 것이리라.


그는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던지듯 내려 놓으며 말했다.


"급한 나머지 한 손으로 휘둘렀는데···."무리한 팔에서 느껴지는 욱신거림에 그는 팔을 몇 번 허공에 털었다. 그걸 본 브렌은 아무 말 없이 벙찐 표정으로 생각했다.


'저거···. 2M는 가볍게 넘기는 데다 무게만 7kg은 될 텐데. 그걸 한 손으로?'


깊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한 브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쭉 가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래. 이제 동쪽으로 쭉 가면 거기가 나오지."


"시체가 녹는 사막... 퀘펜."



***



시끌벅적한 여관. 주변 사람들의 술내음이 짙게 퍼졌다. 코에 닿자마자 정신이 아득해지는 알코올 향에 옆에 있던 베로니카가 코를 막고는 조용히 소곤거렸다.


"윽... 냄새가 지독하도다."


베로니카의 반응에 태산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책상 위에 놓인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며 말했다.


"익숙해지면 괜찮아."


"그건 그렇다고 해도 말이다···."


어딘가 불안한 듯한 표정의 베로니카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옆자리에 앉은 오딕스를 바라봤다.


인간들이 입을 법한 후줄근한 옷에 목에는 애완동물과 같이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그 모습은 노예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태산은 그런 오딕스의 모습을 보며 이리 말했다.


"하지만, 저렇게 안 하면 인간들이 오해할 거 아니야."


실제 마물과 인간이 한 곳에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노예가 아닌 이상 마물들은 대부분 악하기에 인간을 해치려 들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베로니카는 조용히 넘어갔지만. 오딕스는 그 사실을 아닌지 모르는지 고개를 푹 숙인 체 나무 바닥의 물결 모양만 뚤어저라 볼 뿐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굉장히 힘든 여행이 될 것 같구나···."


앞으로의 여행을 예견한 베로니카는 늘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태산은 여전히 음식을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을 뿐이었다.


얼마 안 있어 책상 위에 가득했던 음식물을 전부 비워 빈 접시만 놓인 것을 본 태산이 만족스럽다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후우...그래서. 이제 어디로 갈 거야?"


"그건 아직 못 정했도다. 하아, 고민이 많도다. 종이를 아무리 뒤적거려도 쓸만한 놈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구나."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는 베로니카를 본 태산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본질적인 질문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까. 마왕군이 무조건 마물로만 채워져 있어야 하는 거야?"


"아니. 그건 당연하지 않느냐."


베로니카의 당연하다는 말에 태산이 말했다.


"마물들 말고도 세상에는 인간이나, 데미안, 쿤타들이 있잖아. 그 친구들은 쓰면 안 돼?"


"···. 그대는 적군을 아군으로 쓰겠다는 말을 잘하는구나."


"그런가."


"그대는 고대 서적도 안 읽어보는 것이냐? 그곳에 이리 나와 있었도다. 당시 유망주였던 인간 용사와 함께 모험을 떠난 데미안과 쿤타가 마왕. 슈타르크 알폰테를 잡았다고 말이다."


"그랬어?"


"그랬도다! 얼마나 유명한 서적인데, 안 읽어본 것이냐?"


베로니카의 말에 태산이 갸우뚱거렸다. 진심으로 모르는 눈치였다. 그 말에 베로니카가 한숨을 푹 내쉬며 읽던 종이의 다음 장을 넘겼다.


그러자 나온 것은 또다시 붉은색의 종이.


붉은 종이를 보자 베로니카는 흥미가 끌린다는 듯 종이의 내용을 읽어내렸다.


글을 읽던 베로니카의 표정이 급히 굳어지더니, 곧바로 종이를 바닥에 버려버리며 말했다.


"이곳은 가지 않는 것이다."


바닥에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종이를 낚아챈 태산이 종이에 적힌 글을 읽어내렸다.


"···. 퀘펜의 데스웜?"


작가의말

화난 치와와는 개 무섭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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