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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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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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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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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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섬뜩한 어둠으로 드러찼던 부락에 붉은 불길이 빠르게 일궜다.


그러자 부락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양서류 전사들의 비명이 공간을 가득 메웠고. 잿빛의 사방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아직 상황판단이 안된 몇몇 양서류 전사들이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 검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시야에 가득 찼던 것은.


인간들.


"쉬이익!"


전사들이 큰 소리를 내지르며 창을 들고 돌격했다. 인간들은 그걸 되받아치며 난장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물 우물


그들의 사이에서 차나가 껌을 씹으며 느긋이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잠시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는 푸른 전사들이 인간들을 창으로 찔렀지만, 철로 만든 갑판에 창이 튕겨져 나왔다. 인간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들고 있던 메이스로 그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머리가 으깨지고 그 속에서 피가 부글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인간들은 피를 뒤집어쓰면서도 바로 다음 상대를 찾아 달려갔다. 전사들은 물러서진 않았지만, 그들의 눈빛은 빛이 비치지 않았다.


"으아악!"


녹스가 균형을 잃고 그만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전사들은 곧바로 녹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뾰족한 창의 끝이 녹스를 꿰뚫기 전, 차나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메이스로 전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것을 본 다른 전사가 차나를 향해 창을 휘둘렀으나 그 공격은 차나에게 닿지 않았다. 전사의 닿기 전 녹스가 메이스로 전사의 머리를 내리쳤기 때문이다.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전사들의 수가 점점 늘어가자, 전사들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완벽히 알고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완벽하게 말이다.



허나 아직 괜찮았다. 전사는 많았고. 인간은 적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전사가 이길 것이다. 그리 생각했다.


차나가 길가에 있던 전사의 공격을 빠르게 피한 뒤 메이스로 내리쳤다. 그러자 전사의 두개골이 순식간에 뭉개져 모양이 변했다.


전사가 픽 쓰러지자. 순간, 주변에 있던 다른 전사들 또한 침을 삼켰다. 그러곤 불안하다는 듯 차나에게서 급히 멀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차나는 표정을 구겼다. 그러곤 생각했다.


'쉽구만. 이렇게 쉬우면 안 되는데.'


아무리 멸망하기 직전인 종족들이라 해도, 이렇게 쉬울 리가 없다. 분명 뭔가가 있을 거다. 이들을 지탱해 주는 중심축 같은 무언가가···.




차나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씹고 있던 껌을 바닥을 뱉으며 위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앞에는 위를 올려다봐도 눈에 드러차지 않는 거대한 존재가 서 있다.


거대한 체구에 붉은색으로 물든 몸뚱아리. 기다란 목에 늘어진 아가미. 쭉 빠진 아가리에 검은 눈. 지트였다.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지트를 보며, 그녀는 희미한 썩소를 띄워 말했다.


"네가 여기 대장 맞지? 빨리 끝내자."


메이스의 체인이 찰랑거린다. 그녀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 붉은 전사는 들고나온 거대한 몽둥이를 어깨에 들쳐맸다. 준비는 끝났다.


그녀는 메이스를 돌리면서 생각했다.


'저 몽둥이···. 나보다도 큰데? 한대라도 맞으면 바로 뒤져버리겠군.'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지트가 거대한 몽둥이를 손쉽게 휘둘렀다.


한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공기가 갈라져 귓가를 때렸다. 빗맞은 몽둥이가 바닥에 닿자 폭발하듯이 흙이 터져나왔다. 그걸 본 차나가 경악하며 무심코 생각했다.


'이런 미친, 저건 사기 아니야?'


생각이 끝난과 동시에 그녀는 빠르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메이스로 지트의 무릎을 가격했다.


지트가 주춤거린다. 허나 아직도 꿋꿋이 서 있다.


눈을 찡그리며 당황한 것도 잠시. 정신을 차린 지트가 곧바로 양손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난격과도 같이 허공을 여러 번 가르자 나오는 바람에 머리가 펄럭일 정도였다.


도저히 틈이 나오지 않자. 차나가 메이스를 버린 뒤 곧바로 허벅지에 걸어놨던 작은 단검들을 꺼내 내던졌다.


단검 여러 개가 빠르게 날아들어 지트를 향했지만, 살갖에 닿은 단검들이 곧바로 튕겨져 나왔다.


'가죽이 워낙 질겨 칼이 박히지도, 베이지도 않네. 답은 하나, 뭉개버리는 수밖에 없나'.


판단을 끝낸 차나는 곧바로 바닥에 떨어진 메이스를 쥐어 달려 나갔다. 메이스를 붕붕 돌리며 지트의 앞에 선 그녀는 계속해서 메이스를 회전시키며 지트의 관절 부위를 노렸다. 허나 근처로 다가올 때마다 지트는 몽둥이를 휘둘렀다.


근처로 떨어지는 몽둥이에 바닥이 울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압박감에 차나의 머리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한 번이라도 맞으면 그대로 죽어버릴 위력이다.


차나는 숨을 헐떡이며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안 끝나. 뒤진다면 내가 먼저 뒤지겠지···.'


해결책이 필요하다. 뭔가, 다른 무언가가 없을까?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 그녀의 눈에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그건 그녀가 찾던 이상형에 가장 알 맞는 것이었다.


차나는 곧바로 그것을 향해 뛰었다. 지트 또한 그녀를 향해 뛰었고, 곧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녀는 빠르게 몸을 내던져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몽둥이와 함께 날아들고. 곧바로 굉음에 가까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흙먼지가 일궈오고. 사방에는 뜨거운 불길이 느껴졌다. 케케한 검은 연기에 지트가 헛기침하며 눈을 뜨자. 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끼, 너 뒤졌어."


그건 굉장히 기다란 오함마였다. 대충 봐도 지트와 비슷한 길이. 그에 따라 무게 또한 엄청났다. 차나는 그것을 어깨에 들쳐매곤 지트의 앞에 섰다.


들고 있는 차나의 손이 미세히 떨려왔다. 그럼에도 그녀는 눈을 찡그리고 입이 찢어지라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재밌어졌네."


겉으로는 허세를 부렸으나. 그녀에겐 슬슬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 이전 싸움에서 너무 정신을 쓴 탓인지 그녀의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고 있었다. 턱까지 올라온 숨을 내쉬며. 떨려오는 다리를 애써 진정시켰다. 그러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해, 간단한 생각만 하기로 했다.


거인을. 그녀는 때려잡으려 한다.


"흡...!"


기합과 함께 그녀는 오함마를 휘둘렀다. 한 바퀴 빙 돌리자 지트가 휘둘렀을 때와 같이 위협적인 소리가 들렸다. 이걸로 힘은 대등하다.


"그르르..."


지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를 흘렸다. 그 또한 긴장하고 있다. 이전 맞았던 무릎이 쑤셔왔기 때문이다. 지트는 욱신거리는 무릎을 보며 생각했다. 피하는 건 어렵다. 같이 맞서기엔 몽둥이가 먼저 부서질 것이다. 선택지는 없다.


몽둥이가 부서지기 전에 적을 없앤다.


생각은 끝났다. 이젠 아무 생각 없이 들이대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적이 먼저 부서질지, 내가 먼저 부서질지.


그녀의 오함마와 지트의 몽둥이가 함께 맞닿는다. 거대한 울림이 생겼다. 순간 차나가 뒤로 밀려났다.


차나는 당황하지 않은 체 곧바로 몸을 한 바퀴 돌려 오함마를 회전시켰다. 오함마가 곧바로 지트의 몸을 가격했다.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지트가 뒤로 넘어갔다.


순간을 놓치지 않은 차나는 곧바로 지트에게 뛰어들어 오함마를 높게 치켜들었다. 하지만 힘이 떨어졌는지 높게 치켜든 오함마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흔들리는 눈으로 그녀가 본 것은 거대한 주먹이었다.




탱 구르르


갑옷이 움푹 파였다. 다행히 갑판을 맞아 죽진 않았다. 하지만.


"욱...!"


그녀가 부들부들 거리며 자리에 섰다. 덜덜 떨려오는 손 때문에 들고 있던 오함마를 놓쳐버렸다.


자신이 숨을 쉬고 있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지친 그녀의 앞엔 아직도 적이 살아있다.


지트가 옆구리를 휘어잡으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금의 충격으로 둘 다 속이 정상치는 않으리라.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서 있긴 하지만, 더 이상 무기는 들지 못한다. 그녀는 오른팔을 들려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움직이려 하는 것만으로 옆구리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지트는 떨어져 있던 몽둥이를 주우려 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몸에 힘을 줄 때마다 전신에서 엄청난 고통이 비명을 질러댔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노려본다. 이제 마지막. 끝이 다가왔다.


지트가 빠르게 달려들어 몸으로 그녀를 들이박았다. 그녀가 미약한 신음을 내뱉으며 지트의 목덜미를 세게 휘어잡았다.


"이대로...같이 뒤지자 그냥."


다리를 멈추지 않는다.


왼손에 힘을 쥔다.


'숨이 막혀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를 멈추면 안 된다. 어딘가에 박아버려야 한다. 죽여버려야 한다.'


'힘을 줄 때마다 몸이 떨려와 죽을 듯 아팠다. 그럼에도 힘을 빼지 않는다. 이대로 머리를 뜯어버린다. 죽여버린다.'




거대한 굉음에 불타는 외벽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그 소리는 전장의 한가운데 울려 퍼졌다. 그들은 찰나의 순간. 모두 같은 곳을 바라봤다.


거대한 불길이 타오르고, 그 사이에서 기어 나온 것은 지트.


지트의 머리를 들고 서 있는 피투성이의 인간이었다.


이곳저곳이 뭉개지고 해진 갑옷. 온몸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피. 너덜거려 축 처진 오른팔. 안광 없이 흐릿한 눈동자. 그리고 길게 찢어진 입꼬리에 날카로운 솟곳니.


마치 악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다음."


터져 나오는 웃음과 함께 차나는 들고 있던지트의 머리를 바닥에 내던졌다.


철퍽


살덩어리가 떨어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지트의 머리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머리의 눈이 어딘가를 바라본다. 지트가 한 노인 전사를 바라본다.


스텅이었다.


작가의말

전투씬은 역시 쓰기 어렵네요. 아직 부족한 게 눈에 보이지만, 더 나아질 때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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