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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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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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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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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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DUMMY

그것이 먼저 움직이는 것으로 전투가 시작됐다.


이글거리면서도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것만으로 얼어붙을 듯한 냉기를 뿜어내는 그것이 빠르게 태산 달려들었다.


태산은 피할 생각이 없는지, 눈으로 그것의 움직임을 쫓으면서도 피하려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피할 의미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이윽고 그것의 날카로운 발톱이 태산을 스쳤다. 태산의 몸에 이전 차나에게 생겼던 것과 같은 거대한 상처가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얼음 결정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솟아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태산은 태평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바라봤다.


벌어진 상처사이로 뜨끈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허연 증기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것은, 절대 피가 아니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붉은 피가 아닌 꺼림직한 검은 무언가였다.


검은 연기로 기화하며 새어 나오는 검은 것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물체처럼 딱딱히 굳었다.


그러자 태산의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치료되었다 아닌, 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본래 다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흐음...어느 정도로 때려야 하나."


태산이 짧게 고민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몸이 어색했기 때문이다. 아직 움직이는 것도 어색한 데다, 봉인 당한 이후에는 힘을 쓴 적이 거의 없기에. 설령 힘 조절이라도 잘못한다면, 그 이후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태산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때를 놓치지 않은 그것이 불을 뿜어 태산을 바짝 익혔다. 허나 다시 검은 것이 피어오르더니 몇초도 안 있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것은 당황한 듯 태산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강한 경계심을 표했다.


고민을 끝낸 태산은 근처에 떨어진 무기를 둘러봤다. 대부분이 얼어붙어 쓸모가 없었으나 꽤나 괜찮은 것들도 몇몇 존재했다. 그중 태산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그건 이전 전사들이 쓰던 나무로 된 창이었다.


끝부분이 날카롭게 갈려있는 데다 양이 넉넉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태산이 마나를 풀었다. 그러자 폭발하듯 등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짙은 검은 안개가 짙게 깔렸다. 그 안개들은 자아를 가지고 있듯 꾸물거리며 움직여 창을 집었다.


8개의 창을 들어 올린 태산은 그것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으나 이윽고 그것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가득 메웠다. 눈을 깜빡이자,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체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나무로만 만들어졌을 뿐인 8개의 창이 순식간에 그것의 몸에 꽂혔기 때문이다.


"아, 너무 갔나."


태산의 짧은 탄식과 함께 그것은 무릎 꿇었다. 울컥거리며 푸른 피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검은 눈덩이로 태산을 노려봤다. 진한 살기가 가득 배어있었다.


그것이 몸을 움직이려 하자 관통당한 몸뚱아리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렸다. 뼈를 뒤틀고 살을 해집어놓는 창의 고통에 그것이 몸부림쳤다. 그럴 때마다 창은 더욱 깊이 박혀 들어갔다.


"아! 너무 간 것 아닌가!"


그것의 상태를 본 베로니카가 당황한 듯 소리 질렀다. 그러곤 그것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미약하지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를 본 베로니카가 태산을 보며 말했다.


"음···. 생각보다 끈질기구나···.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영입은 네가 하는 거야. 나는 설득을 하는거고."


"그대의 눈엔 이게 설득인 것이냐."


"안 죽였잖아."


태산의 뻔뻔한 말에 베로니카가 질린 듯 한숨을 푹 내셨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은 검은 눈으로 그들을 보며 강한 한기를 내뿜었다.


"그래도 그렇지···. 아 그만하거라! 차갑도다!"


그것이 미약이 뿜어대던 한기에 결국 참다못한 베로니카가 그것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소리와 함께 그것이 고개를 푹 숙였다.


"어? 잠깐! 안되는 것이다!"


"죽은 것 같은데."


그것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반응하지 않았다. 다행히 흉부가 씰룩이는 것을 보니 죽진 않은 모양이다. 이를 본 베로니카가 안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인간들은 쭈뼛거리며 하나 둘 씩 표정이 풀렸다.


점차 분위기가 풀리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들은 넘지 못한 산을 넘긴 기분일 것이다.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벽 하나를 넘겼다. 그 정도면 충분하리라.


주변의 분위기 속에도 녹스는 아직 표정이 어두웠다. 녹스는 쓰러져버린 차나의 상태를 살피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태산이 고개를 돌렸다. 인간 무리를 보니 썩이나 분위기가 좋았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파티라도 벌일 것만 같았다.


"하나, 둘···."


혼잣말로 뭐라 중얼거린 후. 태산은 인간들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많네."


그 말과 함께 태산은 마나를 방출했다.




이윽고 바닥에서 가시가 솟아올라 근처에 있던 인간이 궤 뚫렸다. 붉은 피가 사방에 흩뿌려지자, 순간 시끌벅적했던 주변에 짙은 침묵이 깔렸다.


그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의아한 듯한 말투로 태산이 말했다.


"뭘 그렇게 좋아하냐. 이제 너네 차례야. 안 그래도 요즘 인간들 보느라 스트레스가 잔뜩 쌓였거든."


태산의 낮고 무거운 말에 이제야 상황판단이 된 인간들이 다시금 무기를 치켜세우며 태산에게 겨눴다.


그 모습을 본 태산이 코웃음을 치곤 말했다.


"한 명만. 한 명만 살아서 가자. 저놈은 살려야 되니까."


벽의 뒤에는 가시덤불이 존재했다. 가시는 사람을 삼킨다. 희망을 삼켜버리는 검은 심연이 꿈틀거린다.



***



주변이 시끌벅적해 정신 사나웠다. 뭐가 그리 신난 것인지 그자는 인간을 한 번에 죽이지 않고 자신의 힘을 테스트하듯 힘을 조절하고 있었다.


산속에 끈질기게 울리는 인간의 비명에 결국 베로니카는 귀를 막으며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했다.


'짐이 할 일은 이제, 이것이구나.'


베로니카가 앞에 쓰러져 있는 그것. 오딕스를 향해 낮게 말했다.


"깨있는 거 알고 있도다. 일어나거라."


장난기 있는 말투가 아닌 사뭇 진지한 말투에 움찔거리던 오딕스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아직 어린애의 모습임에도 알 수 없는 위용이 있었다.


결국 기절한 척 상황을 넘기려던 오딕스가 나지막이 말했다.


"ㅈ···. 저도 죽일 거예요? 이···. 이제?"


오딕스의 겁에 질린 말에 잠시 베로니카 멈칫했다. 그러곤 생각이 끝난 듯,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대를 짐이 왜 죽이느냐?"


그러며 오딕스의 귓가에 대곤 낮고 끈적거리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대는, 짐의 사용이 다 할 때까지는 못 죽는다. 알겠느냐?"


그 모습은 여러 의미로 마왕이었다.



***



"끝났느냐."


"뭐, 대충."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주위를 둘러본 베로니카는 얼굴을 팍 찡그렸다. 그 이유는 사방이 피바다였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인간의 조각이 흘러 다녔고. 형체가 멀쩡한 시체들로 쌓아 올린 거대한 인간 탑이 그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에는 태산이 앉아 뭔가를 정리하는 듯 보였다.


"저놈은 어떤데."


구석에 쭈그려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오딕스를 보며 태산의 말 했다. 그러자 베로니카가 의기양양한 듯 코를 씰룩이며 말했다.


"쓸만할 것 같도다."


"그래?"


정리가 끝난 태산은 거진 4m는 되어 보이는 탑에서 한 번에 뛰어 내려왔다.


그러곤 근처에 있던 인간 중 하나의 가방에 있던 식은 빵 쪼가리를 베어 물며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그러면 빨리 근처 마을에나 가자. 배고파 죽겠네."


태산이 주린 배를 긁적이며 말하자 베로니카가 불만스럽다는 듯 기겁하며 말했다.


"엑, 또 인간 마을에 가는 것이냐?"


"밥 먹을 거면 인간께 제일 괜찮아. 데미안들은 에초에 밥을 안 먹고... 쿤타들 음식은 도저히 입에 댈만한 게 아니니까. 그리고 브레켄은···."


말을 잇던 태산이 마지막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그러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베로니카가 말했다.


"브레켄? 그게 뭐느냐."


"있어, 그런 게."


말이 헛나왔다는 듯 어흠 하고 헛기침을 뱉은 태산은 대화 주제를 바꾸기 위해 몇 번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베로니카가 이상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태산을 바라봤다.


그 후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몇 번 나누자 어느새 태산과 베로니카는 이전 그곳으로 돌아왔다.


구석에 웅크려 있던 오딕스를 본 태산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오딕스가 겁먹은 듯 근처에 있던 나무를 빠르게 타고 올라갔다. 그 모습은 양서류보단 영장류에 가까웠다.


높은 나뭇가지에 자리 잡은 오딕스는 심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 거죠?! 그 인간들처럼 ㅈ···. 잔인하게 죽일 생각인 거죠?!"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베로니카가 나서서 말했다.


"이미 말하지 않았냐. 그대는 아직 안 죽는다고."


"아직이면 나중에는 죽인다는 말이잖아요!"


"아."


베로니카가 뻘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모습을 본 오딕스는 더욱 겁에 질려 나무를 꽉 붙잡았다.


이후에도 베로니카는 오딕스에게 좋은 말로 회유를 해보려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말을 할 때마다 오딕스의 반응이 공포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결국 얌전히 상황을 보던 태산의 인내심에 한계가 다가왔다.


지칠 데로 지친 태산이 표정을 구기며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기묘하게 생긴 나무를 본 태산이 한숨과 함께 가볍게 발로 걷어차자, 나무가 아무런 저항 없이 무너져 내렸다.


"ㅇ···. 으악!"


나무 위에 자리 잡았던 오딕스가 꼴사나운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딕스가 몸을 추스르며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굳은 표정의 태산이었다.


어딘가 화가 난 듯한 태산이 오딕스의 머리통을 잡고 들어 올렸다. (2m는 가볍게 넘는 오딕스였으나 태산에게는 별문제 없었다.)


이윽고 태산이 매서운 표정으로 오딕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많이 힘들거든? 그러니까 말 듣자. 제발 부탁이다."


"아···. 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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