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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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최근연재일 :
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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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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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UMMY

형형색색의 유리를 비추며 들어오는 장엄한 공간.


제국 수도에 있는 거대한 오벨리스크들 사이에는 정체불명의 건축물이 존재한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는 무조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의 아래에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고. 저녁에는 건널 수 없었다.


다리를 건너면 거대한 석상들이 존재한다. 이전 태초의 존재들인 브레켄. 쿤타. 데미안. 그리고 작은 난쟁이의 조각품이다. 그것은 이 세상의 뼈대가 된 위대한 선조들의 모습이다.


조각품을 거치면 고급스러운 입구가 등장한다. 거대한 문이 서 있고. 그 문에는 인간만 출입이 가능하다 적혀있었다. 밤이 되면 인간은 출입할 수 없었다.


문을 지나 오랫동안 걷다 보면 햇볕에 가려진 신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깔끔히 정돈된 주변 광경의 모습은, 이미 그 건물이 완벽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건물의 또 다른 특이점이라 한다면 바로 거대한 폭포가 흐른다는 점이다. 거세게 흐르는 폭포수의 위에 그 건물이 존재해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냈다.


거대한 공동에는 그에 맞춰 금빛으로 치장된 물건들이 가득했다. 허나 그 물건들은 전부 우리의 것이 아니기에.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그들에게 큰 해를 입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전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너네 인간 담당은 어떻게 됐지?"


3m는 가볍게 넘는 키에 길고 날카로운 두 쌍의 뿔. 철로 만든 길쭉한 투구를 써 얼굴을 가렸으나 그 아래에 삐쭉 튀어나온 날카로운 이빨. 검은 까마귀의 깃털로 만든 긴 코트 같은 옷. 그 속에 뼈와 같이 빼빼 마른 검은 몸뚱이가 보였다.


그는 브래켄 종족 중 하나. 브렌 이란 이름을 가진 사내였다.


브렌은 투구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마치 새처럼 몸을 긁자, 옆에 서 있던 그가 말했다.


"겨우 살아 돌아온 놈의 증언에 의하면. 그놈을 봤대."


"그놈?"


브렌이 가볍게 말하며 그를 내려다보자, 그는 잠시 마른침을 삼키고는 입을 쉽게 열지 못했다. 표정이 심각히 굳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주르륵하고 흘렀다.


그러자 브렌이 눈을 가늘게 떠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자 그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검은 폭풍이 깨어났어."


"···. 그건 심각하구먼."


"맞아. 심각한 상황이야."


브렌의 딱딱거리는 소리가 점차 커졌다. 한껏 낮아진 분위기 속. 브렌이 날카로운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심드렁이 말했다.


"다른 놈들은 어디 있지? 노브레. 둔둔은 지금 연락이 안 되나?"


"그 녀석들은 안개의 벽이 사라지는지도 모를걸?"


"아오. 그 바보 같은 놈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별 일아니라는 듯 장난스레 말하는 브렌을 뒤로한 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언덕에 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았다.


바람에는 봄의 냄새가 났다. 차가운 겨울의 한기와. 곧 다가올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담고 있는 봄의 바람은. 이제 곧 새로운 세월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만들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복잡하고 어려운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그러고보면 나는 여기 있어도 되는건가? 나는 인간이 아니잖아."


브렌이 그의 옆에 다가와 같이 바람을 맞자. 그는 브렌에게 조용히 속삭이 듯 말했다.


"···. 브렌. 조용히 해."


그는 폭포의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대한 제국. 엘리슈 제국이 보였다. 수 많은 인간들이 살아가는 마을... 아마 그 존재. 검은 태풍이 제국에 강림한다면, 모두가 죽을 것이다.


죽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 같다.


그가 불안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것을 본 브렌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손톱이 좋으면 내꺼 줄까?"


브렌이 그에게 손톱을 가져다 댔다. 족히 얼굴보다 더욱 기다랐고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눈앞에 스쳐 지나가자 소름이 끼쳤다.


그는 브렌의 손톱을 툭 치며 말했다.


"필요 없어."


"매정하기는.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브렌의 말에 그는 잠시 침묵했다. 침묵은 길지 않았다. 정말 잠깐의 시간.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생각을 마친 그는 브렌에게 말했다.


"애들 모아."



***



날이 맑아 햇볕이 쨍하게 비추는 날이다. 푸른 초원의 위에는 거대한 크기의 록소돈타들이 무리 지어 이동한다. 그건 자신들의 쉼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발이 이끄는 대로 이동하는 록소돈타들의 사이로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보니 록소돈타의 등에 누군가 타고 있었다.


“우우욱!”


속이 울렁거려 내용물이 밖으로 나올 것 같다. 그럼에도 추태를 보일 순 없으니 최대한 참아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마왕이니까.


베로니카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갔다.


허나 타고 있던 록소돈타가 바위에 다리가 걸렸는지 순간 덜컹 거렸다.


"윽···!"


'참···. 참아야 하도다... ㅇ···. 여기서 짐의 위권이...'


"우웨엑."


실패했다.


“좀 참아봐.”


바닥을 내려다보며 내용물을 비워내는 베로니카에게 태산은 짧게 말했다. 그러자 베로니카가 핼쑥해진 몰골로 소리쳤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이냐···! 벌써 3일 째란 말이다···. 계속 록소돈타를 타고 있으니, 멀미가 너무 심해 죽을 것 같도다···."


이전 보다 더욱 말라 보이는 베로니카의 안색이 창백했다. 태산은 그런 베로니카는 보는 체 안 하며 늘어지는 하품과 함께 말했다.


"어쩔 수 없잖냐. 얘네가 생각보다 느린 걸 나보고 어떡해. 그리고 여행이 무조건 순탄할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


그리 말한 태산은 검은 로브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그러곤 짧막히 말했다.


"얘네 멈추면 그때 깨워줘."


"또 자지 말거라!"


"아직 이 몸은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좀 더 자 둬야해."


"으으... 차라리 그대가 태워주면 안 되느냐? 그대 정도 사이즈면 짐이 아니라 제국을 엎어도 충분할 것 같도다."


"흐음..."


베로니카의 말에 태산이 입에서 짧게 말을 굴렸다. 그러곤 말했다.


"감당할 순 있고?"


순간 오싹했다. 베로니카의 팔에 오소소 거리며 닭살이 돋았다.


대충 뒤집어쓴 로브 사이로 빛나는 노란 안광과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은 한치의 장난도 없는 진심이었다.


"ㅁ···. 미안하도다."


"내가 왜 나왔는지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네 말에 혹해서 나온 거니까, 실망시키면..."


태산은 말을 끊었다.


갑작스레 목이 타들어 가자, 베로니카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거워진 분위기에 베로니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곤 이어질 태산의 말을 기다렸다.


1분...


2분...


3분···.


잠깐만.


"일어나거라!"


"음···? 아. 아···. 어디까지 말했더라."


태산은 뻔뻔한 얼굴로 얼굴에 덮어쓴 로브를 벗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베로니카가 말했다.


"그래서 할 말이 뭐였느냐."


"···. 애초에 불가능해."


"그건 또 무슨 말이느냐?"


"아···. 귀찮네."


길게 한숨을 뱉은 태산은 다시 일어나 로브를 벗었다. 그러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그 안을 보여줬다.


붉은색의 룬문자와 마나로 이뤄진 선들이 조악하게 엉키고 엉켜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 몸에 빼곡히 가득 차 있었다.


"인간놈들···. 아니지 마녀 놈들이 이렇게 해놨어. 이게 있는 한 원래 모습으론 못 돌아가."


"···. 결계인 것이냐?"


"비슷하지?"


"그 안에선 어떻게 가능했던 것이냐?"


"아 그거. 그건 껍데기야. 원래 모습이랑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거지.


"그게 본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냐?"


베로니카의 말에 태산은 가볍고도, 무겁게 말했다.


"당연하지. 내 원래 모습을 봤으면, 네가 어떻게 살아있어?"


"···."


그 이후로는 별다른 일도, 말도 없었다.


록소돈타는 끊임없이 걸어갔고. 베로니카는 끊임없이 자신과 싸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날이 덥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여름이었다면 아마 록소돈타의 위에서 바싹하게 구워졌으리라.


마치 언데드와 같은 몰골로 힘없이 누워있던 베로니카가 말했다.


"···. 그건 그렇고, 우린 어디를 가는 것이냐?"


베로니카의 물음에 태산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엘리슈 제국."



***



"들어가시려면 패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거대한 성벽의 입구. 갑주를 입은 건장한 사내가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앞에는 곤란한 표정의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아무리 봐도 어린애인데···. 그리고 그 옆에는 거지인가?'


해지고 낡은 로브를 뒤집어쓴 기분 나쁜 남성에 노예 같아 보이는 어린애까지. 분명 수상한 자 일게 분명하다.


생각이 끝나자, 그는 더욱 거칠게 그들을 몰아냈다. 그러자 노예 같아 보였던 어린아이가 말했다.


"ㅇ···. 인간 주제에 감히!"


부들부들거리며 손을 꽉지는 어린애. 베로니카는 생각했다.


'때가 된다면 저놈만큼은 무조건 짐의 손으로 죽이리라.'


옆에 서 있던 남성. 태산은 늘어지는 하품을 내뱉으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주머니를 더듬거리더니 찰랑거리는 두 개의 번 줄을 꺼내 보였다.


남성은 그걸 유심히 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 검은 깃털단. 베른님과 아크린펄프양이 맞으십니까?"



***



"용캐도 그걸 챙겼구나."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서."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피해 태산과 베로니카는 한 여관에 들어왔다.


베로니카는 침대를 발견하자 마자 그곳에 몸을 날렸다. 허나 값싼 여관이라 그런지 침대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베로니카를 받아줬다.


"푹신하진 않구나."


메트가 없어 딱딱했고 오래된 나무 특유의 퀘퀘한 냄새도 났지만 록소돈타의 위에 비하면 이곳은 천국이리라.


"계속 멀미해서 죽는 줄 알았도다."


침대에 얼굴을 박은 베로니카는 '이대로 하나가 되고 싶도다.' 라 칭얼거렸다. 그러나 태산이 그런 베로니카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일어나. 나가야해."


"엑. 그게 무슨 말이느냐. 우리 방금 들어오지 않았느냐?"


빈둥거리는 베로니카에게 태산이 말했다.


"여기 온 이유가 있잖아. 그거 아니면 굳이 이런 곳엔 오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해도 바로 움직이는 건 힘들도다..."


베로니카는 침대를 꽉 붙잡았다. 얼마나 쌔게 잡았는지 침대의 틀 부분에 베로니카의 손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하아... 그러면 나 혼자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쉬고 있어."


"잘 갔다 오거라아."


점점 나른해지는 정신에 베로니카는 곤히 잠에 빠졌다. 태산은 그런 베로니카를 내려다보며 심술굳은 생각을 했지만 이내에 그대로 접어 버리곤 자리를 비웠다.


작가의말

와 요즘 엄청 덥더라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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