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괴물은 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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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터치미
작품등록일 :
2024.08.1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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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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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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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따스하면서도 살같이 따끔거렸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하나, 둘. 하고 천천히 시간이 흐르자 느껴지는 것은 눈앞이 순식간에 붉은 불길로 가득 찼다는 것이다.


화염구였다.




거대한 화염구가 순식간에 소녀의 앞에서 폭발했다.


그 여파로 소녀는 멀리 나가떨어졌다.


이전의 패기가 무색하게도 힘없이 쓰러진 소녀에게서는, 살기는 느껴졌으나 정작 중요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빼빼 마른 몸뚱아리가 죄악스러울 따름이다.


드래곤은 잠시 뒤로 빠져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턱이 덜렁거렸다.


아가리의 턱뼈가 날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피가 주르륵하고 떨어진다. 피가 떨어진 땅바닥에서 허연 김이 펄펄 올라왔다.


"...드래곤!"


큰 외침과 함께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사내가 큰 대검을 휘둘러 그것의 날개를 노렸다.


검은 망토에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아슈발트였다.


그의 검과 날개의 비늘이 맞닿자, 순간 화끈거리는 불꽃과 함께 소리가 터져나왔다.


캉!


허나 비늘 때문인지 아무런 피해도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드래곤은 날개를 펄럭여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늘로 붕 떠 올랐다.


날아오른 드래곤은 생각이 났다는 듯 상기된 채 말했다.


"아침에 봤던 그 인간들의 동료구나! 그땐 꽁지 빠지게 도망쳐 놓고 이제 와서 동료의 복수를 하겠다는 거냐!"


아래쪽 턱뼈가 깨져 모든 발음이 뭉개진 데다 무엇보다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뉘앙스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대원! 작전 준비!"


아슈발트가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외쳤다.


외침과 함께 아크린프펄가 뒤로 빠져 마법의 영창을 준비했다.


그와 함께 아슈발트는 소매에 있던 마법 스크롤을 찢었다.


[마법 스크롤-죄인의 쇠사슬]


[중급 마법-그레비티]


그와 함께 스크롤에서는 쇠사슬이 뭉탱이로 튀어나와 드래곤을 순식간에 붙잡았다.


그와 함께 매서울 정도의 중력이 드래곤의 몸을 강하게 짓눌렀다. 다른 생명체였다면 벌써 바닥에 뭉개져 고깃덩어리가 됐을 것이다.


드래곤은 몸을 뒤틀었다.


쇠사슬이 덜그럭거리며 떨려왔지만, 그럴 때마다 더욱 빽빽하게 조여왔다.


"5실버 짜리다. 쉽게 깨지진 않을 거다."


그와 함께 아슈발트는 스크롤을 더욱 세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쇠사슬이 더욱 팽팽해졌다.


드래곤이 천천히 땅바닥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드래곤은 눈을 가늘게 뜨곤 심드렁하게 말했다.


"귀찮은 놈들..."


그때 또 다시 그것의 입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베른!"


아슈발트의 짧은 외침과 함께 누군가 빠르게 달려 날아오르듯 점프했다.


화약통을 등에 짊어진 왜소한 남성. 베른이었다.


베른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쇠사슬을 밟고 뛰어 순식간에 드래곤에게 근접했다.


그러곤 그것의 눈가에 손목을 가져다 댔다.


서늘한 4개의 노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때 검은색의 화약이 하늘에 흩날렸다.


그와 함께 드래곤의 눈에 비친 그것은 마법이 아닌 조잡하게 생긴 화약 기계였다.


드래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파일 벙커?'


기계에서 무수한 화약이 이글거림과 동시에 쇠말뚝이 터지듯 발사됐다.


발사된 쇠말뚝은 드래곤의 눈을 뚫고 그 너머까지 파고들어 갔다.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고, 그 안에서부터 뜨겁게 들끓는 피가 샘 솟듯 뿜어져 나왔다.


베른은 그 피를 잔뜩 뒤집어썼다.


드래곤이 추락한다.


그와 동시에 베른 또한 같이 추락했다.


높은 위치에서 떨어졌기에 바닥에는 엄청난 흙먼지가 일궜다.


"쿨럭···. 베른!"


아슈발트의 외침에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두운 밤에 흙먼지 때문에 앞도 보이지 않았고. 입은 텁텁했다.


어느새 쇠사슬은 효력을 다한 듯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드래곤을 상대로는 꽤나 잘 버틴 축에 속했으니 불만은 없다.


아슈발트는 다 쓴 스크롤을 뒤로 던지며 말했다.


"아크린 펄프! 바람 마법을 써라!"


허나 그의 외침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뭔가 이상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아슈발트는 빠르게 달려 근처 나무를 타고 올랐다.


숨이 턱 막혀오는 상황에도 최대한 힘을 주며 나무줄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곤 아래를 내려다봤다.


"···. 뭐야···. 이게."


아슈발트는 그만 털썩하고 주저앉아 버렸다.


위에서 내려다본 아랫광경은 도저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바닥이 피로 흥건했다.


이전 베른이었던 것은 피를 뒤집어쓴 채 녹아내렸고.


드래곤이 4발로 기어다니며 뭔가를 뜯어먹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보이진 않았으나, 아슈발트는 뭔가를 보고 말았다.


바닥에 그녀의 스태프가 굴러다니는 것을.


그건 아슈발트에게 안 좋은 상상을 하기에 아주 좋은 원동력이었다.


"아...아아악!"


아슈발트가 소리쳤다.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위엄도 느껴지지 않는 하찮은 목소리였다.


드래곤은 한쪽 눈이 깊게 파여 어두운 구멍이 생겨났으나 더 이상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위험하긴 했으나 죽을 정도의 피해는 아니었다···. 최선이 이 정도인가?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결국 드래곤을 죽이지 못했다.


아슈발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위에서 내려다본 아래는 굉장히 넓고 거대했다.


그리고 그에 비해 자신은 너무나 작아 보였다.


단순한 그 무기력함이 아슈발트를 매어왔다.


아슈발트는 옷소매에서 마력 향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푸른색의 연기가 풀풀 피어올랐다. 그걸 빨아들이고 내쉬며 생각했다.


'그놈은 잘나갔겠지?'


씁. 후우.


바람이 일궈오며 나뭇잎이 펄럭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아슈발트를 덮었다.


"더 없나?"


낄낄거리는 그것과 마주했다.


2개의 눈과 거대한 검은 구멍이 아슈발트를 노려봤다.


아슈발트는 또다시 마력 향을 들이마시고.


"···. 후."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드래곤은 핏기가 가득한 주둥아리를 쩍 하고 벌렸다.


그러자 속에서 역겨운 썩은 내가 풍겼다.


그와 함께 온천 향도 조금 나는 듯했다.


이글거린다. 죽는다.


쿵 쿠그그긍


순간 나무가 휘청거렸다.


바닥이 흔들린다. 아니, 마치 세상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흔들리는 나무 위에서 아슈발트는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그러곤 빠르게 앞을 바라봤다.


아.


하고 탄식을 내뱉는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눈앞에.


'산이···. 움직인다.'


시야를 가득 메우고도 남는 산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그 산이, 지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드래곤은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깨달았다. 불길한 마나. 그 마나에 겁먹어 이곳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었다.


이질적인 마나를 가지고 있는 무언가.


저건 산이 아니야. 생물이다.


그것은 마치 기지개를 피듯 점차 하늘로 뻗어 움직였다.


수 천개의 다리가 돋아있었고. 수만 개의 눈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건 굉장히 검었다. 검다는 말 이외에는 보이는 색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오장육부가 뒤틀리고 저 몸뚱아리의 너머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마치 심연이다.


저 존재는 말 그대로 심연 그 자체였다.


드래곤은 빠르게 몸을 틀어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허나 날개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온몸이 마치 돌처럼 굳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혈액이 미칠 듯이 흘러 머리가 아플 정도로 뜨거워졌다. 하지만 몸은 얼음장 마냥 차가웠다.


겁먹은 건가? 내가?


"그럴 리가 없다! 나는 드래곤이란 말이다! 긍지 높은 드래곤이란 말이다!"


소리가 심연 너머로 먹히듯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슈발트의 앞이 순간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외마디를 마지막으로 드래곤의 형상이 눈앞에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검은색의 그 생물에게서부터 촉수 같은 것이 빠르게 퍼져 나와 순식간에 드래곤을 통째로 삼켜버렸다. 체 3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ㅎ...하하. 이런 괴물은 반칙이지."


검은색의 덩어리가 순식간에 쩌적 거리며 찢어졌다. 저곳이 아가리 같아 보였다. 눈으로는 셀 수도 없는 이빨이 촘촘히 박혀있는 아가리 속에는 수많은 원혼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저런 괴물이 어째서..."


아슈발트는 짧게 읊조렸다. 더 이상의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저 너무 어두울 뿐이다.


꿈틀거린다.


소녀는 몸을 일으킨다. 앞을 본다. 붉은색의 마나가 소녀를 휘감았다.


그건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마주한 소녀의 반응은 놀랍게도 놀람보다는 호기심이었다.


심연보다도 어두운 그것의 몸뚱아리에 시선을 뺏기듯 멍하니 그것을 응시했다.


'아름답구나.'


소녀의 진노랑빛 눈동자가 빛난다. 그것과 눈이 마주친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소녀는 분명 봤을 것이다.


수만 개의 눈동자 전부가 소녀와 똑같은 진노랑빛의 눈동자란 사실을.


그 모습은 마치 어두운 밤하늘에 노란빛의 별들이 찬란히 유영하는 모습이었다.


온몸의 털이 쭈뼛거리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운 광경에 아슈발트와 소녀는 멍하니 그것의 존재를 음미했다.


그러자 그것의 쭉 찢어진 거대한 아가리에서 큰 굉음이 흘러나왔다. 나무들이 떨려오고 땅이 춤추듯 흔들렸다.


아가리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그 굉음을 마지막으로, 소녀는 다시 털썩하고 쓰러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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