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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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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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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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28

DUMMY





미궁 4층. 나는 내 앞에 있는 4위계에 이른 역전의 용사들을 보았다.

붉은 송곳니 길드의 간부, 카리나.

사무소가 고용한 해결사, 니콜라스.


모두 든든한 전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이들을 막지 않았을 시에 진행될 미래를 알고 있다.


이대로 가면 모두 죽거나, 죽는 것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된다.

절대로 준비도 없이 돌격한다는 선택지를 내밀면 안 된다.


니콜라스가 내게 관심을 보이며 카리나에게 물었다.


"누구지? 붉은 송곳니인가?"

"사무소에서 고용한 용병. 자세한 건 나도 잘 몰라."

"그래도 말을 꺼냈으니 생각이 있겠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흠, 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좌중과 시선을 맞췄다.


"여기 내통자가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습니까?"

"호오?"


니콜라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통자?"

"그렇습니다. 내통자. 만약 내통자가 있어서 우리가 습격할 거란 정보를 구트란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 그러면 우리는 전부 죽은 목숨입니다."


게랄프. 분명 4층 수배 명단에 있었다.

하지만 게랄프는 미궁 4층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클라이머로, 독자적인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구트란이 휘하로 넣고 부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이 협력해 우리들을 쳤다.


그 말은, 저들이 이 습격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신뢰의 문제가 있지."

"신뢰의 문제?"

"내가 고용한 해결사들은 내가 보증하지. 카리나?"

"붉은 송곳니 길드원들은 내가 보증하겠어."

"자. 너는 저 탱커를 보증할 수 있겠군. 서로가 서로의 신뢰와 보증으로 엮여있는 셈이다."


니콜라스가 단검을 꺼내 날을 만지작거렸다.

딱히 위협은 아니고, 습관처럼 보이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내통자의 이야기를 꺼냈으면, 내통자를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겠지?"

"⋯물론."


확신은 없지만. 거의 먹힐 방법이기도 하다.


나는 이들을 아직 숨이 붙어있는 포로 클라이머에게로 안내했다.


"이번에 당신들이 소집된 계기가 있었지요. 바로 구트란이 만들어낸 향수입니다."

"그래. 말은 들었다."

"향수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흔적을 남기죠. 저는 제가 이전에 포획한 포로, 스롬에게서 구트란이 묻혔던 향수의 잔재를 찾아냈습니다."


나는 포로 클라이머의 품 속을 살펴본 뒤, 꽁꽁 묶여있는 녀석의 맨살이 드러난 발목을 짚었다.


"이녀석도 여기에. 구트란이 만든 향수가 묻어있군요."

"?"


카리나와 니콜라스. 두 명의 4위계 전사조차도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나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켈른이 끼어들었다.


"이 친구가 감각이 꽤 뛰어납니다. 아마 맞을 겁니다. 저는 눈에 불을 켜고 향수의 흔적을 찾아봤는데 못 찾겠더라고요."


카리나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감지를 시도했지만 영 감을 잡지 못하는 듯했다.

반면 니콜라스는 한참을 뚫어져라 발목을 바라보더니 이내 탄성을 흘렸다.


"이건가."


이내 내가 내 몸에 묻어있던 향수를 지운 것처럼 자신의 마나를 손에 묻혀 향수에 접촉하는 데에 성공했다.


"맞습니다."

"자네. 대단하군. 나도 감지 쪽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한다만. 존재한다는 걸 알려줬음에도 한참이 걸렸어."


현직 4위계 해결사의 칭찬에도 나는 무덤덤했다.

지금은 친목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더 맞춰야 할 때니.


"자. 포로에게는 향수가 한 군데 더 묻어있습니다. 보이십니까."

"음?"


다시 눈에 집중한 니콜라스가 포로의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놈의 상의 주머니를 뒤지고서야 단검의 자루에 묻어있던 향수를 찾아낸다.


"도구에도 묻어있었군."

"그렇습니다. 자. 우리 해결사들과 붉은 송곳니 길드원분들은 한 번도 향수와 접촉해 보신 적이 없으시겠죠."

"자네 말이 맞아. 내가 알기로는 우리 해결사들도 최근 미궁 4층에 입장한 적이 없어."

"그러면 만약 향수가 묻어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통자겠어. 카리나."

"좋아. 시간을 쓸 가치가 있겠네."


카리나의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이 일렬로 섰다.

소지품을 뒤진다는 말에 해결사들이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본인들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기도 했기에 큰 저항은 없었다.


"이 친구와 나, 둘만 향수를 구분할 수 있으니 두 사람이 동시에 한 사람씩 검사하겠네."

"나부터 하겠어."


유일한 여성인 카리나가 머리띠를 풀더니 배낭을 내려놓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속옷 차림이 된다.


"이 안도 보겠어?"

"그런 취미는 없다만. 예외는 없어."


라분이 침낭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고, 카리나를 완전히 검사했다.


물론 나는 구트란과 사생결단을 하던 카리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에 그녀를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일은 일이다.


"됐다."


바로 카리나의 옷을 검사하고 그녀에게 얼른 입혔다.

카리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돌아가 유일한 통로 쪽에 자리 잡았다.


남자들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도 있지만, 혹시라도 도망치는 놈을 잡기 위한 뜻도 있었다.


이제 최소한 여기서 도망칠 수 있는 놈은 없다.


"수상한 행동을 하면 내통자로 간주하겠다. 붉은 송곳니 길드원부터 한 명씩."


리더인 카리나도 파격적인 선택을 한 마당에 일개 길드원들이 거절할 수는 없었다.

한 명씩 순식간에 속옷 바람이 된다.


"없군."

"없어."


소지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검사를 마쳤다.


"내통자인데 향수가 없을 가능성은?"

"과연 그 노괴가 그럴까 싶습니다.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몰래라도 묻혀놨을 테죠."

"그렇군."


다음은 해결사. 한 명씩 검사를 통과하고, 우리를 안내하던 로그가 걸어 나와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차고 있는 목걸이도 벗어 짐 속으로 집어던진다.

나는 목걸이를 집어 살펴보다가, 목걸이가 안에 그림을 넣을 수 있는 로켓 목걸이임을 알고 입구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닫았다.


"니콜라스. 저 녀석 잡아요."

"큭!"


한순간 발작하듯 움직인 로그가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다.

자신의 몸을 만지던 니콜라스의 손이 턱을 그대로 강타한 탓이다.


나는 니콜라스에게 목걸이를 던져주었다.

목걸이 안쪽을 살펴보던 니콜라스가 크게 한숨을 쉰다.


"클라크."

"켁! 켁!"

"얼마 전 미궁 5층에서 실종되었다던 네 연인이군."

"쿨럭!"


순식간에 포박된 클라크가 포로의 옆에 던져졌다.


"나머지도 진행하지."


다행히도 해결사 측의 내통자는 클라크가 유일했다.

잠깐의 정리 후 모두의 시선이 클라크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래도 옛정이 있는지 입을 막아놓지는 않았다.

니콜라스가 무심하게 가치가 없어진 클라이머 포로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는다.


하지만 그 손길에 분노가 서려있음을 알아채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끄륵!"


바로 직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한 예비 시체의 눈이 부릅떠졌다.

곧 서서히 그 초점을 잃어간다.


'죽었네.'


너무나도 익숙한 죽음을 보며, 문득 죽음의 종착지는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문을 두드리다 돌아오는 입장에서,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과연 그곳에 갈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천국이었으면 좋겠군."


나는 적 클라이머의 눈을 감겨주었다.


옆에서 니콜라스가 클라크 앞에 쭈그려 앉았다.


"클라크."

"⋯⋯."

"너를 안지 3년이 지났다."

"⋯⋯."

"너를 전부 알지 못했어도, 네가 믿을 수 있는 놈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내 기대를 보기 좋게 배신했어."

"마리가! 마리가 지금 5층에서 잡혀 있다고! 클라이머 놈들한테 잡혀서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다고! 이번에만 잘 해주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클라크가 미친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피를 토하듯 소리 질렀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없었다. 그가 다시 조용해지자 니콜라스의 입이 열렸다.


"발설하면 죽인다고 했겠지."

"⋯⋯."

"이미 늦은 것이 분명했다. 마리가 죽은 뒤에야, 그녀가 내뱉던 말이 생각나 너에게 접촉했을 거야. 태생이 그런 놈들이니까. 미궁에 먹힌 놈들이니까."


클라크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를 동정하는 사람은 니콜라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는 정보를 다 말해. 마지막 속죄의 기회다."


클라크가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가 나뉘면 기회를 봐 같이 가던 놈들을 모두 죽이고 합류, 우리의 공격 시점을 말해주고.

조가 나뉘지 않으면 그저 옆에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된다고 했다고.


"매복이 있는 것이 확실하군."

"⋯그렇습니다."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동생 놈에게는 탐험 중에 죽었다고 말해주십쇼."

"그래. 다른 이들이 비밀을 지켜줄지는 모르지만."

"걔는 당신 말만 들으니 상관없습니다."


니콜라스는 그대로 클라크의 목을 찔렀다.

단검의 피를 닦고 일어난 니콜라스가 우리를 보더니 그대로 무장을 해제하고 무릎을 꿇었다.


"내가 보증한 이가 내통자였군. 면목 없다. 불만이 있는 자는 내 목을 쳐라."


정말 치겠냐마는.

살짝 분위기가 풀어졌다.


해결사들의 반응은.


"형님. 괘념치 마십쇼."


다들 니콜라스를 감쌌다. 니콜라스가 보증한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붉은 송곳니는.


"의뢰 한 번, 아니 두 번 공짜로 부탁할게."

"물론이다."


실리 있는 농담으로 넘어가고.


나와 라분은?


"언제 한 번 우리들과 대련이나 화끈하게 부탁드리죠."

"좋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어울려주지."

"술도 사주시고."

"당연하지."


니콜라스 이용권을 얻었다.


두 명의 시체를 미궁 구석으로 정리하고 다시 모여 회의를 했다.

니콜라스가 클라크의 유품인 목걸이를 꺼내 보이며 답했다.


"선택지가 변했군. 저기 적이 매복해있다. 맞서거나, 포기하거나."


포기하는 것도 충분히 선택할 만하다. 매복이 있는 것을 알고 접근하는 것만큼 위험한 행동도 없으니.


하지만 나는 도전을 위해 살아가는 놈이다.

누군가는 안정을 바랄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를 불길 속으로 내던지는 데에 망설임이 없다.


"니콜라스."

"말해라."

"목걸이를 가지고 접근하면, 분명히 구트란은 우리가 온다고 생각하고 매복을 진행하겠죠."

"그렇지."

"각개격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나는 나를 보며 비릿하게 웃던 게랄프의 얼굴을 떠올리며 웃었다.


녀석에게 미래를 알고 있는 자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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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1 24.09.16 888 30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2 24.09.15 911 31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2 24.09.12 991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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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2 24.09.08 1,096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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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1 24.09.05 1,102 2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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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3 24.09.01 1,143 38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4 24.08.31 1,169 35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1 24.08.30 1,226 32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2 24.08.29 1,282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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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3 24.08.27 1,388 41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1 24.08.26 1,449 44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1 24.08.25 1,499 49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1 24.08.24 1,540 44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2 24.08.23 1,590 41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2 24.08.22 1,617 45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1 24.08.21 1,702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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