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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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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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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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25

DUMMY




미궁 4층. C급 위험지역.

클라이머와 우리들의 혈투가 이어진 현장.

나는 적 3위계 클라이머를 제거하는 데에 성공했다.


리더의 시체를 본 클라이머들의 몸이 순간 경직된다.


"라분. 괜찮아?"

"후욱. 후욱. 괜찮다."

"자잘한 상처가 있네."

"문제 없다."


숙련된 클라이머 3명을 상대로 장시간 버텨준 라분.

그야말로 재능의 영역이다.


'켄드릭에게 교육을 받게 하기를 잘했지.'


재능도 갈고닦아야 빛을 발휘하는 법.

아무래도 더 많은 투자를 해야겠다.


피칠갑을 한 나를 본 클라이머들의 얼굴이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라분을 포위하기 위해 깊게 들어와 있었기에 우리와 클라이머들의 방향은 반대가 되어있었다.


즉 나와 라분 두 명이 클라이머 셋을 포위한 모양새.


라분이 방패로 한 쪽을 꽉 틀어막고 있으니 녀석들의 눈은 자연스레 내게 향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 뒤는 눈조차 감지 못한 채로 죽은 리더의 시체가 있다.


잠깐 멈칫한 클라이머들이 일제히 라분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내게 좋은 생각이 났다.

그대로 클라이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잠깐!"


나는 검지를 척하고 들어 올렸다.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마지막 한 놈만 살려준다."

"?"


잠깐 동요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클라이머들.

내가 노린 타이밍이다.


"그게 되겠냐!"


바로 몸을 날려 놈들의 진형을 헤집는다.


검염의 기세 앞에서 녀석들은 늑대의 습격을 받는 양 떼와 다름없었다.

단, 흩어지지 못하는 양 떼.


탱커라도 있었으면 잠깐이라도 농성이 가능했겠지만 녀석들에게는 이렇다 할 방패조차도 없다.

일격에 한 놈의 팔을 날려버리고 다시 검을 휘둘러 다른 놈의 가슴을 찍어넘겼다.


도망치려는 적 로그가 라분의 방패를 앞세운 박치기에 몸을 강타당해 기절해버렸다.


그것으로 전투 끝.

잠깐 숨을 고르고 있으니 내 감지 범위 끝에 적들의 응원이 감지되었다.


추가로 다섯 명.

만약 상대하게 될 경우 높은 확률로 회귀하게 될 숫자다.


나는 로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려쳐 확실히 기절시킨 뒤 라분에게 건넸다.


"라분. 요거 업고 이쪽 방향으로 출발해. 배낭은 나 주고. 우선 안전지대로 복귀하자."

"알았다. 주인은?"

"잠깐 할 일이 있어. 먼저 가. 바로 따라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라분이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발걸음으로 미궁의 어둠 속을 걸어나갔다.

나는 클라미어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검을 쥐어들었다.







* * *






라분과 루카스가 떠난 뒤 10분 정도 지났을까. 식어가는 시체만이 남아있던 광장에 한 클라이머 무리가 들어왔다.


가장 선두에 있던 남자가 목 잘린 시체를 발견했다.


"뭐야 이게."


시체의 훼손 상태는 심각했다.

마치 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그야말로 '해체된' 시체.


"흠."


남자가 시체의 목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앞에 다가가 발로 몸체를 툭툭 건드렸다.


"이게 마이트 몸뚱이 같은데, 그렇지?"

"맞는 것 같습니다."


한 클라이머의 말에 시체를 밟고 있던 남자가 광소했다.


"쌤통이다. 이 병신 새끼가!"


마나를 실은 발차기. 마이트의 몸뚱이가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팔다리가 기이하게 꺾인 채로 바닥에 쓰러지는 몸.


그 모습을 보며 휘파람을 불던 남자가 망연자실하는 로비슨을 돌아봤다.


"얌마."

"어, 어버, 어버버."

"로비슨! 이 떨거지 새꺄!"

"어, 넵! 파우엘 님!"

"마이트 이 새끼가 좀 아껴줬다고 상황 파악이 안 되지? 네 연, 줄이 끊어졌어. 너 나한테 안 붙으면 뒤진 목숨이야. 알겠어?"

"네!"

"마이트가 꼴통이어도 쉽게 뒈질 놈은 아니란 말이야. 적들, 확실하게 설명해 봐."


로비슨은 단검에 다친 팔을 움켜잡으며 아는 정보 모르는 정보 다 불었다.


"두 명? 고작 두 명한테 죽었다는 말이지."


파우엘이 처절한 표정으로 죽어있는 마이트의 머리에게 다가갔다.


"자. 질문. 이렇게 시체를 훼손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어, 제 생각에는 쫓아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파우엘은 벌벌 떠는 로비슨의 머리를 헝클인 뒤 바닥에 털썩 앉았다.


"녀석들. '냄새'는?"

"남아있습니다."


추적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로비슨의 말로는 마이트는 이 사냥을 꽝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과 비슷한 실력의 적을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고 추적할 가치가 있을까?


파우엘은 통로 안쪽까지 이어져 있는 육편들을 살폈다.

몇 분 사이에 어찌나 독하게 작업을 해 놨는지 통로의 끝까지 피 범벅이다.


더 들어가고 싶지도 않을 정도.


파우엘은 나름 베테랑 클라이머였다.

이 살육의 세계에서 베테랑이라는 말은, 본인의 목숨 소중한 것을 안다는 말이다.


파우엘은 온전히 본인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


"에잉! 그냥 돌아가자. 이 새끼 머리만 챙겨. 보고해야하니까."

"!"


로비슨은 파우엘이 복귀를 결정하고서야 파티의 로그, 스롬의 시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보를 캐내기 위해 살려 데려간 것이 분명했다.


'너무 늦게 알았어.'


로비슨이 어버버거렸다.

지금 그 사실을 말한다면 아마 뒤지게 맞을 것이 분명했다.


왜 이렇게 늦게 말하냐고.


로비슨이 덜덜 떨고 있자 그 모습을 보던 파우엘이 한참을 웃은 뒤 등을 팡팡 때린다.


"새끼! 마이트 밑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귀엽네? 신고식은 각오해라. 으잉?"

"네, 넵! 알겠습니다!"


로비슨도 충분한 개인주의자다.

결국 로비슨은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하고 말았다.


그렇게 시체의 냄새를 맡은 고블린들이 몰려오기 전까지, 클라이머들의 시체는 길가의 돌멩이처럼 미궁에 방치되었다.





* * *




나와 라분은 꾸역꾸역 걷고 있었다.


"이게 뭔 일이다냐."

"라분. 힘들다."

"조금만 참아."


나는 감지 범위의 끝에서 사라지는 적들의 기척을 느끼고서야 긴장을 풀었다.


"자. 여기서 잠깐 쉬자."


라분이 들고 있던 짐을 던지듯 내려놨다.

복면을 벗겨 확인해 보니, 스무 살 정도 되었을까?

나랑 비슷한 연배다.


"깨우자."

"어떻게?"

"이렇게 하면 돼."


눕혀놓은 다음, 코로 물을 넣어주면.


"켁! 켁켁!"

"오오."


라분이 적 로그의 뒤를 잡고 단검을 목에 가져다 대었다.


"라분아.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물어보는 건 좀 그렇지만. 사람 죽이는 거 괜찮아?"

"?"

"아니. 사람 죽이는 거. 나야 뭐 아무렇지 않지만 너는 처음 아니었어?"

"콜린이."

"콜린?"


여기서 콜린이 왜 나와?


"그리고 스승이. 클라이머. 사람. 아니라고 했다. 사람의 탈을 쓴. 몬스터."

"어, 그거면 돼?"

"그거면 된다."

"⋯⋯."


라분의 단순함이 여기서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나는 라분에게 잡혀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는 적 로그가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줬다.


이윽고 나와 눈을 맞추는 로그.


"이름."

"⋯⋯."

"좋게 가자고. 이름."

"스롬⋯입니다."

"그래. 스롬. 이름 참 이상하네. 자. 클라이머 맞지?"

"네."


나는 시체에서 뜯어온 목덜미들을 꺼내들었다.

한때 동료였던 자들의 조각을 본 스롬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녀석들도?"

"맞습니다."

"좋아. 눈은 뜨고. 자, 괜히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까 빠르게 가자고. 뭐 대답 안 하면 하게 만들면 되니까 문제없지만."

"⋯⋯."


스롬에게서 들은 정보는 간단했다.


"미궁 4층에 마법사 클라이머? 구트란?"

"네. 저희 패거리의 리더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궁 사무소의 클라이머 수배지에서 본 것도 같다.

상당히 꼬장꼬장하게 생긴 중년 남자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 복귀하면 더 자세히 봐둬야겠다.


"중년 남자 맞지?"

"맞습니다."


구트란은 여러 루트를 통해 바깥과 소통하고 있었고, 그중 하나가 일반 탐험가로 위장한 패거리와의 교류였다.


그 패거리들은 인간 사냥의 표적을 정하는 일도 담당한다.

자신의 마법으로 가공한 무색무취의 향수가 붙은 표적은 고가치 표적으로 인식되어 사냥 대상이 된다.


"나한테 그 향수가 묻어있다고?"

"네. 저는 감지하는 법까지는 모르지만, 묻어있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일의 전모를 대충 알 수 있었다.


얼마 전 미궁 4층의 안전지대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분명 내게 손목을 반쯤 베인 녀석이 내 팔을 붙잡았었다.

내게 향수가 묻을 타이밍은 그때뿐이다.


"왠지 웃고 있더라니. 씨발 새끼들."


보이면 다 죽었다.


내가 죽인 3위계의 적, 마이트는 향수를 감지하고 내 전투 흔적을 따라가 인원이 두 명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습격.


하지만 나는 고가치 표적은 절대 아니었고, 결국 개인적인 원한에 클라이머들이 놀아난 꼴이 된 셈이다.


"그렇군. 라분. 다시 기절시켜. 안전지대로 데려간다."

"알겠다."

"제발, 살려⋯으악!"


라분이 자비 없이 단검의 칼자루로 스롬의 목덜미를 쾅쾅 내리쳤다.

꽤 아프게 기절하는 스롬.

불쌍하지는 않다. 어차피 사무소로 돌아가면 더 심한 꼴을 당할 테니까.


나는 내 팔에 시선을 가져갔다.


확실히 그때 그 옷이기는 하다. 옷을 쉽게 바꾸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향수가 발라져있는 것 같지는 않다.


"라분. 냄새 안 나지?"

"킁킁. 주인 땀 냄새만 난다."

"이 새끼가."


라분의 대가리를 한 번 때려준 뒤 가부좌를 틀었다.


"잠깐만 보고 가자. 주변 좀 봐줘."

"알겠다."


분명 인공적으로 만든, 마법사의 작품이라면 미묘한 마나가 남아있을 터였다.

나는 마음속을 텅 비우고 마나를 끌어올려 오감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눈을 떠, 내 팔을 바라본다.


이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옷의 팔 부분에서 미묘하게 흘러나오는, 초록색 마나를.


"이건가."


손으로 잡고 내 붉은색 마나를 덧대버리자 초록색 마나가 점차 사라지더니 끊어진다.

꽤 정신을 집중해야 해서 피로감이 확 몰려오는 작업이다.


시선을 옮겨 스롬을 바라보니, 이쪽은 완전히 향수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어 안 발린 부분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하지만 내게 발린 향수와는 뿜어내는 마나의 결이 약간 다르다.


"저건 내부 통제용인가? 어쨌든 오래 미궁에 있으면 안 되겠어."


아마 살아있는 걸 알아내면 끝까지 추적해올 게 뻔했다.


"라분! 가자."

"힘들다."

"누구는 안 힘들어? 한 4시간만 걸으면 돼."


리자드맨 사냥은 무슨.

의뢰는 보증금도 못 건지게 생겼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니 어느덧 안전지대 근처다.

드문드문 탐험에 나서는 다른 파티들이 보인다.


공용으로 사용하는 길이니 당연한 일이다.


내가 배낭 두 개를 메고 있고, 라분이 사람 하나를 들고 있으니 은근히 보는 시선이 많다.

턱짓하며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탐험가들.


아무래도 스롬이 우리 동료인 줄 알고 있나 보다.

착각은 자유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어떠한 형태의 접근도 차단했다.


그런데.


"오? 루카스?"

"형님!"

"오. 켈른. 오랜만이다."


붉은 송곳니 길드의 멤버이자 루덴의 지인.

저번에 술을 같이 퍼먹었던 켈른이 4명의 탐험가들과 걸어오고 있었다.


"라분. 잘 지냈냐?"

"딱히 잘 지내지는 않았어요. 4층에는 무슨 일이세요? 분명 8층에서 활동하신다고 하셨는데?"

"우리 신참들 교육한다. 나름 중간관리자라서. 애들아. 인사해라. 내 아는 사람이야."

"안녕하십니까!"


나는 어색한 손짓으로 인사들을 쳐냈다.

켈른 정도의 실력자가 이런 잡일이나 하다니.

역시 소속을 갖는다는 건 무한 회귀와는 영 궁합이 안 맞는다는 말이지.


나는 켈른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켈른이 클라이머도 아니고, 그에게라면 충분히 말할 수 있겠다 싶었다.


"형님. 긴히 할 말이."

"저거 때문이지? 너네 두 명이서 다니는데. 저 놈. 클라이머야?"


라분이 업고 있는 스롬을 가리키는 켈른.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목표는 잠재적 위험의 완전 제거.

켈른이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사정과 계획을 듣고 켈른이 완전 협조를 약속했다.


"그 새끼들, 다 뒤졌다."


내게 죽음을 두 번이나 겪게 만든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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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8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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