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새글

우주88
작품등록일 :
2024.08.16 10:38
최근연재일 :
2024.09.17 22: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4,577
추천수 :
1,035
글자수 :
177,252

작성
24.09.07 22:20
조회
895
추천
26
글자
11쪽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DUMMY




갑작스러운 클라이머, 또는 질 나쁜 탐험가들의 습격.


지금까지의 관찰 결과를 감안하건대, 그들의 습격은 명백한 목적성을 띠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할 틈은 없었다.

두 명과 다섯 명.

명백하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모든 신경을 전투에 집중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리 한 명을 전투에서 제외했다는 점.

불안함 점은⋯


'자신감에 넘치는 군.'


아직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3위계의 적이다.

절제된 검염을 뿜어내는 모습을 보니 3위계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라분. 무조건 막아. 화살 조심하고."

"알았다."


인간은 몬스터보다 영악하다.

고블린, 오크의 기본적인 전법은 우직함이다.

항상 정면 승부를 선택한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적 로그의 화살이 연속으로 나의 몸을 노리고 날아왔다.


"우어어어!"


라분이 내 앞을 막아서며 화살을 연이어 튕겨냈다.

2위계에 학즉사법 1성이 결합된 반사 신경으로 화살의 궤도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 틈을 노려 이루어지는 적 리더의 검염이 서린 일격.

내가 나섰다.


라분의 방패를 개시일부터 망가뜨릴 수는 없다!


사실 적에게 붙어 로그의 화살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도 있었고.

검염과 검염이 맞닿은 파열음이 미궁의 벽을 울린다.


"!"


마나의 양은 내가 우위, 힘은 조금 뒤처진다.

적이 검을 튕겨내어 거리를 벌리고자 했다.

여기서 더 따라가면 통로 밖으로 나가게 되어 우리가 불리하다.


4명의 합공을 받아내고 사지 멀쩡하기는 힘들다.


결국 뒤로 물러서는 적 리더를 놔줄 수밖에 없었다.

전투가 다시 소강상태로 들어간다.


"퉤!"


리더가 땅에 침을 뱉었다.


"이상한 놈이 걸려가지고는. 뒤가 막힌 길인 건 알고 있어."

"⋯⋯."

"로비슨. 애들 더 불러와."

"!"

"넵."

"괜히 위험하게 정면으로 맞서줄 필요는 없지. 안 그래?"


로비슨이 비웃음을 흘리고 미궁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이러면 클라이머인 건 확정이군.'


내 감지 범위 내에서 인간들의 기척은 잡히지 않는다.

당장 응원을 부른다고 해도 5분 정도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


쪽수 앞에 장사 없기 때문이다.


나는 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라분에게 신호를 주었다.


'신호하면 돌격.'


입은 쉬지 않았다.


"털어먹을 것도 없는데 왜 지랄들이야 이 미친 클라이머 새끼가!"

"어이. 흥분하지 마. 방금까지는 털어먹을 게 있는 줄 알았다고."

"뭔 개소리야!"

"그러니까 누가 팔에 냄새를 잔뜩 묻히고 돌아다니래?"

"?"

"어차피 뒈질 놈한테 더 해줄 말은 없⋯"


내 신호를 받은 라분이 방패를 앞세워 적들에게 돌진했다.

적 로그가 날린 화살을 튕겨내고 방패를 그대로 던진다.


켄드릭에게 전수받은 방패 던지기다!


적 로그가 혼비백산하며 몸을 튕기는 사이, 내가 틈을 파고들어 로그의 목을 베어⋯!


"어이. 그건 안 되지."


리더가 검염이 줄기차게 뿜어져 나오는 검으로 내게 검을 휘둘러왔다.

그대로 휘두르면 로그를 벨 수 있지만 나도 죽는다!

나는 검을 걷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방.

라분이 방패를 집어들고 3대 1의 싸움을 시작했다.


비교적 잘 버텨주고 있지만 전투의 결과는 나와 클라이머의 싸움에 달려 있었다.

아까와 같이 적이 몸을 빼려고 했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달라붙었다.


어차피 시간을 끌면 죽는 건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필사의 단기전.


연속에 연속으로 휘몰아치는 내 검격이 적을 몰아붙였다.

마침내 틈이 벌어졌고, 학즉사법의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낸 내 검이 적 클라이머의 목을⋯⋯


"어?"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검은 칼날이 내 팔을 찔렀다.


"하하."


자세가 무너진 내 팔을 적이 베어넘겼다.

나는 오른팔이 날아가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물러나며 적의 검을 보았다.


올곶게 쥔 검 아래로, 넘실거리는 그림자와 같은 검이 있었다.


"⋯⋯."

"이 기술에는 못 당하지. 응?"

"주인!"

"라분! 나 죽는다! 도망쳐!"


역시나 라분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우어어어!"


자신의 배가 검에 뚫리는 것도 개의치 않는 돌격으로 적 로그에게 그대로 박치기를 먹인다.

방패에 끝에 턱이 제대로 꿰인 적 로그가 즉사했다.


리더가 경악했다.


"저, 저 맷돼지 같은 새끼가!"


학즉사법 2성을 수련할 때의 고통으로 사지 하나 떨어져나가는 건 내게 고통도 아니었다.

뭔가 보통 사람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고 있었지만 뭐 어떠랴.


이쯤 되니 적의 응원이 내 감지에 잡히기 시작했다.


라분이 배의 통증을 이기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적절한 조치가 있으면 살아날 수 있지만, 최소한 지금은 불가능하다.


"주인, 어떻게든, 도망가라."


나는 라분이 건네는 검을 왼손으로 받아들었다.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롭게 검의 무게중심을 찾은 뒤 천천히 적을 향해 내밀었다.


"미안. 내 삶에 그런 비겁한 선택지는 없어."

"주인⋯"


적 리더가 자신의 검과, 그 아래에서 넘실대는 검은 마나로 이루어진 검을 내게 내밀었다.


"특성인가?"

"⋯그래."

"이름은?"

"그림자 검."

"간단하군."

"내가 지은 거니까. 이봐. 어차피 죽을 텐데. 그냥 죽어주지 않겠어? 목덜미 정도는 미궁 밖으로 보내주지. 저 녀석도 깔끔하게 죽여주마."

"거절한다."


클라이머가 피식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내 처절한 저항을 통해 나는 이후로 두 번 동안 '그림자 검'을 견식할 수 있었다.


'검의 위치에 따른 직선 공격만 가능하군. 길이가 늘어나지도 않고. 알고 있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정도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하다.

만약 미리 저 특성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다음 대응은⋯


아. 생각이 끊겼다.

머리가 베였구나.


죽음이었다.


-키릭.





⋯⋯⋯⋯


방범용 종을 매달기 위해 묶었던 매듭이 완성되자마자 그대로 풀어졌다.


"라분!"


반대편에서 열심히 매듭을 묶고 있던 라분의 대답은 약간 느렸다.


"주인! 불렀나?"

"정리해!"

"?"

"움직인다! 하던 거 다 정리해!"


내 말을 듣고 멈칫거린 라분이 이내 한숨을 푹 쉬었다.


"주인. 또 뭔가 이상하다."

"빨리빨리!"

"알았다."


그래도 별다른 저항 없이 내 말을 들어주는 라분.

요즘 머리에 든 게 많아지자 점점 기어오르려고 하는데, 기강을 잡아줘야겠다.


그래도 언제나 날 위해 몸을 던져주는 모습을 보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만.


궁시렁거리면서도 야영지를 정리해 다시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냄새라."


나는 클라이머의 대사를 기억해 냈다.


[그러니까 누가 팔에 냄새를 잔뜩 묻히고 돌아다니래?]


냄새. 대체 무슨 냄새지?

내 몸에서는 사람 냄새 말고는 별다른 냄새도 나지 않았다.

몬스터 피가 튈 경우에는 바로 공양해서 피냄새도 안 날 테고.


클라이머가 쓰는 은어가 아닐까 싶다.


"꼭 알아내주마."

"주인. 자꾸 혼잣말한다."

"아. 밤에 클라이머들이 습격해 올 거야."

"?"


처음에 의아해하던 라분의 몸이 내 말의 뜻을 이해하고 경직되었다.


"!"

"앞으로 대충 4시간 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라고."


나를 철석같이 믿는 라분은 별다른 의심도 없이 내 말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별다른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훅. 훅."

"긴장하지는 말고. 긴장하면 될 일도 안 된다."

"알았다."


우리는 이전 생에 적을 맞이했던 갈림길 입구에 걸터앉아 저녁을 먹었다.

몸 상태를 만전으로 유지하기 위해 무기를 손질하며 드문드문 대화를 나눴다.


"4명. 한 명은 3위계야."

"이길 수. 있나?"

"이겨."


그러던 중 살아온 이야기로 대화가 흘러갔다.

사막에서의 삶을 들으며, 내 관심은 라분의 하나뿐인 혈육, 노예로 팔려간 여동생에게로 흘러갔다.


"보고 싶지?"

"⋯⋯."

"미안. 당연한 건데 내가 그 생각을 못 했네. 돌아가면 용병에 의뢰라도 넣어보자."

"고맙다."

"됐고. 살아남아야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니까. 힘내자고."


이 대화가 내 무한 회귀에 갇혀 사라진다고 해도, 내가 살아있는 한 무조건 이행될 것이다.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으니까.'


나는 시간이 되자 기합을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하자고."

"알겠다."


라분이 미리 안에 들어가 자는 척을 하고, 나는 검을 손질하다 자는 척을 했다.


역시 접근한 적이 화살을 날려왔고, 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로비슨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라분!"

"우어어어!"


당당하게 내 옆에 자리한 라분. 여동생을 찾아주겠다는 말이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기합이 여간 기합이 아니다.


나는 씨익 웃으며 검을 내밀었다.


"대화는 필요 없고. 일단 좀 맞자."

"지랄하는 군. 이미 얼굴을 보였으니 살려준다는 선택지는 없다."


리더가 손을 들어 올리고, 라분이 날아오는 화살을 쳐낸다.

그리고 적 클라이머와 내가 검염이 어린 검을 맞댄다.


이제는 지지 않는다.


수십 번의 공방 뒤.

라분의 분전에 힘입어 나와 리더의 1대1이 성사되었다.


"이 돼지 새끼!"

"뭔 힘이⋯!"

"우어어어!"


이미 녀석의 수를 알고 검을 나누다 보니 녀석이 한 방을 노리고 미묘하게 내 몸의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녀석의 특성. '그림자 검'은 맞댄 검 아래에 일직선으로 새로운 검이 솟아나는, 간단한 특성이다.


그렇기에 내 몸의 위치가 알맞은 위치에 있어야 특성을 발동할 수 있었다.


'이렇게 움직이고.'


내 몸의 위치를 본 클라이머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림자 검이 뻗어 나오는 순간에 맞춰 검을 놓고 몸을 숙인다.

검은색 칼날이 내 이마를 스쳐 지나가고, 적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특성의 발동의 반동으로 덜컥이는 클라이머의 몸.

그대로 허리를 잡고 미궁의 벽에 밀어붙였다.


"읍!"


숨이 턱 막힌 녀석이 검을 놓쳤다.


허리에서 단검을 꺼내서 옆구리를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마지막은 목을 찔러 마무리한다.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역시. 내 특성은 사기다.


'1%의 확률이, 100%가 되는 능력.'


처음 세 번을 찔렀을 때만 해도 내 머리를 쥐어뜯던 놈이 마침내 힘을 잃고 쓰러진다.

라분이 내게 붙고, 나는 땅바닥에서 검을 잡아 들어 올렸다.


녀석에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머리를 적신 뒤 내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다.


"후."


한 명만.

딱 한 명만 살려놓을 생각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9/13~14 휴재공지 24.09.12 53 0 -
공지 매일 저녁 10시 20분에 뵙겠습니다. 24.08.17 620 0 -
32 미궁의 무한회귀자 32 NEW 2시간 전 76 5 11쪽
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24.09.16 486 25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0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1 29 12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8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4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5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1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29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49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2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0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39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5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6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1 3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