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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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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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15

DUMMY




미궁 4층의 기본적인 구조는 3층과 비슷했다.


안전지대를 벗어나자마자 이어지는 몇 개의 진입로, 나는 모든 진입로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각 진입로에는 선배 탐험가들이 손수 새겨놓은 주옥같은 충고들이 있었다.


[가다 보면 오크 만남.]

[다음 갈림길 가운데 가면 안 됨. 오크 마을 직통임.]


"여긴 오크군."


[리자드맨 만나고 싶으면 물 흐르는 곳으로 가라.]

[그냥 비린내 오짐. 이것만 알고 가셈.]


"리자드맨이고."


[아마 여기가 생존율 제일 낮을걸.]

[가장 넓은 통로임.]

[트롤 목격함 씨발.]

[섹스하고 싶다.]

[쓸데없는 거 적지 마라.]


"여기는 안되겠다."


나는 당연히 목적에 맞게 오크가 출몰한다는 갈림길을 선택했다.


"라분. 어지럼증은 어때?"

"이제 괜찮다."

"적응이 빠르네. 역시 호흡법부터 가르치기를 잘했지."


만약 라분이 학즉사법 없이 미궁 4층에 들어왔다면 적응에만 3일을 썼을 터다.


아예 적응 못하는 놈들도 있다니 말 다 했다.


나는 미리 준비한 종이를 꺼내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라분이 신기한 듯 잠깐 옆을 기웃거렸지만 멀뚱멀뚱 내가 그리는 지도를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내 뒤로 돌아갔다.


"선. 점. 어렵다."


⋯⋯앞으로도 머리 쓰는 일은 내가 도맡아야겠다.


본격적인 전업 탐험가의 층이라고 불리는 미궁 4층답게, 걸은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몬스터가 감지되었다.


"직선 전방 40m 내외. 고블린 다섯 마리."

"!"

"감지했어?"

"모, 못했다."


나는 학즉사법을 익히자마자 감지 능력이 상승했는데?

아무래도 활용이 미숙한 모양이다.


"감지해봐. 전투 끝나고 어느 지점부터 감지됐는지 말해주고."

"알겠다."

"미리 이야기된 대로 가자."


대답을 듣지 않고 지체 없이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조금 뛰니 나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던 고블린이 화들짝 뒤를 돌아보는 것이 보였다.


"키이이익!"


선수필승!


자고로 소드 마스터는 고블린을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나는 학즉사법을 최대한으로 운용하며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고블린 무리를 습격했다.


고블린은 작고 보잘것없지만 투척 무기를 잘 사용한다.

그렇기에 고블린을 상대로는 거리를 주지 않는 전투를 해야 한다.


특히 우리 파티는 원거리 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라분의 방패 말고 없었기에 더 주의해야 하고.


그래도 이렇게 고블린들의 틈에 끼어드는 데에 성공했으면 끝이다.

무인지경으로 검을 휘두르고, 미약한 저항은 무시하면 된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고블린들의 시체 위에 서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라분이 박수를 쳤다.


"주인. 대단하다."

"그래."


나는 라분에게 시체 정리법, 마정석 탐지법 등 탐험가들의 기본을 가르쳤다.

곧 적응한 라분이 검을 찔러 고블린의 팔에서 마정석을 뽑아낸다.


마나 감지력은 나쁘지 않다.


"뽑았다."

"잘했어!"


칭찬할 수 있을 때 마구 칭찬해 주자.

듬직한 26골드짜리 내 일꾼.


그 뒤로 이어지는 고블린 무리와의 전투.

마지막 전투에는 라분도 한 손 거들었다.

내가 무기를 빼앗은 고블린을 자연스레 라분 쪽으로 흘려준 것이다.


"키야아아악!"

"⋯⋯."


라분이 잠깐 경직되더니 이내 방패를 받쳐 들었다.


'검이 아니고 방패?'


그 뒤 이어지는 방패 후려치기가 고블린의 턱을 그대로 돌려버렸다.

고블린은 끽 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머리가 터져버린 강력한 일격!


'!'


이 힘은 분명 마나의 작용이다!

방패에 피어오르는 학즉사법의 노란색 마나.

상당히 불안정하지만 확실하게 방패에 깃들어있다.


자신의 마나를 사물에 담아 사물의 위력을 강화시키는 경지.


'2위계!'


물론 마나만 다룰 수 있다면 2위계에 도달하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자신의 마나를 자각해 1위계가 되고, 그 마나를 사물에 집어넣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전투 상황에서 이렇게 간단하게 마나를 넣어 활용했다?


'⋯설마.'


알고 보니 천재 노예?


라분은 방패를 살피더니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나를 봤다.


"방패. 안 다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라분의 말을 들으니 본능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안에 있던 마나가 흘러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인도했을 뿐이라고.


'역시 학즉사법인가.'


1성만 익혀도 타 호흡법 3성을 익힌 효과를 낸다는 학즉사법의 작용이 분명했다.


"오케이! 좋아!"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라분이 2위계가 됐으니 나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다.


그 뒤로는 라분을 방패로 앞세워 어설프게나마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내가 먼저 몬스터를 탐지하면 라분이 짐을 집어던지고 방패를 들고 앞서나간다.

고블린들이 달려들자 이뤄지는 라분의 탱킹.


그다음 내가 난입해서 고블린들을 마무리하는 구조다.


물론 고블린들을 상대할 때만 해당되는 전략이다.


오크는 고블린들보다 월등한 힘과 지능을 가지고 있다.

오크들을 상대로 라분의 어설픈 움직임은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미궁의 철칙, 반드시 사냥할 수 있을 때 사냥한다.'


성공 확률을 계산하는 것도 재능이다.


나는 원래부터 승산을 따지는 재능이 있었고, 켈리어를 상대로 99번 죽으며 그 재능이 더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아마 평균적인 오크 정찰대 세 마리를 상대로 라분을 전위로 세웠을 때.


'라분이 다치지 않게 하면서 오크를 제압할 확률은?'


나는 라분이 고블린을 마무리하는 움직임을 스윽 훑어보았다.

나름 자신감 있게 고블린을 상대하는 라분.


오크를 상대로는?


'아직은 아니야. 하루 정도 빡세게 교육을 시켜야겠어.'


쓸만한 움직임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실전 경험은 미천하다.

이건 시간이 답이기에 천천히 가야 한다.


미궁 4층은 갈림길이 상당히 많은 축에 속했다.

갈림길마다 있었던 선배 탐험가들의 메모도 점점 줄어들 때쯤, 커다란 메모가 눈에 보였다.


[여기서부터 오크 영역과 고블린 영역의 완충지대. 좋은 탐험.]


'착한 놈들.'


이게 바로 상부상조라는 건가 싶다.


미궁 사무소의 인증 도장까지 찍혀있으니 확실하다고 봐야 했다.


나는 글을 읽을 수 없는 라분을 위해 이 내용을 읽어주었다.


"오크."

"실제로 본적 있냐?"

"없다. 말은 들었다."

"고블린 때처럼 처음은 구경만 해."


오크부터는 나도 진지하게 전투에 임해야 한다.

더군다나 브라운 오크.

나도 처음 상대하는 몬스터다.


"전력으로 간다."


오크는 머지않아 만날 수 있었다.

갈림길에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세 마리. 오크. 라분. 방패들어."


이번에는 비교적 감지가 늦었다.

정찰대도 잠깐 머뭇거리는 것이 낌새를 챈 모양이다.


그래. 첫 전투는 기습보다 정면에서 붙어봐야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곧 오크들과 내가 조우했다.

라분은 방패를 움켜잡고 있었다.


"쿠어어억!"


브라운 오크. 말 그대로 일반 오크보다 몸이 더 짙은 갈색의 오크다.

미궁 3층의 오크보다 비교적 덩치가 크고, 근육도 잘 발달되어 있다.


무기는 창 하나와 몽둥이 두 개.

고만고만한 편.


나는 속도를 높인 오크와 싸울 생각이 없었기에 먼저 달려들었다.

전방에 위치한 몽둥이를 든 두 오크.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러 오크의 몽둥이를 튕겨냈다.

옆구리를 노리는 몽둥이를 몸을 굴려 피하고, 일어서는 반동으로 창을 든 오크의 배를 찔렀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오크가 움찔거리는 사이 그대로 검을 내리그어 척추를 끊었다.

벌떡 일어나니 다시 몽둥이가 휘둘러진다.


나는 전투 흥분에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기합으로 몽둥이를 받아치려고 했다.


그때였다.


"주인!"


라분이 방패를 앞세우고 달려들어 오크 하나를 들이받았다.


"!"


나는 당황하지 않고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라분을 보았다.


오로지 적에게 집중하는 눈.

정신교육은 아주 제대로 됐다.


나는 내 머리를 노리는 나머지 오크 하나의 몽둥이를 기술적으로 받은 뒤, 이어지는 일격으로 목을 베었다.


고개를 돌려 라분이 있는 쪽을 바라보니 라분이 얼른 거리를 벌려 오크와 대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치지는 않았군.'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좋은 방법이 있다.


오크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는 얼른 달려들어 오크의 몽둥이를 강제로 빼앗았다.

그 와중에 우수수 잘려나가는 오크의 손가락.


나는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라분. 처리해 봐."


고블린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살인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도 오크는 인간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다.


문명을 가지고 있다.

철을 제련할 지능도 가지고 있다.


과연 라분은 오크를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죽일 수 있을까?


1분 뒤.


"⋯⋯라분. 그만 찍어도 돼."

"후. 알겠다."


방패에 얼굴이 함몰되어버린 오크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더니 그대로 까무러쳤다.


라분. 상당히 터프한 놈이다.


"으. 피 다튀었어. 이건 공양하자. 공양 안 하면 냄새 때문에 탐험 못해."

"미안하다."

"잘했어."



[시체를 공양합니다.]


[브라운 오크 세 마리. 확인.]


[진척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진척도. 1.3%]



라분의 몸에 튀었던 피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함몰된 얼굴이 기괴하게 변형되더니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역시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이다.


전투를 마무리한 뒤, 나는 라분을 타박했다.


"전투는 서로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고. 네 돌발행동이 나를 위한 것이기는 했지만 내가 예측하지 못한 돌격을 하면 안 되지."

"미안하다."

"다음부터 잘 하자는 거야."


잔뜩 풀이 죽는 라분.


"그래도 패기는 좋아. 합만 잘 맞춰보자고."


나는 라분에게 두 가지를 주문했다.


하나. 합의된 타이밍에 나설 것.

둘. 나보다는 본인의 몸을 더 신경 쓸 것.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알았다. 명심? 한다."


그렇게 계속되는 전투를 통해 라분과 나는 점점 서로의 타이밍을 알게 되었다.


우선 계속 전진하며, 만나는 적은 고블린과 오크 가리지 않고 싸움을 걸었다.


중간중간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기합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다.


"역시 기합이 최고지!"


우리는 하루 동안 12번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전투를 하고 난 후, 미리 봐두었던 미궁의 오목한 부분에 자리 잡았다.


정면을 비롯한 사방이 막혀 있고, 그다지 깊지 않아 야영용 장소로 적절했다.


실제로 다른 파티들의 야영 흔적도 있고.


종 3개를 설치하고, 밥을 먹은 다음 하루 전투의 피드백을 진행했다.


그 뒤 녹초가 된 라분을 먼저 재웠다.


두 시간짜리 모래시계가 4분의 1쯤 지났을 때 다시 돌렸다.

이러면 한 시간을 잴 수 있고, 다시 돌리면 세 시간을 잴 수 있다.


두 시간 뒤에 깨운다고 했지만, 그래도 고생했으니 세 시간은 자게 해주자.


두 시간 간격으로 세 번씩, 마지막에는 한 시간, 총 10시간.


수면은 중요하기에 오래 자둘 필요가 있었다.

전투 피로도 상당한 편이고.


그렇게 세 시간을 보내고 라분을 깨웠다.

비몽사몽하면서도 불침번 위치에 선다.


라분이 자리를 잡은 걸 확인하고 잠에 들었다.





* * *




미궁 4층 탐험 3일차.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간 미궁의 갈림길.


라분은 탐험가의 증표, 오른쪽 쇄골에 새겨진 문양에서 묘한 공명을 느꼈다.


"?"


공명에 맞춰 고개를 숙여 벽을 살폈다.

평소라면 절대 찾아보지 못했을 장소에 조그마한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3H-1-2G-B]


그 뒤 보이는 미궁 사무소의 조그마한 문양.


"??"

"라분 뭐해! 가자!"

"라분. 간다."


라분은 이해되지 않는 것을 빠르게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궁 사무소의 암호 규칙상, 해당 문구는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다.


[B급 위험지역. 2등급 몬스터 출현. 3위계 1명 이상이 포함된 파티 공략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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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24.09.16 486 25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1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2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9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5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7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4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31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50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1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3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2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40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7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7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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