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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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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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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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7

DUMMY





켈리어의 시련.

대마법사이자 대검호 켈리어의 시험을 통과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마침내 시련을 통과하여, 그 보상의 수령을 앞두고 있었다.


[너에게 꼭 맞는 호흡법이 있다.]

"호흡⋯법?"

[제대로 된 기술을 품고 있는 검술을 전수해 주고 싶지만, 아예 기초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니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흡법이 옳다.]


호흡법.

있는 집 자식이 마나의 활용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마나의 흐름을 인도하는 법이다.

각각이 가진 고유의 호흡법으로 마나를 운용하게 되면 마나는 독자적인 속성을 띄게 된다.


물론 그런 체계조차 없는 내게는 호흡법도 감지덕지다.


"근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했는데?"

[충분히 고려한 선택이다.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혀 이해하도록 해라. 더불어 전언도 남겨 놓았다.]

"응? 그게 무슨?"

[또 보자. 그 수련을 익히고 살아남는다면.]


켈리어의 영혼이 내 이마를 툭 건드림과 동시에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머리를 강제로 열고 송곳을 쑤셔 넣는 듯한 고통!


나는 그대로 까무러쳤다.





* *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눈을 뜨기보다는 내 머릿속을 관조하는 것을 선택했다.


의식에 한편에, 내가 알지 못하는 지식이 잠들어있었다.


켈리어가 내게 전해준 호흡법. 그 이름은 '학즉사법(學卽死法)'이었다.


'이름이 뭐 이래?'


나는 조용히 머릿속 지식의 서장을 펼쳤다.


[흔히 사용자의 수련을 위해 사용자를 죽거나 미치게 만들거나, 그 사용에 다른 이의 생명, 또는 영혼을 요구하는 공부를 마공이라 부른다. 그러한 관점을 적용하면 내가 지금 서술하는 호흡법 또한 능히 마공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이 호흡법을 수련할 시,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만 읽도록 하자.


나는 의식의 시선을 돌려 켈리어가 내게 남긴 전언을 읽었다.


[미궁 19층, 혹은 20층의 남서쪽, 코렐의 신전. 세 번째 통로, 아홉 번째 등불. 다섯 번째 조각상. 또 다른 내게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라.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인과의 끈이 그대를 내게로 인도하리라.]


"으."


이쪽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미궁 어딘가에 또 다른 켈리어의 영혼이 있다는 말이렸다?


그런데 이 학즉사법은 대체 뭐지?

배우면 죽는다고?


"썩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읽어보자.


라고 생각했을 때, 내 귀를 때리는 에릭의 목소리.


"루카스 님. 기침하셨습니까."

"!"


에릭? 역시 전혀 기척이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완벽하게 무방비했던 내 몸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움직여 나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에릭의 마나는 내 마나에 닿자마자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었다.

내 마나의 확장은 일정한 범위를 점하자 점차 둔해져 에릭의 마나와 일종의 교착 상태를 만들었다.


"제가 얼마나 오래 잠에 들었죠?"

"시련에서 기절하신 채로 나오신지 꼬박 7시간 걸렸습니다."


그렇게나 오래 잤다고?

확실히 피로가 전혀 없고, 머리가 상쾌하다.


"그나저나 이 절제된 마나 통제력과 감각. 이게 바로 루카스 님의 원래 실력이겠군요."

"⋯⋯."


켈리어의 집중 교습을 받고 한 단계 진화한 내 능력에 알아서 개연성을 더해주는 에릭.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응수했다.


"시련에 통과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시련 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네? 에릭 님은 그냥 들어가시면 되잖아요?"

"하하.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우선 4위계 이상으로는 지하실에 들어가 봤자 빈 공간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3위계 이하를 들여보내면 살아돌아올 확률이 너무 적고.


"제가 3위계이기는 합니다만. 저라고 시련을 받지 않는게 아니라서요."

"그렇군요."


나는 잠깐 에릭의 눈치를 보다가 그냥 말할 수 있는 정보는 말해주기로 했다.


에릭은 내가 전해준 정보를 곱씹었다.


"따로 인과율의 부족이나 처지의 개선점에 대해서는 말씀하시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네."

"보상으로는 무엇을?"

"호흡법을 받았습니다. '학즉사법'이라고."


에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그렇습니까?"

"아마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거나, 전승자가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이름이 이름이다 보니."


배우면 즉시 죽는다.


이름부터 기괴한데, 아예 서문에서 이를 못 박아놓으니 대체 누가 이를 익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켈리어에게 분명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대해 설명했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면 분명 엄청난 리턴이 있으리라.


그러면 일단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영 내키지 않는다.

삭제된 미래이지만 에릭 파르밀은 실제로 나를 한 번 죽이기도 했었고.


'뭔 짓을 할지 몰라.'


속을 알기 어려운 인간이다. 아니, 반쯤 미쳤다.

최대한 부딪치지 말고 피하는 게 상식이다.


"시련도 통과했으니, 이제 떠날 시간이군요."

"그렇습니다."


에릭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지만 아직 용건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귀족.


나는 답답함을 느꼈다.


"에릭 님."

"네. 루카스 님."

"저는 천민 무지렁이라. 돌려 말하는 걸 잘 못합니다. 용건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십쇼."


내 직접적인 말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포커페이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달되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루카스 님이 시련을 통과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알려드리지 말아야 할 정보들까지 알려드렸죠."


손가락을 하나하나 접으며.


"코리손 가문의 내부 정보, 인조 영혼의 동력원, 제가 사용하는 기술까지. 원래라면 전부 알려드리면 안 되는 정보입니다."

"그렇군요."

"물론 맨입으로 루카스 님께 부탁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성의를 준비했습니다."


금속이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앞으로 주머니가 놓였다.


은화를 많이도 넣어놨군.


살짝 주머니를 열어보니 모두 금화였다.

금테를 두른 동전 한가운데에 양각된 조그마한 금덩이가 박혀 있었다.

확실했다.


"⋯⋯."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큰돈이었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나는 시원하게 에릭과 악수했다.


"비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선조 님의 인정을 받은 루카스 님은 이제 가문의 외인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에릭은 나에게 은근히 파르밀 가의 식객이 되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식객.

파르밀 가의 대접을 받으면서 때로는 대외적인 일, 때로는 도시의 해결사들이 맡는 일을 하는 애매모호한 직책이다.


나는 물론 에릭의 요청을 거절했다.


저 정상이 아닌 놈에게서 빠르게 멀어지는 것이 내 1차 목표였기 때문이다.


'시련에 미친놈.'


에릭에 대한 나의 평가였다.


나의 확고한 거절에 에릭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오래 붙잡지는 않았다.


"언제라도 들러 주십시오. 특히 19층에서 선조 님의 영혼을 영접하신 뒤에는 꼭 들러주시기를 바랍니다."

"네. 그렇게 하죠."


나는 그 후로는 에릭이 건네는 어떠한 물건도 사양하고, 들어왔던 복장 그대로 저택의 뒷문을 통해 나왔다.


품 속의 금화 주머니를 어루만지며 미궁 출입국 사무소에 들러 금화 하나만 남겨 놓고 돈을 모두 맡겼다.


어차피 쓸 일도 없으니.


그제야 큰돈에 뻣뻣해졌던 몸의 긴장이 풀어졌다.

자연스럽게 뒷골목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었다.


더 깊은 곳으로 다가갈수록 안면을 익힌 놈년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미궁 3층에서의 참사에 대한 위로나 조롱의 말들을 모두 한 귀로 흘렸다.

어차피 감정 없는 말들이다.


'괜히 휘둘릴 필요 없어.'


그리고 내 자체의 체감 시간으로는 이미 머나먼 일처럼 느껴지는 일이기도 했다.


마치 몇 년이 지난 느낌이다.

실제로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슬프지도 않아.'


슬픔 대신에 채워진 것은 켈리어로부터 전수받은 검의 지식들이다.

부정적인 감정 보다야 훨씬 가치 있는 것들이다.


내가 찾은 곳은 강변 구석의 허름한 움막이었다.

움막의 입구 같지 않은 입구를 들추니 백발이 무성한 노인이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어이! 아저씨!"

"루카스냐? 에잉. 스승이라고 불러라."

"스승은 무슨. 잠깐 나와보슈."


근처에서 산 딱딱한 빵을 던져주자 잽싸게 이를 낚아챈 노인이 엉덩이를 질질 끌며 고개를 내밀었다.


"얘기 들었다. 콜린 말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다고?"

"뭐, 그렇게 됐슈."

"그래서. 계속 미궁 밥 먹고살려고?"

"배워먹은 게 그거 아니면 소매치기밖에 없는데, 뭘 하겠어?"


노인의 왼팔이 휑하다.

전직 은패 용병이자 6층의 미궁 탐험가 출신이라는데, 이제는 푼돈에 검술을 파는 처지다.


나를 위시한 패거리들이 육합검법이라는 쓰레기 검술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노인 덕분이다.

이제 나와 콜린 밖에 남지 않았지만.


"한 번 어울려주쇼."


은화를 틱 던지자 귀신같이 낚아챈 노인이 어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른손에는 이가 다 빠진 검이 들려있었다.


"웬일로 은화냐? 동화가 아니라?"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잉?"

"들어갑니다."


자연스레 자세가 낮아지고, 검이 곧추세워진다.

평소에 노인이 가르쳐 준 육합검법의 모양이 묻어있지만, 이제는 도저히 같은 검법이라 부를 수 없다.

켈리어의 교육을 받고 변형된, 나만의 육합검법이다.


노인의 허둥지둥 검을 뻗어 내 일격을 막았다.

하지만 물 흐르듯이 이어진 강격에 검을 놓치고 말았다.


"어이쿠!"


나는 검 끝으로 노인의 앞섬을 쿡 찌른 뒤 물러났다.


"뭐, 뭐야?"

"그렇게 됐네요."

"다시 하자."


노인은 이번에야말로 진지한 자세로 검을 들었다.

가라앉은 눈. 나름 진심이었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감흥 없이 다시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소싯적의 경험에 의존한 체계 없는 마나 배분.

실전적이지만 허점 투성이다.

검성에게서 직접 지도 받은 나의 배분에 발끝에도 못 미친다.


'그동안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단 5번의 검격으로 노인의 손에서 검을 놓게 만들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엉덩방아를 찧은 노인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으으."

"괜찮슈?"

"이게 무슨⋯."

"졸업이라는 소리지."


나는 금화를 환전한 은화 10개를 노인의 품에 넣어줬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노인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내 실력도 어느 정도 확인했으니,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때다.


'미궁 3층.'


마크, 밥, 콜린, 페트. 그리고 나 루카스.

이 다섯 명이서도 엄청난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야 했던 미궁 3층.

하지만 이제는 두려운 마음이 먼 옛날의 추억으로 느껴질 정도다.


내게는 최강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궁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은 그 어떤 때보다 가벼웠다.


이때의 나는, 미궁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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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0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1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5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8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4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5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1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29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49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2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0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39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5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6 37 10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1 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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