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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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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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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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9

DUMMY



아직도 멍한 정신을 가다듬었다.


학즉사법을 익히다가. 죽었다.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죽었다.'


최근 나에게 목숨의 무게는 비교적 가벼워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쉽게 죽어서는 안된다.


"제기랄."


학즉사법. 이름값을 한다.

뭘 해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익히지 말아야 하나?


아니, 내게 익히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이미 목숨을, 죽음을 수단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번 일은 일종의 사고였다.


나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오래되어 점차 사그라드는 불꽃같은 마나가 내 시야에 잡혔다.


"그래. 다시 해 보자."


하지만 이런 주먹구구식으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 회귀.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배낭을 뒤져 나무로 만든 숟가락을 꺼내들었다.

땅을 파며 숫자를 세기 위해서다.


글은 잘 못쓰지만 숫자는 셀 줄 안다.


"지금까지 회귀한 횟수부터 정리하자."


가장 먼저 트롤, 내 기억이 맞는다면 트롤에게 총 14번 죽었다.


세상에 가벼운 죽음은 없다.

모든 죽음의 순간은 끔찍하게 내 기억 속에 박혀 있어 잊으래야 잊을 수 없었다.


"그 뒤, 오크에게 두 번, 에릭에게 한 번."


그리고 켈리어에게, 99번.

방어를 배우는 데에 53번, 공격을 배우는 데에 46번이다.


"99번?"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봐도 99번이다.

100번에 한 번이 모자란.


한 상황에 100번의 죽음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 찝찝하다.


그리고 지금, 학즉사법을 배우면서 한 번.


정리하면 다섯 번의 상황에서 117번. 한 상황에서의 최대 죽음은 99번이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야 해."


총횟수가 정해져있을 수 있고, 상황마다 한계 횟수가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상황 당 10번, 총횟수는 300번을 마지노선으로 두자."


앞으로의 방침이다.

회귀 10번을 넘기기 전에 상황을 해결하고, 총 300번을 넘게 죽지 말자.


물론 내 마음이 정한 경계다.

이보다 더 많이 죽는다면, 상황을 회피하거나 끝낼 있는 방법을 찾자.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학즉사법을 시행하다 죽은 건 단순한 사고 취급할 수 있다.


만약 지금 9번을 더 죽어 10번을 죽는다면 학즉사법의 수련을 그만둘 것이다.


상황을 회피해야 하니까.


"좋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마나를 연성했다.

다시 붉은 마나가 내 손에 쥐어졌고.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마나를 심장에 집어넣었다.


"크흑!"


내장을 녹이는 듯한 고통은 그대로!


하지만 이미 겪어봤던 아픔이다.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칼에 맞았을 사람일 나에게 이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기합!"


나는 마나를 어루만지며 이전에 취했던 선택지대로 길을 뚫었다.


곧 내가 죽어버렸던 선택지로 돌아왔다.


머리? 심장? 이번에는 심장이다!


심장으로 향하는 길을 뚫자 마나가 물밀듯이 흘러들어갔다.

마치 갈퀴로 심장을 긁어내는 듯한 격통이 몸을 덮쳤다.


하지만⋯


"죽지 않았어!"


다음 선택지. 내장. 머리.


"아래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고통은 길지 않았다.


내장에 머물던 마나가 전신으로 얕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안정되더니.

전신에 뜨거운 활력이 돌았다.


샘솟는 듯한 기운!


[학즉사법 1성에 도달하기까지 다섯 명의 수련자 중 네 명이 사망한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타 호흡법을 3성 익힌 것보다 더한 효율을 낼 수 있다.]


학즉사법의 다음 장!

그렇다면 1성을 익힌 건가?


[2성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3위계의 실력이 필요하다. 3위계 미만의 수련자가 2성에 도전할 경우,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온몸이 터져버린다.]


"미친!"


터져버린다고?

내가 저번 죽음을 자각조차 하지 못한 이유가 몸이 그냥 터져버렸기 때문에?


과연 마공이라 부를 만하다.


보통의 호흡법은 안정적이다.

호흡법은 마나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길에 얼마만큼 마나를 투입할 수 있느냐로 호흡법의 성취가 결정된다.


하지만 학즉사법은 아니다.

정해진 길이 없다. 수련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


수련자에게 최적화되었기에 강력하다.

하지만 불안정하다.

너무 불안정해서 사용자를 죽여버릴 만큼.


대신 얻는 것이 확실하다.


새로 뚫린 길을 따라 마나가 용솟음친다.


'전신의 힘이 강해졌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학즉사법을 운용하면서 검을 휘두르면 속도는 1.5배. 위력은 2배 정도 빠를 것 같다.


순식간에 전력이 3배는 상승한 기분이다.


그래. 성공 확률 20%의 도박에 걸었는데 이 정도 성능은 나와줘야지.


이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3위계도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3위계.'


평범한 재능의 인간이 고된 수련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

3위계만 되어도 칼로 먹고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내게 육합검법을 알려준 스승도 고작 2위계일 정도니 말 다 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내 몸속의 마나를 가다듬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작 한 번 죽고 성공하다니,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는 기분이다.


몸을 낑낑거리며 굴에서 빠져나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 탐험도 하나의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아직 9번은 죽어도 돼.'


그렇다면 돌아올 상황 감안할 때, 4번 죽으면 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좋아! 좋아! 탐험 좋아!"


나는 내게 전혀 득 될 것 없는 큰 소리를 지르며 나아갔다.

가끔 이런 기합도 필요한 법!


하지만 이 기합 때문이었을까?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걸음이 들렸다.


이 정도 소리면, 바로 지척!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이족 보행. 세 마리. 무게로 볼 때 오크 같군. 30m 앞이야.'


나도 모르게 이러한 정보들이 머리로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뭐지?"


나는 전투 상황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잠시 멍하니 내 감각에 집중했다.


마나가 자연스레 학즉사법이 뚫어놓은 길을 순환하고 있었다.

이 붉은 기운의 마나는 팔다리는 물론, 눈, 귀, 심지어 입에서까지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거였나!"


감각 강화!


[이 호흡법은 위험하지만 그만큼 타 호흡법을 능가하는 효율을 낸다. 다만 그 성취를 한 단계 올리는 데에는 그에 걸맞은 실력과 행운을 필요로 한다.]


기다렸다는 듯 떠오르지 말라고!


모퉁이를 돌아나온 오크 세 마리가 나를 보며 근육을 부풀렸다.


나는 마나를 눈에 집중하며 녀석들의 모습을 훑었다.


'좋아. 평범한 오크다.'


오크들은 특유의 근육질 몸에 기반한 터프함을 뽐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마주 달려들 듯 자세를 취하다 오크의 도끼가 내 몸에 닿기 전 스텝을 밟아 몸을 뒤로 뺐다.


허무하게 내가 있던 자리를 가르는 오크의 도끼.


빠지면서 휘두른 내 검은 도끼보다 리치가 길었다.


검 끝이 오크의 목울대를 얕게 가르고 지나간다.

잠깐 서있다가 주르륵 푸른 피가 흐르는 목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오크.


저 기분 잘 안다.

전신의 모든 힘이 빠지는 느낌이지.


뒤를 따르던 오크가 주춤하는 사이, 내가 발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쾌검으로 왼쪽 오크의 팔을 날려버리고, 오른쪽 오크의 머리를 비스듬하게 갈라버렸다.


한 마리에 한 번의 휘두름.

총 세 번의 휘두름으로 오크들을 제압했다.


오른팔을 잃은 오크가 내게 육탄전을 걸어왔다.

당연히 나는 그 시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다.


발에 마나의 배분을 더해 빠르게 옆으로 빠진 뒤, 나자빠진 오크의 목덜미에 몸무게를 실어 검을 꽂아 넣었다.


뼈갈리는 특유의 느낌과 함께 땅에 닿은 검.


나는 검자루를 꽉 잡은 채 오크의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후."


불과 며칠 전에 오크의 몽둥이에 머리가 두 번이나 깨진 나다.

순식간에 이렇게 강해지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조금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휴식을 취했다.


다행히 몸에 오크의 피가 튀지는 않아 탈취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크의 품을 뒤져 물주머니를 꺼내 목을 축였다.


"크."


찝찝하지만 오크도 생물. 보통 탐험가들의 물 충당은 이런 식이다.


그 외에는 돈 될 물건은 없었다.

무슨 고기로 만들었는지 모를 육포와 오크들이 좋아하는, 전혀 가치 없는 색깔 예쁜 돌멩이들. 마지막으로 고블린 가죽으로 만든 속옷이 다였다.


도끼의 날을 가져가 팔면 돈이 되겠지만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들고 돌아갈 힘은 없다.


마지막으로 오크의 시체마다 내 마나를 퍼뜨렸다.

어떠한 반응도 없다.


'첫 사냥에 마정석이 없다라. 운이 안 좋은데.'


보통 다섯 마리의 오크를 잡으면 한 마리 정도는 마정석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뭐 나쁘지 않다.


첫 술에 어찌 배부르랴.


이제 선택이다.


시체를 공양해 진척도를 올리거나, 코를 베어 포상금을 받거나.


시체를 공양하면 미궁이 시체를 잡아먹는 대신 진척도를 올려준다.

현재 내 미궁 3층 진척도는 40% 남짓.


미궁 4층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3층의 진척도 100%를 달성해야 한다.


사냥한 시체의 공양은 미개척지 탐험과 더불어 진척도를 올리는 정석적인 길이다.


하지만 공양은 시체를 전부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코를 베어갈 수 없게 한다.

코를 미궁 사무소에 제출하면 포상금을 주기에, 이것도 나름 중요한 사항이다.


돈이냐, 더 큰 돈을 위한 투자냐.


내게 이미 답은 정해져있었다.


막 사냥했기에 이 시체의 소유권은 당연히 나.


"공양."


공양하는 법은 간단하다.

어떤 방식이든 시체를 공양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된다.



[시체를 공양합니다.]


[오크 세 마리. 확인.]


[진척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진척도. 37.3%]



내가 잘라낸 팔이, 비스듬히 잘려나간 머리가 다시 도로 붙는 방식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곧 푸른색으로 빛나던 오크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미궁의 국룰을 준수하기 위해 몸에서 떨어져 나갔던 무기나 천 쪼가리들을 툭툭 발로 차 오크의 몸에 닿게 했다.

이러면 오크의 시체와 같이 사라지기 때문에 미궁을 보다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잠깐 시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본 뒤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아마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어떠한 흔적도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진척도가 0.5%나 올랐어.'


다섯 명이서 했던 사냥과는 질적으로 다른 성과였다.


그때는 코를 베는 게 거의 절반이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또 안전 사냥을 지향했기에 몬스터 출몰 빈도가 낮은 지역만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깊게. 더 많이.'


이미 내 실력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는 확인했다.

오크 세 마리면 다섯 명이서 3분은 넘게 싸워야 했던 상대다.


그런 적을 혼자서 30초 내로 처리했다.


어쩌면 트롤과도 한 판 해볼 만할지도.


나는 피식 웃었다.

2위계 따리가 혼자서 트롤을 잡는다고?


트롤이 어떤 몬스터인가.

3위계의 숙련된 탐험가 여럿이, 아니라면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2위계 탐험가가 10명 이상이 되어야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몬스터가 트롤이다.


그런데 내가?

하지만 뭐지? 이 넘쳐나는 자신감은?


"트롤 새꺄! 덤벼!"


나는 호기롭게 외치며 미궁을 힘차게 나아갔다.


예전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나는 역시 이 입이 문제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총 오크 8마리를 사냥한 뒤, 나는 미궁 3층의 조금 큰 공동에 들어설 수 있었다.


"⋯⋯."


내 앞에 오크의 몸을 들고 내장을 빨아먹고 있는 트롤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주춤거린 나와 트롤의 눈이 마주쳤다.


"이런 망할⋯."


나는 흥분으로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검을 추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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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24.09.16 486 25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1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2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8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4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6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4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30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50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3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2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40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7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7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1 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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