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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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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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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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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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22

DUMMY




학즉사법 2성.

라분을 다시 호법으로 세운 뒤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 모든 정신을 몸에 집중한다.

컨디션은 만전이다.


"도전!"


사지 4개 중 3개가 터지고.


-키릭.


"도전!"


사지 4개 중 2개가 터지고.


-키릭.


"씨발. 도전!"


사지 4개 중 3개가 터지고.


-키릭.


"못 먹어도 간다. 도전!"


오른팔을 성공했지만 다시 나머지 3개 중 2개가 터지고.


-키릭.


"으아아아아! 도전!"


사지 4개 중 3개가 터지고.


-키릭.





⋯⋯⋯


"제기랄!"


대로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자 주변의 이목이 한순간에 집중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으아아아!"


도저히 안 된다.

이건 패턴을 외우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마나 통제력.

오른팔을 막 안정시켰을 때, 이 상태를 유지하며 나머지를 성공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안정되었다고 생각한 오른팔은 끊임없이 내 몸을 자극해 통제를 유도했고, 통제를 하지 않으면 폭발하리라 예고하고 있었다.


내 주의력 일부를 오른팔에 할애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어지는 오른발을 실패하고 말았다.


사지 중 하나는 어찌어찌 성공할 자신이 있었지만.


"이 상태로는 성공 못한다. 일단 보류."


아마 백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실제로 죽었다 깨어나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3위계는 학즉사법의 2성에 도전하기 위한 최소 조건일 뿐이었다.

보다 완숙한 3위계가 되어야 학즉사법 도전이 가능하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하고 도전해야 하는 마공.


그것이 바로 학즉사법이었다.


나는 내가 준비가 너무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한 회귀로도 성공할 수 없는 건 있기 마련이다.


"후."


라분은 기특하게도 이런 내 지랄발광을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오고, 여전히 풀이 죽어있는 내게 라분이 말을 걸었다.


"주인."

"왜."

"기분, 안 좋아 보인다."

"그래. 나 기분 안 좋다."

"힘내라."


나는 잠깐 라분을 바라본 뒤 피식 웃으며 라분의 어깨를 탁 쳤다.


"역시 너 밖에 없다."


그래. 실패하면 어떠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실패를 허락받은 사람일 텐데!


라분이 집 안에서 방패를 휙휙 휘두르는 것을 보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우리 셋은 다음 미궁 탐험을 구상했다.


왜 셋이냐고?

콜린의 머리는 은근히 쓸모가 있다.


"루카스, 라분. 너네는 미궁의 더 깊은 곳으로 갈 거잖아?"

"그래."

"그렇다."

"나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미궁 10층을 넘어가면 환경이 변한다는 말이 있어. 지나가다 들어서 확실한 건 아냐."


나도 얼핏얼핏 들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궁 사무소는 탐험가들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외해 정보 공개에 인색하지 않지만, 그것은 자격이 있는 자에 한해서다.


현재 내가 제공받을 수 있을 정보들은 미궁 4층의 정보가 전부다.

물론 정보 자체도 꽤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어. 다음 탐험 때는 리자드맨의 구역으로 가봐."

"리자드맨. 그래. 네 말이 맞아."


리자드맨.

말로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몬스터다.

고유의 언어를 쓰는 오크와는 달리 인간의 언어를 일부 구사하는 종족이다.


어떻게 얻었는지는 뭐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절대 소통하지 마. 언어를 사람을 죽이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놈들이니까."

"그래."

"꿀꺽."

"라분. 왜 침을 삼켜?"

"도마뱀. 맛있다."

"뭔 개소리야!"


들어보니 사막에도 도마뱀이 산다고 한다.

라분의 별식이었다고.

도마뱀 몬스터라는 말을 들으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나는가 보다.


"몬스터 고기를 먹겠다고?"

"도마뱀 고기는. 괜찮다."

"그건 네 생각이고!"


미궁에서 수일을 조난당해 먹을 것이 다 떨어진 루덴의 파티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것이 바로 몬스터 섭취다.

맛도 더럽게 없고, 인간을 먹는 몬스터를 먹고 있다는 자괴감과 혐오감은 덤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

"주인에게 대접하겠다."

"필요없어!"


라분은 이미 본인만의 세상으로 가 있었다.

아주 쓸데없는 부분에서 고집이 센 놈이다.


"하지만, 탐험 시점은 건국제 이후로 잡아."

"왜?"

"축제잖아. 즐겨야지."

"⋯그래."


역시 콜린은 맞는 말만 한다.


어차피 돈도 적당히 있겠다.

나는 콜린을 은화로 꼬셔 놓고 켄드릭에게 교육받지 않는 라분을 가르치게 했다.


덕분에 라분의 하루가 바빠졌다.

하루는 콜린이 알고 있던 미궁의 잡지식들을 배우고, 하루는 켄드릭에게서 탱커 교육을 받고.


내 지갑이 텅텅 비어가는 것과 별개로 기분은 매우 좋았다.


나는 뭐 했냐고?


미리 정해진 날짜에 맞춰 미궁 사무소에 갔다.


안내된 방에서는 중년의 마법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에 깔린 오크의 옷 두 벌.


내가 늙은 오크들을 사냥한 후 얻은 전리품이다.

마법사는 연신 옷을 살피기 바쁘다.


"오오. 자네가 이 옷의 주인인가?"

"그렇습니다만."

"그래. 내 모두 매입할 용의가 있네."

"그거야 저도 바라는 바인데, 결국에는 돈 아니겠습니까."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섭섭지 않게 챙겨줘야지. 어디 보자, 원래 의뢰를 1골드에 했으니. 두 벌 전부 3골드 어떤가?"


나는 가격을 듣자마자 당당한 표정으로 손을 척 내밀었다.


"거래 성립입니다."

"하하. 화끈해서 좋군. 혹시라도 수실을 또 얻는다면 내게 연락하게. 내 당장 달려오지."

"알겠습니다."


마법사는 기분이 좋은지 몸속의 막대한 마나를 풀풀 흘리며 옷을 들고 갔다.

애초에 흥정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괜히 마법사와 사이가 틀어지면 밤에 잠도 제대로 못할 테니.


다음 일정은 루덴과의 술자리였다.

적당히 비싸고 분위기 있는 술집. 당연히 목숨을 두 번이나 빚진 루덴이 사는 거다.


"여."

"오. 형님."

"그래. 말 편하게 하기로 했지?"


벌써 두어 잔 마셨는지 얼굴이 살짝 붉어져있었다.

루덴의 옆에는 웬 남자가 자리 잡고 있다.


"동행이 있으셨네요."

"안녕하십니까. 켈른이라고 합니다. 루덴 이 녀석과 같은 클랜에서 일하죠."

"그렇군요. 안녕하십니까."


악수를 하는 손에서 묘한 압력이 느껴진다.

의식적으로 마나를 제어하는 움직임.

3위계, 그것도 꽤 완숙한 수준이다.


켈른이 이 술자리에 낀 이유는 다른게 없었다.


"오크 챔피언과 1대1로 싸워서 이기시다니. 엄청난 실력, 잘 전해 들었습니다."

"자랑할 일은 아닙니다."


정말 자랑할 일이 아니다.

필사의 결심을 하고도 꼬박 6번을 죽어서야 이뤄낸 성과다.

하지만 내 말이 켈른에게는 겸양으로 보였나 보다.


"하하. 저도 오크 챔피언과 1대1이라면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 같은데요.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뭐, 별다른 의도 없이. 루카스 님과 친해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이 친구 말 들어보니 미리 침을 발라놔야겠더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 내 딱딱한 태도는 초반부 한정이다.


어찌 됐든 루덴이 켈른과 나를 서로 소개해 주는 것도 탐험가 인맥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커다란 배려다.


루덴과 켈른이 분위기를 화끈하게 띄우고, 술이 얼큰하게 들어가자 어느새 우리 셋은 호형호제하게 되었다.


"한잔 해!"

"술 넘친다!"

"어이쿠!"


켄드릭에게 교육을 받고 온 라분이 한심한 표정으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잠깐 눈을 마주친 뒤 합심하고 라분에게 술을 몰아주었다.

곧 라분도 우리와 함께 얼씨구나 춤을 추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휴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축제. 건국제.


미궁 도시 칼리움이 귀족, 평민 구분할 것 없이 난리가 나는 날이다.

그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콜로세움의 마상창시합과 토너먼트.


피가 튀기는 전투에 모두가 열광했다.


축제하면 빠지지 않는 도박.

나는 무려 3골드를 준비했다.


"흐흐. 대박을 치는 거야."


정 안되면 머리를 터뜨릴 용의도 있었다.

꾸역꾸역 밀고 들어가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기어코 반항하는 놈들에게는 검염을 슬쩍 보여줘 정신을 차리게 하면 되었다.

이제 콜로세움 출전자들이 소개되면서 경기장을 한 바퀴 돌 때, 그들의 마나를 관찰한다.


학즉사법이 내게 선물해 준 감지 능력을 이용하면 쉬운 일이다.


그다음 손짓으로 큰 가방을 메고 관객석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꼬마애를 부른다.


"빨간 머리에 1골드!"

"1골드 넣었슴다!"


확인증을 낚아챈다.

아무리 꼬마애라고 해도 2위계. 더군다나 칼리움에서 공증한 놈이다.

만약 이놈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그 날로 즉결 처형이 될 거다.


하수구 출신인 나는 도박장이 얼마나 미친 곳인지 잘 알았기에 웬만한 도박장은 얼씬할 생각도 없다.


도박장에서 돈을 제대로 따고 나와 손을 씻는다?

아무리 내가 3위계라도 일주일 안에 죽는다에 3골드를 건다.


그만큼 깊고, 한 번 빠져나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굴이 도박장이다.


하지만 이런 속임수 없는 도박은 언제나 환영이다.


내 도박 전략은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3골드가 5골드 50실버가 되고, 다시 7골드가 되고, 9골드 20실버가 되고, 그게 4골드 20실버가 되고.


"씨바아아아알!"


아니, 4.8배가 터진다고?


죽어 나자빠진, 내 5골드를 먹어치운 놈에게 세상에 더없을 쌍욕을 했다.


그 뒤 머리를 부여잡고 탄식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가슴으로 가져간다.


내 5골드. 대략 0.2 라분.


"어쩌지?"


눈이 충혈되었다.

머리를 터뜨리려면 지금이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내 목숨이 고작 5골드?


내가 무한 회귀라고 이름 붙였지만, 이 특성의 정체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렇게 특성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야 안 되면 터뜨리려고 했지만.


역시 죽음은 무섭다.


나는 일전에 내가 세웠던 방침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죽지 않을 수 있으면,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깟 5골드,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

원금을 까먹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골드들을 애써 무시하고, 크게 기합을 넣었다.


"합!"


양옆에 앉아있던 라분과 콜린이 나를 정신병자 보듯이 한다.


"요즘 저 녀석,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니야."

"동감한다. 저번에, 길에서 소리 질렀다."

"뭐?"

"갑자기 비명. 그리고 욕. 무서웠다."

"야, 루카스. 너 괜찮아? 요즘 막 기분이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그래?"

"시끄러 이놈들아. 돈 잃어서 그렇잖아. 돈!"


그 뒤로는 즐기고, 즐기고. 또 즐겼다.


내 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시절이 언제 있었는지 모르겠다.


라분도, 콜린도 다 같이 웃으며 마셨다.


트롤에게 죽기 직전에만 해도, 내 무한 회귀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만 해도 내 인생은 암흑으로만 가득할 줄 알았다.


그렇기에, 이 희망을 다시는 놓칠 수 없다.


이 희망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쟁취해야 한다.


하지만 무지렁이에 머리조차도 나쁜 나는, 이 길밖에 알지 못한다.


건국제가 끝나고.


라분과 나는,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채로 다시 미궁 4층에 발을 내디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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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미궁의 무한회귀자 32 NEW 2시간 전 77 5 11쪽
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24.09.16 486 25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1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2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9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4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6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4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30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50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3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2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40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7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7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1 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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