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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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작품등록일 :
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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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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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8

DUMMY





파르밀 가의 저택에서 분에 넘치는 휴식을 취하고 나왔기에 이미 상태는 만전이다.


나는 한걸음에 미궁 출입구 사무소로 달려가 출입 신청을 했다.

등에 맨 배낭에는 미궁 공략에 필요한 각종 물자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나는 사무소 직원의 앞에 동화 5개를 올려놨다.

미궁 저층의 1인당 입장료다.


"미궁 3층. 탐험인수 1인. 맞습니까?"

"네."

"등록되었습니다."


등록 사무소 직원의 대답은 언제나 무감정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애초에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모습이다.


그렇게 내 다음 사람에게 차례를 양보했다.


"미궁 28층. 탐험인수 6인. 맞습니까?"

"네."


28층!

엄청나게 높은 층수에 내 귀가 쫑긋했다.


"등록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편안한 탐사되세요!"


응?

말이 뭔가 많이 다른데?


내가 고개를 휙 돌리니 초롱초롱한 눈의 사무소 직원이 보였다.

시선을 따라가니 실용성 있는 갑옷을 입은 금발의 사내가 사무소 직원을 향해 손을 살짝 들어 올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뭘요! 이게 제 일인 걸요!"

"⋯⋯."


나를 대할 때와는 너무나도 다른 태도!


빨리 성공해야겠다.


나는 리디엠의 상흔을 넘어 미궁 1층으로 진입했다.


안전지대에 진입하자마자,


"미궁 입장. 3층."


[미궁 3층으로 진입합니다.]


[현재 진척도 36.8%.]


잠깐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내 시야가 급변했다.


다섯 명이서 두 달을 넘게 고생하고서 진척도 36.8%를 달성했다.

그보다 실력은 한참 나아졌지만 다섯 명이었던 그동안의 탐험과 다르게 이제는 고작 나 혼자.


앞으로 과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식량 팝니다! 싸다 싸! 몬스터 코로 대체 가능!"

"숙박 가능! 1일 1식 무료 제공!"

"장비 말끔하게 손질해 드립니다!"


안전지대에서 돈을 벌어먹는 장시치들.


미궁 1층으로 돌아가기 귀찮고,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출입료가 아까운 탐험가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언제나 성황이다.


안전지대 내의 미궁 사무소가 정한 범위 안에서만 장사가 가능하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사무소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밀집도도 높다.


더군다나 어쨌건 미궁 3층에 입장 가능한 몸.

젊었을 때 꽤 실력을 발휘한 놈들이거나, 그런 놈들과 동반 입장할 능력이 있는 놈들이다.


막 대하기는 껄끄럽다는 말이다.


"형씨! 구두가 더러운데 좀 닦아줄까?"

"됐네요. 됐어."


다섯 명이서 왔을 때는 달라붙을 생각도 못 했던 장사치들이 혼자 오니 지랄들이다.


아무래도 내가 파티원들을 구하기 위해 꽤 오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


나는 빠른 걸음으로 내게 접근하는 놈들을 물리치고 안전지대를 벗어났다.


당분간은 솔로로 다닐 생각이다.


목표는 그동안 잃어버린 미궁에서의 감을 되찾는 것!


무한 회귀를 안 뒤로 두려움이 많이 없어졌다.


"하루에 진척도 10% 이상!"


엘리트 탐험가들이나 이뤄낼 수 있는 목표였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이미 탐험한 곳을 지나는 것에도 체력을 꽤 많이 소비했다.


"헥헥. 5%. 5%만 하자."


켈리어의 개인 교습으로 검 쓰는 실력은 많이 늘었지만 기본적인 체력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미궁의 불문율.


'항상 절반의 체력을 남겨둬라.'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안전지대로는 무조건 돌아와야 한다.

전력을 다하고 귀환하는 길에 죽어버리면 그만큼 한심한 일도 없다.


그렇기에 체력을 안배하는 것은 필수.

호흡법은 몸의 기초적인 체력을 증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역시 호흡법을 익히고 왔어야 했나."


하지만 내가 일부러 호흡법을 익히지 않고 미궁에 온 이유가 있었다.


'거기서 익히라고? 말도 안 되지.'


도시 내 거처에서는 다섯 명이서 공동생활을 했었다.

그런데 세 명이 죽어버렸고, 나는 자리를 꽤 오래 비운 상태.


약육강식의 논리가 철저하게 적용되는 하수구의 특성상 이 소식을 들은 놈들이 꽤 자리 좋은 내 거처를 내버려뒀을 리 없다.


아마 콜린은 자리를 정리하고 구석탱이로 밀려났겠지.

내 옷이라도 좀 챙겨놨으면 좋겠다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어쨌든 그런 곳에서 호흡법을 수련한다면 개나소나 다 구경하라는 말이다.


'여관도 싫고.'


괜히 돈을 쓰고 하루를 버리기는 싫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기가 막힌 방안.


'미궁만한 곳이 없어.'


미궁 특유의 압박감만 감수하면 된다.

3층이면 사람 마주칠 일도 적고, 몬스터는 여기보다 더 깊숙한 곳에 산다.


내가 밟고 있는 이 지점. 이곳이 바로 몬스터와 탐험가의 분포가 가장 적은 지역이다.


나는 예전에 야영하기 좋은 장소로 봐뒀던, 입구가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고, 안은 비교적 넓은 호리병 모양의 공간을 찾았다.


호흡법을 수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여기가 바로 떠올랐다.


배낭을 벗어 종을 꺼내 입구에 매달아 1차적인 방비도 해놨다.

입구에서는 종이 바로 보이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줄을 건드리면 종이 울리게 하는 아주 간단한 장치다.


미궁 저층은 바람이 불 일이 거의 없으니 이것만 한 것이 없다.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좋아."


나는 바위의 평평한 면에 걸터앉고 뭔가 있어 보이게 가부좌를 틀었다.

왜 수련하는 사람들은 이런 자세를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학즉사법의 서장을 훑었다.


[흔히 사용자의 수련을 위해 사용자를 죽거나 미치게 만들거나, 그 사용에 다른 이의 생명, 또는 영혼을 요구하는 공부를 마공이라 부른다. 그러한 관점을 적용하면 내가 지금 서술하는 호흡법 또한 능히 마공이라고 칭할 수 있다. 이 호흡법을 수련할 시,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


'⋯⋯.'


역시 적응하기 힘들다.


하지만 계속 읽어보도록 하자.


[이는 이 호흡법의 수련법에 기인한다. 혈맥을 정해진 방법으로 뚫지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신체에 가장 걸맞은 방향으로, 호흡법의 지시에 맞게 변화된 마나로 뚫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1장에 서술한다.]


그 뒤 이어진 1장은 체내의 마나를 호흡법에 맞게 정제하는 법이 적혀있었다.


"오."


마나를 정해진 방법으로 가공하니 호흡법이 말하는 붉디붉은 마나가 만들어졌다.

생각보다 쉬웠다.


'나 꽤 재능이 있을지도?'


가속이 붙어 빠르게 다음 장을 읽었다.


[그 마나를 심장에 스며들게 하라.]


응? 이게 끝이야? 그 다음은?


아무리 머릿속의 페이지를 넘겨봐도, 이 문구만 떠올릴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손안에 일렁이고 있는 마나를 바라보았다.

피처럼 붉고, 뜨겁다.


"마공⋯."


이 마나를, 내 심장에 넣으라고?


침을 꿀꺽 삼킨 뒤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를 탈탈 털었다.


까짓것 넣어주지! 안 되면 죽으면 되니까!


한 손으로 잡은 붉은 마나 덩어리를 심장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나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흘러내렸다.


"으으."


마치 독한 술을 한 입에 털어넘긴 것과 같은 느낌이 배꼽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부풀어올랐다, 수축했다. 그것의 반복,


한 번의 팽창 뒤에는 배가 폭발하는 듯한 고통이 뒤따랐다.


"크악!"


그야말로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아픔!

순간 잃어버린 뻔한 정신!


나는 그동안의 죽음으로 단련된 고통에 대한 면역으로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미친⋯⋯.'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내가 더 생각을 이어가기도 전에 붉은 마나는 내 배 안쪽에 자리를 잡더니 천천히 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길을 뚫듯이 움직이는 마나.

곧 명치 부분에 이르러 잠시 움츠렸다.


뭔가 수줍은 듯한 움직임.

그동안의 폭거에 어울리지 않게, 이 부분에서는 내 통제가 필요하다는 듯한 감각을 부여한다.


어째서? 라는 의문은 중요하지 않다.

이 마나를 통제하지 못하면 내 죽음이기에.


나는 마나를 어루달래며 마나의 방향을 바라보았다.

내 몸을 다섯 방향으로 보는 미친 마나.


나는 토혈하며 외쳤다.


"다섯 방향? 개 미친 새끼가!"


본디 호흡법은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그것이 당연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섯 방향?

나는 무슨 길을 선택하라는 말인가?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길.]


"닥쳐!"


나는 그중에서도 가장 마나가 쏠리는 길, 아니 혈맥으로 마나를 인도했다.

혈맥을 마나가 강제로 두드렸다.


'크어억!'


피가 섞인 그을음을 토해냈다.

하지만 시각적인 충격 외의 아픔은 없었다.

이게 맞는 길인가?


잠시 안심하고 있었던 내게, 마나의 새로운 갈림길이 아로새겨졌다.


이번에는 세 군데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마나가 다시 주춤하며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세 곳 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중 조금이라도 더 마나가 쏠린 곳을 선택했다.


내 의지가 원하는 길을 마치 진리인 것으로 알고 들이치는 마나.


다음 두 갈래길.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 마나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자신을 인도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뭐지?'


하나는 심장으로 향하려고 하고, 하나는 머리로 향하려고 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아니 애초에 내가 선택하는 게 말이 돼?


이번에는 두 선택지에 머무르는 마나의 양이 완벽하게 동일하다.


'뭘 선택해야 되지?'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길.]


"닥쳐!!"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머리로 향하려는 마나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가슴의 따끔한 고통과 함께 마나의 길이 뚫리고.


시야가 암전했다.


파직!


-키릭.






⋯⋯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나는 내 손에 들린 붉은 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내 몸속에 있어야 하는 게 왜 밖에 나와있지?


[그 마나를 심장에 스며들게 하라.]


"⋯⋯어?"


이 마나를 몸에 집어넣기 전 들었던 대사였다.

내부에 감각을 집중해 보니 한참 내 몸을 휘젓고 있어야 할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내 몸에 들어오고 싶어 넘실대는 마나를 다시 보았다.


"어어?"


나. 죽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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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미궁의 무한회귀자 32 NEW 2시간 전 77 5 11쪽
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24.09.16 486 25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0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2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8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4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5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2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30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50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2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2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40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5 34 12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7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2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1 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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