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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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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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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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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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18

DUMMY





오크 챔피언은 일반 오크의 1.5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 거대한 몸에서 비롯된 힘과, 힘을 다루는 섬세한 능력. 그리고 3위계의 증거인 검염.

이 셋이 결합된 결과 사람이 간단하게 양분되었다.


"파커!"


루덴과 소피아의 비명은 나와 라분의 돌격에 묻혔다.


처음부터 전력이다.

학즉사법의 마나를 최대한으로 운용해 오크 챔피언에게 맞섰다.


챔피언이 곧장 파티의 딜러, 샤샤를 노린다.

얼음이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사샤. 라분이 챔피언과 샤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정면으로 맞서지 마! 흘려!"


라분이 내 말을 듣고 필사적으로 방패를 놀렸다.

검염이 뿜어져 나오는 챔피언의 일격이 라분의 방패를 타고 미끄러진다.


방패를 든지 일주일 만에 저런 기교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이다.


하지만 상대가 좋지 않았다.

미끄러지는 검은 그 자체의 반동으로도 뻗어나가 샤샤의 오른팔을 잘랐다.


"꺄아악!"


자신의 팔의 잘린 단면을 본 샤샤가 비명을 지른다.

이어진 공격에 머리가 날아갔다.


"큭!"


비교적 뒤에 있어 이제서야 도달할 수 있었다.


챔피언이 라분을 향해 검을 내리치려다 내 일격을 막기 위해 검을 틀었다.


-쾅!


검과 검이 내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충격음이 미궁의 공기를 울렸다.


결과는? 내가 한참 모자랐다.


뒤로 쭉 밀려나가는 몸.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다리가 후들거린다.


"크윽."


검을 보니 날이 눈에 띄게 닳아있었다.

내 마나가 담긴 검으로 검염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라분은 아직 녀석의 근처에 있었다. 이대로 두면 죽을 것이 뻔했기에 내가 다시 달려들었다.


그 와중에 챔피언의 내려치기를 방어한 라분의 방패가 두 동강 났다.


정면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번에는 흘려낼 수 없는 공격이었다.


대신 내가 틈을 보며 끼어들어 오크 챔피언의 왼팔에 긴 자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다.


"크아아아!"

"그래. 너도 검은 들어가지."


라분이 뒤로 몸을 빼는 것을 확인한 내가 모든 정신을 전투에 집중했다.

루덴이 검을 뽑아 내 옆에 섰다.


"이 개새끼!"


파티원의 죽음에 복수심에 불타는 리더.

나는 빠르게 전략을 세웠다.


"합을 맞추는 건 무리야. 내가 어떻게든 막아볼 테니 틈을 노려봐."

"알겠다."


소피아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렸으니 전력 외.

어차피 미궁의 폭이 좁아 두 명 이상의 협공도 무리다.


둘이서 어떻게든 해야 한다.


"크르르."


베인 팔을 툭툭 턴 오크 챔피언이 천천히 접근했다.

기세에 눌리지 않기 위해 나도 마주 검을 내밀었다.


켈리어에게 수십 번 죽어나가며 배운 것 중 하나다.


'기세에서 밀리면, 이길 싸움도 질 수밖에 없다.'


힘, 경지, 마나.

내가 불리한 요소다.


반면 스피드, 기교, 인원 수.

내가 유리한 요소다.


상대의 유리한 면을 누르고, 내 유리한 면을 전투에서 부각시켜야 한다.

나는 빠르게 접근해 챔피언과 검을 나눴다.


받아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 수 한 수 검을 나눌 때마다, 마나가 한 움큼씩 소모되어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러면 장기전은 불가능하다.


라분이 죽은 탱커의 방패를 들고 합류할 각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루덴이 먼저 움직였다.


"흡!"


틈을 본 루덴이 혼신의 힘을 다한 찌르기를 시도했다.

미리 이야기되지 않았기에 내가 반응이 늦었다.


그렇다고 루덴을 그대로 두면 보나 마나 죽는다.

나도 힘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같이 돌격했다.


그 돌격을, 오크 챔피언은 검염을 불태우는 것으로 화답했다.


"!"


루덴의 검이 오크 챔피언의 검에 닿자마자 그대로 갈라진다.

루덴의 검을 완전히 가르지는 못했지만, 돌진하던 기세를 완전히 죽이는 데에는 성공했다.


루덴이 멈칫한 사이 이어진 챔피언의 발차기가 명치에 명중했다.


뒤로 날아가는 루덴의 뒤에는 무리하게 접근한 내가 있었다.


'이런!'


반쯤 무너진 자세인 내게 챔피언이 검을 내려쳤다.


자세가 좋지 않다.

나는 내 검이 잘릴 것을 알면서도 마주 검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죽는건가.


직감한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어디로 회귀하는 거지? 어제, 이틀 전?

아니. 회귀할 수 있을까? 이 죽음이 끝이라면⋯


빌어먹을 주마등이 지나가며 단 한 가지의 생각만 남았다.


'살고 싶다.'


죽고 싶지 않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하고.

내 몸이 붕 떠서 날아가 미궁의 벽에 처박혔다.


"읏!"


알싸한 등의 통증이 전투의 고양감에 희석되었다.

그리고 보였다.


나를 밀쳐낸 자세 그대로.

어깨부터 가슴까지 갈라진 채 무릎을 꿇는 라분의 몸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피가 미궁의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어?"


땅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라분을 보았다.

라분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

"라분아?"

"주인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챔피언의 검이 라분의 목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라분은 피가래 섞인 마지막 말조차 끝내지 못한 채 내 눈앞에서 죽었다.


죽어버렸다.


챔피언은 아직도 꼿꼿이 세워져있는 라분의 몸뚱이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


그러고는 곧장 나를 바라본다.


"⋯⋯하, 하하."


나도 웃었고, 오크 챔피언도 웃었다.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고, 챔피언을 노려보았다.

소피아는 도망가 버렸고, 명치가 박살 난 루덴은 공허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지연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나는 내 내면을 보았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차가운 이성이 덮고 있었다.

결국 밖으로 표출된 것은 희미한 미소였다.


그리고 결심.


"그래. 같이 춤춰보자."

"크아아아!"

"네가 죽을 때까지."


분명 라분은 나를 구하며 내가 도망가기를 바랐겠지.

하지만 라분의 희생을 나는 덧없게 만들 생각이다.


지금의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회귀가 없어도 상관없어."


나는 모든 힘을 다해 챔피언에게 부딪혔다.


이후 목숨을 돌보지 않은 내 처절한 저항이 오크 챔피언의 손가락 세 개를 잘라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크 챔피언이 올려친 검이 내 오른쪽 겨드랑이 위를 사선으로 베어냈다.


양분하는 시야가 잠깐 머리를 헤집어놓고, 그대로 암흑이 날 맞이했다.


초점 잃은 시야가 잠시 명멸하다 꺼졌다.


죽음이었다.


키릭.







⋯⋯


"다! 흡!"


모두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우리를 향해 접근하는 챔피언의 흉포한 마나를 느끼고 상황을 깨달았다.


'직전의 대사가. 방패 들라고 했을 때, 그 순간이군.'


어찌할 틈도 없이 오크 챔피언의 검이 또다시 루덴 파티의 탱커, 파커의 몸을 양단했다.

루덴과 소피아의 비명. 라분의 접근.


나도 바로 정신을 차리고 앞을 향해 달렸다.


상태는 만전.

루덴 파티와의 합류로 잘 먹고 잘 잤다.


"라분! 맞서지 마! 샤샤만 구하고 빠져!"


내 말을 들은 라분이 이전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방패를 챔피언을 향해 내던져 녀석의 타이밍을 한 번 빼앗고, 샤샤의 목덜미를 잡고 뒤로 쭉 빠졌다.


챔피언이 포효하며 방패를 검으로 내리찍었다.


나는 내 뒤로 물러서는 라분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라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일부러 화답하지 않았다.


아직 내가 챔피언을 이기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챔피언과 대치했다.


강력한 개인과의 전투.


"켈리어 이후로 처음이군."


오크 챔피언의 실력은 명확히 나보다 윗줄이다.

우선 3위계. 검염의 메리트를 무시할 수 없다.


속도는 나보다 떨어지지만 몸의 유연함으로 부족함을 메꾸는 타입이다.

나와 상성이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을까?"


열 번이 안 되면, 백 번은?


챔피언과 내가 검을 맞댔다.

여기서 정보의 격차가 드러난다.


나는 챔피언 고유의 호흡과 움직임에 익숙하다.

하지만 녀석은? 나를 모른다.


이게 작은 차이를 낳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초반에는 내가 우위를 잡을 수 있었다.


루덴이 쌍욕을 하며 끼어들려고 했지만 내가 일부러 몸을 틀어 접근을 막았다.

챔피언을 분석하는 와중에 루덴이라는 변수가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심지어 루덴의 참전은 나에게 도움은 고사하고 방해가 될 확률이 더 높다.

애초의 첫 번째 싸움에서 라분이 허무하게 죽은 이유가 무리해서 루덴을 커버하던 나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니.


검염에 마나가 계속 깎여나가고, 이에 더 많은 마나를 검에 녹아내는 것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나가 떨어지며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잠깐 챔피언과의 거리를 벌렸다.


틈을 봐 품속의 지도를 꺼내 루덴에게 던졌다.


"루덴. 제가 패배하면 라분과 함께 도망가요."

"루카스. 그건."

"빨리. 그러겠다고 약속해."

"⋯알았다."


챔피언도 더 숨을 고를 시간을 주지는 않았다.

다시 격돌.

내가 아무리 스피드를 살려 공격해도 오크 챔피언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


'더, 더 큰 힘이 필요해.'


마나를 죽을 듯이 쥐어짜서 한 수 한 수 공격에 대응한다.

머리가 멍해지고, 한계를 맞이한 학즉사법의 회로가 터져나가려고 한다.

쌍코피가 주륵, 내 코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검을 부딪힌다!


'더!'


일격, 일격이 살과 뼈를 깎는 고통이 되지만 검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챔피언에게 죽는 게 아닌 내 몸이 터져 죽을 판이다.


그래도 좋다!

내 모든 것을 부딪힐 수 있다면.


그리고 마침내 몸속에 있던 무언가가 터져 나온다고 생각했을 때.


내 검에서 붉은 마나가 형태를 가지고 휘몰아쳤다.


'검염!'


3위계의 등극과 함께 챔피언의 검이 내 왼팔을 가르고 지나갔다.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는 팔.


피가 주르륵 쏟아지는 순간, 챔피언은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나는 씨익 웃으며 남은 한 손으로 검염이 어린 검을 들어 올렸다.


"이긴 것 같아?"

"주인!"


나는 달려오려는 라분을 무시하고 검을 휘둘렀다.

한 손으로 휘둘렀으니 제대로 힘이 실릴 리 없다. 챔피언의 검과 부딪힌 내 검은 주인의 손아귀를 찢고 미궁의 천장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그래도 느낄 수 있었다.

원래는 손아귀는커녕 팔이 부러졌어야 했을 교환이었다.

하지만 검염을 사용하니 고작 이 정도 부상에 그친다.


"라분! 오지 마!"


라분이 내 말을 무시하고 챔피언에게 돌격했다.


나는 챔피언의 검이 내게 먼저 닿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검염을 처음 일으켰을 때의 감각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챔피언이 내 목을 치는 그 순간에도.

라분의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의식의 끈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키릭.






⋯⋯


"다! 아아아! 방패 들어 올리라고 제발!"


회귀하자마자 루덴 파티의 탱커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역시 불가능했다.


몇 초도 되지 않는 시간. 더군다나 탱커의 시선은 정면이 아닌 나를 향하고 있었다.


결국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탱커의 몸이 세로로 갈라져버리고 만다.


"제기랄."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거냐?


깔끔하게 포기다.


안면은 익혔으나 딱 그 정도뿐.

살릴 수 있었으면 무조건 살렸겠지만 그럴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챔피언과의 싸움에 집중하도록 하자.


먼저 살릴 수 있는 샤샤는 살리도록 하고.


"라분! 맞서지 마! 샤샤만 구하고 빠져!"


라분이 내 예상대로 방패를 버리고 샤샤를 구했다.

나는 죽기 직전에 내가 느꼈던 감각을 되새기며 검을 들었다.


몸속의 마나가 휘몰아치며 일정한 형태를 취하기 시작한다.

그 마나를 검에 몰아넣어, 구현시킨다.


'검염.'


3위계의 증거이자 완숙한 전사의 증명.

평범한 재능을 가진 90%의 검사가 좌절하는 구간.


나는 검염과 함께 챔피언을 맞이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챔피언이 눈을 빛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진정한 전투의 시작이다.






작가의말

신규 독자분들 유입을 위해 제목 변경 예정입니다.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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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1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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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23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4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9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5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6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4 27 13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31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50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0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3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2 3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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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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