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검사가 회귀할수록 강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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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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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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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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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무한회귀자 23

DUMMY





거의 2주만에 맡아보는 미궁의 냄새. 그리고 압박감.

생존 감각에서 비롯된 긴장감이 그동안 나태해졌던 내 정신을 다시 일깨워 준다.


"흐읍! 하."

"이 느낌. 오랜만이다."


물론 도시에서 수련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주로 행한 수련은 마나 통제력을 기르기 위한 명상이다.

이렇게 몸을 쓰는 환경에 오니 마음이 새로워진다.


"라분. 사무소 지부로 가자."

"알겠다."


두 번째 입장은 첫 번째보다 비교적 익숙하게 이루어졌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입장도 있겠지.


사무소 직원이 아는 체를 했다.


"여. 이야기 들었다."

"?"

"오크 챔피언을 단신으로 잡았다면서, 3층에서는 트롤도 잡고."

"!"

"크크. 이 바닥이 은근히 소문이 잘 돌아. 특히 새로운 다크호스의 등장은 훨씬 더."


직원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순식간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럴 때의 내 방침은 정해져 있다.

태연하게, 당당하게.


"뭐, 그런 것 같네요. 이번에는 리자드맨 챔피언이나 사냥해 보렵니다."

"패기도 넘치네. 기대하고 있다고."


나는 당당하게 의뢰들이 자리한 벽으로 걸어가 리자드맨과 관련된 의뢰를 살폈다.

기본적으로 오크와 관련된 의뢰를 찾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만만한 거 두 개, 어려운 거 한 개.



[리자드맨의 온전한 꼬리 5개]

[리자드맨의 발 3개]

[리자드맨 주술사의 지팡이 1개]



의뢰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라분이 당당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에는 시비를 거는 놈들을 꽉 눌러줬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소문이 났는지 힐끔거리는 시선은 느껴지지만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응?"


나는 그나마 가까이 있는 탐험가들의 면면을 살피던 중,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나에게 시비를 걸어 손목이 반쯤 잘린 놈의 동료들이었다.


내게 참교육을 당한 놈은 역시나 없었다.

아무래도 제때 치료를 못한 모양이다.


'미궁에서 다시 볼 일은 없겠군.'


녀석들은 나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며 멀어져 갔다.


충분히 기분 나쁜 상황.

하지만 나는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로 했다.

나 같은 대인배가 또 없다.


"라분. 가자."

"알겠다."


켄드릭이 재검수하고 라분의 체형에 맞게 조절한, 본인을 위한 전용 방패를 든 라분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나를 보고 수군거리던 놈들은 나를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뿐 내 목적지를 알아내려는 움직임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신경 끄고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기합과 함께 안전지대를 벗어났다.


"아자. 아자. 화이팅!"


리자드맨의 구역으로 분류되는 통로를 선택했다.


리자드맨이 등장하는 구역을 찾아 이동하던 중, 떠돌이 고블린들을 상대로 라분과의 호흡을 점검했다.

마주하기 10분 전부터 계획된, 내가 원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전투다.


"우어어어!"


은밀히 접근한 우리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고블린들.


"케엑?"


라분의 중량감 있는 돌진과 뒤이은 방패 차징이 고블린들의 진형을 붕괴시킨다.

그 뒤를 바짝 따라온 나의 칼춤이 이어졌다.


그렇게 고블린 7마리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우어어어!"

"시끄러워. 잘했어."

"후우. 후우."


오랜만에 이뤄진 전투의 흥분을 마구 뽐내는 라분.

자신감이 아주 넘친다.


그런데 신경 쓰이는 기척.


"근처에 파티들이 꽤 있네."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학즉사법으로 인해 강화된 감각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니까.


이렇게 민감해진 감각도 3위계로 오르며 생긴 부작용이다.

어쩌겠는가, 이 감각은 생존을 위해서라면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기도 했다.

내가 적응하는 수밖에.


그렇게 미궁 깊숙한 곳으로 나아가자 바닥이 축축해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좋아. 오늘 탐험은 여기까지."

"얼마, 안 왔다."

"첫 날이잖아. 몸풀기 정도는 됐어. 내일 본격적으로 갈 거니까 각오하라고."

"좋다."


미리 봐두었던, 양쪽 길이 뚫려있는 홈에 자리 잡았다.

라분이 먼저 자고, 나는 모래시계를 올린 뒤 마나 통제력을 수련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두 시간 뒤.


"얌마. 얌마!"

"으. 으으."


라분을 달달 흔들어 깨우고 얼른 잠에 들었다.

미궁에서는 쪽잠을 잘 자는 것도 능력이다.


⋯⋯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순간 본능에서 비롯된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라분이 벌떡 일어나는 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들려온 메아리처럼 내 머릿속을 울렸다.


그리고, 명확히 들려오는 종소리.


딸랑!


"주, 주인!"


어? 음냐?


순간 몸이 덜컥이고.


어어?


-키릭.







⋯⋯⋯


나는 야영지에서 종을 설치하던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곧 전신에 힘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뭐지?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죽었어.'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로. 무기력하게.

의아함에 이은 허무함.


'누가 나를 죽였다.'


이렇게 이유조차도 알지 못한 죽음은 처음이었다.

점차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분노가 몸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아직 뭔지는 모르겠지만, 다 죽었다."


머리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꿀잠자다가. 죽었다.

이것만 해도 억울한데 가장 억울한 부분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이다.


멀뚱멀뚱 나를 바라보는 라분을 보았다.


생각해보자.


라분에게는 공격 방지 마법이 걸려있다.

무엇보다 저 착한 놈이 나를 죽일 리도 없고.


당연히 라분은 제외.


"분명⋯"


죽기 전에 종소리를 들었다.

야영지 밖에서 접근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종을 설치하다 말고 생각에 잠기자 라분은 별 말 없이 설치를 마무리하고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라분을 신경 쓰지 않고 생각을 이어나갔다.


종소리가 들리자마자 죽었다.

하지만 종과 야영지는 거리가 있다.

즉, 종을 울린 놈과 나를 죽인 놈은 다른 놈이다.


만약 적이 종소리를 일부러 냈다면?


"종소리는, 불침번을 보던 라분의 시선을 돌리고 나를 죽이기 위한 연막."


사실 그게 아니라 반대쪽에서 실수로 냈다면?

먼저 접근하던 적이 빠르게 날 죽인 거라면?


"적이 여러 명일 수도 있겠어."


둘 다 좋지 않은 방향이다.

하물며 적이 몬스터인지, 인간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늘은 탐험을 중간에 멈췄기에 체력이 넉넉하다는 점이다.


이 점을 이용해야겠다.


"라분."

"주인. 표정이 좋지 않다."

"아무래도 자리를 옮겨야겠어. 예감이 좋지 않아."

"알겠다."


라분은 아무런 불만 없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라분이 움직이는 동안 지도를 펼쳐 이곳에 오기까지의 기억을 되살렸다.


'가장 습격을 대비하기 좋은 구역이.'


나는 이곳에서 30분 거리에 있던 갈림길을 기억해 냈다.


분명 갈림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막힌 길임.]


막힌 길은 야영지로 적합한지 알아보는 편인데, 끝이 있는 길 치고는 그 끝이 바로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그곳으로 가자.'


어쩌면 습격을 당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장소가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으니.


너무 걸어 자기 발을 주무르고 있는 라분을 달래며 점쳐둔 갈림길로 이동했다.


'근처에 감지되는 다른 파티는 없어.'


갈림길 입구에 종을 쳐 최소한의 대비를 했다.

라분은 아무 걱정 없이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강화된 감각에 모든 능력을 집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아주 은밀하게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제기랄."


인간, 사람이다.

숫자는 3명, 아니 4명, ⋯5명.


모래시계를 보니 내가 불침번을 선지 4시간이 지난 시점이다.

만약 잠을 자고 있었다면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을 시간이기도 했다.


'클라이머? 아니면 살인강도 짓을 하는 탐험가?'


어찌 됐든 저들의 이동 경로는 명백히 내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고, 그 목적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얼른 기척을 죽이고 라분에게 가 라분을 깨웠다.


"라분."

"으, 주인. 시간인가."

"조용히 하고 들어. 인간의 습격이다."

"!"

"5명이야."

"!"

"명심해.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알았다."

"준비해."


나는 천천히 갈림길의 입구로 돌아갔다.

이대로 전력으로 도망간다는 선택지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의 실력을 가늠한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저들은 장소를 바꿨음에도 나를 특정하여 추적해왔다.


이번에 장소를 옮길 때, 나는 라분을 앞세우며 최대한 우리의 흔적을 지우며 왔다.

애초에 미궁의 돌바닥은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어떻게 추적을 했는지 알아내야 해.'


그 대가가 죽음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도망친다고 해도 추적이 거세지면 풀어낼 자신이 없었다.


걸음이 비교적 느린 라분도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내가 검을 매만지고 있을 때, 적 선두가 갈림길이 보이는 장소에 진입했다.

나는 일부러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무릎 위에 뽑은 검을 올려놓고, 한 손으로는 기름 먹인 천을 들었다.

충분히 검을 손질하다 자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습격자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내 모습을 보고 잠깐 멈추더니 이내 등에 걸려있던 활과 화살을 들었다.


'망할.'


시위 당겨지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화살이 발사되었다.

화살은 제압용인지 정확히 내 팔을 노리고 들어왔다.

보통 실력이 아니다.


나는 칼자루를 살짝 들어 올려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다.

화살에 마나가 잔뜩 담겨있어 검 전체가 징징 울렸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냐?"


습격자들은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나와의 거리를 좁혀왔다.

일련의 움직임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애초에 사람 죽이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클라이머. 아니면 살인강도가 전문인 탐험가.'


가장 원한이 있을 만한, 예전에 4층 안전지대에서 나와 시비가 걸린 놈들은 아니다.

아예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성질부터 달랐다.


'안정적이야. 3위계군.'


나와 비슷한 실력으로 예상되는 검사 한 명과 조금 쳐지는 세 명.

세 명 중 하나는 로그다.


그즈음 라분이 내 옆에 섰다.


"무조건 방어해. 여기 입구가 좁아서 둘이 막으면 충분하니까. 그리고 버텨."

"알겠다."


적이 지척에 다다랐다.

복면을 쓰고 있어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인 것만은 궁금했다.


의외로 적은 우리의 방비를 보더니 바로 공격하지 않고 자리에 멈췄다.

마나를 한껏 끌어올리며 긴장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


잠깐의 대치 상황.

나는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뭐야 이 씨부랄 새끼들아!"

"⋯⋯."


리더인 것으로 보이는 3위계 남성이 나를 빤히 살펴봤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너는 귀족이냐?"

"⋯아닌데?"

"이곳에 온 목적은 뭐냐."

"⋯탐험하러."

"돈은 많겠지?"

"천애 고아에, 땡전 한 푼 없습니다만."

"이런. 속았나."


리더의 마나가 흔들렸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에 몰래 숨겨놨던 단검을 던졌다.


"!"


리더는 바로 반응해 피했지만 애초에 내 목적은 리더가 아니었다.

리더 옆에 있던 다른 놈이 왼팔을 크게 베여 뒤로 물러났다.


"이 씨발놈이!"


하지만 그 분노도 남자가 손을 들어올리자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파티 장악력이 꽤 강한 모양.

나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이미 모습을 보인 이상 살린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냥 죽어라. 로비슨, 너는 뒤로 빠지고."

"네, 대장."


이제 쉽게 죽어줄 생각은 없다.


리더와의 간격을 가늠하며 검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일단. 저놈은 죽이고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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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미궁의 무한회귀자 32 NEW 2시간 전 78 5 11쪽
31 미궁의 무한회귀자 31 24.09.16 486 25 14쪽
30 미궁의 무한회귀자 30 +1 24.09.15 688 27 13쪽
29 미궁의 무한회귀자 29 +1 24.09.12 795 29 11쪽
28 미궁의 무한회귀자 28 +2 24.09.11 847 29 11쪽
27 미궁의 무한회귀자 27 +1 24.09.10 871 32 13쪽
26 미궁의 무한회귀자 26 24.09.09 891 28 16쪽
25 미궁의 무한회귀자 25 +1 24.09.08 902 29 12쪽
24 미궁의 무한회귀자 24 24.09.07 896 26 11쪽
» 미궁의 무한회귀자 23 24.09.06 905 27 12쪽
22 미궁의 무한회귀자 22 24.09.05 899 27 11쪽
21 미궁의 무한회귀자 21 +3 24.09.04 916 32 14쪽
20 미궁의 무한회귀자 20 +1 24.09.03 938 27 14쪽
19 미궁의 무한회귀자 19 +1 24.09.02 924 27 13쪽
18 미궁의 무한회귀자 18 +2 24.09.01 931 33 12쪽
17 미궁의 무한회귀자 17 +3 24.08.31 950 31 14쪽
16 미궁의 무한회귀자 16 24.08.30 995 28 14쪽
15 미궁의 무한회귀자 15 +1 24.08.29 1,041 33 12쪽
14 미궁의 무한회귀자 14 24.08.28 1,064 31 12쪽
13 미궁의 무한회귀자 13 +2 24.08.27 1,123 32 12쪽
12 미궁의 무한회귀자 12 24.08.26 1,172 35 16쪽
11 미궁의 무한회귀자 11 24.08.25 1,211 40 13쪽
10 미궁의 무한회귀자 10 24.08.24 1,242 36 12쪽
9 미궁의 무한회귀자 9 +1 24.08.23 1,287 34 12쪽
8 미궁의 무한회귀자 8 +1 24.08.22 1,307 37 10쪽
7 미궁의 무한회귀자 7 24.08.21 1,373 42 11쪽
6 미궁의 무한회귀자 6 24.08.20 1,378 41 13쪽
5 미궁의 무한회귀자 5 +1 24.08.19 1,442 3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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