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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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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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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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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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양(2)

DUMMY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강철이와 교양 넘치게 음식을 먹는 듯하지만, 과하게 많이 먹는 이시미.

루디는 그에 반해 자신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사문을 보며 물었다.


“쯧...”


사문은 혀를 차고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후 불을 붙이고 부채질을 시작하자, 연기가 그들의 주변에 떠돌았다.


“소리가...”


요리하는 소리도,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연기를 보며 주고받는 대화도 들리지 않았다.

루디는 갑작스러운 정적에 당황하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남들이 들어서 좋은 얘기는 아니니까.”

“마법사였나.”

“뭐,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그보다 집안에서 꽤 기분 나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그, 그걸 어떻게... 아니, 너 뭐야...”


사문은 그의 눈을 통해 한 가지 큰 기억을 봤다.

작은 문틈을 통해 본 어린아이의 죽음.

아이를 죽인 건 그의 아버지이자, 영주인 웨슬로 디아카테였다.

아이의 피는 공중을 흐르며 그의 입으로 향했었다.


“젊은? 아니, 힘 때문인가... 애초에 인간도 아녔네.”


영주는 인간의 탈을 쓴 무언가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사문은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루디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가족들 모두... 이미 늦은 건가... 아니,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네.”

“뭐?”


루디의 기억 속 가족들은 모두 몸을 빼앗긴 상태였다.


“두렵지? 가족들이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고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으니까.”

“어떻게 아는 거야...”

“네 눈을 통해 봤을 뿐이야.”


루디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두려웠다.

가족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언젠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하지만 한 짓이 용서받을 수 있는 건가란 의문도 들고.”

“맞아. 잘못된 일인 건 알지만...”

“그런데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 왜 너만 멀쩡한가? 너만 왜 변하지 않았는가?”


루디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탓에 고개를 든 그는 생각에 잠겼다.


“모르겠어... 넌 아는 거야?”

“나도 모르겠네. 속을 알 수 없는 족속들이야.”

“그럼, 왜 물은 거야!”

“너라면 알까 하고.”


다 아는 듯이 말해놓고 그건 또 모른다고 하는 태도에 루디는 분노하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몸을 빼앗는 존재에 대해들은 적 있어?”

“하... 지금 네 말은 우리 가족들이 다른 존재에게 몸을 빼앗겼단 말이지?”

“그래.”


가족이 잘못한 게 아니라 몸을 빼앗은 녀석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루디의 눈이 살짝 희망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사문의 눈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몸을 되찾을 수도 있는 거겠지?”

“내 말을 믿는 건가?”

“아무도 모르던 내 고민을 알았으니까. 들을 가치는 있지.”

“몸을 되찾을 수 있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지 않는 이상 쉽지 않아.”

“그렇구나... 나와 함께 성으로 가지.”


루디는 취기가 가신 얼굴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사문과 두 뱀은 일어서지 않았다.


“아직 다 안 먹었어.”

“그렇군...”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


“확실히 흉흉하군.”


사문은 옷소매로 코를 막으며 성의 앞으로 다가갔다.


“난 모르겠네.”

“아직 경지가 낮아서 그런 거야.”

“실력이 는다면 나도 느낄 수 있는 건가? 아니지 기사단장도 다른 말을 없었으니...”

“맞아. 단순히 강하다고 감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특별한 재능을 가졌거나, 벽을 뚫어야만 느낄 수 있었다.


“멈춰라!”

“루디 님과 손님 세 분이다. 창을 거둬라.”


어두운 밤, 횃불로 얼굴을 확인한 성문의 기사들은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이었다.


“늦은 밤, 영주님의 허가 없이 외부인의 출입은 불가합니다.”

“들으셨죠. 제가 안 될 거라...”


루디는 함께 온 기사를 밀치고는 성문을 지키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문이나 열어. 안에서 이 친구들이랑 술 마실 거니까.”

“하, 하지만...”

“아주 충신이야, 그래... 허락만 맡으면 된다는 거지?”

“예... 아, 아닙니다!”

“아버지!!!”


루디는 미친놈처럼 성의 중간층을 향해 소리쳤다.

기사들은 그 상황에 당혹스러웠다.


루디의 고함이 워낙 커서 주변에 위치한 영지민들의 집까지 들려 망신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문을 열어줘도 질책받을 것이었고 문을 열지 않아도 루디를 막지 않았다고 질책받을 상황이었다.


“여, 열겠습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결국 기사들은 루디와 일행들이 사고 치지만 않기를 바라며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


“루디, 네 놈!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짓이냐!”


성에 들어서자, 밖에서 난 그의 목소리에 잠에서 깬 웨슬로와 그의 두 아들, 부인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하하하, 꽤 재미난 친구를 만나서 말입니다. 그저 술집이 저희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한다 하니 성에서 더 마시려고 했을 뿐입니다.”

“한심한 놈. 브리아 왕국과의 전쟁이 끝난 지 겨우 25해밖에 되지 않았다. 또 전쟁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 술을 마시며 나돌아 다닐 시간이 어디 있단 말이냐!”


발루아 제국과 브리아 왕국.

두 국가는 대륙의 수많은 국가 중, 가장 강한 힘을 지녔으며 대륙의 패권을 두고 자주 전쟁을 벌이는 관계였다.

거기다 디아카테 영지는 브리아 왕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만큼 군사력에 집중한 곳이었다.


“전쟁은 한동안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또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왕국의 전대 왕이 제국의 손에 죽었다. 그들이 얼마나 칼을 갈고 있을지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유릭 브리아는 절대 전쟁을 먼저 일으키지 않습니다. 제국 또한 얻은 것이 있으니, 한동안은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유릭 브리아. 제국의 현 국왕으로 성군이라 알려진 이였다.


‘손님들을 세워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그보다 확실하네.’

‘그래...’


사문은 둘의 대화에 집중하면서도 영주 웨슬로와 다른 이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몸을 빼앗겼던 게 아녔어. 공존이야.’


웨슬로의 의지는 아직 살아있었다.


“유릭 브리아는 적국의 왕이지만, 성군입니다. 전쟁의 고통과 부모를 잃었단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였고 왕국을 위해 외부가 아닌 내부,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한 이입니다. 그런 이가 다시 전쟁의 고통을 국민에게 주려 할 리가 없습니다.”

“그놈을 옹호하는 것이냐!”

“옹호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겁니다!”


웨슬로는 전쟁에 과한 집착을 보였다.

보통 몸을 빼앗는 존재는 그런 욕망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도 본래 사문의 세계와 비슷하다면 그 욕망이 트리거가 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기운이 세는군.’


분노한 탓인지, 역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만하게나. 그래도 아버님이신데, 그렇게 아득바득 덤벼서야 하겠어.”

“하... 그래... 자네 말이 맞지.”

“못난 놈... 새로 사귄 친구와 술을 마시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해라!”


웨슬로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부인도 뒤를 따라 올라갔다.


“루디, 알잖아. 전쟁이 끝난 건 아니야. 잠시 쉬어갈 뿐이지.”

“맞아. 지금도 곳곳에서 작은 전투가 벌어진다고.”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줄어들 겁니다.”


위에선 전쟁으로 얻을 이익을 원하지만, 밑에선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피하고 싶어 했다.

귀족들도 밑의 소리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네가 뭘 알겠냐.”

“거, 친구분들은 재밌게 놀다 가시죠. 단, 너무 시끄럽지만 않게 부탁드리죠.”

“예. 최대한 조용히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루디의 두 형들도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테드릭, 술과 안주를 가지고 내 방으로 가져와 줘.”

“막내 도련님, 방보다는 식당에서... 알겠습니다.”


사용인 버틀러는 루디의 표정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딘가로 향했다.


“내 방으로 가지.”

“그래.”


사문은 그의 뒤를 따르며 기감을 끌어 올렸다.


‘가장 악취가 심한 곳은 꼭대기인가...’


수상한 기운이 밀집된 곳이 몇 군데 존재했으나, 가장 심한 곳은 꼭대기였고 루디의 눈을 통해 본 곳이었다.


“오! 이런 침대가!”

“꽤 솜씨가 좋네.”


방에 들어서자, 강철이는 가장 먼저 침대에 뛰어들었고 루디는 그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반면 이시미는 여러 예술품을 감상했다.


“보니까 어때?”

“좋지 않아.”

“그래...”


루디의 목소리가 힘을 잃었다.


“정확히 어떤 점에서지?”

“몸을 빼앗긴 게 아니야. 공존이야.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한 몸에서 공존을 하고 있어.”

“젠장... 그럼, 악마인가.”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는다.

대체로 악마와 인간의 계약이 그러했다.

악마는 인간의 욕망을 들어주고 인간은 악마에게 인신공양을 하거나, 흉악한 짓을 요구받았다.

오래전에는 악마와의 계약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려웠기에 루디는 아니기만을 바랐었다.


“악마라...”


엘프나 고블린도 있는 마당에 악마 정도는 신기하지도 않았다


“악마란 인간의 욕망에 끌리는 존재가 맞지?”

“보통은 그렇게 알려져 있어. 그런데 넌 어디 출신인 거지?”


루디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모습에 조금 의문을 가졌다.

거기다 술기운이 많이 날아간 덕인지, 사문의 모습이 더 이국적으로 보였다.


“그냥 먼 곳에서 왔다고 생각해.”

“뭐, 알겠어. 그런데 방법은 없는 거야?”


악마는 욕망을 부추겼다.

때어 놓을 수만 있다면 조금은 상황이 나아질 것이었다.


“전쟁으로 형제를 잃었어. 부하도 잃었고 한쪽 다리는 극심한 상처를 입었지.”

“그랬다고 들었지.”


전쟁은 웨슬로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았었고 큰 상처를 남겼었다.

또다시 잃을 수 있다는 공포심이 없는 건 아녔지만, 잃었던 고통이 너무 커 그를 계속해서 전쟁으로 이끌었다.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너무나 어렸던 루디에게 기억은 없었다.

모두 전해 들은 것이었다.


“다리... 아버지의 다리가 나았던 때와 변했던 시기가 비슷한 거 같은데?”

“그때가 맞아. 그 시점부터는 그의 기억을 볼 수 없었으니까.”


악마가 깃든 시점부터의 기억은 그의 눈에서 읽을 수가 없었다.


“원래 아버지는 다른 두 형들과 나를...”


똑똑똑!


“도련님 술과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테드릭의 목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들어와.”

“예.”


테드릭의 뒤, 다른 사용인들이 들고 온 탁자를 방의 중앙에 내려놓고는 그 위에 술과 음식을 올렸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말씀하시지요.”

“충분해. 수고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어.”

“예.”

“... 늦은 시간에 미안해...”

“아닙니다.”


테드릭은 미소를 지으며 사용인들을 데리고 방을 떠났다.


“본성이 나쁜 놈은 아닌데.”

“뭐, 상황이 싹수를 노랗게 물들였지.”

“뭐?”


루디는 두 뱀의 말에 발끈했다.

그러건 말건 두 뱀은 자리에 앉아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거지?”

“에휴... 그러니까. 식비가 남아나지 않아.”


한숨을 내쉬며 사문도 자리에 앉았다.

다만 음식은 건들지 않고 술병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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