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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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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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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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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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상(4)

DUMMY

“이, 이걸 언, 언제까지 해야...”


고통스러운 듯이 몸과 목소리를 떠는 포테이.

그는 양손을 앞으로 뻗고 다리는 벌린 채 몸을 낮춘, 마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왕이 되기엔 자질이 모자라단 생각에 왕의 자리에 욕심이 없었지? 내가 볼 때는 아니야. 넌 욕심을 보이지 못한 거지, 욕심이 없진 않아.”


현 왕인 오스트와 같은 자가 왕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자는 없었다.

차라리 내가 왕이 된다면 그런 왕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힘이 내게는 없다.

포테이는 드러내지 못했을 뿐, 왕위에 욕심이 있었다.

그 욕심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처럼 약한 수인을 위해서였다.


“자신이 없다면 자신을 키워야지. 자세 무너진다.”


건강한 정신이 깃들 몸을 만들기에 단련만큼 좋은 건 없었다.

거기다 힘이 필요하지만, 신체적으로 취약한 포테이에게 무술을 가르치기 위해선 몸부터 키워야 했다.


담배 한 대를 물고 인체해부도가 그려진 책에 뭔가를 적어 내리며 포테이에게 지적했다.


“그, 그 냄새 좀 안 나게 해주면 안 됩니까! 연기 때문에 더 힘듭니다. 아무리 근육을 이완시키고 기분을 고양한다고 해도 몸에 해롭습니다!”

“몸에 나쁜 걸 모르고 피는... 뭐?”


순간, 사문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너 이게 뭔지 알아?”

“니코니아 아닌가요?”

“니코틴?”

“아니요. 니코니아요. 분명 말린 그걸 태우는 냄새인데, 다른 게 조금 섞인 거 같긴 하지만 주재료는 분명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청각에 비해 떨어질 뿐, 후각이 떨어지는 건 아녔다.

수인들은 모든 감각이 인간보다 뛰어났고 그중에서도 특화된 게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담배 냄새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 세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이게... 있어? 일단 자세 풀고 이리와 바.”


남은 건 담배는 세 갑.

아낀다고 아꼈지만, 결국 사라질 것이었다.

희망을 본 사문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약으로 쓰려고 채집하고 연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다지 효능은 못 볼 거 같고 중독성도 있는 거 같아서 그만뒀었죠.”

“따로 재배하는 곳은?”

“제가 알기론 없어요.”

“이런... 아니지, 일단 있다는 걸 알았으니, 좋은 거네.”


포테이는 담배에 자신도 모르던 효과가 있었느냐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건...”

“아, 혈 자리와 혈도야. 내공을... 아니지, 마력을 다루기에 외워두면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상대를 공격할 때도 도움이 되겠지.”

“마력을? 마력은 보통 심장 부근에서 축적하고 몸에 휘감아서 사용하지 않나요?”


포테이는 여러 혈 자리 중, 옥당에 손을 가리켰다.


“흠... 의술을 익힌 만큼 머리가 좋겠지. 잘 봐.”


사문은 앞으로 나가, 호왕무의 첫 번째 기술, 호왕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너희는 마력을 너무 감각적으로 다뤄. 그건 빠르게 동작과 마력의 움직임을 일치시킬 수 있어서 빠른 공격이 가능하지만, 마력의 낭비가 심하지.”


콰웅!

짐승의 울음과 닮은 파공음이 울렸다.


“하지만, 마력을 혈 자리에 통과시키며 펼치는 기술은 조금 난도가 올라가지만, 낭비가 적어. 그만큼 강한 위력을 보이고.”


콰우웅!!

가볍게 내지른 주먹의 끝에서 폭발을 일으킨 마력.

포테이는 황급히 귀를 막았다.


“혈도에 마력을 어떻게 흘리느냐에 따라 또 다르지.”


사문은 나무로 다가가 주먹을 표면에 붙였다.

마력도 잔잔하게 그의 몸을 타고 나무를 향해 움직였다.


“뭘 하려는...”


파앙!

멀쩡했던 나무의 뒤가 갑작스럽게 터져나가자, 포테이는 놀라움에 멍하니 바라봤다.


“침투경이란 거야. 혈도에 마력을 잔잔히 흘려 침투시키는 기술이지. 잔잔한 만큼 적의 내부에 주입하기도 쉽지, 그러나 잔잔해 보였을 뿐, 많은 양이 압축되어 있고 전달되어 풀리면서 이런 효과를 보이지. 혈도에 마력을 어떻게 흘려보내는 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휘 되지. 그리고 그 흐름을 조금이라도 섬세하게 다루기 위해선 조금 더 움직여야하니, 바로 휘두르는 옥당 보다는 아래에 위치한 기해가 좋아.”


내부를 파괴하는 기술.

육체의 힘이 부족해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건 저도...”

“육체의 단련이 없어도 될 거 같지만, 이렇게 압축한 마력을 잔잔하게 흘려보내려면 혈도가 얼마나 튼튼해야겠어.”

“그렇네요.”


왕도가 없는 건 아녔지만, 그것도 재능을 타고났거나, 기본 바탕은 깔려 있어야 했다.


“그런데, 호왕무는 혈도란 걸 안 다루잖아요. 의미가 있나요?”

“내가 굳이 더 좋은 걸 두고 호왕무인지, 뭔지를 가르치겠어?”

“그 말은...”

“내게 맞는 새로운 걸 가르칠 테니, 다시 단련이나 시작해. 모든 무술의 기본은 하체에서 비롯되니까, 땅을 붙잡는다는 느낌으로 자세에 집중해.”

“그게 무슨 말인지... 일단 다시 할 게요.”


포테이는 한숨을 내쉬며 마보 자세를 취했다.


“혈 자리랑 혈도는 대충 그렸고, 이제 저 녀석에게 맞는 무공을 만들어 줄 차례네.”


사문은 여러 장의 빈 종이를 가져와 글과 그림을 써 내려갔다.


‘일대종사 납셨네.’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지 않아?’

‘그 동굴에서 우리가 주인을...’

‘시끄러워,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사문은 고개를 흔들어 과거 기억을 떨쳐냈다.


“보자, 각력은 좋으나, 완력과 악력이 떨어지니, 이런 방식이 좋겠네. 몸도 탄력이 있으니, 적당하겠어.”


간만에 사람 하나 키우는 재미에 사문은 정신이 없었다.


육체를 단련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할 정도로 수인과 인간에겐 차이가 있었다.

수인의 몸은 평범한 인간보다 더 빠르게 근육이 붙었고 그 밀도 또한 뛰어났기에 작은 몸에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다만, 포테이의 신분은 의원이었다.

왕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왕궁으로 종종 향해야 했기에 수련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그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는 편이네.”


오스트는 천명을 다해가는 것이기에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그저 종종 몸 상태를 확인받고 자신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아는 것이기 포테이를 찾는 일은 적었고 그것도 잠시였다.


“슬슬 해도 괜찮겠네.”


본래도 재능은 지니고 있었기에 최소한의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겨우 7일이었지만, 포테이는 거의 죽어가는 표정이었다.


“포테이, 여기 앉아.”

“또 뭘 하려고... 아니, 뭐라도 있는 거겠죠. 오스트 님도 보기 좋다고 하셨으니, 뭔가 변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 볼 줄 아는 녀석이네.”


죽어가는 표정과 지쳐 힘없이 늘어져 있는 몸.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 그리 좋은 상태는 아녔다.

하지만 몸을 혹사시켜 단련하는 중인 걸 파악한 이들이 보기엔 분명 보기 좋은 상태였다.


“흠... 다음에 한 번 나와 함께 궁으로 가자.”

“네?”

“왜? 해코지라도 할까 봐?”

“그건 아니지만... 일단 말씀드려 볼 게요.”

“그래. 이제 입 닫고 여기 앉아봐. 내가 지금부터 네 몸에 마력을 집어넣고 움직일 테니까, 잘 집중해서 그 움직임을 기억해 둬.”


사문은 포테이의 등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마력은 고요하게 흘러 들어가 포테이의 기운과 맞닿았다.

마치 손을 잡고 당기듯이 움직이는 마력은 혈 자리를 통과하며 혈도를 막은 찌꺼기를 밀어내고 통로를 강제로 넓혀갔다.


포테이는 고통스러운 듯이 얼굴을 구겼지만, 꾹 참으며 버텨냈다.

마력이 점점 거칠게 혈도를 지나가기 시작했음에도 버텨내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한 번에 혈도를 넓히고 탁기를 몰아내려니 고통스럽지.’

‘그래도 잘... 윽!’


검게 물들어가는 포테이의 옷.

심하게 풍기기 시작한 악취에 사문의 몸에 깃들었던 강철이와 이시미가 조심히 그의 몸을 빠져나와, 거리를 벌렸다.


‘지금부터 잘 기억해. 마력을 기존에 네가 알고 있던 대로 중단전, 옥당에 담아두지 마. 이곳은 지금으로서는 일러. 앞으로는 기해에다 담아. 지금 하는 이 과정을 통해 체내에 흐르는 마력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깨우친다면 옮겨 담아둘 수 있을 거야.’


전음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포테이에게 전달되었다.


‘지금부터 내 마력은 네 마력을 따라 움직일 거야. 잘못된 길을 들어서지 않는다면 따라가기만 할 테니, 내가 했던 대로 직접 움직여봐.’


포테이는 사문의 말을 듣고 조금 느리고 투박하지만, 마력은 혈도를 따라 움직였다.

고통은 심했으나,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는 포테이의 뺨에서 검은 땀이 흘러나왔다.


‘제대로 반칙을 쓰네.’

‘그렇네.’


무인이 무인에게 벌모세수를 해주는 게 아녔다.

사문이 경지를 잃긴 했지만, 그 누구보다 높은 경지에 닿았던 만큼 그가 해주는 벌모세수는 반칙이라 봐도 좋은 방식이었다.

단순히 혈도가 튼튼해지는 것 이상의 현상이 앞으로 포테이에게 드러날 것이었다.


포테이의 몸이 조금이지만,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더니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에이, 일부로 저기까지만 유도했네.”

“준비도 안 된 놈을 강제로 끌어올렸다가 등선시킬 일 있어?”


깨달음 없는 경지 상승은 언젠가 추락하거나, 검게 물들 뿐이었다.

사문은 그가 스스로 올라가야 할 길까지 등을 밀어주진 않았다.


“후... 눈을... 으악! 빨리 씻고 와!”

“아, 아! 네! 으악! 배, 뱀이!”

“시끄러워. 냄새나니까, 빨리 지나가.”

“아... 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검게 물든 옷과 악취를 발견한 포테이는 강철이와 이시미를 보고는 뒷걸음질 쳤다.

강철이의 말에 당황했지만, 사문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신경도 쓰지 않자, 황급히 씻으러 달려갔다.


“혈도에 뭔 짓을 했어?”

“조금 물들였지. 내가 이래 보여도 도사잖아, 어울리는 자연의 기운으로 물들였어.”

“뭐, 오행?”

“오행까진 아니고, 팔괘의 일부. 건곤으로 물들였지.”

“언젠가 빠질 물 아니야?”

“자연지기를 다루지는 못해도 구분할 수 있으면 빠지지는 않을 거야.”


하늘의 기운인 건(乾), 땅의 기운인 곤(坤).

상반되지만, 그 어느 기운의 조합보다 조화로운 두 기운이었다.

사문은 본격적으로 무공을 가르칠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마보를 하면서 내가 계속 말했지.”

“땅을 붙잡는 감각으로요?”

“마력은 그 어느 곳에도 있어. 잘 느껴봐. 붙잡는다는 게 무슨 감각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돌아온 포테이는 바로 땀 흘리기에 돌입했다.


“아...”


포테이는 알 수 있었다.

혈도와 마력을 물들인 곤(坤)이 너무나 땅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고요하고 단단했으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이 허가기까지 했다.


포테이는 자신의 마력을 땅과 접촉시켰다.


“감각이 좋네.”


사문은 만족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땅을 잡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겠어요.”

“그래. 그럼, 다음 단계로 가자. 기해에 위치한 마력을 중극, 양능천, 현종, 용천으로 흘려보내며 땅을 박차. 아니, 폴짝 뛰지 말고 한발만.”

“네.”


사이사이, 다른 혈 자리들도 있었으나, 지나가는 관문이기에 사문은 생략했고 포테이 또한 이해하며 그의 말대로 마력과 몸을 움직였다.


“어? 으, 으아아!”


터엉!

포테이의 다리가 땅의 기운과 부딪히며 뒤로 날아갔다.


“윽!”

“그 감각이야.”

“예?”


포테이는 당황과 원망담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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