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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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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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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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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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상(2)

DUMMY

“허가받지 않은 인간은 니치아에 출입할 수 없다.”


바람이 등 떠밀고 별이 안내해 준 곳은 수인들의 나라 니치아의 수도였다.

니치아는 이전에 방문했던 디아카테와 비교했을 때, 훨씬 거대했지만, 국가의 수도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은 곳이었다.


도착한 사문은 들어가지 못하고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에 의해 앞이 막혔다.


‘꼭 둔갑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요괴 같네. 개와 곰인가?’


짐승의 귀와 꼬리를 가진 그들.

흔히 수인이라 부르는 대륙의 한 종족이었다.


“허가라면 어떻게 받아야 하는 겁니까? 이걸로는 안 되는 겁니까?”


사문은 모험가임을 증명하는 목걸이를 보였다.


“모험가는 출입이 불가하다. 신분을 보증할 수인이 있거나, 정식 절차를 밟은 상단만 출입이 가능하다.”

“에이, 까다롭네.”

“인간...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모르는 것이냐!”


곰의 귀와 꼬리를 가진 수인이 소리쳤다.

거대한 맹수의 울음소리와 같이 주변을 울렸으나, 사문의 몸을 굳히기엔 부족했다.


“흠,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사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러났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도대체... 어휴...”


엘프도 인간을 싫어했다.

수인들도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숲으로 들어온 사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뻔하지, 같은 인간끼리도 차별하는 너희가 저들을 어떻게 대했겠어.”

“여긴 다른 세계잖아.”

“그렇다고 인간이 다르겠어?”

“별 차이는 없겠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비슷하듯 이곳이라고 다를 거 같진 않았다.

실제로도 인간의 욕망을 봤던 만큼 더 그랬다.

사문은 강철이의 말에 동의했다.


“내가 볼 때, 분명 인간이 저들을 노예로 부렸을 거야.”

“뭐?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소설 같은 거 보면 항상 인간들이 다른 종족을 노예로 부리잖아. 엘프는 예쁘다는 이유고 수인은 힘이 세서 부려 먹기 좋다는 이유로 항상 그러던데?”

“설마,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내가 볼 때는 그게 맞아. 글을 썼던 사람도 인간을 그렇게 생각하니까 썼겠지.”


이시미의 확신에 당혹스럽긴 했지만, 완전히 부정하기엔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거쳐 온 두 도시에는 노예로 보이는 녀석들이 없었는데.”

“영주의 성향 차이겠지.”

“흠...”


노예로 보이는 수인은 없었다.

하지만 눈에 보였던 수인은 전부 무기를 지니고 있었고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언뜻 봐도 그들의 신분은 모험가였다.


주민은 없다.

다만, 모험가는 존재한다.


“모험가 협회는 다국적 기업과 같으니까, 종족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제국은 차별이 존재해서 수인을 국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건가?”


확실히 주민과 수인족 모험가들이 서로 호의적으로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둘은 벽을 타고 들어가서 수인족을 한 번 확인해 봐.”

“어떤 모습인지, 보고 오라는 거지?”

“그래. 알잖아. 네가 둔갑술로 변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라는 거.”


둔갑술을 사용할 줄은 알았으나, 재능이 없어, 완전히 자신과 관련이 없는 모습으로는 변할 수 없었다.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


강철이와 이시미는 작은 뱀의 형태로 성벽으로 향했고 벽을 타고 올라 내부로 침입했다.


“마물 취급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한정된 둔갑술.

조금 걱정스러웠다.


“사슴의 뿔을 지닌 녀석들이 있었어. 다만, 귀랑 꼬리도 사슴의 것을 가지고 있어서.”

“두 발로 걷지만, 뱀의 꼬리와 눈을 가진 녀석들도 있었지.”

“그거면 되겠네!”

“다만 날개도 가지고 있더라... 뿔도, 그런데 사슴의 뿔은 아니라서.”

“그럼, 그거 수인족이 아니라 용인족 아니야?”


사문도 궁금증에 이시미가 보던 소설을 본 적이 있었다.


“뭐, 글로 적힌 묘사와 비슷했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인간족은 아니니까, 출입이 자유로울 수도 있잖아.”

“하... 반인반룡이나, 용인이나... 그게 그거인 거 같은데.”

“달라. 반인반룡은 용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거고 용인족은 용의 기운을 품은 인간...”

“알았어. 설정충에 설명충아.”


사문이 변할 수 있는 모습은 사슴의 뿔과 뱀의 몸을 가진 용은 아녔다.

용과 인간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룡처럼 용의 뿔과 꼬리, 비늘을 가진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반룡인 것은 아녔다.

단지, 용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슴의 뿔만이라면 어떻게 될 법한데... 귀랑 꼬리는...”

“이런 건 어때?”

“뭐?”


사문은 이시미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가 알려준 방법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었기에 따르기로 하며 다른 성문으로 향했다.


“옷이라도 몇 벌 가지고 다니는 건데.”


물의 기운으로 씻어내고 열기로 말리는 과정으로 계속해서 한 벌만 입는 단벌 신사 상태였다.

이미 눈에 띄는 옷과 얼굴을 본 병사들 탓에 다른 성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럼, 변한다.”


퐁!

사문이 합장하자, 그의 주변에 연기가 발생했다.

이후 연기 속에서 사슴의 뿔을 지닌 사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 가보자고.”

“이게 정말 될까...”

“말도 많고 탈도 많네. 그냥 부딪혀 봐.”


사문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표정으로 다른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멈춰라! 신분을...?”

“왜? 무슨 일이야?”


개의 귀를 가진 병사가 사문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늑대의 귀를 가진 병사가 그에게 접근했다.


“아니, 뿔은 분명 동족 같은데... 귀랑 꼬리가 없잖아.”

“정말 그렇네?”

“사연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이지?”


사문은 이시미가 알려준 변명을 할 생각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이 제 귀와 꼬리를...”

“이런 빌어먹을 자식들!”

“뿔은 어떻게든 지켜냈구나!”


사문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먹혀?’

‘거봐.’

‘와우...’


당혹스러움을 털어내고 사문은 다시 입을 열었다.


“겨우 도망쳤습니다. 그 악독한 놈들에게 뿔마저 빼앗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너희 사슴 수인들은 뿔을 중요시했지.”

“아, 예. 이것마저 빼앗기면 전... 그 인간들과 비슷한...”


갑자기 늑대 수인이 사문을 껴안았다.


“설령 뿔이 잘렸어도, 넌 자랑스러운 수인이다. 그깟 인간과 같아질 수는 없어.”

“가, 감사합니다!”


사문은 분위기를 타, 열연을 펼쳤다.


“얼른 들어가서 쉬어라. 신분증은 가지고 왔지?”

“짐도 다 빼앗겨서...”

“악독한 놈들...”

“그런데 그 요상한 복장은 뭐지?”


개 수인의 말에 사문은 황급히 머리를 굴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 한 인간이 줬습니다. 다 찢어진 옷을 본 제게 주더군요. 모든 인간이 악한 건 아녔습니다.”

“흠... 부정할 수는 없지. 감정이 복잡하겠구나.”

“마냥 인간을 미워하기도 감사해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보다 요란스럽긴 하지만 예쁜 옷이구나.”

“예. 이곳과 멀리 떨어진 한 부족의 전통 옷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군. 일단 들어가거라. 신분증은 이른 시일 내에 재발급을 받고.”

“예.”

“성문을 열어라!”


늑대 수인의 말에 성문이 열리며 사문을 받아들였다.


‘단순하네.’

‘거봐, 내가 먹힌다고 했지?’

‘그래. 너 잘났다.’


사문은 이시미에게 답하며 도시의 안으로 들어섰다.


‘종족 자체가 강인하네.’


다양한 짐승의 특징을 지닌 수인들.

그들은 인간과 비교했을 때, 풍기는 기백부터가 달랐다.

물론 작은 토끼나 쥐를 닮은 수인에게선 그 정도의 기백을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인간보다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지, 굉장히 가벼운 걸음걸이였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네... 좋은 인연을 만날 날인가 봐.’

‘얼씨구? 주인이 별을 보고 찾아온 거면서.’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그 별이 누구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잖아. 일단 별이 알려준 곳까지는 왔으니, 그 이후로 만날 수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


말은 그리했으나, 만날 것을 알고 있었다.

바람을 읽을 줄 아는 사문에게 불어온 바람이 자신을 따라오라고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사문은 바람을 쫓아 도시의 안으로 점점 들어섰다.


“자! 맛있는 과일이 왔습니다!”

“에이, 그렇게까지는 못 깎아줘.”

“제국에서 들여온 새로운 옷입니다!”


상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표정도 어둡지는 않았다.

부모를 따라 나온 아이들 또한 밝은 표정으로 거리를 뛰어다녔다.


‘꽤 활기찬 곳이네.’

‘지금껏 가봤던 곳 중에서 가장 분위기가 밝아.’


영주가 악마에게 몸의 통제권을 넘겨주긴 했었지만, 아직 대놓고 활동하지 않았기에 디아카테도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오히려 부유한 도시였는지, 화려한 면이 있었다.


그에 비해 이곳은 부유함이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상인들은 사치품보다 실용적인 것들을 많이 다뤘고 백성들도 사치스러움보다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백성을 보면 그들을 다스리는 왕의 얼굴이 보이지. 아무래도 어진 임금이었나 보네.’


빛을 잃어가던 별.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왕은 죽기에는 조금 아까운 자였다.


“그에 반해... 위태롭네. 걱정이 많아. 하지만 그 걱정이 자신의 미래가 아닌 함께 해온 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야.”


어느새 불어오지 않는 바람.

길의 중앙에 멈춘 사문은 멀리서 다가오는 한 수인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녀석과 달리 길잡이별이 어울리지 않는데, 스스로가 길잡이별인 줄 알아. 스스로 빛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지금의 빛이 자신의 전부인 줄 아는구나. 기어코 잘못된 길을 들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별인지 알겠구나.”


사문은 고개를 저었다.


‘뭔 소리야?’

‘그러니까.’

‘저 녀석이야. 그 작고 미약한 별.’

‘저, 저게?’

‘아무리 그래도... 아니, 작고 미약하긴 하네...’


점점 다가온 그의 모습에 강철이와 이시미는 당황했다.

과연 저게 정말 왕이 될 상인지.


“절 보고 말한 겁니까?”


어느새 다가온 그.

가벼운 몸 덕에서 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접근했었다.

그보다 놀라운 건, 멀리서 사문이 중얼거리던 소리를 들었다는 거였다.


“하, 다 들렸나요?‘

“워낙 귀가 좋아서요. 그런데 아까 했던 말은 대체...”


그의 하얗고 긴 귀와 짧고 둥근 꼬리가 조금씩 움직였다.

그는 토끼 수인인 포테이였다.


“왕의 상태가 걱정인 거죠?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더 걱정이고.”

“쉬, 쉬잇! 조용히 해요. 아니, 그보다 그걸 어떻게...”


왕의 상태는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그 탓에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포테이는 당황하며 사문의 입을 막았다.


“지금 생각하는 것을 행하고 그 길을 걸어도 조금 돌아갈 뿐, 결국에는 정해진 도착지에 도달하겠죠. 하지만 길이 거기서 끝나는 건 아닙니다. 도착지는 사실 통과 지점일 뿐이죠. 너무 늦게 도착하고 오래 걸은 탓에 지쳐 이어진 길을 걷기엔 많이 힘들 겁니다.”


사문은 입을 막은 손을 치우고 다시 입을 열었다.


“뭔 소리인지...”

“조용한 곳에서 술이나 한잔 사주시죠. 복채는 그걸로 때우겠습니다.”


포테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문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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