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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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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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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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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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갑(1)

DUMMY

각기 무장을 하고 등장한 참가자들.

왕위가 걸린 만큼 만전을 기한 그들 가운데 유독 기다랗고 하얀 귀를 가진 포테이가 눈에 띄었다.


‘이게 맞아?’

‘왜?’

‘아니, 그래도 다들 전투에 어울리는 복장을 입었는데, 쟤만...’

‘도복은 좀 그렇지.’


사문이 한 직공에게 부탁해 받아온 옷.

포테이의 옷을 본 강철이와 이시미는 조금 당혹스러워했다.

특히 도복은 도사들의 도복이 아닌, 흰옷에 검은 띠, 태권도나 유도에 어울리는 도복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잘 어울리잖아. 기왕이면 품띠를 줄 걸 그랬나?’


만약 품띠였다면 학교 마치고 도장에 가는 아이 같을 것이었다.


‘그에 반해 저 녀석은...’

‘심상치 않지?’

‘그렇네. 저 갑옷에 흘러나오는 기운이 너무 사특해.’

‘저 갑옷 하나가 저번에 만난 악마 셋을 합한 거보다 더 사특한 기운을 풍겨.’


두 뱀이나 사문, 참가자 중, 몇몇을 제외하면 느끼지 못했으나, 벨티드가 입은 갑옷은 평범한 것이 아녔다.


‘사념이 짙게 담겨있어. 분명 강한 악마의 물건은 맞는 거 같은데, 악한 의지는 담겨있지 않은 거 같네.’

‘악마라 불리지만, 꼭 악한 건 아닌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꽤 위험한 물건 같네.’


벨티드가 인간 상인에게 거금을 주고 구한 것은 보였으나, 갑옷과 관련된 다른 것들은 볼 수 없었다.

웨슬로의 몸을 빼앗은 악마에게서 뭔가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었기에 악마의 것이란 건 더욱 확실했다.


“꽤 재밌게 흐르겠어.”


사문은 무투제를 기대하며 그들을 바라봤다.


무투제는 수인이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었으나, 참가자는 겨우 여덟 명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만큼 한 명 한 명이 수인들을 대표하는 강자들이란 뜻이었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의외의 참가자인 포테이를 보며 수군거리기에 바빴다.


“그 겁 많은 토끼 수인이 참가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전 왕께서 차별을 금하긴 하셨지만, 약한 건 사실이잖아. 뭔 자신감인지 모르겠네.”

“저거 포테이잖아? 의원인 저 녀석이 싸울 수는 있나?”

“그래도 꽤 열심히 한 모습인데? 몸이 전보다 튼튼해 보여. 눈빛도 살아있고.”

“안 될 건 알지만, 그래도 난 응원하고 싶네.”


모두가 그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비슷하게 작고 여린 동물을 닮았기에 응원하는 이도 조금씩은 있었지만, 그들도 우승을 점치진 않았다.


잠시 후, 토너먼트를 위해 모두가 안으로 들어서고 첫 번째 참가자인 늑대 수인 가룸과 사자 수인 만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관객들의 응원과 환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우승 후보 둘이란 건가?”


가룸은 꽤 많은 나이였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알렸고 지지를 받는 자였다.

나이가 좀 있음에도 손꼽히는 강자였던 만큼 많은 이들의 응원 소리가 그에게 쏟아졌다.


사자 수인인 만자는 그에 비하면 젊은 편으로 비교적 최근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강자였다.

가장 많이 왕위에 오른 이들이 호랑이 수인과 사자 수인이었던 만큼 기대주였다.


“검투사 같은 녀석이네.”


만자는 고대 검투사와 같은 복장과 짧지만 두꺼운 검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가룸은 몸통을 보호하는 두꺼운 가죽 갑옷에 너클을 낀 꽤 야성적인 모습이었다.


“최근 자네의 이름이 많이 들리더군.”


가룸은 무투에 앞서 만자에게 말을 걸었다.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에 왕이 되기엔 자네는 너무 젊어. 이번에는 포기하고 내 옆에서 때를 기다리다 다음 대를 노리는 것이 어떤가?”


그의 말에 만자의 표정이 조금 딱딱하게 굳었다.


“헛소리. 왕에 나이는 무슨. 뛰어난 놈이, 모두를 잘 이끌 놈이 왕에 어울리지. 꼰대도 아니고.”


바람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듣는 사문은 고개를 저었다.

나이에서 나오는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꼭 왕에게 필요한 것은 아녔다.

필요하다면 연륜 있는 자를 옆에 두면 될 일이었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다루는 자가 왕에 어울리는 자였다.

적어도 사문은 그렇게 생각했다.


“젊은 만큼 패기 있게 나라를 잘 이끌지 않겠습니까?”

“포기할 생각은 없나 보군.”


가룸은 고개를 저은 뒤,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며 자세를 취했다.

그에 맞서 만자 또한 검을 앞으로 하며 자세를 취했다.


“조와 권인가.”


너클을 끼긴 했지만, 날카로운 손톱 또한 그의 무시할 수 없는 무기였다.


먼저 움직인 것은 만자였다.

닿을 거리가 아녔음에도 움직인 검.

검에서 뿜어진 날카로운 참격이 가룸에게 향했다.


눈을 살짝 찌푸린 가룸은 양 손톱을 휘두르며 참격을 날렸다.

두 참격의 충돌에 의해 흙먼지가 일어났다.

그 틈에 파고든 가룸의 주먹이 만자의 복부에 향했다.

만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검의 손잡이 끝으로 그의 주먹을 내리쳤다.


또다시 일어난 충돌에 파공음이 주변을 울렸고 관객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둘의 난투에 환호했다.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마력은 그걸 보조하는 형식이네.”


그들의 전투는 투박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품은 힘은 웬만한 마법을 부숴버릴 만큼 강대했기에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요즘 젊은것들은 날붙이에 너무 의지하는 경향이 있지.”

“크읍!”


티잉! 후웅!

가룸의 주먹이 만자의 검과 부딪히며 일어난 바람이 만자를 뒤로 밀쳐냈다.

이어 한 발 내디디던 그의 손톱이 갑옷을 찢고 만자의 가슴을 크게 베어냈다.

만자는 황급히 검을 휘둘렀으나, 검면을 노린 그의 주먹에 검로가 틀어졌다.

베고 부수는 주먹과 손톱이 만자의 몸에 무너뜨려 갔다.


“으아아아!”


검은 포기했다는 듯이 울부짖으며 내던진 만자는 가룸의 양팔을 붙잡고 어깨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었다.


“깨물기라... 그런가.”


인간들의 경기에서 깨물기를 한다면 교양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었다.

그러나 수인들에게는 손톱처럼 이빨도 훌륭한 무기였다.

창피한 짓이 아니란 듯이 관객들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좋은 투지다! 하지만 내게 입질하기엔 아직 멀었다!”


가룸은 움츠리며 숙인 뒤, 몸을 피며 손톱으로 몸부터 턱까지 베어냈다.

손톱을 따라 펼쳐진 바람이 만자의 몸을 크게 베어냈다.

거대한 짐승의 발톱에 베인 듯, 큰 상처를 입은 만자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쓰러졌다.


승리를 쟁취한 가룸이 손을 들자,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확실히 상태가 안 좋긴 하네.’

‘심장이 안 좋다고 그랬었나?’

‘맞아.’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룸의 표정이 일그러졌었다.

포테이가 말했듯이 문제가 생긴 심장이 겪한 움직임에 무리가 간 것이었다.

그러나 일그러진 표정은 찰나였고 그의 몸은 만자와 달리 큰 상처는 없었기에 압도적인 승리로 보였다.


“다음인가... 대진표를 따르면 그다음은 저 녀석과 무투를 치르겠네.”


다음 순서인 포테이와 여우 수인인 델리스가 입장하자, 이전 무투와 다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여왕님!”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여왕님께서 쉽게 올라가시겠구나!”


이미 왕위에 오르기라도 한 듯이 델리스의 아름다움에 홀린 수인들의 목소리에 사문은 고개를 저었다.


‘여우들은 어딜 가던 이 모양이네.’

‘그래도 쟤는 구미호보단 덜하네.’

‘걔들은 애초에 사람을 홀리는 족속이니, 비교가 불가지.’


구미호는 존재 자체가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아름다움은 범접할 수 없었고 사람으로 둔갑해 나라를 뒤흔든 녀석들도 있었다.


델리스 또한 이곳에 방문하고 본 이들 중, 가장 아름답긴 했으나, 사문이 봤던 구미호와 비교하면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저 녀석도 홀릴까 봐 걱정했더니, 그래도 멀쩡하네.’


포테이는 관중들과 달리 그녀의 얼굴에 빠진 모습은 아녔다.

무표정을 유지한 채, 그녀를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포테이. 자기는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자기 몸은 치료하기 어렵지 않겠어?”


델리스는 고혹적인 눈빛으로 포테이를 바라봤으나, 여전히 흔들림이 없는 그의 눈동자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


“크게 다치신다면 약은 지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하시죠.”

“못 보던 사이에 꽤 남성적이게 됐네. 그래, 누굴 위해 약을 지어야 할지 한번 알아보자고.”


가볍게 대화를 나눈 둘이 거리를 벌리고 자세를 취했다.

앞굽이 자세를 취한 포테이와 가슴 사이에서 강철 부채, 철선(鐵扇)을 뽑아 펼친 델리스.

먼저 움직인 것은 델리스였다.

델리스는 날카로운 철선의 끝을 포테이를 향해 들이밀었다.


‘발을 디디며 한 번에 쏟아낸다.’


생각과 동시에 좀 더 내디딘 왼발.

뒤따라 움직이는 허리와 뻗어 나오는 오른 주먹.


쩌저적! 파앙!


“꺄아아!”


주먹과 철선이 맞닿으며 강한 충격을 일으켰다.

산산조각 난 철선.

충격은 온전히 그의 주먹에서 나온 것이었다.

델리스는 충격에 뒤로 날아가며 철선의 파편에 의해 이곳저곳이 베여나갔다.


“어...”

“...?”


모두가 그 광경을 보며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입을 벌리고 상황을 파악하기에 바쁠 뿐이었다.


움푹 파여 나간 발밑과 주먹을 뻗은 곳을 시작으로 더 파괴된 전방의 땅.

주먹을 거두고 호흡을 다잡는 포테이.

멀리 서 쓰러진 델리스.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

오직 사문만이 만족스럽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와아아아!”

“이게 말이 돼?!”

“강력한 우승 후보잖아!”


모든 상황이 끝나자, 드디어 터져 나온 환호성에 포테이는 얼굴을 붉히며 가룸처럼 손을 들다, 뒤늦게 쓰러진 델리스를 향해 달려갔다.


“부끄러워 하긴.”

‘그런데 전 왕이 차별을 없애려고 했지만, 전부 사라지진 않았었잖아?’

‘그렇네? 이렇게 좋아할 수 있나?’

‘약하니까 차별한 거지. 힘을 중요시하는 족속들이잖아. 강함을 보였으니, 이것만으로도 차별이 줄어들지도 모르지.’


약한 종족에서도 강한 전사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차별이 줄어들 것이었다.


이어진 무투는 표범 수인과 코끼리 수인의 대결이었다.

표범 수인은 특유의 빠른 발로 곰 수인의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노렸지만, 앞선 포테이의 기술에 자극받은 것인지, 곰 수인이 땅을 양손으로 내리치고 파괴하며 그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이어진 그의 주먹이 표범 수인의 턱을 가격, 표범 수인 또한 버티며 반격했지만, 끝내 난투극으로 이어진 대결에서 더 큰 힘과 덩치를 지닌 곰 수인이 승리를 쟁취했었다.


첫날의 마지막 무투인 벨티드와 말 수인의 대결.

승부는 포테이와 델리스의 무투 때처럼 빠르게 결정 났다.

둘 다, 창을 다루는 이들이기에 적당한 거리를 벌린 채 무투가 시작되었다.

말 수인의 공격은 소나기처럼 벨티드를 향해 쏟아졌지만, 마치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작은 움직임만으로 피하는 벨티드를 맞출 수 없었다.

끝내 모든 공격을 허무하리만치 흘려낸 벨티드는 일부로 몸을 틀어 적의 공격을 유도하고 반격을 하며 단 일격으로 승부를 냈다.

단 일격이었으나, 목과 어깨 부분을 크게 다친 말 수인은 빠르게 실려 나갔다.


그의 무투를 본 사문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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