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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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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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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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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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모험가(1)

DUMMY

‘언어가 통하던 건 세계수의 안배였나.’


모험가 협회에 도착하고 등록 서류를 받은 사문.

서류는 처음 보는 문자로 작성돼 있었지만, 읽을 수도 있었고 원한다면 적을 수도 있었다.


‘흠...’


다만, 이름은 적을 수 있었으나, 다른 사항에 대해선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24살이면 몇 년 출생입니까?”


사문의 신체가 노화를 멈춘 나이였다.


“네? AW 2164년이죠.”

“그렇군요... 그런데 제 출신지가 불명확한데 어떻게 합니까?”

“네? 어디 출신인지 모르시는 거예요?”

“어... 일단 엘프들이 살던 숲에서 오긴 했습니다.”


원치 않던 아침 식사를 하던 때, 사문은 자신이 알던 판타지 세계와 이곳에서의 주요 단어와 개념이 동일하단 사실을 주인장에게 들었었다.


“네? 거긴 인간들의 출입을 금하는 곳인데...”

“그렇더라고요.”


사문과 접수원, 둘 다 꽤 곤란한 표정이었다.


“일단 공백으로 해두세요. 범죄 이력만 없다면 괜찮을 거예요.”

“다행이네요.”

“그럼, 따라오세요. 등록을 위한 테스트는 안쪽에서 치를게요. 고베르 씨, 테스트 상대 좀 해주세요!”

“수고비는 주시는 거죠?”

“물론이죠.”


테스트는 기존 모험가와의 대련이었다.

다만 모험가를 등록하려는 이와 이미 모험가인 이와의 대련이기에 승패에 따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가능성을 보는 것이었다.


모험가 협회의 1층은 다양한 모험가들의 의뢰를 받기 위해 모여든 만큼 많은 이들이 있었고 고베르는 그중에서도 B급으로 노련한 모험가였다.


“늦은 나이에 모험가에 도전하시네?”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봐주진 않을 테니, 열심히 해보슈.”


고베르는 꽤 건방진 태도의 남자였다.


“무기는...”

“흠... 따로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대련장에는 여러 무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새로운 신입의 탄생을 보기 위해 관중들도 몇몇 따라 들어왔었다.

모험가 등록 테스트를 위한 무기였던 만큼 도검류의 날과 끝은 뭉툭했었다.


“무투가인가? 아니면...”


얕보는 것인가.

뭉툭한 검을 고른 고베르의 표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관중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수군거리며 건방지다, 재밌다, 호기심 등 다양한 시선을 보냈다.


“양측 모두 준비가 끝났으면 시작하겠습니다!”


접수원의 손을 아래로 휘두르며 뒤로 물러나자, 고베르는 빠르게 검을 내질렀다.


목을 향해 뻗어오는 검 끝.

건방진 사문을 단숨에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계기가 없다면 지금 상태로 머무를 놈이네.’

‘왜? 계기라도 돼 주게?’

‘내가 왜?’

‘그럼, 그렇지.’


예의라도 보였거나, 확실히 싹수가 보였으면 모를까, 고베르는 사문의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사문은 왼손에 열기를, 오른손에 한기를 둘렀다.

그대로 왼손은 다가온 검의 옆면을 가격했다.


치이익!

열기가 방출되며 검의 경로를 크게 뒤틀었다.

이어 발을 내디디며 올려 친 오른손이 고베르의 턱에 적중했다.

차가운 한기가 그의 턱을 얼리며 공중에 띄웠다.


“크억!”


쿵! 파앙!

쌍극장(雙極掌).

사문의 양손이 원을 그리더니 그대로 그의 복부에 꽂혔다.

체내로 주입된 두 기운이 얽히며 발생한 충격에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쾅! 털썩...

너무나 순식간에 끝난 대련.

관중과 접수원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벽에 부딪혀 쓰러진 고베르에게 향했다.


“속이 진탕되긴 했지만,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아... 네! 좀 도와주세요!”


접수원이 황급히 고베르에게 달려가자, 몇몇 모험가들도 고베르에게 달려갔다.


‘적당히 했네.’

‘시시하긴.’

‘높은 등급을 받으려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주인장은 모험가 등급이 높을수록 다른 국가로 향했을 때, 입장 절차가 더 편리하다고 말했었다.


“이제 테스트는 끝입니까?”


모험가들에게 고베르를 의무실로 보낼 걸 부탁하고 돌아온 접수원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나와의 면담일세.”


관중석에 있던 한 남성이 사문의 앞으로 다가왔다.


“협회장님입니까?”


다부진 몸과 자잘한 상처, 긴 시간을 단련했음을 보이는 손.

남성의 강함은 굳이 안쪽까지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하, 지부장을 맡고 있는 워먼일세. 나와의 면담으로 모든 테스트가 끝이니, 따라오게나.”

“예.”


사문은 고개를 끄덕이곤 호쾌한 웃음소리를 지닌 그를 따라나섰다.


워먼의 방은 일반적인 사무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사치품도 없었고 업무를 위해 필요한 서류들로 가득했으며 방 한쪽 벽에는 그가 다루던 대검이 걸려있었다.

큰 도시에서 지부장을 맡고 있음에도 초라한, 하지만 그렇기에 대단한 방이었다.


“한때, 날리셨나 봅니다.”

“하하하, 그러긴 했지.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다시 날고 싶다네.”


언제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날은 잘 벼려져 있었으나, 손잡이는 손가락 자국대로 닳아있었다.


“본래 다른 테스트도 봐야 하지만, 자네는 굳이 볼 필요가 없겠더군.”

“제가 볼 때 전투력만이 모험가의 전부는 아닐 거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전투력은 물론 중요한 재능이었다.

하지만 사문이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건 생존력이었다.


“내가 볼 때 자네는 눈이 좋아. 상대와 자신의 차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격도 똑바로 바라봤지. 보통 눈이 좋은 자들은 모험가로서 이름을 날린다네.”


워먼은 나름 자신만의 기준이 있었고 사문도 그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면담을 시작하시죠.”

“뭐 그리 급하다고. 기다렸다가 차가 들어오면 천천히 시작하자고.”


어울리지 않게 차를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나쁘지 않은 사내구나.’


높이 솟지는 않았으나, 단단한 바위산 같았다.

완만하지만 중심은 확실히 잡혀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접수원이 차와 사문이 작성했던 서류를 가지고 들어왔다.

잔 하나는 평범한 찻잔이었지만, 하나는 찻잔이라기엔 좀... 거대했다.

그 찻잔은 워먼의 앞에 놓였다.


“흠... 고베르는 어땠는가?”


워먼은 사문의 잔에 먼저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


“도발 아닌 도발에 쉽게 넘어가니 상대하기 쉬웠죠.”

“그게 아니더라도 실력 차는 확실해 보였는데.”

“양상은 달라졌겠죠.”


태도만 좋았으면 망신을 주진 않았을 것이었다.


“B급이나 되는 녀석이 신참을 뽑는 테스트에서 그랬으니, 당해도 쌌지.”

“너무 나무라진 마세요. 충분히 힘들 겁니다.”


쌍극장은 무인들의 내가중수법을 응용한 기술로 외부에는 큰 상처가 남지 않지만, 속에 폭발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운 기술이었다.

차라리 검에 한 번 베이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기술이었다.


“그렇군. 그보다 간결하지만, 위력적인 무투더군. 무투는 누구에게 배운 것인가? 내가 알기론 자네처럼 두 기운을 다루는 무투가는 없는데.”

“면담은 신상조사였군요.”

“아무나 받아들일 순 없으니 그런 것일세.”

“흠... 무투라...”


중원으로 향했을 때, 무당에게 묘리를 배우고 소림에서 권각술로 승화시켰었다.

스승이라 칭할 만한 이들이 둘 있긴 했지만, 여기선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거기다.


“사실 제 주력 기술은 무투가 아닙니다.”


무투는 단순히 무기를 잃었을 때, 적의 허점을 노릴 때 사용하는 부수적인 기술이었다.


“그 점은 훌륭하군. 맨몸으로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었군.”

“뭐, 그런 셈이죠. 그런데 그 점이란 뜻은... 안 좋은 점도 있었습니까?”

“두 기운을 다룬다는 점일세.”

“보통 한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쉽기 때문인가요?”

“알고 있군.”


도사나 신선 중에도 많았었다.

특히나 자연지기의 해석을 오행으로 풀이한 이들 중에 더 많은 편이었다.

확실히 한 우물만 판만큼 강하긴 했었다.

그러나 사문은 하나의 극이 아닌, 조화에서 답을 찾은 이였기에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다.


‘꼰대.’

‘자기 방식이 더 옳다고 생각하는 꼰대.’

‘시끄러워. 틀렸다고는 안 했어.’


이시미와 강철이가 그 한 우물만 판 이들에 속해 있었다.


“추구하는 길이 다른 겁니다.”

“호오... 자네는 마도를 추구하는 건가?”

“마도.. 하하하... 아닙니다.”


이곳에서 마도란 말은 마법의 길을 뜻했지만, 사문이 방문했던 중원에서 마도는 말 그대로 마의 길, 악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차이에서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은 불을 꺼뜨립니다. 하지만 그 불이 너무나 크다면 물은 증발해 버리겠죠. 웬만해선 커지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불을 일으키는 것, 그것이 지부장님께서 추구하는 방식 같네요.”


오행에서 물은 불의 상극으로 억제하는 기운이었다.

불을 다룬다면 물을 피하는 것이 방법이었지만, 극에 달해 억제하는 것을 집어삼키는 상모 또한 하나의 방법이었고 사문이 보기에 지부장이나 이쪽의 사람들이 그런 방식을 추구했다.


“자네는 다르다는 건가?”

“상대가 물이라면 저는 흙을 사용해, 물길을 틀어막겠죠. 아니면 장작을 주어 불길을 더 키울 겁니다.”


주로 사용하던 팔괘가 아닌, 오행의 이치였으나, 설명하기엔 오행이 더 쉬웠다.


“난잡하고 어려워. 아마 자네는 마법사들과 대화가 더 잘 통하겠어.”

“그런가요.”

“아니, 그래서 자네가 사용하는 무기가 뭔가?”

“보통은 검입니다. 여러 기운을 사용하기 위해 두 자루를 사용하죠.”


홍실과 청실.

사문이 지닌 마지막 무기였다.


“보통? 무기 또한 난잡하게 다루나 보군. 아, 기분 나빠 하지 말게, 나쁜 뜻은 없었으니.”

“뭐, 그래 보이긴 합니다. 한 가지 재주를 보여드리자면 이것도 무기가 될 수 있겠죠.”


팔괘(八卦)의 손(巽).

사문은 품속의 부채를 꺼내 펼치며 가볍게 휘두르곤 자신에게 부채질을 시작했다.

밀폐된 방안에 바람이 불며 떨어진 서류 한 장은 책상 위로 돌려놨다.


“허...”

워먼은 긴 시간 모험가로 지내며 많은 이들을 만나왔고 그중에는 마법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이런 재주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저 실제로 보지 못했던 드루이드나 몇몇 특이한 길을 걷는 이들과 비슷한 부류가 아닐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재밌지 않습니까.”


사문은 살짝 미소를 보였다.


‘이것저것 감추려고 했던 거 아냐?’

‘오랜만에 이런 류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즐거워서.’

‘가볍긴. 예전엔 안 이랬는데.’

‘어차피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건 많은 사람들이 볼 텐데, 상관없겠지.’

‘하긴, 보는 눈을 다 지워버리면 되니까.’

‘그건 아니야... 역시 넌 용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머, 뭐? 이... 이 자식이!’


강철이는 분노했으나, 사문은 내면의 귀를 닫아버렸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그의 내면을 채웠다.


“하... 일단 주무기는 검으로 알고 있겠네.”


워먼은 접수원이 서류 밑에 적어둔 전위(무투)에서 무투에 금을 긋고 쌍검, 마법을 적었다.


“그런 거까지 기록합니까?”

“여럿이서 함께 의뢰를 수행하는 일도 있으니, 역할 군 정도는 알아 두는 걸세.”

“그래서 면담은 이걸로 끝입니까?”


워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B급으로 시작이라네.”

“네? 그러면 그 녀석이랑 같은...”


고베르와 같은 등급이란 말에 조금 실망스러웠다.


“A급은 실적이 있어야만 오를 수 있다네. 자네 정도라면 금방 올라올 거 같군.”

“어쩔 수 없네요.”


B급 모험가, 사문이 이 세계로 오고 처음으로 얻은 신분이었다.


“그보다 제주가 더 있다면...”

“A급을 준다면 고려해 보겠습니다.”


둘 다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사문은 결국 B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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