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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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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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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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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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디스(3)

DUMMY

“7명의 마왕과 72명의 영주라... 세력 다툼이 장난 아니겠네.”


릴리스를 통해 들은 마계의 정세.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기 마련이지만, 악마들 사는 곳마저 비슷할 줄은 몰랐었다.

어쩌면 욕망덩어리인 악마나 욕망에 쉽게 사로잡히는 인간이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영주로 불리던 이들은 72명이었지만, 지금에 와선 47명만 남았지.”

“많이 죽었네.”

“죽은 녀석도 있고 마왕이 된 녀석도 있단다.”

“죽음의 원인은 저번에 말한 고대 전쟁인가?”


그녀가 언뜻 얘기했던 전쟁.

분명 그만큼 큰 사건은 없을 거란 식의 어투였었다.


“72명의 영주는 2차 전쟁에서 활약했던 악마와 새롭게 떠오른 악마들로 구성되어 3차 전쟁에서야 이름을 알린 집단이었지. 그러나 3차 전쟁은 그 어떤 전쟁보다 치열했기에 많은 녀석들이 죽었고 그 전쟁 이후, 제 일 영주 바알 또한 사라지며 힘을 많이 잃었단다.”

“일곱 명의 마왕은 그사이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이들이겠네.”


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의 주인도 영주였겠지.”


엘리고스의 예지.

사문은 주머니에서 꺼내 보였다.


“엘리고스... 열다섯 번째 영주였지. 강하고 고결한 자였으나, 전쟁에서 죽음을 피할 순 없었지.”

“이게 마계가 아닌, 이곳에 있다는 건. 인간계에서 벌어진 인간과의 전쟁이었다는 건가?”

“인간계에서 벌어진 것은 맞으나, 주적은 신을 따르는 천사들이었단다.”

“남의 땅에서 피해만 줬겠네.”

“인간도 전쟁에 참여했으니, 남이라고 하긴 어렵지.”


대충 예상은 갔다.

성국이란 곳이 존재하는 만큼 인간은 신을 따르는 천사들의 편에 서서 전쟁에 나섰을 것이었다.


“하여간, 안 끼는 곳이 없어.”

“대부분이 천사의 편을 들었으나, 일부 악마의 편을 든 자들도 있었지. 네가 가진 그 갑옷도 그랬던 자의 것이란다.”

“악마의 편을 든 자들도 있다라... 흥미롭긴 하네. 그래서 넌 이걸 받은 사람이 누군지, 아는가 봐?”

“비극적인 삶을 산 여인이었지.”

“그런가.”


릴리스는 안타깝다는 듯이 가라앉은 표정으로 갑옷을 바라봤다.


“받아. 뒷이야기가 궁금하긴 하지만 술 없이 듣기에는 아까울 거 같네.”

“쉽게 넘겨주는구나.”

“내게는 쓸모없는 물건이고 너라면 어울리는 주인을 찾아줄 테니까.”

“나중에 가서 아쉬워는 말거라.”

“그럴 일 없어.”


사문의 미소에 그녀 또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네 방으로 가. 여긴 이미 꽉 찼으니까.”

“아쉬워 말거라.”

“그럴 일 없다고.”


고개를 돌려 릴리스의 매혹적인 눈빛을 피했다.

릴리스는 또다시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저거 요물이야.”

“틈만 나면 끼 부리잖아.”

“놀리는 거지. 쟤 지위나 힘을 봐. 편하게 대할 상대가 몇이나 됐겠어.”


높은 곳에 위치할수록 고독한 법이었다.

그나마 사문은 두 뱀이라도 함께이긴 하나 그 고독함을 모르는 건 아녔다.

조금은 그녀가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다.


***


다음 날, 날이 밝는 대로 약속한 장소에서 모인 셋.

사문은 그들과 함께 이레미아를 떠나 다시 제국령으로 발을 내디뎠다.


“일단 그쪽의 말대로 나오긴 했지만, 막막하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추측으로 길을 나선 로주.

추측이 아닌, 사문이 본 미래를 바탕으로 세워진 확실한 계획이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로주로선 조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운 도시에 도착하는 대로 물어보는 수밖에요.”


실제 로주가 멜린을 찾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었고 사문은 그보다 빠르게 움직일 뿐이었다.

그를 목격했던 이가 그를 알지 못하는 순간을 그저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수확이 있습니까?”


며칠이란 시간, 이동을 하며 마침내 인근 제국의 도시에 도착한 그들.

각자 정보를 수집하기로 하며 흩어졌던 그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멜린인지는 모르겠으나, 수상한 이를 봤다는 사람은 많이 있더군.”


많은 이들이 모이는 도시인만큼 수상한 이들은 많았다.

거기다 멜린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니기에 찾기란 더욱 어려웠다.


“난 못 찾았어.”


사문은 로주 몰래 릴리스를 노려봤다.

그녀는 어차피 사문이 찾을 거란 생각에 도시를 구경 다녔을 뿐, 멜린을 찾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전 머멘을 봤다는 사람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도 꽤 상세히 알고 계셨습니다.”


한 마부였었다.

멜린은 그에게 바다로 가 달라고 요청했으나, 비록 제국과 해저 종족 간의 전쟁은 아녔으나, 인근 해역에서 전쟁이 벌어졌단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그의 요구를 거절했었다.


“바다로 가는 건 확실하군.”

“예. 마부의 말로는 그 어느 마부도 바다 쪽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으니, 걸어서 향했을 겁니다. 포칼로가 목적지라고 하니, 저희도 출발하시죠.”

“그래.”


사문과 일행들은 목적지를 확실하게 정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이 방문했던 도시에서 영주가 죽었다는 소식이 퍼져나갔다.


-무슨 생각이야?


두 개의 도시를 더 지나, 마지막 도시 포칼로에 들어서는 그들.

사문은 릴리스에게 전음을 보냈다.


-뭘 말하는 거지?

-피 냄새. 지금까진 옅었으니까, 숨길 수 있었겠지만, 이번엔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과한데?

-이번에는 조금 많긴 했지. 난 네가 알고도 두고 간 것들을 죽였을 뿐이란다.


두 번째로 방문한 도시는 아녔으나, 첫 번째와 세 번째 도시에는 악마가 숨어있었고 사문도 느꼈었다.

특히나 세 번째 도시는 역한 냄새가 디아카테 보다는 적었으나, 확실히 풍기고 있었다.


-인간의 몸을 빼앗았어.

-빼앗겼으니 죽였지.


충분히 인간과 분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릴리스는 그들을 가차 없이 죽였었다.


-내가 그들을 죽였기에 조금이라도 죽는 이가 줄어들 거란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언제나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악마를 막아서 희생을 없애야 하는 건 맞았지만, 너무 많은 관여는 은빛별의 성장을 막는다.

고민스러웠고 눈앞에 있는 다른 문제 탓에 시간을 들이기도 까다로웠다.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해결할 문제였어.

-그동안에 있을 죽음은, 누가 책임지지?

-그 누구도 천명을 거스르고 죽게 두진 않아.

-어떻게?

-날 너무 물로 보는구나.


사문은 정보 수집을 위해 도시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눈을 바라봤었다.

많은 가능성을 품은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

그들 중, 피지 못하고 꺾여나갈 아이들에게 한 가지 술식을 심어뒀었다.


악한 의지를 가진 자와 접촉 시 발동하는 술식.

지옥 아귀들에게 살점을 뜯기는 환상을 보여주는 술식이었다.

단순한 환상이지만, 정신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한 고통을 줄 것이었다.


-그런 방식이 얼마나 통할 거로 생각하지?


악마의 정신은 인간과 달랐다.

무너진 정신을 되돌리는 건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문도 그들을 한 번 본 이상, 어떤 이들인지 알고 있었다.


-잠깐이면 돼. 곧 내가 뿌린 씨앗이 움직일 거니까.


길잡이별이 길을 찾기 시작했다.

곧 루디가 은빛 별의 주인을 찾기 전, 그가 성장할 무대를 만들기 위해 움직일 것이고 무대의 발판은 악마가 될 것이었다.

그들도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었다.


-최고의 선택은 할 수 없겠지, 그러나 고민하면서 최선으로 다가가야지. 이래 보여도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라,


발길이 닿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넌 너무 몽상가야.

-꿈만 꾸진 않아, 실제로 꿈꾼 길을 걷지. 그러니 내 길에 동행하는 이상, 길을 막는 장애물을 치울 때는 먼저 묻고 행동해.


도사란 길을 걷는 자였다.


-경고인가?

-경고는 아니야. 부탁이지.

-그래도 동행자이니, 그 부탁은 들어주마.


사문은 딱히 그녀가 경고를 받을 만큼 죄를 지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이들은 몸을 빼앗길 정도로 저마다의 욕망을 지닌 자들이었다.

그럼에도 사문이 그들을 죽이지 않은 이유는 욕망을 지닌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기 때문만은 아녔다.

그들에게서 악마의 혼을 때놓을 힘이 있고 악마와 몸을 내준 인간의 죗값이 다르기에 죽음이라는 동일한 심판을 내리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악마에게는 죽음을, 악마에게 몸을 내주고 죄를 지은 이들은 죄책감이라는 벌을 주는 것이었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악독하다면 죽음으로 끝나진 않겠지.’


죄를 구별하고 그 대상에 맞게 심판을 내려야 한다.

한때 친구였던 차사의 행동 방식이었다.


“이곳이 포칼로인가.”


로주 몰래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목적지였던 포칼로에 들어섰다.


“이곳에선 부디 그를 만나야만 할 터인데.”

“일단 이곳에서도 흩어져서 조사해 보죠.”

“그러는 게 좋겠지. 한 시간 후에, 이곳에서 다시 보도록 하지.”


사문은 사람 많은 곳으로 향하는 로주와 달리, 뭔가에 이끌린 듯이 부두로 향했다.


“왜 따라오는 거야?”


도심으로 향하는 듯 보였던 릴리스는 어느새 기척을 감추고 그의 뒤를 밟고 있었다.


“허락받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영지 내부에서는 악마에게서 느껴졌던 사특한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바다 먼 곳에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고 사문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 놈이야.”

“가르구보단 강한 거 같네.”

“저곳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겠지.”


사문은 곰방대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피워냈다.

연기는 천천히 그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가볼까.”


사문이 바다 위로 발을 내디뎠다.

파문이 일어나며 그 위를 걷는 그는 주변에 있는 이들의 시선을 끌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지만, 곰방대에서 피어난 연기처럼 그의 존재감은 옅어졌다.


릴리스 또한 날개를 펼치고 그의 뒤를 따랐으나, 투명해진 그녀의 모습은 사문 외에는 볼 수 없었다.


“재주가 많구나.”

“그런 말 자주 들어.”


사문의 발끝과 닿으며 일어난 파문에 파도는 막힌 듯이 일렁이지 않았다.


“이시미. 먼저 가서 물속을 확인해 봐.”

“알았어.”


사문의 품속에서 나온 이시미는 바닷속으로 뛰어든 뒤, 빠르게 악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강 건너 불구경이라도 하는 건가?”


바람 속에 섞여 불어온 혈향.

악마가 있는 배보다는 먼 곳이었다.


“이 바다가 또다시 피로 물드는구나.”

“또 옛날얘기야?”

“이 도시의 이름은 포칼로였지.”

“그랬지.”

“제 사십이 영주의 이름이 포칼로르란다.”

“이 도시의 이름은 과거의 잔재였구나.”

“그래. 그 녀석과 천사, 바르디엘이 전투를 치른 곳이 이 부근이지.”


바다를 지배한다고 알려진 포칼로르와 우박을 관장한다고 알려진 바르디엘이 각자의 군단을 이끌고 전투를 벌였던 전장.

고대 전쟁은 바다와 육지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했었다.


“주인!”

“아오.”


순간, 바닷속을 둘러보고 온 이시미가 얼굴을 내밀며 튀긴 물이 사문의 얼굴을 적셨다.


“전쟁이 한창이야. 그리고 멜린이란 녀석... 찾은 거 같아.”

“그래? 어떻게 특정했어?”

“그냥 감이긴 한데...”


이시미의 말을 듣는 사문의 눈이 점점 확신으로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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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인신공양(3) 24.08.23 4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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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인신공양(1) 24.08.21 4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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