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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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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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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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될 상(5)

DUMMY

“땅은 만물을 낳고 기르는 터전이며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품는 보호자이지, 그런 땅을 아무리 비슷한 기운이라지만, 공격하듯이 박차니까, 튕겨 나가는 거야.”


받아들이며 품은 것을 보호하는 게 땅의 역할이었다.


“그냥 쉽게 말해서 반발력이잖아요.”

“이해했네. 그 반발력을 강화한 거지. 그 힘에 튕겨 나가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 상대에게 날리는 게 내가 네게 가르칠 무공의 기본이야.”


포테이는 토끼를 닮은 수인답게 가볍고 탄력 있는 몸과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각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균형을 잡기 어려우면... 아!”

“알겠어?”

“네. 지금은 한쪽 다리에만 혈도를 따라 마력을 보냈지만, 다른 곳으로도 보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맞아. 땅을 박차는 다리에는 칠 할, 균형을 잡기 위해 버티는 다리에는 삼 할. 칠 할은 반발력과 함께 땅의 기운을 끌어당겨서... 이건 아직 무리겠네.”


포테이 수준에는 맞지 않았다.

사문은 그것에 맞게 다시 조정했다.


“칠 할은 반발력을 통해 더 빠른 속도로 혈도에 태워서 올려보내. 혈도는 역으로 기해까지 돌아온 후, 중완, 거궐, 옥당을 거치지. 그리고 어깨 쪽으로 빠지는 기사, 견우로 보내지만, 뻗는 팔 쪽으로는 다시 칠 할, 반대 팔로는 삼 할로 나눠. 또 나눠진 칠 할은 몸을 틀어 회전력을 주고 곡지, 대능으로 보내. 그 후 손의 이 부분에 위치한 경인구에서 터뜨려. 나눠진 삼 할은 견우에서 버티며 몸이 틀어지는 걸 막고.”


사문은 포테이의 몸 여기저기에 위치한 혈 자리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다른 다리로 보낸 나머지 삼 할은 칠 대 삼으로 나눠서 삼 할은 신수로 보내서 허리를 한 번 붙잡고 칠 할은 땅을 붙잡아 몸이 튕겨 나가는 걸 버텨.”

“너무 복잡한데요?”


혈 자리와 마력의 흐름을 기억하는 건 포테이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녔다.

하지만, 단순히 주먹을 뻗는 동작 하나를 펼치는 동안 그 모든 걸 생각하며 마력을 움직이란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구르다 보면 다 돼.”


과거 깊은 땅속 동굴로 떨어졌던 사문이 경공을 익혀 탈출할 때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두 번 보여줄 테니까. 잘 기억해 둬. 첫 번째는 네가 당장에 도달해야 할 경지야.”


사문은 허공을 보고 빠른 속도로 땅을 박차며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이 지나가고 돌아온 후에야 터져나가는 충격파와 파공음.

멀리 뻗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 앞이 움푹 파여 나갔다.


“너무 빠른...”

“두 번째는 네가 목표로 해야 할 경지지.”


그의 말을 끊은, 사문은 땅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마력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이번에는 땅은 파여 나가지 않고 날카로운 바위를 세우며 뻗어나갔다.


“단순히 주먹질로...”

“넌 가서 저 나무를 때리며 연습해. 주먹도 점점 단단해지고 좋을 거야.”

“아... 네.”


또 말이 끊긴 포테이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나무의 앞으로 향했다.


“아직 멀었네.”


자신의 마력 없이 온전히 땅의 기운만을 받아들여 펼치는 것이 최종 단계였다.

완전히 과거의 경지를 되찾지 못한 지금의 사문은 온전히 그 기운만을 받아들여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건 사문이 다시 가야 할 곳이지, 포테이가 목표로 할 곳은 아녔다.


“만약 그걸 펼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이런 무공에 연연하진 않겠지.”


포테이가 과거의 자신처럼 자연지기를 온전히 다루지 못하리란 법은 없었다.

가능성이 너무 희박할 뿐이었다.


“우리 존재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그럴 수밖에. 씻고 오자마자, 붙잡혀서 저러고 있으니.”


포테이는 두 뱀에 대해 궁금했으나, 물어볼 틈이 없었다.

그저 기인이 데리고 다니는 신기한 마물로 여길 뿐이었다.


탕!

 다리에 마력의 분배를 잘못한 포테이가 뒤로 튕겨 나갔다.

툭!

애초에 다리에 제대로 힘을 실지 못한 그가 나무를 잘 못 때려 아픈 손을 붙잡으며 움츠렸다.


그 외에도 포테이의 집 앞은 온갖 다치고 넘어지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주인, 그런데 무공을 만들었으면 이름이 있을 거 아냐. 뭐로 지었어?”


강철이는 담배를 물고 뭔가를 그리는 사문에게 다가가 물었다.


“건곤묘왕무.”


건곤묘왕무(乾坤卯王舞), 하늘과 땅을 거니는 토끼 왕의 춤.

호왕무를 보고 떠올린 만큼 비슷한 이름을 붙였으나, 유치한 감은 없지 않았다.


“너무 구린 거 아니야?”

“센스하고는.”

“시끄러워. 봐 봐. 저게 춤이 아니면 뭐냐?”

“지랄발광.”

“말 예쁘게 해.”


무공이라기엔 아직 너무나 부족한 포테이의 움직임이었다.


“초식의 이름도 있을 거 아니야?”

“아직 정하진... 파진권, 파진권이 좋겠네.”


파진권(破陣拳). 적진을 깨부수는 주먹.

순간, 포테이에게서 뭔가를 본 사문은 떠올린 이름이었다.



포테이는 점점 감을 잡았는지, 튕겨 나가는 수가 줄었고 아파하는 횟수도 줄어들어 갔다.


“갈 길이 먼데, 그래도 빨리 따라오네.”


남은 초식은 두 개.

사문은 건곤묘왕무의 앞 초식을 통해 방향을 잡아줄 뿐, 그 앞의 길은 스스로 걸으며 쌓아 올려야 했다.


“난 잠시, 다녀올 곳이 있으니까. 너희는 여기서 저 녀석의 단련이나 봐줘.”

“뭐하게? 그 곰방대 제작이라도 맡기게?”


필터를 만들거나, 얇은 종이로 감싸는 등, 현대식의 담배는 이곳에서 대량 생산해서 가지고 다니기 여러모로 불편했다.

잎이 있다는 걸 안 사문은 다시 과거처럼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었고 그걸 위해 구조를 대략 그렸었다.


“그것도 있지만,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지.”


사문은 불어오는 바람에 등 떠밀리듯이 길을 나섰다.


***


“...”


후드를 뒤집어쓴 한 나이 든 남성.

그는 도시의 곳곳을 누비며 하나하나 소중하단 듯이 두 눈에 담고 있었다.

천천히 걸다, 지친 탓에 거친 호흡을 뱉으며 도착한 곳은 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분수대였다.


분수대의 중심에 선 웅장한 모습의 호랑이 수인, 현 수인들의 왕 오스트의 동상과 후드를 뒤집어쓴 노인의 모습이 많이 닮아있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나 보군.”


나이 들어 노쇠한 몸.

겨우 걷는 것만으로 지쳐버린 자신이 초라했지만, 걸어오며 눈에 담은 것들,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은 너무나 밝았기에 후련한 표정이었다.


“미련이 많지는 않나 봅니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오스트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사슴의 뿔을 지녔지만, 꼬리와 귀가 없는 수인.

어설프게 둔갑한 사문이었다.


“자네였군.”

“절 아는 겁니까?”

“포테이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던 냄새가 자네에게선 진하게 풍긴다네.”


담배 냄새였다.

사문은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지, 소매를 코에 가져다 대, 냄새를 맡았다.


“크흠, 잠시 앉아서, 대화나 나누시죠.”

“그러지. 나도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많다네.”


분수대 턱에 앉은 둘.

사문은 조용히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퍼뜨렸다.


“호오... 소리를 막은 것인가?”

“눈치채는 게 빠르시네요.”

“전장을 벗어나, 왕좌에 앉은 후부터 힘은 줄었지만, 눈치는 계속해서 늘어났지.”

“뭐, 그런 자리니까. 어쩔 수 없죠.”


오스트는 보스보다는 리더에 어울리는 왕이었다.

한때, 전장에서 뛰어난 장수였지만, 왕으로서는 부족하단 사실을 스스로 잘 알았기에 늘 귀를 열어두고 의견을 나누며 방향을 정하던 자였다.


“포테이는 어떤가? 최근에 보니, 몸이 점점 훌륭해지더군.”

“재능이 없진 않습니다. 가르치는 족족 잘 따라오는 편이죠. 뭐, 그 정도로 해줬는데 못 따라오면 이상하긴 한데, 나름 나쁘진 않습니다.”


서로에 관해서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아는 듯이 나누는 대화에 분위기는 부드럽게 흘러갔다.


“자네는 포테이를 왕으로 만들려는 건가?”

“제가 물어보려고 찾아온 줄 알았는데, 그쪽이 부른 거였나 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사문은 가늘게 뜬 눈으로 오스트의 기도를 살펴봤다.

대게 죽음과 가까워진 이들은 영적인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비며 땅을 밟아온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땅의 의지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는 발이 닿는 곳을 따라... 아니, 땅의 인도에 따라 걷다 바람에 이끌린 사문과 마주한 것이었다.


“나쁘지 않을 왕이 될 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황에 짓눌려 약아빠진 짓을 하긴 했지만, 그거야 죄도 아니니, 바로잡으면 될 일이니까요.”

“포테이라면 좋은 왕이 될지도 모르겠지.”

“기다린 겁니까? 당장에 좋은 왕이 될 자가 나타나기만을?”

“그렇다네.”


무투제는 왕이 죽기 전에 열 수도 있었고 대부분이 그런 방식으로 미리 후계를 정했었다.

하지만 오스트는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음에도 무투제를 열지 않았었다.


“갈 때는 누구나 빈손으로 갑니다. 남은 이들의 일은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죠. 너무 큰 욕심을 가졌네요.”

“하하하, 아쉽지 않을 수가 없지. 우리가 세운 평화를 후임이 무너뜨린다고 생각해 보게. 죽어서도 속이 쓰리지 않겠나.”

“뭐, 그런 생각 덕분에 잘못된 방향으로 운명이 흐르지 않을 수 있긴 했죠.”


욕심이라고 꼭 나쁜 것은 아녔다.

때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것도 욕심이었다.

그가 가진 욕심은 더 좋은 것으로 나아가길 바르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기에 나쁘진 않았다.

다만, 홀로 품고 있기에는 무거웠다.


“벨티드 같은 자가 또 없지는 않을 겁니다. 언젠가 또 나오겠죠.”

“인간의 노예였던 수인들 말인가?”

“예. 극심한 분노를 품은 자들은 언제나 나올 거고 그 분노를 터뜨릴 날만을 기다릴 겁니다.”


오스트는 이미 벨티드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왕위는 무투제를 통해, 오로지 힘으로 결정 나기에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저 더 좋은 자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왕이면 왕위에 있을 때, 그 고리타분한 풍습을 좀 바꾸지, 그러셨습니까?”

“무투제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네. 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네.”

“쯧, 그 방식으로 왕위에 올랐으니, 얘기를 꺼내기 어렵긴 하겠네요.”

“그렇지.”


오스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자네에게 감사하다네. 포테이를 왕위에 앉히려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고마웠다네.”

“포테이를 꽤 신임하시네요? 그리고 제가 그 녀석을 이용하려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네.”

“죽을 때가 되긴 했나 봅니다. 착각이 아니라면 그런 건 쉽게 느낄 수 없거든요.”

“그런가... 죽을 때가 돼서야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고 생각하니, 그건 좀 아쉽군.”


오스트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 시간을 조금 더 드릴까요?”


풍기는 기도가 너무나 온화했다.

천명을 다하는 날이 다가오기에 날카로웠던 발톱이 뭉툭해진 탓도 있었지만, 본래 품고 있던 기도 자체가 나쁘지 않은 사내였다.


천명을 거스르는 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녔지만, 그라면 이곳의 하늘도 조금은 봐 줄 거 같았다.


‘일단 땅이 그를 아끼는 건 확실하니.’


자연 중, 하나에게라도 애정을 받는다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고 특히나 땅에게 애정을 받는다는 건, 굉장히 올곧은 사람이란 것이었다.


“갈 사람은 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스트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애초에 지금 대화를 나누는 자가 사람이 맡는 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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