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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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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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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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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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양(1)

DUMMY

“나중에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수도로 와주세요. 몇 벌 정도는 싸게 드릴게요.”


제국의 도시, 디아카테.

사문이 의뢰를 통해 동행하기로 한 최종 목적지였다.

죄인의 인계와 모험가 협회, 디아카테 지부에 의뢰 완료를 알린 사문은 사라와 마지막 인사를 주고받았다.


“제 옷과 비슷한 양식의 옷이 보인다면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티아카테는 필라드 상단의 최종 목적지인 수도는 아녔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모험가에게 그때그때 의뢰를 맡기는 게 금액 부분에서 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꽤 심상치 않은 물건을 운반하는 거 같은데, 의뢰비를 높여서라도 뛰어난 모험가를 고용하세요.”


그녀의 얼굴에서 단명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여러 고난이 보였다.

작은 미래는 알게 된 순간 변화를 맞이할 수 있기에 건네는 짧은 조언이었다.


“안 그래도 금액을 높였죠. 그런데 여기서 지내시나요?”

“그건 아닙니다. 저쪽으로 가볼까 합니다.”

“흠, 저쪽이면... 카티스로 향하는 건가요!”

“지명까진 모르겠네요.”

“거긴...”

“상단주님!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대화가 모두 끝나기도 전에 출발 준비를 마친 상인이 사라를 불렀다.


“카티스는 위험한...”

“그럴 거 같지만,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바쁘신 듯 보이는 데,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뭐, 그만한 실력이면 괜찮을 수도 있겠네요.”


도적과의 만남 이후에도 다양한 마물이 그의 앞을 막았었다.

하지만 사문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마물을 베고 앞을 뚫었었다.

사라도 다른 모험가도 그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여정이었다.


사문은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다시 여정에 올랐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다니.”


사라는 조금 섭섭하단 듯이 그의 등을 바라봤다.


“흐... 이거 한동안은 점을 봐줄 필요가 없겠네.”


멀어지는 사문의 표정은 사라와 달리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기쁨이 가득 담긴 표정이었다.

돈주머니가 두둑했기 때문이었다.

의뢰비도 상당했지만, 도적들의 두목에게 걸린 현상금이 생각보다 많았었고 그의 몫이라며 모험가들은 나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고기 좀 잔뜩 사고 다시 출발하자.”

“맞아. 다른 사람들한테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해서 굶주렸다고.”


두 뱀은 사문이 가진 돈주머니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고기는 사줄 게 그런데 며칠만 이곳에서 보내고 가자.”

“왜?”

“급한 거 아녔어.”

“아직은 시간이 있어.”


큰 별의 빛이 흉성에게 잡아먹힌다.

큰 별이 가리키는 이가 흉성이 가리키는 이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뜻은 아녔다.

큰 별은 천명을 다해 죽는 운명이었고 흉성이 삼킨 것은 그 별이 남긴 지위였다.


사고나 질병에 의한 단명이라면 모를까, 모든 수명을 다한 천명은 사문이 막고 싶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녔다.

설령 천명을 거역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흉성 주변의 작은 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지금 가봐야 의미가 없고 마차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왔으니, 시간은 충분해.”

“이곳에 남으려는 이유가 있나 봐?”

“뭘 느낀 거야?”


사문은 도시에 들어선 순간 역겨움을 느꼈었고 그 근원은 도시의 한쪽 끝에 위치한 한 성이었다.


“보통 저런 곳은 영주가 살지 않아?”

“그렇지.”

“탐관오리 녀석들은 원래 역한 냄새를 풍기잖아.”


자질을 갖추지 못했으나, 혈통을 타고났기에 가진 지위.

관직을 가진 이들 중, 썩은 내를 풍기는 이들이 많은 건 어찌 생각하면 당연했다.


“그런 정도가 아니야. 저번 도시도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 건 아녔지만, 이곳은 너무 심해.”


인간의 욕망 외에도 알 수 없는 기운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일단 오늘 하루는 영지를 둘러봐야겠어.”

“마음대로 해.”

“고기가 사준다면야.”

“알았어.”


말을 마친 두 뱀은 조용히 그의 품속에서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수많은 기운을 느껴봤지만, 이렇게 독한 건 처음이네.”


요괴와 닮았지만, 인간의 것과 비슷했다.

그렇지만 반요라고 하기엔 너무나 역한 기운이었다.

그저 자신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 세계의 것과 인간의 욕망이 뒤섞인 것이로 판단해 볼 뿐이었다.


사문은 영주가 있을 성을 보며 도시를 걸었다.

도시의 사람들은 평범했다.

누군가는 생업에 몰두했고 누군가는 사랑을 꽃피웠으며 또 누군가는 사람을 이끌고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의복과 생활양식에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했다.

다만, 이전의 도시에 비해 많은 병사가 도시의 순찰을 다녔다.


“이게 이 도시의 그림자인가.”


벽면에 붙은 몇 장의 벽보.

실종된 아이들의 얼굴과 납치범으로 보이는 이의 몽타주였다.


“아이를 열이나 넘게 납치할 얼굴로 보이진 않는데.”


말을 전해 듣고 그린 몽타주인 만큼 완벽하진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얼굴에 죄의 업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거지로 사납고 비열하게 그린 느낌이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구나.”


사문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저 도시를 둘러봤다.


***


“영주가 아이들을 가지고 무슨 짓을 벌이는 모양이야.”

“그런 거 같더라.”

“확실히 가까이 가니까 냄새가 나더라고.”


늦은 밤, 숙소에서 고기를 통으로 삼켜 배만 빵빵한 두 뱀은 사문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두 뱀이 과거에 지은 죄로 용이 되지 못했어도 근본은 영물이었다.

죄를 씻어낸 만큼 영물의 힘을 되찾은 만큼 그들도 어느 정도 뛰어난 기감을 지니고 있었다.


“대충 인신 공양을 하는 거 같은데. 어떤 존재에게 바치는 것인지, 뭘 얻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네.”

“가서 때려잡아. 주인이 잘하는 거잖아.”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될 거 같진 않은데.”


사문은 이시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는 납치 사건을 빼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곳이었다.

오히려 이전 도시보다 발전되어 있었기에 영지민들의 만족도는 높았고 그건 영주에 대한 신임으로 이어져 있었다.

갑작스럽게 영주가 사라진다면 도시에는 혼란이 찾아올 것이었다.


“이곳은 혈통이 중요하니까.”


그의 세계도 혈통을 따졌지만, 이곳은 더한 곳이었다.

사문이 있던 곳은 관리가 사라지면 조정에서 새로운 관리를 내려보냈었다.

하지만 이곳은 영주의 자식이 다시 그 자리에 오를 뿐이었다.

자식마저 부모와 같은 심성을 지녔다면...

만약 영주의 가문, 모두가 한통속이라면...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사문은 갑갑한 마음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밖을 바라봤다.


“에이, 이거 놔!”

“하, 어디 가나 저런 술꾼은 존재...”


병나발을 불며 행패를 부리는 남성과 그를 붙잡으려는 병사들.

병사들의 행동이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가, 가셔야 합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개를 든 남성의 얼굴을 본 사문은 그의 얼굴에서 뭔가를 봤다.


“올바름을 쫓지만, 벽에 막혀 주저앉았구나.”


그를 막은 벽이 무엇인지, 곧 알 수 있었다.


“루디 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예. 영주님의 체면도 신경 쓰셔야죠.”

“아버지? 내 아버지지, 체면은 내가 알아서 쓸 테니까, 너흰 제발 좀 사라져!”


그가 소리치자, 곳곳에서 바람을 타고 여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그 영주님 밑에 저런 자식이 나왔는지.”

“자식이란 게 아버지 망신을 다 시키네.”

“위에 둘이라도 영주님을 닮아서 다행이네. 자식이 저거 하나였어 봐.”


모두가 그를 비난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문이 보기에 그는 이 영지에서 가장 빛나는 자였다.


“제발...”

“하, 씨... 알았어! 술집에 들어가서 먹으면 될 거 아냐!”

“그렇게라도 해주시면...”


어차피 소문날 거 보는 눈이라도 줄이자는 심정으로 병사들은 그를 데리고 어느 한 술집으로 데려갔다.


얼마 가지 않아, 영주의 아들, 루디에게 쫓겨났는지, 병사들은 고개를 저으며 술집의 밖에서 대기했다.


“답답한 맘에 망가졌지만, 사고 칠 사람은 아니니까.”


소리나 빽빽 질러댈 뿐, 뭘 때려 부술 인물은 아녔기에 그들도 이 정도 선에서 멈춘 것이었다.


“우리도 술집에나 가자.”

“응? 같이?”

“혼자 다녀와.”


두 뱀은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듯한 눈빛으로 사문을 바라봤다.


“에이, 망할 놈들. 둔갑해서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어라.”

“좋지!”

“맨 날 소주만 먹다가 이게 무슨 일이야!”


퐁!

두 뱀이 몸은 몸을 쭉 뻗은 뒤, 탁자 밑으로 뛰어내리며 회전했다.

그러자 연기가 발생하며 그 속에서 건장한 두 명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 옷은 또 그게 뭐냐?”

“이게 마음에 들더라고.”

“난 이쪽이 더.”


푸른 머리와 눈동자, 아름다운 외형의 이시미는 귀족들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에 반해 붉은 머리와 눈동자에 선이 굵은 얼굴의 강철이는 모험가들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너무 눈에 띄는데.”

“주인이 할 말은 아니지.”

“주인 옷부터 보고 말해.”


틀린 말은 아녔다.

사문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방을 나섰고 두 뱀도 그를 따라나섰다.

간만에 음주를 즐길 생각 탓인지,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


끼이익...

나무문이 열리며 등장한 세 남성.

사문, 이시미, 강철이. 그들의 등장에 주변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역시 눈에 띄는구나.’


특히나 술집의 여종업원은 이시미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그 눈빛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라 착각한 강철이는 위트 있는 척 손가락 총알을 날렸다.


‘너한테 한 거 아니야.’

‘으... 그래 보이네.’


여종업원의 눈에 강철이는 없는 사람이었다.


‘마침, 좌석도 남은 곳이 그리 없군.’


모든 테이블이 꽉 찼기에 합석할 거 아니면 자리가 없었다.


“저, 손님... 지금은 자리... 아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곧 자리가 생길 거예요.”


이시미에게 다가간 여종업원에게서 그를 놓치지 않게 단호한 의지가 보였다.


“다른 테이블 합석은 안 됩니까?”

“아... 다른 손님들께서 거부만 하지 않는다면 상관은 없지만...”


저긴 앉지 말라는 듯이 루디를 바라봤다.

그의 테이블은 빈자리가 많았다.


“저기에 자리가 많네요.”

“거, 거긴...”


사문이 루디에게 향하자, 종업원이 손을 뻗었음에도 멈추지 않고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합석해도 괜찮겠습니까?”

“꺼져.”


그는 귀찮다는 듯이 잠깐 바라보고는 다시 술을 들이켰다.


‘싸가지가 없네.’

‘그저 안쓰러운 아이일 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문의 입꼬리는 조금 뒤틀려있었다.


“분명 자신이 맞는 거 같은데 세상은 그게 아니라고 하지?”

“뭐?”


사문의 말에 그의 고개가 다시 돌아왔다.


“내가 사람 얼굴을 볼 줄 아는데, 넌 잘못된 길을 걸은 놈은 아니야.”

“놈? 내가 누군지 모르나 보지?”


루디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속닥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한심하단 눈빛.


“제길... 할 말 있으면 앉아서 말해.”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루디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럼, 실례.”

“오... 여기 제일 잘나가는 술이라 음식 좀 내줘요!”

“나쁘지 않아 보이네.”


각자 자리에 앉은 셋.

루디는 그들을 보며 조금 당혹스러웠다.

어째서 같이 다니는 지, 모를 복장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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