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실웨
작품등록일 :
2024.08.16 16:11
최근연재일 :
2024.09.10 13:05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901
추천수 :
45
글자수 :
135,233

작성
24.09.09 12:25
조회
14
추천
1
글자
12쪽

카리브디스(2)

DUMMY

‘카디스로 향한 후 그곳으로 향한 건지, 아니면 이 전쟁의 원인을 알고 제국과 만난 것인지... 알기 어렵네.’


로주를 통해 본 인간들의 갑옷은 디아카테에서 봤던 기사들의 것과 매우 유사한 양식이었다.


‘그런데, 또 제국이야?’

‘그러니까. 그냥 그쪽은 애초에 버리고 시작하는 편이 나을 거 같은데?’


환란은 세계 각지를 뒤덮었다.

아무리 사문이 뛰어난 힘을 지녔다고 해도, 그때 본래 지녔던 모든 경지를 되찾는다고 해도 몸은 한 개.

모두를 지킬 수 없었다.

최소한 많은 이들이 그들과의 전투에서 사문과 세계수가 세운 두 주역이 오기까지 버텨야만 했다.

전력 소모는 피해야 했으나, 제국은 계속해서 쓸데없는 희생을 불러왔다.


‘또 악마가 낀 건가.’


마계의 일은 릴리스와 한 주역의 성장 발판이 되어야 했다.

마계로 건너가는 건 기피해야 했다.

설령 넘어가더라도 물을 흐트러뜨리는 미꾸라지 같은 녀석들을 사문이 심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넘어온 녀석들 정도는 상관없겠지.’


넘어온 녀석들은 약했다.

대부분이 그럴 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릴리스처럼 강대한 악마도 이 땅 위에 있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제국도 다른 녀석의 몫이라며.’

‘맞아. 루디가 길을 안내할 녀석의 몫이니, 함부로 못 건드리잖아.’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제국의 은빛 별.

그 탓에 고민이었다.


‘미봉책으로 해결할 수밖에.’


성장의 발판을 빼앗으면 그는 더 큰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빛을 밝히자고, 무수히 많은 작은 별을 잃을 순 없었다.

적절한 선을 찾아야만 했다.


‘젠장. 내가 무슨 보모도 아니고.’


머리가 아파져 왔다.


“카디스와 가장 가까운 제국의 도시는 어디입니까?”

“제국? 갑자기 제국은 무슨 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머맨은 굳이 인간의 땅을 공격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키마 왕국이 전쟁의 발달이 되는 짓을 했다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전쟁을 준비할 리가 없습니다.”


모험가들을 동원할 정도로 급박하게 상황에 맞서는 태도.

무능한 왕이 아니라면 이따위로 일 처리를 할 리가 없었다.

원인은 다른 곳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에게 인식시키고 그가 걸을 길을 바꿔야 했다.


-너 뭔가 알았지.

-범인은 제국이야. 제국이 키마 왕국과 해저 종족들 사이에 전쟁을 붙인 거지.

-오...


릴리스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일에 네 동족이 연관 됐을 수도 있어.

-저번에 말했던 가르구라는 놈 때문인가?


사문은 약속대로 술자리에서 가룸에게 가르구와 있던 일을 들려줬었고 그 자리에는 릴리스도 함께였었다.


-그런 녀석들이 제국에 진을 치고 있으니까.

-누구의 명을 받은 건지, 궁금하네.


순간, 흘러나온 릴리스의 살기.

너무나 미약한 살기였기에 대부분 모르고 지나갈 일이었으나, 기척에 민감한 용인족인 로주는 움찔했고 그걸 본 그녀는 기운을 완전히 차단시켰다.


“...”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잠시 발작이 있었나 보네요.”

“뭐?”

“자네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닌 거 같군.”

“전 아니지만, 그녀는 그럴지도 모르죠.”

“네 옷이 평범함과 제일 먼 거 같은데.”

“크흠...”


사문은 곰방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건...”

“뭐, 언젠가 유행할 물건입니다. 전 제품화되기 전에 미리 받은 거죠.”


어차피 알게 될 물건, 긴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보다 제국이라고 단정 짓는 이유가 있나 보군.”

“없지는 않죠.”

“제국일지, 아닐지는 따져봐야 알겠지만, 확실히 이곳에선 전쟁의 기류는 느낄 수 없었지.”


로조는 단순히 전쟁만 바라봤던 것을 넘어, 어째서 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며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일단 멜린은 카디스로 향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렇겠어. 단순히 빠르게 고향으로 돌아갔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겠지.”

“예. 그도 모험가니까요.”


모험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생존이었다.

전쟁이 벌어진 나라를 관통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사문과의 대화로 생각의 폭이 넓어진 만큼, 로주 또한 제대로 된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한 번쯤 떠오르게 될 생각이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로주의 판단이 늦었을 뿐, 혼란스러운 마음이 정리된다면, 평소와 같았다면 그가 이런 것을 놓쳤을 리가 없었다.


‘뒤늦게 깨닫고 키마 왕국이 아닌 다른 곳을 통한 루트로 그를 찾았겠지.’

‘그런데 저 녀석은 왜 그 머맨을 찾는 거지? 전쟁이 났을 때 조국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거잖아. 찾아서 뭐 하려고?’

‘그렇네?’


이시미의 말에 사문과 강철이도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그를 찾아서 뭐 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사문은 굳이 품고 있을 필요 없는 의문이란 듯이 그에게 바로 물었다.


“잘 모르겠군... 위로나 격려? 아니지, 어쩌면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그에게 제대로 인사를 해주고 싶은 걸지도.”

“역시 친구였네요.”


동료로 만났고 그 시간이 길어져 친밀해졌지만, 처음이 동료였던 만큼 계속해서 동료로 여겼었다.


“꼭 친구라 정의해야지만, 친구인 건 아니지. 하여간, 무뚝뚝한 것들은.”


릴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주고 싶고, 주저앉았을 때 일으켜 주고 싶다면 친구겠죠.”

“그러고 보면 다른 종족을 친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군. 인간을 탓했지만, 나도 다를 바 없었던 건가.”

“서투를 것이지, 차별은 아니죠.”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


로주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친구라... 그 녀석들은 지금쯤 뭐 하고 지내는지...’


사문 또한 옛 벗을 떠올리며 연기를 내뿜었다.


“친구를 찾는 일이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내 의견은?”


사문의 말에 릴리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넌 남는 게 시간이잖아.”

“그래도 그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내가 정하는 법이란다.”

“하여간, 그 뭐나, 그 엘리...”


릴리스가 다급히 사문의 입을 막았다.


“푸하, 왜!”

“그 이름이 많이 잊히긴 했지만, 내려오는 곳도 많다고.”

“아주, 비밀도 많아요.”

“너만큼 많지는 않을 거 같구나.”


피차 비밀이 많은 건 둘 다 사실이었다.


“어쨌든 그걸 줄 테니까, 따라와.”


엘리고스의 예지는 본래 그녀의 손에 들어가 미래의 주역에게 갈 물건이었다.

사문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어차피 건네줄 것이었다.


“그깟 물건으로 내게 거래를 하려 하다니.”

“그럼, 어쩔 수 없고.”

“그 물건 때문이 아니다. 나도 관심이 가는 점이 있으니, 도와는 주마.”


엘리고스의 예지가 사문의 손에 있는 한, 자격 없는 이의 손에 갈 일은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그보단 제국에 관여한 악마의 정체에 대해 더욱 궁금한 게 이유였다.


“둘도 친구인가 보군.”

“남녀 사이가 유별한 것을 어찌 친구란 말이...”

‘주인, 학문의 끈도 짧으면서.’

‘있어 보이는 척하긴.’

“내가 저 못생긴 것과?”


사문의 말은 두 뱀과... 아니 뱀 같은 셋에 의해 끊겼다.


“하... 내... 내가 못생...?”


그 중, 가장 긁힌 말은 릴리스의 것이었다.


“이국적이긴 하지만, 저 정도면...”

“그렇죠!”


사문은 로주의 말에 진심의 눈빛을 담았다.


“보는 눈이 없네.”

“인간이 가진 미의 기준은 잘 모르겠군.”


릴리스가 언짢다는 듯이 바라보자, 로주의 말은 빠르게 바뀌었다.


“하... 별...”


사문은 분노를 자연지기가 아닌, 담배 연기로 씻어냈다.


그들은 그 후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의 대부분은 멜린을 어떻게 찾을 것이었고 미래를 알고 있는 사문이 대화의 흐름을 주도하며 제국령을 통해 바다로 향하며 조사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이후 다음 날 모험가 협회 이레미아 지부의 앞에서 만나기로 한 그들은 각자가 잡은 숙소로 돌아갔다.


“저 많은 흉성과 가녀린 저 별에 눈이 닿아, 다른 것을 보지 못했었구나.”

“바람도 널 안내하지 않았잖아.”

“애초에 바람에 등 떠밀려 이곳으로 왔으니, 로주를 만난 것이고 이 일에 엮인 것이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나?”

“뭐, 해석하기 나름이지. 지금 저 행동도 어떻게 해석할지 나름이고.”


사문은 담배연기를 움직여 한쪽 벽면을 뒤덮었다.


콜록! 콜록!

그러자 어렴풋이 보이는 형체 속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네 방은 여기가 아니라, 이 옆일 텐데.”

“듣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사문의 물음에 릴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얘기?”

“넌 가르구를 얘기하며 다른 악마들도 있을 거란 말을 했었지.”

“그랬지.”


가룸과의 대화에서 사문은 분명 그리 말했었다.


“그 위에 있는 존재가 누구야?”


그것까진 말하지 않았으나, 이런 대대적인 악마들의 움직임에서 그녀는 누군가가 뒤에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술집에서 했던 그녀의 말을 통해 사문도 알고 있었다.


“몰라. 한 조각상을 매개로 대화를 시도했지만, 귀찮다는 듯이 제 할 말만 하고 끊더군.”

“누군지 나왔구나.”

“그걸로?”

“그래. 그만큼 귀찮음이 많은 놈은 하나니까.”


너무 쉽게 답을 내린 그녀를 보고 조금 허무했다.


“나도 하나 물어보자.”

“뭐가 궁금하지?”

“너는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야? 그 악마 놈들은 분명 제 몸이 아닌, 인간의 몸을 통해 이곳에 있었어. 아마, 무슨 제약이 있는 거겠지.”


계약을 통해 왔다면 본체가 같이 넘어와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 달랐다.


“네 말대로 계약을 통한 것은 아닌 거 같구나. 어떠한 꼼수를 통해 혼만을 이곳으로 보낸 것이겠지. 그러니 제국에 꽤 많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 테고. 그러나 그 꼼수가 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원하는 건 알겠구나.”

“전쟁을 통해 얻는 게 있다?”


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선 계약이 필요하고 계약의 매개체로 피가 필요하지. 아무리 힘이 약한 악마라도 많은 피를 요구한단다.”

“그 말은...”

“그래. 그 조각상을 통해 너와 대화를 나눈 놈... 전쟁터를 흥건히 적실 만큼의 피라면 계약을 통해 그 녀석을 불러올 수 있겠지.”

“그럼 넌? 넌 얼마나 많은 피를 통해 이곳에 온 거지?”


사문의 손이 청실의 손잡이로 올라갔다.


“난 예외란다. 원한다면 마계로 갈 수도 있고 이곳에 넘어올 수도 있지.”

“뭐, 어떻게?”

“타고난 것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설명이 가능한가?”

“모른다는 거네.”


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사문 또한 손을 내렸다.


“그래, 이름이나 들어보자.”

“나태한 왕, 벨페고르.”

“왕...”

“그래 왕이지...”

“그럼, 네 남편이야? 넌 여제...”


릴리스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그딴 놈을 내 옆에 붙여? 똑똑히 듣거라. 마계의 왕은 총 일곱. 나는 그들처럼 마계를 지배하려고 영역 다툼이나 하는 놈들과는 다르다. 여제란 칭호는 아랫것들이 날 우러러보며 지은 칭호란 말이다.”

“호오...”


군림은 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들과 대등할 정도란 의미였다.


한 세계를 지배하는 일곱 왕.

그들이란 시련을 미래의 주역과 그녀가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조금은 궁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탈속 도사, 판타지 세계의 인과 연을 맺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및 복귀 알림 24.09.10 8 0 -
25 카리브디스(3) 24.09.10 11 1 12쪽
» 카리브디스(2) 24.09.09 14 1 12쪽
23 카리브디스(1) 24.09.08 18 1 12쪽
22 여제(2) 24.09.07 19 1 12쪽
21 여제(1) 24.09.06 22 1 12쪽
20 흑갑(5) 24.09.05 24 1 12쪽
19 흑갑(4) 24.09.04 27 2 12쪽
18 흑갑(3) 24.09.03 30 2 13쪽
17 흑갑(2) 24.09.02 30 2 12쪽
16 흑갑(1) 24.08.31 26 2 12쪽
15 왕이 될 상(6) 24.08.30 26 2 12쪽
14 왕이 될 상(5) 24.08.29 27 2 12쪽
13 왕이 될 상(4) 24.08.28 29 1 12쪽
12 왕이 될 상(3) 24.08.27 31 2 12쪽
11 왕이 될 상(2) 24.08.26 33 2 12쪽
10 왕이 될 상(1) 24.08.25 37 2 12쪽
9 인신공양(4) 24.08.24 35 2 12쪽
8 인신공양(3) 24.08.23 40 2 13쪽
7 인신공양(2) 24.08.22 46 2 12쪽
6 인신공양(1) 24.08.21 44 3 12쪽
5 B급 모험가(2) 24.08.20 51 2 12쪽
4 B급 모험가(1) 24.08.19 47 2 12쪽
3 사문 도령(3) 24.08.18 50 2 12쪽
2 사문 도령(2) 24.08.17 67 2 12쪽
1 사문 도령(1) 24.08.16 117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